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1을 넘어서지 못하던 1세대 전투기에 이어 음속의 벽을 돌파하기 시작한 2세대 전투기들이 등장합니다. 소위 ‘멍텅구리’라고 불리는 무유도 자유낙하 폭탄들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들 2세대 전투기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노스롭 그루먼의 F-5 프리덤 파이터나 북한의 주력 전투기 MiG-21이 이러한 2세대 전투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2세대 전투기 보다 향상된 속도와 기동성을 갖추고 시계 외 공중전(BVR)이라는 개념을 탑재하기 시작한 전투기가 3세대 전투기입니다. 레이더 및 항전장비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유도 폭탄을 사용한 ‘정밀 타격’이 가능해지기도 했죠. 대한민국 공군도 운용 중인 전폭기 F-4E 팬텀 II가 3세대 전투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뒤를 이어 등장한 미국의 F-14, F-15, F-16 그리고 러시아의 MiG-29 및 Su-27, Su-35 등이 대표적인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실전에서 시계 외 공중전(BVR)이 예상보다 낮은 성공률을 보이면서 근접 공중전(WVR)을 위해 아음속에서의 우수한 기동성도 동시에 요구 받았던 전투기들입니다.
4세대 전투기들의 가장 큰 특징은 20세기 전자공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항전장비들이 눈부시게 발달하기 시작했다는데 있습니다. 전자적으로 비행을 통제하는 Fly-By-Wire(FBW)나 능동전자주사배열 AESA 레이더, 적외선 감시 및 추적장비 IRST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오랜 세월 4세대 전투기들이 꾸준하게 개량되면서 5세대 전투기에 쓰일 만한 항전장비나 센서 그리고 이들을 통합시켜 파일럿의 상황인식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들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전투기들을 통상 4.5세대 혹은 4+세대 전투기라고 지칭합니다. 간혹 4++세대라고 불리는 전투기들을 볼 수 있는데 KF-21 보라매처럼 설계 단계에서부터 스텔스 성능이 고려된 세미 스텔스 4.5세대 전투기들을 4++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초기형 F-16A/B는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지만 가장 최근에 개량되어 등장한 블록 70/72 소위 F-16V는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이들은 외형은 비슷하지만 엔진부터 항전장비까지 완전히 다른 기체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개량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전투기 세대 구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드리는 이유는 미국의 군사전문지 Breaking Defense가 2023년 11월 8일 게재한 기사 때문입니다.
“Air Force weighing turning T-7 into F-7 armed light attack jet: official (공식 보도: 미 공군, T-7을 F-7 무장형 제트 경전투기로 파생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기사에서 미 공군은 T-7A 레드호크를 무장형 경전투기 버전으로 파생시킨 F-7에 대해 “4세대 전투기급 성능을 지니고 있으며 구형 F-16A/B를 대체할 수 있는 전술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KKMD 시청자 몇 분께서 해당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이메일로 제게 제보해 주셨는데요. T-7A 레드호크가 경전투기로 파생되면 FA-50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거기 더해 “오히려 FA-50 파이팅 이글의 성능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등장했다”라는 제 사견 하나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T-7A 레드호크는 아직 훈련기로도 개발이 완료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5대를 생산해서 그 중 1호기를 미 공군에 인도하는데 성공한 단계입니다. 나중에 좀 더 상세하게 말씀 드리겠지만 KF-21 보라매에 정통한 업계 소식통은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통해 T-7A의 무게 중심(center gravity) 그리고 날개(wing) 위치와 모양을 살펴봤을 때 “처음부터 파일런에 무장을 탑재한다”는 설계 사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경공격기 혹은 경전투기로의 파생을 염두에 두고 무게 중심과 파일런의 위치를 설계한 T-50과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Breaking Defense의 기사를 읽으면서 미 공군이 T-7A의 무장 파생형 F-7을 4세대 전투기라고 평가한다면 새롭게 개량되어 등장할 FA-50 블록 20는 과연 몇 세대 전투기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미 공군이 F-7으로 구형 F-16을 교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만큼 FA-50을 꾸준하게 개량해 나간다면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16 PBU를 대신할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요.
