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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무기 체계들/북미 & 유럽

탑건 매버릭이 탔던 전투기이자 세계 최강의 함재기였던 F-14 톰캣, 오성홍기 달고 중국 전투기 될 뻔했다?

by KKMD Kevin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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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4 톰캣

 

2022년 개봉한 영화 탑건(Top Gun): 매버릭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루스터(Rooster)와 함께 적진에 고립된 매버릭(Maverick)이 이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만큼 낡은 F-14 톰캣을 조종해서 항모로 귀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영화 전반부에 워록(Warlock)이 임무 브리핑을 할 때, Su-57로 추정되는 5세대 전투기와 함께 F-14 톰캣의 모습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혹시 복선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짐작이 틀리지 않더군요.

 

현재 F-14 톰캣을 실제로 운용하고 있는 공군은 이란 공군뿐이기 때문에 5세대 전투기와 함께 등장한다는 설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좀 찜찜했는데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혼자서 불편해하는 스스로가 내심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렸던 시절, 영화 탑건(Top Gun)을 보며 F-14 톰캣에 열광했던 50~60대들을 위한 서비스일 것이라는 생각에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지금도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F-14 톰캣을 가장 멋진 디자인을 지닌 전투기로 손꼽습니다. 이륙과 착륙을 할 때는 펼쳐지고 고속 이동을 할 때는 뒤로 접혀서 삼각형처럼 보이게 만드는 가변 후퇴익에 수직미익을 2개 갖추고 있어 마치 미래에서 온 전투기 같은 느낌을 줬었죠. 아주 옛날, 주한미군 영어방송 AFKN이 존재하던 시절, 일요일 오전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Robotech(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거대 인간형 전투로봇 발키리로 변신해서 싸우는 미래 전투기에 홀딱 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발키리가 미 해군의 F-14 톰캣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아주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6FUCY9B2Q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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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때 국방부 출입기자를 역임하셨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F-14 톰캣이 오성홍기를 달고 중국 공군 전투기가 될 뻔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양국간 거래가 거의 성사직전까지 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면 좀 더 상세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에 해외 군사전문지들의 자료를 검색해 봤고 어렵지 않게 관련된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군사전문지 Military Wiki2022 7 3일 게재한 기사 “The US wanted to export F-14s to China, but why failed? (미국은 F-14를 중국에 판매하고 싶어했지만 실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번역해 보고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 드린 후 포스팅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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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아직 밀월기에 있었을 때 미국의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은 당시 최첨단을 달리던 신형 전투기 F-14 톰캣(Tomcat)을 중국에 판매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었다.

 

F-14 톰캣은 세계 최초로 등장한 4세대 전투기들 중 하나였다. F-14 톰캣은 냉전 시대를 걸쳐 미국/소련 간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주력 함재기로써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 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미 해군에게 있어 전설적인 전투기로 남아있다.

 

F-14 톰캣은 1970년에 초도 비행에 성공한 뒤, 1974년에 미 해군에 실전배치 되었다. F-14 톰캣의 성능은 같은 시기 등장했던 소련의 전투기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 존재했던 이러한 전투기 성능의 격차는 Su-27이 등장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좁혀질 수 있었다.

 

F-14 톰캣은 당시 미 해군이 보유한 가장 다재다능한 전투기들 중 하나로써 해상 우세 전투기, 함대 방어 요격기 그리고 전술 항공 정찰기 역할을 맡고 있었다.

 

F-14 톰캣은 1960년대 후반의 설계 사상을 상징하는 접고 펼칠 수 있는 날개, 이른바 가변 후퇴익(variable-sweep wing)2개의 수직 꼬리날개를 가진 설계를 채택하고 있었다. 덕분에 전속력으로 날아가는 F-14 톰캣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보였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상과학영화(SF)적인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만들었다. F-14 톰캣의 설계자들은 기수 부분을 약간 낮게 만들었는데 이는 파일럿들의 시야를 넓혀주는데 목적이 있었다.

