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SBS의 김태훈 국방 전문기자는 뉴스 보도를 통해 KF-21 보라매와 그에 장착될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이 함께 전력화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와 함께 KF-21에 장착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하 장공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는데요.
KF-21용 장공지 후보로는 국산 개발예정인 천룡(天龍)과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이 개발한 타우러스 미사일을 축소 개량한 KEPD 350 K-2 그리고 터키제 쏨(SOM)이 경쟁하고 있다고 김태훈 기자는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터키 로케산에 의해 개발된 공대지 미사일 쏨(SOM)의 사정거리는 250km 정도로 국산 천룡(天龍) 공대지 미사일이나 독일제 타우러스 K-2가 보유하고 있는 500km 사정거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터키 쏨(SOM)은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국내 군사전문가나 국방전문 기자들 중에 KF-21용 장공지 사업에 터키 쏨(SOM)을 언급하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터키 쏨(SOM)에 대해 한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요.
지금은 물 건너 갔지만 터키가 F-35를 도입하면서 내부 무장창에 장착하려고 콤팩트 하게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이 바로 쏨(SOM) 시리즈입니다. F-35 도입이 무산된 지금 터키는 이 쏨(SOM) 중공지를 무인 드론에 장착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사정거리가 짧은 대신 가볍다는 뜻이죠.
따라서 내부 무장창이 탑재되는 스텔스 버전의 KF-21 Block 3나 상대적으로 무장탑재력이 떨어지는 FA-50에 장착되면 또 모를까 터키제 쏨(SOM) 중공지는 세미 스텔스 버전인 KF-21 Block 2에 장착하기에는 우리 공군의 ROC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타우러스가 제안하고 있는 KEPD 350 K-2는 FA-50에도 장착이 가능한 무게인 동시에 기존 타우러스 미사일과 대등한 사거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공군의 ROC를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태훈 기자 외에는 터키 쏨(SOM)에 방점을 두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러 군사 저널리스트의 글을 읽어보면 2026년 KF-21이 실전배치 될 때까지는 타우러스 시스템의 KEPD 350 K-2를 장착한다는 가정하에 국산 공대지 미사일 천룡(天龍)을 별도로 개발해 나가는 투(two)트랙 전략을 주장하는 내용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제가 이번 2021 서울 ADEX에서 특히 관심 있게 둘러 본 곳이 바로 KF-21용 공대공 미사일을 공급하는 MBDA와 KF-21용 장공지와 관련 깊은 타우러스(Taurus)시스템 그리고 AH-1Z 바이퍼를 내세우고 있는 텍스트론 벨(Bell) 부스였습니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천룡(天龍) 장공지 미사일 모형을 보면서 LIG 관계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한화 부스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보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번 2021 ADEX 특집들을 통해 제가 들었던 이러한 정보들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시청자 여러분들께 전달할 생각입니다. 세계적인 방산기업 부스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가지 알게 되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부스를 책임지고 있는 직급 높은 담당자들이 보통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부스마다 한국 직원들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보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방산업계의 공통점이고 직급이 낮다 보면 아무래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직급이 높은 외국인 임원(Director)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어(大漁)를 낚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각 부스를 가면 외국인 임원부터 먼저 찾아가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2021 서울 ADEX MBDA 부스에서 만난 기술직 임원(Technical Director) 해리 톰슨(Harry Thompson)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드리려 합니다.
미티어 미사일 탄두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에게 영국과 일본이 합작하여 개발하고 있는 신형 미티어 JNAAM의 성능을 물어보고 대한민국에 제공하게 되는 미티어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또한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AIM-260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았고요.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지난 2020년 9월 30일 군사 전문지 Janes.com이 게재한 JNAAM 관련 기사 하나를 살펴 보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Japan pushes forward with JNAAM co-development (일본, MBDA와 함께 일본형 미티어 JNAAM 공동개발을 추진하다)” 라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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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은 영국 MBDA와 함께 합동 신형 공대공 미사일(Joint New Air-to-Air Missile: JNAAM)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일본 재무성에 12억엔, 한화 약 120억에 달하는 2021 회계연도 예산을 요청했다.
방위성의 한 관리는 9월 28일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요청된 120억의 예산은 합동 신형 공대공 미사일 JNAAM의 프로토 타입을 시험 생산하는데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 문서에 따르면 이 공동개발 프로그램은 2018 회계연도에 시제품 생산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2022 회계연도까지 시제품의 시험 생산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영국과 일본 두 나라는 미사일 시제품의 성능을 평가한 뒤 양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4년 시작한 영국과 일본간의 이 공동 연구 프로젝트는 일본 달력으로는 2024년 3월에 해당하는 2023 회계연도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Janes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영-일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는 영국의 미사일 기술은 MBDA의 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BVRAAM)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측에서는 미쓰비시 전기가 AAM4B 공대공 미사일을 위해 개발한 첨단 AESA 레이더 탐색기(seeker)기술을 영국이 보유한 미티어 미사일의 덕티드 램젯 추진체 기술과 통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BVRAAM)의 성능과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합동 신형 공대공 미사일 JNAAM의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머지않아 개발될 JNAAM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록히드 마틴 F-35 라이트닝 II 멀티롤 전투기에 통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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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s의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공 유도미사일 JNAAM은 영일 양국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탄생한 물건입니다.
