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군사전문지 디펜스 루마니아(Defense Romania)가 2024년 1월 27일에 게재한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KKMD 661화 『왕(K9)을 경배하라! 자주포 입찰에서 K9썬더를 최종 선택한 루마니아: 독일 PzH 2000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편을 통해 K9 썬더가 루마니아로 수출될 것 같다는 내용을 한달 전에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정황 증거들이 너무나도 명확해서 루마니아에 K9 썬더가 판매되는 것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국내 언론을 통해 정식으로 소개되기까지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정부 대 정부간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방산계약은 그만큼 관료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고 절차 문제에 보안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2~3년 정도는 일도 아닐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요. 오늘 소개할 디펜스 루마니아의 2023년 10월 25일 기사를 보면, 그런 측면에서 이번 루마니아 K9 썬더 수출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KKMD 661화에서도 언급했지만 루마니아에 제안되고 있는 한국산 무기는 K9 썬더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K9 썬더를 제조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 AS21 레드백까지 제안해 놓은 상태이며 디펜스 루마니아는 2월 27일 기사로 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에 번역해 볼 영상으로 남겨둘 예정이고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고 싶은 내용은 디펜스 루마니아의 2023년 10월 25일 기사입니다. “루마니아가 155㎜ 궤도형 자주포를 구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륜형 자주포는 왜 승리하는 제안이 되지 못했을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기사는 최근 프랑스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차륜형 자주포 세자르(Caesar)가 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낳은 명품 자주포 K9 썬더의 벽을 넘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먼저 디펜스 루마니아가 2023년 10월 25일에 게재한 기사를 살펴 본 뒤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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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는 155mm 자주포를 구매할 예정이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토대로 궤도형 자주포를 선택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강군(强軍)들이 차륜형 자주포보다 궤도형 자주포를 선호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루마니아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155㎜ 곡사포 체계'로 명명된 자주포 조달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왔다. 공공조달전자시스템(SEAP)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 업체인 롬테니카(Romtehnica)는 탄약을 포함한 대대급 155㎜ 자주포 시스템 조달을 위한 제한적 입찰을 시작했는데 이 계약의 추정 가치는 41억 레우, 한화 1조 2천억(VAT 별도)에 달한다.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도입되는 155㎜ 자주포 시스템은 포병 3개 대대를 구성할 수 있는 분량으로 자주포 54문과 탄약 그리고 병참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루마니아 국방부는 왜 차륜형 자주포를 포기하고 궤도형 자주포를 선택했을까? 우리는 그 해답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군대들은 차륜형 자주포 기술에 전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게 되었고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2023년에 새롭게 발발했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전쟁들은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퀴 달린 차륜형 자주포들의 무게가 궤도형 자주포보다 훨씬 더 가볍기 때문에 운반하기에도 편리하고 수송기로 손쉽게 공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막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실전을 통해 살펴보니 여러 지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군사작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차륜형 자주포가 아닌 궤도형 자주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주포뿐만 아니라 주력전차와 보병전투장갑차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그리고 군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비할 바 없이 명료하다. 남동 다국적 여단 사령관을 역임했고 루마니아 예비역 장교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는 버질 발라시아누 퇴역 육군장군 역시 차륜형 기술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에서 발라시아누 장군은 바퀴 달린 차량들이 향후 주요한 전투 수단이 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오늘날 그는 반대로 무한궤도 차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펜스 루마니아가 독점 보도한 유로애틀랜틱 오브젝티브 팟캐스트에서 군의 기동성 문제가 논의되었고 발라시아누 장군은 루마니아의 자주포 조달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래 저는 미래 전쟁에 초점을 맞춰 제 박사학위 논문을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논문 지도교수님은 제게 미래 전쟁의 형태와 양상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셨고 그 결과 논문 제목은 '보병 전투력'으로 결정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미래 보병 전투력의 핵심이 '궤도형 전투차량'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차륜형 전투차량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저 또한 잘못된 관점으로 미래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미국은 항공기로 공수가 불가능한 무거운 전투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대신 더 가벼운 중형 전투 자산으로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차륜형 장비들이 궤도형 장비들보다 가볍다는 것은 상식이었죠.