https://youtu.be/sHpcHxnpH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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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PLAAF)은 소비에트 연방이나 서방 국가들에 비해 낙후된 공군력을 보유한 것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중국이 "자주 국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서구의 현대적인 항공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 공군의 중추를 구성하는 전술기들은 1950년대에 개발된 소련 전투기들을 그대로 복제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MiG-19를 복제한 J-6, MiG-21을 복제한 J-7 그리고 MiG-21을 쌍발 엔진으로 바꾸고 더 크고 더 길게 개량한 J-8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J-6는 레이더가 아예 없었고 J-7은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기는 했지만 크기가 매우 작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 또한 중국이 추진하고 있던 '4대 현대화 프로그램'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현대식 무기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F-14 톰캣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당시 거의 중국 공군에게 수출되기 직전 상황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공군은 서방의 첨단 전투기들을 도입하고 싶어했고, 중국 공군 대표단이 직접 서구 국가들에 시찰을 가기도 했다. 미국 노스롭그루먼의 F-14 톰캣, 미국 제너럴 다이나믹스의 F-16 그리고 프랑스 다쏘의 미라주 2000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대신 중국과 수교를 시작하게 되면서) 1980년대 미국과 중국은 바야흐로 밀월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목적으로 F-14 톰캣을 중국으로 수출하려 노력했었는데, 중국 이전에는 이란이 유일한 F-14 톰캣의 고객이었다.

 

그러나 첫째, 당시 중국은 개혁개방을 막 시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F-14 톰캣처럼 비싸고 현대적인 전투기를 사들이기에는 경제적 여건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고 둘째, 미국 정부는 기술이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으며, 완고하게 F-14 톰캣을 직도입 하는 방법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런 이유들로 F-14 톰캣의 중국 수출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F-14 톰캣 조달에 들어가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중국은 자국 공군을 현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도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F-14 톰캣 도입을 막았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당시 중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었던 기반 시설들이 모두 소비에트 연방 표준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었다는데 있었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전투기를 도입하게 된다면 레이더 유도 설비, 비행장, 연료 공급 설비 등 전반적인 기반 시설들을 미국 표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당시 중국 경제 상황으로는 그런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미국인 특유의 "실용주의"에 있는데 "중국판 F-14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을 때나 상당한 수준의 기술 이전이 이루어졌던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중국에게는 오로지 완성된 기체만 판매하겠다고 완고하게 주장했던 때에 이러한 미국인들의 실용주의적 성향을 명백하게 엿볼 수 있다.

(굉장히 함축적으로 설명된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첨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중국판 F-14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발언은 F-14 톰캣을 기반으로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량하거나 복제한 기체의 등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F-14 톰캣에 대한 미 해군의 사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변 후퇴익을 채용한 쌍발 전투기였기 때문에 운용유지비가 비싸고 가동률은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최초의 4세대 전투기이자 당시 최첨단을 달리던 항모 함재기였기 때문에 아군에게는 사기를, 적군에게는 공포를 안겨주는 강력한 아우라aura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 항모전단을 운용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던 중국에게 F-14 톰캣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탐나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미국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에 F-14 톰캣을 판매하더라도 중국이 자체적인 능력으로 F-14 톰캣을 생산할 수 없도록 완성품은 판매하되 기술이전은 없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전투기 개발 엔지니어에게 직접 물어봤던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더라도 완성품을 가지고 있으면 역설계 즉,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어느 정도 기술습득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물론 수출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전투기를 맘대로 뜯어보는 그 순간부터 정치, 외교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전투기처럼 고도로 발전된 메카닉은 설계자의 사상이 스며들어 있고, 그러한 설계사상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역설계를 하기도 어렵고 수많은 시행착오 역시 피해갈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전투기 개발 엔지니어는 그러한 설계자의 사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노트가 ‘소스 코드’로 불리고 있다는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소스 코드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공식 같은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일본과 공동으로 미쓰비시 F-2를 개발했는데요. 이 때 미국 정부는 엔진개발과 관련된 소스 코드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이전해줬습니다. 미국인들의 실용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핵심 동맹국인 일본이 ‘일본판 F-16인 F-2’를 만드는 것은 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지만 중국판 F-14의 등장은 허용 범위 밖에 있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역주)

