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미국에서 KF-X에 대한 분석기사가 올라왔습니다. 2020년 4월 11일 미국 국방전문매체 National Interest는 “KF-X: South Korea Wants Its Very Own 'Stealthy' Fighter (More Like a Super F-16?)”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해석해 보면 “KF-X: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만든 스텔시한 전투기(오히려 슈퍼 F-16이라고 불러야 하나?)”정도로 해석이 됩니다.
이 기사는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외신들 중에서 KF-X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며 많이 공부를 하고(?) 작성한 티가 나는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인 2020년 4월 11일 세계일보의 박수찬 기자는 “한국형 전투기는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동시에 기고했습니다. KF-X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죠. 미국 외신에서 KF-X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의의는 무엇이며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를 실은 날에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에서는 KF-X 프로그램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것입니다.
2019년 10월 8일 한국국방안보포럼의 김민석 연구위원은 ‘한국비즈’에 기고한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험비행과 완성 과정에서 또 경계해야 할 것은 KF-X의 성능에 대한 비판이다. 이미 개발하기도 전부터 4.5세대 전투기인 KF-X의 예상 성능이 5세대보다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시험비행과 초도 양산 때까지 성능에 대한 비판은 줄지 않을 것이다. 진화적 개발 전략으로 초기에 생산되는 KF-X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석 연구위원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예정에 따라 순항 중인 KF-X이지만 진짜 어려운 난관은 이제부터라고 보았습니다. 실제 전력화 되는 그 날까지 KF-X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까지 하면서 말이죠. 전문가들 틈에 끼인 우리들로서는 어느 쪽 이야기가 더 팩트에 가까운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비교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외신의 시선으로 KF-X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럼 외신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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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연구개발 및 제작 지연 상황을 경험하며 지지부진했던 거의 20년 동안의 논란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은 레이더에 노출되는 단면적을 상당부분 감소시킨 최첨단 국산 전투기 KF-X 보라매를 순조롭게 제작하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공군은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F-5E 프리덤 파이터 157대와 F-4E 팬텀 전투기 69대를 교체하기 위해 KF-X 120대를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9년 성남 박람회에서 선보인 실물 모형의 디자인을 봤을 때 KF-X는 이미 대한민국 공군에 도입되어 있는 록히드 마틴사의 F-35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를 쌍발 엔진 전투기로 변형한 듯한 설계 사상을 담고 있었다.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만약 예정된 모든 스케줄대로 차질 없이 개발이 진행된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2021년 4월까지 KF-X 시제기를 완성하고 이듬해인 2022년에 첫 비행을 성공시킨 뒤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KF-X는 종종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묘사되고 있지만 정작 KF-X를 설계한 개발자들은 4.5세대 전투기를 염두에 두고 KF-X를 설계한 것이라고 항상 밝혀왔으며, KF-X를 프랑스의 다쏘 라팔(Dassault Rafale), 유럽연합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스웨덴의 사브(Saab)사가 제작한 그리펜(Gripen)-E 그리고 미국의 보잉(Boeing)이 제작한 슈퍼 호넷(Super Hornet) Block III 등과 동급 성능의 전투기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KF-X의 본래 컨셉을 잘 살펴보면 한국형 F-22 Raptor라기 보다는 오히려 제한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 F-16에 가깝다.
다른 최첨단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KF-X도 엄청난 개발비용이라는 불가피한 난관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추정되고 있는 개발비용은 78억 달러, 한화 9조 5천억에 달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정도 개발비용도 너무 낙관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KF-X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관계자들은 KF-X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실제로 KF-X 프로그램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개발 지연과 정치 공세에 시달려 왔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부분은 KF-X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전투기들 중 50대를 IF-X라는 이름 하에 인도네시아에게 조달해 주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전체 비용의 20%를 인도네시아로부터 투자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화 약 1조 7천억에 이르는 부담 분 중 2,300억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지불한 이후, 현금이 아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CN-235 수송기로 현물 상환을 하겠다며 한국 정부와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운 역경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KF-X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상상의 전투기가 아니라 눈 앞을 날아다니는 실제 전투기의 모습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 12톤 무게의 전투기는 대한민국 항공엔진 회사인 한화와 제너럴 일렉트릭의 합작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F-414 터보팬 엔진 2대를 장착하여 날아가게 되는데 미 해군의 Super Hornet과 스웨덴의 Gripen도 역시 같은 F-414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KF-X의 최대 속도는 마하 1.8, 항속거리 또한 2,900 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F-X는 F-16보다 훨씬 더 큰 전투반경을 자랑한다. 또한 KF-X는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F-16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의 순항 비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될 확률이 높지만 최대속도라는 측면에서는 F-16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KF-X의 최대 속도는 마하 1.8인데 비해 F-16의 최대속도는 마하 2 정도입니다. 쌍발 기체인 KF-X의 최대 속도가 F-16보다 낮은 이유는 같은 F-414 엔진을 사용하는 F/A-18 슈퍼호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F/A-18 슈퍼호넷의 매뉴얼에 따르면 마하 1.8부터는 흡입구의 기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팬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역주)
KF-X의 항전 장비에는 능동전자 주사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 및 추적 장치(IRST), 전자 광학 조준 시스템, 그리고 자기 방어를 위한 전자전을 대비한 ALQ-200K 무선 주파수 교란장치 등 최첨단 전투기에게 기대되는 모든 첨단 시스템이 통합될 것이다.