그럼 미국의 군사 전문지 Breaking Defense가 2023년 11월 8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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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7A 레드호크를 기반으로 한 무장 경전투기 F-7 개발에 대해 정식으로 보잉(Boeing)과 이야기한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군은 F-7 무장 경전투기 개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구형 F-16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미 공군 관계자 중 한 명이 밝혔다.
관계자는 미 공군이 구형 F-16 전투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보잉 T-7A 레드호크의 새로운 무장 파생형, 이른바 F-7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전투기 학회에서 만난 이 관계자는 Breaking Defense와의 인터뷰에서 채텀 하우스 규정(Chatham House Rule)에 따라 업계에 필요한 요구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정보 공개 요청서(RFI)가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 공군(USAF)은 해당 기체(F-7) 개발에 대해 보잉과 "협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보 공개 요청서(RFI)를 발부하기로 한 결정은 미 공군이 무장 통합 및 기술 추가 능력을 보유한 다른 계약자들이 F-7 개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보잉 T-7A 레드호크는 개방형 아키텍처와 디지털 설계 기법으로 제작되어 이러한 추가 개발 및 산업 협력에 적합하다.
해당 관계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은 거부했지만 항공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Flight Global)의 보도에 따르면 이전부터 보잉은 노스롭 그루먼 F-5와 다쏘/도르니에 알파 젯 플랫폼을 대체하기 위해 훈련기인 T-7에 미사일이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후화된 전술기들을 퇴역시켜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는 미 공군에게 있어 F-7 경전투기의 등장은 전술기 숫자 감소를 막고 전력 구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F-7은 F-35만큼 발전된 전투기는 아니지만 개념적으로 봤을 때, 4세대 전투기와 거의 대등한 전투 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학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미 공군이 T-7의 경전투기 파생형 개발에 대해 보잉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보잉 관계자는 Breaking Defense와의 인터뷰에서 미 공군과 함께 T-7의 미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잉 관계자는 “현재 미 공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대화와 비공식 회담 그리고 브레인스토밍은 차세대 훈련기 T-7 레드호크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T-7 레드호크의 첫 번째 고객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T-7을 F-7 혹은 경공격기 유형으로 개량하는 방안에 대한 미래 논의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이 관계자는 “공군 내부적으로 T-7 레드호크에 대한 나쁜 인식을 더 이상 조장하고 싶지 않다. T-7 레드호크가 앞으로 해내게 될 멋진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T-7 훈련기를 미 공군에 조달하는 일인데 왜냐하면 파일럿들에게 새로운 훈련기는 정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발표된 성명에서 보잉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T-7 훈련기의 성장을 상상해 왔고 미래 전장에 필요한 많은 임무들을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전투기 후보라고 믿어 왔다. 다만, 지금은 T-7A 레드호크를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미 공군에게 조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미 공군은 2025년으로 예정된 마일스톤 C 저율 생산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보잉(Boeing)의 귀책 사유로 인한 중대한 변화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 사출 좌석과 관련된 개발 문제로 인해 T-7 개발 프로그램은 2년 이상 지연된 바 있다. 보잉은 T-7 훈련기 351대, 지상 기반 훈련 시스템 46대 및 관련 장비 납품과 관련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느라 11억 달러, 현재 환율로 1조 4,500억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엔지니어링, 제조 및 개발(EMD) 1단계로 만들어진 T-7A 레드호크 5대 중 1호기가 지난 9월 미 공군에 인도되었고 계약 업체인 보잉이 소유하고 있었던 두 대의 기체도 500시간 이상의 비행 시간을 완수했다. 보잉 관계자는 T-7A 프로그램이 9,000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T-7A 레드호크 훈련기는 원래 T-38C 탈론(Talon)을 계승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 시뮬레이션 모델링 그리고 선진 제조 기법을 사용하여 설계되었다.