 

  

미국이 호시탐탐 복속을 노리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 또한 중국이 F-14 톰캣 구매를 포기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복속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F-14 톰캣의 비밀스러운 약점을 대만 정부에게 제공할 것이고 그 결과 중국이 보유한 가장 현대적인 전투기들은 일종의 '인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중국으로 하여금 F-14 톰캣 구매를 포기하도록 종용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바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비에트 연방 공산당 총서기가 된 이후 (1969년 국경 분쟁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을 만큼 험악했던) 소비에트 연방과 중국의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사실이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 발생했던 정치, 경제적 혼란을 틈타) 중국은 당시 극비로 분류되었던 수많은 방산 기술들, 예를 들면 최신예 전투기였던 Su-27 등을 구매할 수 있었고 이들을 발판 삼아 오늘날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중국은 소비에트 연방과 Su-27을 거래하기로 합의했을 때부터 이미 치밀한 계산을 끝내 놓고 있었고 결국 원하던 대로 현대식 전투기 제조 기술을 빠르게 보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과 서방의 군사적 협력 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시기로 접어들었을 때 중국은 미국의 F-14 혹은 F-15 그리고 동맹국들의 전투기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대식 전투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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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 군사매체 Military Wiki2022 7 3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1980년대 당시 노스롭그루먼의 F-14 톰캣과 경쟁했던 서방 전투기에는 제너럴 다이나믹스의 F-16과 다쏘의 미라지 2000이 있었습니다. 먼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19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국과 소비에트 연방의 분위기는 험악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살짝 첨언해서 번역해 놓기도 했지만 1969년 발생했던 중소 국경분쟁은 ‘3차 대전’, ‘핵전쟁발언이 나왔을 만큼 분위기가 심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Su-27이라는 걸출한 공중 우세기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마하 2에 가까운 속도와 6,000의 항속거리를 지니고 있는 Tu-22M, 나토 코드명 Backfire 초음속 폭격기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투기로는 MiG-29 Su-27 같은 공중 우세기를 상대로 제대로 된 승리는커녕 요격도 기대할 수 없었고 Tu-22M 초음속 폭격기의 공격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트 연방을 견제하고 싶었던 미국은 F-16 F-14라는 카드를 중국에게 내보였던 것입니다. 일본 시장을 보잉(당시 맥도넬 더글라스) F-15 이글에게 빼앗긴 노스롭그루먼은 대신 중국 시장에 F-14 톰캣을 판매하기 위해 대단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J-20을 생산하고 있는 청두항공공사의 설계 엔지니어들을 뉴욕 롱 아일랜드에 있는 공장에 초대하여 F-14 톰캣이 조립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물론 중국 공군(PLAAF) 기체번호와 마크를 새겨 넣은 F-14 시제기도 제작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1991년 패망한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Su-27 전투기를 구매한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련 기술을 얻어내면서부터 F-14 톰캣 도입 이야기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부터 미중(美中)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요.

 

만약 F-14 톰캣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중국에게 수출되었다면 현재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요? KKMD 3823차 대만 해협 위기가 보여준 미() 항모전단의 위력! 절치부심한 중국이 항모전단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편을 참고하면 아시게 되겠지만 1995년 대만을 위협하던 중국 인민해방군은 USS 니미츠(Nimitz)가 이끌고 있는 항모전단을 만나 끽! 소리도 못 내고 백기를 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중국은 이때부터 미국 항모전단에 대항할 수 있는 항모와 함재기를 보유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데요.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u-27을 역설계 하여 J-11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필요하다면 지적재산권을 어겨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어냈던 중국이 F-14 톰캣은 가만히 놔둘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만약 소비에트 연방이 패망하지 않고 중국과 계속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도입된 F-14 톰캣이 중국의 핵심 함재기로 자리잡았다면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미중(美中) 관계를 볼 수도 있었겠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yVR_j2Rqj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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