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국방 분석가 다치안 드라코(Dacian Draco)는 2023년 9월 6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루마니아가 280여대의 K2 흑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루마니아 군비 총국장인 테오도르 인치카스(Teodor Incicaş) 중장은 자신이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루마니아 정부가 미국산 에이브람스 전차 54대와 함께 300대 정도의 신형 주력전차 및 지원 차량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드라코 국방 분석가는 자신이 입수한 280여대의 K2 흑표 도입 숫자와 인치카스 중장이 언급한 300여대의 신형 주력전차 숫자가 대략 일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죠.
“그 300여대가 독일 레오파드 2일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드라코 국방 분석가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아직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없다. 하지만 루마니아 정부는 되도록 많은 숫자의 주력전차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만약 대한민국 현대로템이 제안하고 있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산업협력을 제안할 수 있다면 독일 레오파드 2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은 절충 교역에 대한 이야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치안 드라코 루마니아 국방 분석가의 분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K-방산이 가진 강력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에 있습니다. 지난 599화 『유럽이라면 3년 걸릴 방산협상을 3주에 해결하는 한국인들: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을 과소평가해왔다』 편에서도 논의되었지만 절충 교역에 대한 이야기조차 꺼낼 필요가 없는 미국과는 달리 독일과 대한민국은 절충 교역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로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럽 지상 플랫폼 시장에서 대한민국 K-방산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게 되자 독일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오늘 소개할 기사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기사는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2023년 9월 6일에 게재한 것으로 “독일 언론 보도: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과 함께 새로운 신형 전차를 개발한다” 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이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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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신형 독일 전차를 설계하기 위해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이 합작하여 진행하고 있던 MGCS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한 위협이 급속도로 명확해지고 있다.
이번 보도는 프랑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독일-프랑스간 협력 관계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폭탄 같은 효과를 지닌 소식들이 몇몇 있었는데 독일 뉴스 사이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폭로가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이번 뉴스는 차세대 주력전차 MGC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럽 방위 협력 차원에서 프랑스가 희망하고 있던 그림들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정통한 독일 매체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신형 주력전차를 개발할 목적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과 협정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 신형 주력전차 개발을 위해 독일이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과 체결한 해당 협정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유일한 정보는 이 협정이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진행되고 있었던 MGCS 프로그램에 통합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유력한 가설로 떠오르고 있는 Leopard 2AX
독일의 새로운 파트너로 언급된 세 나라의 면면을 고려해 봤을 때, 논란이 되고 있는 신형 주력전차는 지금까지 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KMW)에 의해 Leopard 2AX로 지정되어 왔던 Leopard 2의 새로운 버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라인메탈이 제안한 KF51 판터(Panther)에 기초한 모델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이미 자국의 노후화된 주력전차 C1 아리에테(Ariete)의 일부를 독일 전차로 교체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레오파드 2A5로부터 파생된 스웨덴 주력전차 스트리스방(Stridsvagn) 122는 1997년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220대의 레오파드 2A6와 함께 100대 정도의 레오파드 2A4를 여전히 운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 이 세 나라들은 자국 전차들의 현대화 혹은 전차 전력 확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짧으면 2년 길어도 5년 안에 새로운 신형 중전차를 도입해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함께 신형 주력전차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유럽 국가들로부터 원조와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4개국들은 내심 유럽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MGCS 프로그램과 정면으로 맞서는 독일의 신형 주력전차
그러나, 이번 신형 주력전차 개발 발표는 차세대 주력전차 MGC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6세대 전투기 FCAS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독일 정부와 협상해야 하는 프랑스 정부의 목표 달성을 뒤흔들 위험이 있다.
실제로, 독일 국방부는 라인메탈 KF51 판터의 등장과 2019년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불안정해진 산업 공유를 재편하려는 목적으로 이탈리아를 MGCS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겠다는 의도를 일부러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된 이번 정보 유출은 독일 정부가 여전히 MGCS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MGCS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경우를 대비해 이탈리아와 함께 구상 중에 있는 플랜 B마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더욱이, 구세대와 신세대를 이어주는 새로운 유럽 전차 개발을 목표로 하는 MGCS 프로그램에 이탈리아가 실제로 참여한다고 해도 독일 정부를 상대로 프랑스 정부가 제공할 수 있었던 '문제 해결사' 역할을 이탈리아 정부가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유럽에서 고립되고 있는 프랑스?
