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5월 29일 이탈리아의 항공전문지 아날리지 디페자(analisi difesa)는 아프리카 서부 국가 세네갈에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만든 터보프롭 훈련기 겸 경전투기인 KA-1S 4대가 수출되어 그 중 2대가 세네갈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실었습니다.
보통 전투기라고 하면 엄청난 굉음을 내며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제트 전투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첨단 과학의 총아라고 불리는 제트 전투기인만큼 만들기도 어렵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제트 전투기이다 보니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생산보다는 수입을 해야 하고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비로도 매년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을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쏟아 붓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요한 제트 전투기를 자국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의 희망사항이 되었지만 실제 그런 능력을 보유한 나라들은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동남아에서 제법 강한 공군력을 자랑한다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제트 전투기의 자국 생산은 불가능하며 해외에서 수입하여 보유하고 있는 4세대 제트 전투기의 숫자가 50~6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공군에 투자할 경제적 여력이 훨씬 더 떨어지는 많은 나라들에게 있어 4세대 전투기들조차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비싸고 귀한 전력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이 그 대안으로 프로펠러로 비행하는 터보프롭 전투기들을 찾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경제 사정이 좋다는 세네갈의 공군 전력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요. 수송기 2대와 프로펠러 훈련기 6대 그리고 헬기 13대가 공군 전력의 전부입니다. 그 중에서도 5대의 러시아산 공격헬기 밀 Mi-24/35가 세네갈 공군의 주 전력이며 제트 전투기는 현재 단 한 대도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반군과의 전투에 필요한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터보프롭 전투기가 절실했던 세네갈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브라질 엠브라에르사의 슈퍼 투카노를 조달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갔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터보프롭기가 바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A-1S입니다. 해외 기사 원문에서는 계속 KT-1 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훈련기인 KT-1을 경공격기 버전으로 파생시킨 형태가 KA-1이고 세네갈이 요구한 기종은 경공격기 버전이기 때문에 모두 KA-1S로 바꿔서 해석을 했습니다. KA-1S의 S는 세네갈을 뜻합니다.
일단 기사 원문을 해석해 본 뒤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슈퍼 투카노와 KAI의 KA-1S를 비교해 보고 이번 KAI KA-1S의 아프리카 수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와 KAI가 T-50의 경전투기 버전인 FA-50도 세네갈에 판매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네갈 정부는 대한민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발주한 경 훈련기 겸 대 반군 공격기인 KA-1S 4대 중 2대를 처음으로 인도받았으며 나머지 2대는 2020년 10월까지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발간하는 잡지 Fly Together 최신호에 따르면 이 두 전투기는 2020년 4월 3일에 인도되었다. 이번 KA-1S 인도는 4월 4일 세네갈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진행해 달라는 세네갈 정부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세네갈 출신의 KA-1S 파일럿과 정비사에 대한 훈련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비록 원래는 훈련기로 설계된 프롭 항공기인 KT-1이지만 KA-1이라는 명칭을 가진 경공격 전투기 사양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공격기인 KA-1 버전에서는 기관총과 폭탄, 로켓탄 그리고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탑재가 가능하다. KA-1은 Pratt & Whitney Canada에서 제작한 950 마력의 출력을 지닌 PT6A-62 단일엔진으로 구동되는데 최고 속도가 시속 648km에 이른다.
(인터넷 상으로 여러 자료를 대비해 보면 KA-1의 최고 속도는 시속 520km 정도라고 소개되고 있는데요. 유독 이 기사에서는 시속 648km라는 소개를 하고 있어서 좀 더 자료를 찾아봤더니 시속 648km는 초과금지속도 Never Exceed Speed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기체 설계상 절대 넘으면 안 되는 속도는 648km 이지만 통상적인 의미의 최고속도라면 시속 520km가 맞습니다. 같은 터보프롭 전투기로 유명한 슈퍼 투카노의 경우에도 최고 속도는 520km로 비슷합니다. 다만 무장탑재가능 중량과 체공 시간에서 차이가 납니다. 상세한 내용은 기사 번역 이후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역주)
2013년 세네갈 정부는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와 터보프롭 전투기 슈퍼 투카노(Super Tucano)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양자간 합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세네갈은 2016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A-1을 4대 주문했다. 세네갈 정부의 이러한 선택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제품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제품 전반에 걸친 아프리카 시장 개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한 이 국가의 공군은 2014년과 2019년 프랑스 공군으로부터 퇴역한 프롭 훈련기 TB-30 엡실론 6대를 무료로 공여 받았지만 함께 운용할 수 있는 훈련기 숫자가 여전히 부족했다.
TB-30 엡실론은 현재 세네갈 공군에서 운용 중인 유일한 전용 고정익 훈련기이다. 세네갈 공군은 Rallye 235 Guerrier 프롭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CN-235 수송기 3대(신형 1기, 중고 2기)를 인수해 1950년대에 출시된 Fokker F27-400 수송기를 대체하기도 했다. 해상 감시정찰기 NC-212-200과 해상 초계기 CN235-220도 각각 1대씩 주문한 상태이다.
제트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세네갈 공군은 러시아산 Mi-17 보병수송헬기 2대와 역시 러시아에서 들여온 Mi-24/35 공격헬기 5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체코에서 제작한 4대의 훈련기 겸 경전투기 L-39NG를 발주하여 올해부터 실전 배치할 예정이며 세네갈에서 유일한 제트 전투기이자 가장 중무장한 전투기가 될 L-39NG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 사이드와인더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항공 전문잡지 아날리지 디페자(analisi difesa.com)가 2020년 5월 29일 게재했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바꾼 이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점, 미리 말씀 드리겠습니다.
