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35화를 통해 터키가 개발 중인 전차 알타이(Altay)에 장착할 한국형 파워팩 수출 소식을 전해 드리면서 특히 터키에 대한 핵심 기술이전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파워팩 핵심 기술이 없는 터키는 이탈리아의 엔진제작업체 Fiat/Iveco와 손잡고 자체 파워팩 바투(Batu)를 올해부터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알타이를 하루라도 빨리 생산해야 하는 터키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고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독일 파워팩보다는 내구성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한국형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방산기업도 일감이 있고 수익이 있어야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고 전략적 관점에서 주요 방산기업의 생존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만 할 때도 있다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 전문지 Defense News가 11월 11일자 기사로 전한 기사를 보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사청이나 국방과학연구소에 지적 소유권이 있는 원천기술을 해외에 이전할 때는 되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결정자의 태도가 아닐까? 라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던 것은 솔직히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11월 11일에 게재된 미국의 군사 전문지 Defense News의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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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개발 중인 최초의 토착 전차 알타이(Altay)에 파워팩을 공급하기 위한 터키와 대한민국 업체들간의 협상이 터키 국내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공동 생산한다는 계획에서 기술이전은 없는 완제품 공급계약으로 내용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터키 조달청 및 관련 업계 소식통이 Defense News에게 전했다.
지난 10월 대한민국과 터키는 알타이 전차에 필요한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팩을 한국업체들이 공급하겠다는 매매동의서에 서명했다. 10월 22일 체결된 이 협정은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Mevlut Cavusoglu) 외무장관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관의 회담에서 이루어졌다.
알타이를 만들고 있는 터키 장갑차 제조업체 BMC는 대한민국 방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이제는 현대중공업에 합병되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되었음) 및 S&T 다이나믹스와 함께 알타이 전차의 파워팩을 공동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적 계약을 협상 중이다. 이 계약이 별다른 문제없이 성사되었다면 이들 아시아 기업들은 터키에서 공동 생산될 파워팩을 구성하는 엔진과 변속기 메커니즘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터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계약을 둘러싼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과 터키가 기술이전을 통해 파워팩을 공동 생산한다는 옵션은 이제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새롭게 합의되고 있는 내용은 완제품으로 한국형 파워팩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한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국-터키간의 파워팩 공급계약이 기술이전을 통한 공동 생산 방식이 아니라 완제품 공급형태라는 점을 확인해 주었지만 미국의 정치적 개입 때문에 이 계약이 방해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터키에 대한 그 어떤 파워팩 관련 기술이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미국의 하원의원 41명은 터키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안토니 블링켄(Antony Blinken) 미 국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당파를 떠나 작성된 이 초당적 서한은 러시아제 S-400 방공 시스템을 인수한 터키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했던 것은 '미국 적대 세력에 대한 통합제재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터키는 또한 F-35 합동타격전투기 프로그램에도 퇴출되면서 이 첨단 전투기를 단 한대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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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통해 방사청이나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기술이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압력이 두려워서 완제품 제공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그렇다면 처음부터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 또한 걱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간 방산거래의 상당 부분이 그 나라의 외교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앞으로 방산수출 분야에 있어 여러 장면과 장소에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나라가 바로 터키입니다. 비록 터키의 산업 인프라나 기술적 성숙도가 우리보다는 떨어진다고 해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집중적인 투자에 힘입어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터키의 방산업입니다. 특히 무슬림 국가인 터키는 종교적으로 형제라는 점을 내세워 중동이나 동남아 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습니다.
아직 성능이나 신뢰라는 측면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서방 강자들과 경쟁이 어려운 대한민국이 그나마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 터키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가성비와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내세우는 판매전략도 서로 겹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터키는 해외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면 항상 『기술이전』과 『자유로운 해외 판매권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만약 터키에 파워팩 핵심기술이 이전된다면 K2 흑표의 기술을 이전 받은 알타이 전차와 K9 썬더 자주포의 기술을 이전 받은 프르트나(Firtina) 자주포의 등장으로 조만간 K2흑표와 K9 썬더 자주포의 해외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는 점도 이미 지적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이 터키에 대한 파워팩 기술이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고 걱정이 됩니다.
따지고 보면 KF-21 보라매에 장착되는 GE의 F-414 엔진도 미국 정부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됩니다. 현재 F-414 엔진을 국내에서 면허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F-414 엔진의 국산화율은 40%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중요한 항공용 소재기술까지 국산화시킬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모두의 염원인 제대로 된 ‘국산 항공엔진’의 개발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죠. 물론 지금으로부터 꽤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번 『한국형 파워팩의 터키 기술이전 불가』 사건을 거울 삼아 우리 정부가 특정 국가에 대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저보다 경험 많고 뛰어난 머리를 지닌 정책 결정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최선의 결정을 해주겠지만 적어도 몇 백억, 많으면 몇 십조의 돈이 들어가는 방산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자원들이 모두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경쟁국에 대한 『기술이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좀 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Altay power pack talks between Turkey, SKorea changes to off-the-shelf supply
A procurement official confirmed the off-the-shelf approach but voiced concern about a potential political intervention blocking the deal.
www.defens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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