마지막으로, 독일의 신형 주력전차 개발 발표는 프랑스 언론을 통해 이탈리아 정부가 밝혔던 희망, 즉 국방 분야 협력에 있어 프랑스 정부와 노선을 공유하겠다는 이탈리아의 희망도 동시에 손상시키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올해 프랑스가 역대 최고 수준의 방산 수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번 폭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리(프랑스)는 먼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특히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가 언급한 독일 신형 주력전차 개발 프로그램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상황에서는 프랑스의 입지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독일 신형 주력전차 개발 정보가 정확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향후 유럽 지정학에서 프랑스의 입지는 중대하고 영구적인 수준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Meta Defense를 통해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프랑스 정부는 MGCS를 설계하기 위해 EMBT를 외면했던 결정을 크게 후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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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2023년 9월 6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 프랑스 EMBT에 대해 설명 드리자면, 독일 레오파드2 전차 차체에 프랑스 르끌레르Leclerc 전차의 개량형 포탑을 결합한 합작전차입니다.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2에서 EMBT의 기술 시범 모델이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동장전장치, 무인기 격추가 가능한 신형 30㎜ 기관포, 능동방어시스템과 360도 전 방향 증강현실(AR)시스템이 탑재되고, 드론과 드론 오퍼레이터가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 본문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EMBT는 프랑스 정부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통 자신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쪽에서 협력을 깨고 나간다는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MGCS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쪽은 독일일 것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루마니아 군사전문지 Defense Romania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과 프랑스 간의 무기 협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연합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독일 베를린 정가에서는 MGCS, FCAS 같은 협력 프로그램에서 경제적 이익의 대부분을 챙겨가는 쪽은 프랑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것이죠.
게다가 제2식민제국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는 신속한 전력투사를 위해 MGCS를 공수가 가능한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난 전차로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가상 적국으로 두고 있는 독일은 MGCS를 두터운 장갑과 높은 생존성을 지닌 레오파드 2 계열의 중(重)전차로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에 개발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두 나라는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방산협력 관계에서 수 틀리다 싶으면 냅다 먼저 뛰쳐나가는 쪽은 주로 프랑스였고 그만큼 프랑스가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대단히 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가 현재 유럽에서 고립되고 있는 배경에는 어쩌면 지금까지 프랑스가 쌓아왔던 명성(?)이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이번만큼은 독일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고 Defense Romania는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루마니아가 광범위한 산업협력을 제시한 현대로템의 K2 흑표를 280여대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다치안 드라코의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K2 흑표는 이제 유럽 시장에서 독일 전차 레오파드 2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군사전문지들 중 일부는 독일이 서둘러 레오파드 2A8 버전을 내놓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현대로템 K2 흑표에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전통적인 전차 강호 독일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이 MGCS에서 탈퇴하고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 전차 레오파드 2AX를 내놓는다면 다시 한번 강력한 성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일단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이라는 구매국들을 확보해 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독일이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따라 레오파드 2AX가 등장하는 시기가 빨라질 수도, 한없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 요소가 있으며 만에 하나 개발 기간이 길어진다면 대당 가격도 함께 비싸질 개연성이 있습니다. 현재 레오파드 2A7+의 가격이 185억에서 214억 사이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K2 흑표의 가격은 레오파드 2A7+의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독일이 주력전차 생산 라인을 급격하게 확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99화를 통해 알려드렸던 헝가리가 2018년 발주한 레오파드 2A7+를 아직까지 단 1대도 인도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모두 한동안 MGCS를 두고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사이의 교통 정리가 끝이 나더라도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독일과 프랑스가 찢어졌으니 시너지 효과는 예전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로템이 이 시기를 잘 활용하여 K2 흑표 개량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시켜 나갈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히 기존의 방산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로부터 “기술이 없다, 자본이 없다”는 이유로 냉대 받았던 동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력이 최근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기술 자립 의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유연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강점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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