그러나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궤도형 장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궤도형 장비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맡은 임무에 따라 여단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만약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여단이 기갑여단이라면 주력전차, 보병전투장갑차 그리고 자주포 모두 궤도형 차량들이어야 할 필요가 있고 중무장 보병여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궤도형 장비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현재 발라시아누 장군은 차륜형 자주포의 경우 경무장 보병여단과 잘 어울린다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최신 세대 자주포 K9 썬더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들도 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 소속의 한국인들은 루마니아 육군에 자주포를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물론 이들이 제안하고 있는 제품은 당연히 K9 썬더이다. 디펜스 루마니아와 함께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들은 궤도형 기술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궤도형 자주포의 가장 핵심적인 장점은 두말할 필요 없이 모든 지형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차륜형 자주포에 비해 궤도형 자주포 시스템은 눈 덮인 들판이나 산악지형, 진흙탕이 되어 버린 비포장 도로나 사막 같은 어려운 지형뿐만 아니라 모든 도로 조건에서 기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프랑스 세자르 같은) 차륜형 자주포들이 기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된 반면 (한국 K9 같은) 궤도형 자주포 시스템들은 전투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지형에서 기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오늘날 현대 전장에서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궤도형 자주포의 작전적 이점을 이해한 대한민국을 선두로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핀란드, 호주, 이집트, 인도, 터키 등 전 세계 9개국이 K9 자주포 운용을 선택했습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핀란드, 인도, 터키 육군에서 1,800문 이상의 K9 자주포 플랫폼이 운용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폴란드, 호주 그리고 이집트에 추가로 700문의 K9 자주포가 인도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도 드러난 궤도형 자주포 K9썬더의 필요성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특공대의 야만적인 공격으로 대부분 민간인이었던 약 1,400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스라엘 방위군 IDF는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를 해체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북쪽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공격 가능성으로 인해 이스라엘 방위군 IDF는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육군 병력의 상당 부분을 합병해야만 했고 헤즈볼라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과 지상 개입이 준비된 가자 지구 접경 지역 모두에서 이스라엘 방위군이 M109A5 자주포를 포함한 궤도형 장비들을 배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자 지구에 궤도형 자주포가 배치된 것은 특히 하마스 특공대에 의해 1,400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해된 10월 7일 비극 이후 계속되는 위협과 침투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이 수립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 방위군 IDF는 레바논 국경을 따라 M109A5 자주포도 배치했다. 이 자주포들은 이란에 종속된 과격 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여 원점 타격하기 위해 특별하게 배치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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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디펜스 루마니아가 2023년 10월 25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군대들, 특히 그 중에서도 미군이 ‘차륜형 자주포’에 전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디펜스 루마니아의 지적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소 냉전이 끝난 이후, 예전 같은 전면전보다는 테러 단체들을 상대하는 국지전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 미국은 공수를 통해 신속하게 병력을 전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경전차 M10 부커나 장거리 다연장로켓포 하이마스(HIMARS) 같은 자산들은 수송기를 통해 공수가 가능하도록 경량화 전략을 선택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3년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10월 7일 개전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지금까지 미국이 추구해왔던 전투교리로써는 해결할 수 없는 전면전 상황을 등장시켰습니다.
전 세계를 전장으로 삼는 미국과는 달리 ‘공수’를 통한 신속한 전개를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는 대부분 국가들에게 있어 신속함과 경량화를 무기로 삼는 차륜형 자주포보다 어떤 지형에서도 우수한 기동성과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궤도형 자주포, 콕 집어서 이야기한다면 K9 자주포가 더 높은 효용성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직접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은 PCL-181 차륜형 자주포를 파키스탄에 300여문 정도, 에티오피아에 32문 정도 수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프랑스도 세자르(Caesar) 차륜형 자주포를 600여문 정도 다양한 국가에 수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디펜스 루마니아는 퇴역 육군장성 버질 발라시아누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성비와 우수한 기동성으로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차륜형 자주포들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는 내용의 분석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썬더가 해외 시장에서 계속 인기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AS21 레드백도 K9 썬더의 성공 가도를 그대로 밟아 나갈 수 있을지에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디펜스 루마니아가 2024년 2월 27일에 게재한 기사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 참여하는 AS21 레드백에는 최첨단 보호시스템과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편을 번역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X-D0xSI8E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