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의 기사들을 검색하던 중 평소 제가 관심 있어 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벌써 반년 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노르웨이 주력전차 수주전에서 독일 KMW의 레오파드(Leopard) 2A7이 현대로템 K2흑표를 물리치고 최종 선정된 이후 해외 군사전문지들 사이에서 “테스트 결과 K2흑표의 성능이 레오파드 2A7을 능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정치적, 지리적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게재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Meta Defense는 노르웨이 정부의 발표 내용과 함께 2023년 5월 12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서준모 현대로템 부사장과 나누었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여 실제로 K2흑표의 성능이 레오파드 2A7을 능가했을 개연성이 대단히 높으며 독일 KMW가 레오파드 2A7의 개량형인 2A8과 미래형 주력전차인 Leopard 2AX를 개발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K2흑표에게 성능평가로 뒤처지고 말았다는 충격적 사실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넥스터(Nexter)의 르클레르(Leclerc)를 그대로 베껴놓은 것처럼 K2흑표의 설계와 구조가 너무나도 흡사한 만큼, 수많은 프랑스 방산업체들이 뿌득뿌득 이를 갈고 있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는 글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평소 Meta Defense의 기사를 읽으며 냉철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만큼 K2흑표가 유럽 시장에 보여준 성능이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국내 군사전문지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폴란드 육군의 K2흑표 운용평가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___________________
2023년 2월 초, 노후화된 Leopard 2A4 중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주관한 주력전차 수주전에서 독일 KMW가 만든 Leopard 2A7과 대한민국 현대로템이 만든 K2흑표가 치열한 경쟁을 거친 끝에, 독일 Leopard 2A7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당국 발표에 따르면, 두 종류의 주력전차들은 성능과 예산 면에서 요구되었던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켰지만 정치적인 고려와 지리적인 접근성 때문에 독일 Leopard 2A7이 선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 발표를 바탕으로 분석해 본다면 해당 테스트 분야에서 독일 주력전차와 대한민국 주력전차가 거의 대등한 성능을 보였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현대로템 부사장과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은 노르웨이 주력전차 수주전 결과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계기가 되었는데 당시 인터뷰는 이미 주문된 180대의 K2흑표와는 별도로 폴란드 육군이 향후 인도 받기로 되어 있는 820대의 K2PL 중 일부를 폴란드 현지에서 공동생산하기 위해 현대로템과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 사이에 체결된 협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K2흑표에 기회를 준 노르웨이 정부에게 감사를 표했던 서준모 현대로템 부사장의 말에 따르면, 두 종류의 주력전차들을 평가해 본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뛰어난 기동성과 보다 더 현대적인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 정부에게 대한민국이 만든 K2흑표를 선택할 것을 권고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더구나 관세 측면에서도 현대로템의 제안이 독일 KMW의 제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KKMD 561화 『현대로템 서준모 상무 Defence24 인터뷰: 유럽시장을 노리는 ‘폴란드’산 K2PL의 성능은? 한국군 K2와 비교한다면?』편 12분 18초부터 관련 인터뷰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K2흑표 대신 독일의 레오파드2A7을 선택한 노르웨이 정부의 이번 결정은 (두 주력전차의 성능 차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정치적인 측면과 같은 유럽 국가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종류의 주력전차들이 성능과 예산 면에서 요구되었던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노르웨이 정부의 발언 또한 현대로템 부사장의 주장과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독일 KMW는 레오파드 2A7의 개량형인 2A8과 미래 버전 2AX의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는데 어쩌면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노르웨이 주력전차 수주전에서 대한민국 K2흑표가 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충격적 사실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 외에도 서준모 부사장은 Defence24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로템과 PGZ가 폴란드형 K2흑표, 일명 K2PL을 공동생산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설립하여 다른 유럽 국가들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협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루마니아가 언급되고 있었다. 따라서 현대로템의 목표는 PGZ가 기존에 운용하고 있던 시설을 활용해 2026년부터 최초의 K2PL을 인도하는 것이며 PGZ는 폴란드 정부가 발주한 820대의 K2PL 중 500대를 생산하고 나머지 320대는 현대로템이 대한민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과 이스라엘이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을 유럽 내에서 생산 및 수출하기 위해 시행했던 것과 동일한 전략을 적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엿보이는 두 회사는 K2PL 주력전차의 생산과 유지보수라는 측면에서 긴밀성을 확보하고 유럽 지역 군 수뇌부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폴란드 버전의 K2 주력전차, 즉 K2PL은 대한민국이 설계한 신형 하드킬(Hard-Kill) 능동보호시스템(APS)을 탑재한 채 몇 년 안에 등장할 것이 분명하고 현재 너무나도 많은 국가들이 현대전장에 적합하지 않은 구형 주력전차들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곧 이들을 교체할 수 있는 신형 주력전차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럽을 포함한 세계시장을 무대로 K2PL이 독일 레오파드 2A8/2AX의 주요 경쟁자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수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더해 대한민국 K2흑표는 폴란드와 대한민국에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생산 라인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주력전차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납품 기간 엄수'라는 측면에 있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강점을 자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로템은 대한민국 육군과의 협의 하에 전용 생산라인에서 K2흑표를 차출하여 신속하게 인도하는 능력을 선보인바 있는데 기존 중고 장비를 인도하는 경우와 비슷할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납품이 가능하다.