(KF-X의 통합 전자전 시스템은 레이더 경고장치(RWR)과 내장형 전파방해장치(ECM) 그리고 채프 및 플레어 발사기로 구성되며 내장형 전파방해장치(ECM)은 ALQ-200K 전자전 포드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고속으로 제원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광대역 디지털 수신기, 신호를 저장하고 복원/발생하는 DRFM 같은 핵심 부품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카드 형태로 제작하여 소형화, 경량화되었고, 출력을 향상시키고 안테나의 빔 폭을 넓혀서 보다 넓은 영역을 교란할 수 있도록 재설계되었습니다. 지난 2019년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ADEX 전시장에서 만난 LIG Nex1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가 개발한 전자전 세트 ALQ-200K의 성능은 대외비로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화면 오른쪽 상단에 나타나는 느낌표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역주)
미국이 이들 기술에 대한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이 부품들을 개발하도록 지시해야만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나 유럽 방산업체들이 제공한 기술 지원은 필수 부품과 기술들을 대한민국 국내에서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근한 예로 이스라엘 회사인 Elbit을 통해 어렵게 도입한 자동지형추적 및 지상충돌 회피 시스템은 KF-X가 지상을 저고도로 비행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비슷한 이유로, KF-X의 컨셉 아트(concept art)는 미국 무장이 아닌 유럽 무장을 보여준다: 장거리에서도 여전히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램젯 추진 방식의 MBDA 미티어(Meteor) 시계 외 공중전 미사일과 ASRAAM과 IRIS-T 단거리 열 추적 공대공 미사일들이 바로 그런 유럽 무장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미 대한민국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제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AIM-120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하고 싶어하고 있지만, 통합에 필요한 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한다.
KF-X는 또한 독일제 KEPD-350K Taurus 순항미사일을 개량시킨 한국형 타우러스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현재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 중인 F-15K 슬램 이글에 의해 발사되는 타우러스 순항 미사일은 전쟁 시 북한의 지휘통제소 및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킬 체인(Kill Chain) 전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스텔스 전투기"
항공 전문지 Flight Global의 Greg Waldron은 기사를 통해 2019년 성남에서 열린 박람회에 등장한 KF-X 실물 모형이 아직 본격적인 스텔스 전투기로 보기에는 부족한 몇 가지 특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비록 KF-X가 겉모습으로는 록히드 마틴의 F-35A를 많이 닮아 있지만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mm 캐논 포트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적외선 탐지 및 추적(IRST) 센서도 유럽 전투기 Typhoon과 비슷하게 조종석 캐노피 앞으로 돌출돼 있죠."
보통 4.5세대 전투기는 레이더 흡수 물질을 표면에 바르고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는 형태로 설계해서 레이더에서 탐지되는 범위를 줄이지만,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과 같은 진정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비한다면 스텔스 능력은 확연하게 떨어진다.
KF-X의 레이더 단면적은 유로파이터 Typhoon 이나 스웨덴 Gripen과 비슷한 수준인 0.5 평방미터이다. 프랑스의 Rafale 과 F-16C의 레이더 단면적은 1 평방미터의 기록을 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F-35의 레이더 단면적은 라팔과 F-16C의 약 1,000분의 1 수준인 0.001 평방미터이고, F-22는 F-35보다 10배 더 작은 수준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제일 먼저 만들어질 KF-X 블록 1의 경우 무장을 기체 외부에 장착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탐지되는 전투기의 단면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블록 2에는 내부 무장창과 공대지 공격 능력을 도입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방위산업 전문지 Defense Industry Daily의 보도에 따르면 KF-X 블록 3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B-2 폭격기나 F-35의 스텔스 능력에 근접할 수 있는 추가적인 레이더 단면적 감소 수단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정정해야 할 대목은 공대지 공격 능력을 도입하는 단계는 KF-21 Block 2가 맞지만 내부 무장창을 도입하는 것은 Block 3부터라는 사실입니다. 역주)
KF-X 블록 3처럼 기술적 한계를 넘어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을 정도의 높은 스텔스 기술을 성취해낸다는 말은 곧 점점 더 값비싼 설계 솔루션과 산업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러시아 역시 독자적으로 Su-5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엄청난 비용 때문에 추진을 포기했던 스텔스 기술들이 있다. 따라서 기술 기반이 약한 한국이 KF-X를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로 개발하는 데에는 러시아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스텔스 기능 같은 추가적인 우세 능력이 없다면 통합 방공 시스템이 보호하는 적 영공을 통과할 때 4.5세대 전투기는 작전 능력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항 미사일 발사능력을 지닌 잠수함과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한 경항모를 건조하여 배치한다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야심 찬 국내 군사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KF-X도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공군 플랫폼 개발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록히드사의 도움을 일부 받아 대한민국 국내에서 개발한 FA-50 경전투기를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한 경험 또한 의심할 여지없이 야심 찬 KF-X 개발 프로그램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점점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KF-X 전투기를 실제로 양산, 도입하여 공군 전력으로 운용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성공이 될 것이다. 지구상에 수 백 개의 나라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집약시키고 천문학적인 숫자의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나라의 숫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은 분명 매우 인상적인 성과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KF-X 개발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제트 전투기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그 비용을 능가하는 다른 이익들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첫째. 서울과 워싱턴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진 상황 속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둘째. 무기 구입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주요 국내 방산기업들에게 흘러가게 할 수 있으며
셋째.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넷째. 향후 더 뛰어난 성능을 지닌 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KF-X는 미 해군의 Super Hornet이나 유럽 연합의 Eurofighter 급의 전투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래의 팬텀이나 F-15 이글보다 레이더에 쉽사리 포착되지 않는 세미 스텔스기인 KF-X는 앞으로도 강력한 공중 전투기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KF-X를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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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의 내용이 너무 길어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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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군 무기체계 > 대한민국의 날개 KF-21과 FA-50'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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