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 참석한 SNT 다이내믹스는 터키 군사전문지 Defense here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형 파워팩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내에서 발간되는 군사전문지를 통한 자료를 살펴보면, 두산 DV27K 엔진과 SNT 다이내믹스 EST15K 변속기로 구성된 한국형 파워팩은 2022년 3월 터키에 도착하여 알타이 시제품에 샘플 형태로 탑재되었고 이후 8개월 동안 터키의 사막 지형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쉴새 없이 기동하는 가혹한 테스트에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한국형 파워팩은 테스트 도중 단 한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고 테스트 결과에 만족한 터키 정부는 일단 알타이 100대 분량의 DV27K 두산 디젤 엔진과 EST15K SNT 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를 주문했는데요. 이후 물량부터는 터키의 장갑차량 제조업체 BMC가 이탈리아와 협력하여 개발한 터키형 파워팩을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KKMD를 통해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육상 플랫폼의 파워팩과 공중 플랫폼의 항공엔진은 그 나라가 지닌 기술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만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계획된 기간 안에 터키형 파워팩 개발이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사실을 터키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알타이 1차 생산분 100대가 출고된 이후에도 한국형 파워팩을 도입할 수 있도록 1억 4,100만 달러, 한화 1,900억 규모의 추가조달 옵션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터키 소재 군사전문지 Defense here가 2023년 10월 3일에 게재한 짧은 기사를 살펴본 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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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방산업체인 SNT 다이내믹스(Dynamics)는 올해 초 터키 장갑차 제조업체인 BMC와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터키의 미래 주력전차(MBT) "알타이(Altay)"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SNT 다이내믹스의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BMC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Defense here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허로이 마케팅 이사는 '파워팩'이라고도 불리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SNT 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주력전차(MBT)를 위해 개발된 1500마력 한국형 파워팩입니다. 파워팩이란 자동변속기와 엔진을 하나로 합쳐 놓은 부품을 지칭하는 용어죠.”
허로이 이사는 또한 한국형 파워팩에는 전진 6단, 후진 3단 기어가 달려 있다고 설명하며 “이 변속기에는 제동 기능뿐만 아니라 주력전차 자체를 구동시키는 동력 전달계통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터키와 체결한 계약과 관련하여 해당 한국형 파워팩이 (사막을 포함한) 터키 모든 지형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결과에 만족한 터키 정부는 한국형 파워팩을 알타이(Altay) 주력전차 양산과정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간단하게 언급했다.
허로이 이사는 마지막으로 SNT 다이내믹스가 K2 흑표주력전차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에 한국형 파워팩을 통합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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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터키 군사전문지 Defense here가 2023년 10월 3일 게재한 기사 “High chances of seeing Korean power pack in Turkish Altay MBT (터키 알타이 주력전차에 탑재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한국형 파워팩)” 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Defense here는 “High chances” 즉, 대단히 높은 가능성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현재 터키 알타이에 탑재 가능한 파워팩은 두산 DV27K 엔진과 SNT 다이내믹스의 EST15K 변속기 외에는 달리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023년 5월 25일에 개최된 제15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1조 9,400억을 투입해 150여대의 K2흑표를 추가로 생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K2전차 4차 생산계획안을 의결했습니다. 방추위는 K2흑표 4차 생산을 의결하면서 SNT 다이내믹스의 EST15K 변속기가 새로운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4차 생산분에 탑재할 것이라는 내용도 함께 결정했죠.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제15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SNT 다이내믹스에 다시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터키 사막 지형에서의 가혹한 테스트를 단 한번의 고장도 없이 무난하게 통과하여 터키 수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형 파워팩의 터키 현지 테스트 결과를 지켜본 방위사업청이 예전에 문제를 일으켰던 변속장치와 제동장치 등에 현저한 성능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먼저 320시간의 변속기 내구도 검사를 시행하고 DV27K 디젤 엔진과 결합된 파워팩을 탑재한 시험용 전차가 3,200㎞의 거리를 문제없이 주행한다면 EST15K 변속기를 K2흑표 4차 생산분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이전 한국형 파워팩 테스트에서는 독일산 파워팩과 동등한 9,600㎞의 주행거리를 요구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꽤 큰 태도 변화가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EST15K 변속기로 구성된 한국형 파워팩은 7,110㎞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독일과 같은 9,600㎞의 주행거리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높은 허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방위사업청이 그런 비판을 수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뜻이죠.
SNT 다이내믹스는 EST15K 변속기를 K2흑표 파워팩에 탑재하는데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었는데요. DX KOREA 2020에 참가하여 그 동안 수입에만 의존했던 변속제어장치(TCU)와 변속장치(Range Pack), 정유압 조향장치(HSU) 그리고 유체감속기(Retarder) 및 브레이크까지 모두 국산화시켰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SNT 다이내믹스의 EST15K 변속기를 탑재한 파워팩을 폴란드 수출형 K2PL이나 중동 수출형 K2흑표에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한국형 파워팩의) 터키 수출 성공은 신뢰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사막 환경에서의 철저한 테스트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중동 수출에 필요한 별도의 환경 테스트를 생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가격만 적정하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SNT 다이내믹스 관계자도 현대로템에 대해 “대규모 생산이 점쳐지는 K2흑표인 만큼 독일산 파워팩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고요.
한가지 문제는 한국형 파워팩을 탑재한 터키 주력전차 알타이(Altay)가 K2흑표와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해외매체 Mezha Media는 2023년 4월 24일 기사를 통해 알타이(Altay)의 대당 가격이 1,375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186억 정도이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력전차 중 하나라고 보도했습니다. K2흑표에 사용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알타이는 1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지만 단 2대의 시제품만 생산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죠.
그에 비해 대한민국 K2흑표의 대당 가격은 1차 생산 당시 850만 달러, 현재 환율로 115억 정도인데요. 지금까지 400대 가까이 생산되었고 폴란드에 수출되는 K2흑표GF 수량까지 합쳐진다면 규모의 경제로 훨씬 더 저렴한 비용에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차”라는 타이틀은 이제 더 이상 K2흑표에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터키의 주력전차 알타이(Altay)가 K2흑표에 도전장을 내미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시기 상조이며 현대로템이 방심하지 않고 기술력을 축적해 나간다면 당분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극 받은 폴란드에 K2흑표가 대규모로 수출이 되었듯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의 안보 위기 상황 역시 K-방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봐도 현재 대한민국만큼 우수한 품질의 무기체계를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를 달리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렴하면서도 잔 고장이 없는 다목적 전투기로 사용할 수 있는 FA-50과 K9 자주포, K2 주력전차 같은 기갑전력 그리고 천궁 II와 K239 천무로 대표되는 유도미사일 체계들이 중동 지역에서 새롭게 주목 받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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