원래 세네갈은 KAI의 KA-1S가 아닌 슈퍼 투카노(Super Tucano)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슈퍼 투카노의 가격은 900만 달러에서 1,400만 달러 사이 한화로는 108억에서 169억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KAI의 KA-1S는 700만 달러 한화 84억 정도의 가격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13일 나우뉴스에 게재된 김대영 군사평론가의 기사에 따르면 KA-1S의 자체 가격도 저렴하지만 운용 유지비도 기존의 터보프롭기에 비해 6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의 터보프롭기는 슈퍼 투카노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사실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두 기종 모두 프랫&휘트니 캐나다의 PT6A계열 엔진을 사용하지만, 슈퍼 투카노의 경우 1,600마력인데 반해 KA-1S는 950마력으로 출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최고 속도는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일견 의아한 부분인데요. 비밀은 바로 페이로드 (무장적재량)에 있습니다. 슈퍼 투카노의 무장 적재가능 중량은 대략 1500kg 정도이지만 KA-1S의 경우 600kg 정도로 다소 빈약한 편입니다.
체공 가능 시간도 슈퍼 투카노의 경우 최대 8시간이 넘지만 KA-1S의 경우 3시간30분 정도입니다. 결론적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KA-1S의 엔진은 본격적인 경전투기 용도로 쓰기에는 출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뜻이 되겠네요. 하지만 이런 차이가 저렴한 기체 가격과 낮은 유지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처음부터 좀 더 강력한 엔진을 썼다면 슈퍼 투카노급의 터보프롭기가 탄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만 KAI가 KA-1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원래 우리 공군이 슈퍼 투카노급 성능의 기체를 요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KA-1S의 가격과 운영 유지비를 슈퍼 투카노의 60~70%로 억제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의 수출 가능성에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기사에서도 설명되었지만 KA-1S는 KT-1의 공격기 버전입니다. 따라서 주날개 아래에 무장을 운용할 수 있는 무장장착점이 좌우 각각 2개씩 있으며 동체 아래에 또 하나의 무장장착점이 있어 총 5개의 하드 포인트(무장장착점)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무장 제어장치와 임무 컴퓨터를 탑재하고 있는데 기본 무장으로는 70mm 로켓탄과 12.7mm 기관총 건포드가 장착되어 있으며 적외선으로 추적되는 AIM-9 사이드 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이 가능합니다. MK-81/82 등 250/500파운드 항공 투하용 레이저 유도 및 무유도 폭탄 2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채프와 플레어도 발사가 가능하죠. 임무 컴퓨터와 관련하여 조종석에는 전방시현장비인 HUD(Head-Up Display)와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으며 이러한 장치들은 KA-1S의 전투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물론 슈퍼 투카노나 KA-1S 모두 저속 전투기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대공 방어망을 갖춘 적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데는 높은 위험도가 따릅니다. 하지만 제트 전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입비와 유지비 그리고 체공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 때문에 정규군이 아닌 테러 집단 혹은 반군 등을 상대하는 데는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KA-1의 성능 강화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봐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현재 200대가 넘는 숫자의 훈련기 KT-1과 공격기 버전 KA-1이 인도되었거나 주문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그 중 절반인 100여대는 대한민국 공군이 도입했지만 나머지 100여대는 해외로 수출된 숫자입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슈퍼 투카노의 경우 총 240여대가 만들어졌고 역시 그 중 100대 정도는 브라질 공군이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140여대는 해외로 수출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터보프롭 전투기 시장의 수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FA-50의 업그레이드에 우리나라 공군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KA-1의 업그레이드에도 역시 공군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하지 못한 예산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FA-50이나 KA-1같은 소형 전술기의 성능개량에 예산을 선뜻 쓰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천조국 미국도 OA-X 프로그램을 통해 터보프롭 전투기 운용 사례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KA-1S 수출을 계기로 세네갈에 FA-50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고 있지만 제트 전투기가 전무했던 세네갈은 올해 최초로 체코산 훈련기 겸용 경전투기 L-39NG 4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L-39NG의 가격은 1200만 유로 한화 163억 정도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775km, 무장 탑재량은 1,200kg입니다. 이에 비해서 대한민국 KAI의 FA-50의 경우 최고속도는 두 배에 가까운 마하 1.5이며 무장 탑재량은 4,000kg이 넘습니다.
사실 성능 면에서는 두 기종의 비교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FA-50의 블록10, 블록20 업그레이드는 이미 확정된 사항으로 볼 수 있으며 타게팅 포드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AMRAAM 운용이 가능해진 블록 20의 FA-50은 F-16C/D 보다 약간 열세를 보이는 수준의 전투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만 되도 세네갈 공군 입장에서 볼 때는 주력 전투기 자리를 당당하게 꿰어 찰 수 있을 정도일 텐데요. 만약 AESA 레이더와 추가 연료탱크로 작전반경이 확장된 FA-50이라면? 생각만 해도 흐뭇하네요.
이 포스팅을 유튜브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vpGElwy8w58
'대한민국 공군 무기체계 > 대한민국의 날개 KF-21과 FA-50' 카테고리의 다른 글
[Janes] KF-21, 세계 5번째로 자체개발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항모 잡는 전투기가 되다! (0) | 2022.03.28 |
---|---|
[Kevin's 패치워크] AIM-120 AMRAAM을 능가하는 한국형 공대공 미사일 K-JATM을 만들어라! (0) | 2022.03.14 |
[IISS] 방위항공산업 및 훈련기시장의 떠오르는 신흥 강자들: 대한민국 T-50과 브라질의 슈퍼 투카노 (0) | 2022.02.20 |
[National Interest] 대한민국의 KF-X가 온다!(2부) 5세대? 6세대? KF-X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 (0) | 2022.02.13 |
[National Interest] 대한민국의 KF-X가 온다! (1부) 스텔스 버전의 Super F-16? (0) | 2022.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