우리(Meta Defense)는 K2흑표의 설계와 구조가 넥스터(Nexter)의 르클레르(Leclerc)를 베껴놓은 것처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기갑차량과 지상무기체계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프랑스 방산업체들이 대한민국 K2흑표에 대해 뿌득뿌득 이를 갈고 있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 “The South Korean K2 Black Panther tank reportedly outperformed the Leopard 2A7 in the Norwegian competition (대한민국 K2흑표 주력전차의 성능이 노르웨이 수주전에서 레오파드 2A7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K2흑표 개발사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보면 K2흑표 개발에 영향을 미친 서구 전차들 중에 프랑스 르클레르(Leclerc)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K2흑표 시제품이 출시된 직후인 2007년 3월에 게재된 김정곤 기자 기사 내용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적과 아군 전차를 구별해 주는 피아식별 장치의 경우 맨 주먹으로 일궈낸 신화였다. 이 장치의 개발에 배당된 예산은 수억 원 정도. 최신의 르클레르 전차를 개발하면서 피아식별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는 우리의 예산 규모를 전해 듣고 코웃음을 쳤다. 피아식별 기술 개발에 약1,000억 원을 투입한 프랑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전차체계부1팀장 금동정(45)박사는 “정부예산으로는 실제 개발이 불가능했는데 제작업체인 현대로템 측이 적잖은 개발비를 투자했다”고 현대로템 측에 공을 돌렸다.』
프랑스 관계자가 K2흑표 피아식별 기술 개발에 배당된 예산 규모를 전해 듣고 코웃음을 쳤다는 대목에서 개발자들 간에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어떤 이들은 르클레르의 자동장전장치를 역설계 하여 K2흑표의 자동장전장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전차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eta Defense가 K2흑표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르클레르를 베꼈다고 볼만큼 설계 및 구조에 있어서의 유사성”의 구체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서방 유명 전차들의 장점을 모조리 따왔다”라고 주장한다면 수긍할 마음이 있습니다.
국내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리뷰는 최근 K2흑표GF를 수령 받은 폴란드 육군의 K2흑표 운용평가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폴란드 육군은 러시아제 T-72와 독일제 레오파드 2A4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M1A2 에이브람스를 운용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K2흑표의 객관적 성능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만약 폴란드 육군이 K2흑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면 노르웨이 수주전에 이어 유럽 전역에 K2흑표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폴란드는 200㎞의 거리를 100시간 정도 주행하면서 전차포 사격도 3회 실시하는 등 고난도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입증된 K2흑표의 장점을 하나씩 열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고속 시동이 가능하다. 1970년대에 개발된 레오파드 2는 전차를 가동하기 전에 공기압, 유압, 배터리 상태 등을 점검해야 하고 엔진 작동 시퀀스도 복잡해 고속 시동이 어렵다. 그에 비해 K2흑표는 원 터치로 시동이 가능하다.
둘째. 암내장형 유기압식 현수장치는 레오파드 2A4를 압도하는 야지 기동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전자장치들과 함께 장시간 임무 수행에도 전투피로를 극적으로 낮춰주는 장점이 있다.
셋째. 레오파드 2 시리즈와 M1A2 에이브람스와 대비되는 K2흑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자동화된 장전장치에 있다. 차체가 흔들리는 기동간 사격에 있어 수동장전을 해야 하는 레오파드나 M1A2는 분당 4~6발 정도로 장전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사고의 위험성도 커지지만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한 K2흑표는 기동 시에도 분당 10발 이상의 발사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사격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K2흑표는 표적 자동추적 능력 등도 갖추고 있어 이동간 사격 능력에서도 레오파드를 압도하고 있다.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K2흑표에 탑승하여 테스트를 진행했던 폴란드 기갑병들은 러시아 T-72와 독일 레오파드 2 시리즈 그리고 미국 M1A2를 운용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들이 K2흑표에 대해 레오파드 2나 M1A2 계열 전차들보다 구조적으로 한 단계 향상된 버전이라고 호평하고 있으니 K2흑표의 능력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소한 개선점들도 지적되고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K2PL 버전에서 손보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입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KzZh6UFd_b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