미 공군은 T-7A 레드호크를 인수함으로써 조종사들이 데이터 링크, 모의훈련 레이더, 스마트 무장과 방어관리시스템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기술 습득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산업계는 종종 훈련용 항공기를 경전투기로 파생시키곤 했다.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에서 파생된 대한민국의 FA-50과 영국의 호크 등이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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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군사 전문지 Breaking Defens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를 번역한 이후 FA-50에 정통한 업계 소식통에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FA-50 블록 20는 최소한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요? T-7의 무장 파생형 F-7을 4세대로 분류하는데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놀랍게도 업계 소식통은 항전장비 및 센서 그리고 파일럿 상황인식능력의 우수성으로 구분 기준을 삼는다면 FA-50 블록 20는 4.5세대급 성능을 『일부』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FA-50에 장착되는 부품들에 대한 성능 요구치가 높은 편이다 보니 F-16에도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 부품업체가 탈락한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요. 최근 FA-50이 10만 시간 무사고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폴란드로 FA-50이 수출되면서 폴란드 전투기 정비사들이 대한민국 국내에서 교육을 받았을 때에도 FA-50의 우수성이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폴란드 정비사들이 다루었던 기체는 러시아제 MiG-29나 미국 F-16C/D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FA-50을 직접 접해보고서는 “정비하기 쉽고 신뢰성 높은 기체”라고 평가했다는 후문입니다. 폴란드 정비사들은 FA-50 시뮬레이터에도 탑승했는데 “조작성이나 기동성에서도 발군”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하네요.
특히 미 해군 훈련기 UJTS 사업을 수주한다면 FA-50이 다시 한번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정통한 업계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미 해군이 운용하게 될 UJTS 기체에 대한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은 바로 항모 착함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입니다.
보잉 T-7을 염두에 둔 미 해군이 내구성에 대해 ‘Touch & go’ 수준으로 요구 사항을 완화시켰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업계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실제 미 해군이 요구한 내구도 단계가 ‘Touch & go’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튼튼하기로 유명한 현재 FA-50의 내구성으로도 불안한 면이 있어 골격 강화 작업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인데 이는 곧 FA-50의 『무장탑재력 상승』과 연결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LIG 넥스원은 FA-50용 AESA 레이더뿐만 아니라 독일 타우러스와 함께 FA-50용 장공지 KEPD 350 K-2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습니다. 한화시스템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손잡고 경전투기용 소형 AESA 레이더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는데 FA-50에도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KKMD 611화 『사거리 300㎞, 마하 2.5로 날아가는 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통합한 FA-50, 2025년 등장한다!』 편에서도 소개되었지만 FA-50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음속 공대지 미사일의 등장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 요소인 고속대용량 데이터링크도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중이고요. 완성되면 KF-21 보라매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이후 FA-50 파이팅 이글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공군은 여러 가지 이유로 FA-50의 개량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공군도 FA-50 개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 역시 미 공군이 이번 Breaking Defense를 통해 보여줬지요.
미 공군이 T-7A 레드호크의 무장 파생형 F-7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술기 숫자 확보와 그에 따른 전력 구조 유지에 있습니다. 2040년 즈음이 되면 F-16을 도태시켜야 하는데 도태된 F-16 숫자만큼 비싸디 비싼 F-35를 도입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4.5세대로 개량된 F-16V의 가격은 거의 1,000억에 가까워 더 이상 저렴한 로우급 기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전투기 기체는 급하게 증산할 수 있지만 양질의 파일럿은 단기간에 수급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미 공군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가성비 좋고 저렴한 존재가 바로 F-7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420대로 제한되어 있는 전술기 숫자는 늘려도 시원찮을 판입니다. 그런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문제지요. 조만간 도태시켜야 할 F-5와 F-4 숫자만 100여대에 가깝고 20~30년 안에 퇴역시켜야 할 KF-16 및 F-16PBU도 160여대가 넘습니다. 이들 숫자를 모두 쌍발 전투기 KF-21 보라매로 대체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KF-16이나 F-16PBU는 몰라도 F-5와 F-4를 KF-21 보라매와 1:1로 교체하기에는 비용 차이가 너무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공군이 420대로 제한된 전술기 숫자를 더 작게 줄이는 대안을 선택할 리가 없습니다. 미 공군처럼 어떻게든 전력 구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F-5나 F-4와 비슷한 비용으로 1:1 교환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저렴한 기체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FA-50 외에 그런 조건을 만족시켜 주는 기체가 달리 존재할까요? 미 공군이 보여주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유추해 보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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