일본은 자국 전자기술과 F-2라는 국산 플랫폼을 활용하여 AAM-4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AAM-4 공대공 미사일이 F-35의 내부 무장창에 수납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는 문제점에 봉착하게 됩니다. 마침 영국도 F-35에 미티어 미사일을 수납하기 위한 개량사업을 준비 중이었죠.
이왕 개량하는 김에 미티어의 성능을 보다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영국의 눈에 일본이 가지고 있던 우수한 질화갈륨(GaN)기반의 AESA 레이더 기술이 포착되었고 미국의 AIM-120B를 추종하여 AAM-4를 개발했던 일본은 미티어 미사일이 가지고 있는 덕티드 램젯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덕티드 램젯 미사일은 여느 미사일과는 달리 공기만 충분히 흡입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추진력을 조절하여 연료를 아껴두었다가 목표물과 근접한 거리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종말 유도제어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에 비해 AIM-120 암람처럼 추진기관으로 로켓모터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발사초기 로켓연소 단계에서는 최대의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연료가 소진된 이후로는 관성으로만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종말 단계에서의 명중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회피할 수 없는 회피불능구역(No Escape Zone: NEZ)가 어느 정도 되느냐가 공대공 미사일 성능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유명한 공대공 미사일들의 NEZ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극비 사항이기 때문이죠. 어찌 되었든 마지막 순간에 오히려 스피드를 더 높을 수 있는 미티어 미사일은 그런 이유로 암람보다 훨씬 넓은 회피불능구역(NEZ)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질화갈륨(GaN) 기반의 AESA 레이더를 사용하는 일본의 탐색기(seeker) 기술이 더해지면 탐지거리가 대폭 확대되고 종말 유도단계에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스텔스 목표물까지도 탐색하여 격추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니 영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JNAAM에 대해 대한민국이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먼저 MBDA의 영국출신 기술직 임원 해리 톰슨(Harry Thompson)에게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알고 있는지를 묻고 난 다음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일본의 개량형 미티어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MBDA가 대한민국에도 미티어를 판매하면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일본과 개량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질문해 보았습니다.
해리 톰슨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먼저 한일 양국간의 역사적 긴장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뒤 영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JNAAM은 “개량된 미티어”가 아니라 “미티어의 파생형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미티어는 유럽 6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미사일이기 때문에 “개량된 미티어”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6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미티어의 뒤를 잇는 차세대 미티어가 등장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듣는 제가 왠지 말 장난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쨌든 JNAAM은 대한민국에 판매될 미티어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더니 톰슨은 “MBDA는 언제라도 한국과 새로운 미티어의 파생형을 만들 준비가 되어있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한민국의 AESA 레이더 기술력도 일본 못지 않으니 공동 협력하여 새로운 미티어 파생형을 만들면 된다는 뜻이었죠.
사실 AESA 레이더를 만드는 그 자체도 매우 어려운 기술이지만 운용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에 따라 AESA 레이더 성능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F-35A의 경우 탑재된 AESA 레이더는 미 공군과 같은 사양이지만 운용 소프트웨어가 다운 그레이드 되어 있어 성능에 큰 차이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MBDA가 AESA 레이더 탐색기 운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일단 JNAAM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해두고 미티어의 그 유명한 회피불능구역 NEZ에 대한 질문도 해보았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미티어의 NEZ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은데 힌트라도 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능청스러운 웃음과 함께 자기도 모른다며(진짜 모를까?) 대신 미티어를 도입한 나라들은 모두 그 성능에 대해 만족하며 AIM-120 암람을 도입한 나라들보다 행복해 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AIM-260 JATM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도 해보았습니다.
최대 사정거리 200km를 천명하고 있는 AIM-260 공대공 미사일에 대해 미 공군은 미티어와는 달리 램젯 추진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어떤 혁신적인 방식으로 20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달성할 것인지 미국 내 전문가들도 궁금해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동시에 2022년까지 초기 운용능력(IOC)를 달성하고 심지어 2026년에는 AIM-120보다 더 많은 수의 본격적인 양산체계로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요. MBDA의 해리 톰슨은 이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습니다.
미티어 탄두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엔지니어로써 미티어급의 공대공 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미국이 제대로 된 AIM-260 JATM을 만들어 내려면 지금부터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즉, 아무리 빨리 잡아도 2030년대가 넘어서야 AIM-260의 등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AIM-260 개발사인 미국 록히드 마틴의 예상과는 다소 큰 차이가 있는데요.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추론이었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해리 톰슨(Harry Thompson) MBDA 기술직 임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보면
첫째. 영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JNAAM은 미티어의 파생형에 불과하며 부분적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파생형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그 잠정적 파트너 중의 하나다
둘째. 미티어의 회피불능구역(NEZ)가 정확하게 얼마 정도인지 알려줄 수 없다. 다만, AIM-120 암람보다 월등한 성능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의 민간전략연구기관 국제전략연구소 IISS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미티어의 NEZ를 60km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역주)
셋째. 미국의 차세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AIM-260 JATM은 미 공군이 예상하는 시기에 실전배치 되지 못할 것이다. 최소 앞으로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도로 요약되겠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2021 ADEX 특집에는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 부스에서 만난 앤더스 엑스바크(Anders Axebark) 이사와의 인터뷰와 텍스트론 벨(Bell) 부스에서 만난 담당 책임자와의 AH-1Z 바이퍼에 대한 인터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외신링크 https://www.janes.com/defence-news/news-detail/japan-pushes-forward-with-jnaam-co-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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