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 파워팩을 심장으로 달고 있는 K9 자주포는 1999년부터 전력화 된 무기체계입니다. 벌써 20년이 지났죠. 1세대 K9 자주포에 장착된 파워팩의 수명이 2030년이면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최근 들어 이 독일산 파워팩 때문에 K9 자주포를 일부 국가에 수출하는데 장애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은 무기수출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깐깐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특히 무기수출이 인권과 관련된 경우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2022년 3월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에 관련된 소식들은 추후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주)
K9을 최초로 도입한 나라의 터키의 경우에도 꽤나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는데요. 원래 터키가 도입하고 싶어한 자주포는 독일의 PZH 2000 자주포였습니다. 하지만 터키가 쿠르드족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자 즉각적으로 독일은 PZH 2000 자주포의 터키 수출을 금지시켰습니다. 덕분에 PZH 2000에 가장 근접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었던 K9 자주포가 선택될 수 있었건 것이죠.
본 기사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례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중동의 UAE에서도 K9 썬더를 도입하고 싶어했지만 독일의 무기 금수조치 때문에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터키에 K9 자주포를 수출할 때도 독일 정부는 독일산 MT881 엔진의 터키 수출을 불허했지만 우리 정부는 독일 정부에 강력한 협력 요청을 하면서 파워팩 그 자체는 무기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펴서 K9 자주포 수출이 결국 허용되었습니다. UAE에 대한 수출에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란 뜻이죠.
하지만 엔진을 국산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방위사업청은 K9 썬더의 독일산 파워팩을 국산 파워팩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국산 파워팩은 어떻게 구성될 것이며 K9 썬더에 국산 파워팩이 가능하다면 K1A2 전차 라던지 K2 흑표에도 국산 파워팩 장착이 가능할 지에 대해 외신 기사 번역이 끝난 이후 다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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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자국 방산업체의 무기 수출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방위산업의 역량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9월 15일 방위사업청은 K9 썬더 자주포 엔진의 국내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체결했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우리가 자력으로 K9의 엔진을 개발한다면 자주국방의 기반을 닦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K9 자주포 수출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향후 5년간 약 6,500만 달러, 한화 760억 정도를 투자하여 현재 K9 썬더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독일 MTU 881 Ka-500 수랭식 디젤 엔진을 대체할 1,000 마력 디젤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에서는 100마력 엔진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오타임이 명백해서 1,000마력으로 수정하여 해석하였습니다. 역주)
이번 결정은 호주 육군 공격력 강화를 위해 30대의 자주포와 15대의 탄약보급장갑차 획득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인 Land 8116 Protected Mobile Fires 의 1단계 과정에서 호주 정부가 K9 자주포를 선택한 이후 나온 것이다.
내년 말 계약이 최종 확정되면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에 이어 호주는 K9 자주포를 운행하는 7번째 국가가 된다. K9 썬더의 제조업체인 한화 디펜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700대의 K9이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놀라운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일부 중동 국가에 대한 K9 썬더 자주포의 수출은 독일의 무기 금수조치로 제동이 걸렸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 출신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사망에 따른 책임을 물어 이어 2018년 말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발효시켰고 이 무기 금수조치를 3번째로 연장하는 안을 올해 3월 승인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그를 암살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이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Defense News에게 "현재도 대한민국과 몇몇 나라들 사이에 K9 자주포 판매와 관련된 협상이 계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독일의 무기 금수조치가 이들간 거래를 마무리 짓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K9 엔진 국산화 계획은 대한민국 방산업체의 무기 수출 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이해된다."
더불어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은 수출형 무기체계를 잠재적 수입국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미리 해당 무기체계를 국내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여 판매 전에 먼저 성능을 검증하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방사청은 10월 7일 보도 자료를 통해 "수출용으로 설계된 최신 무기 시스템을 우리 군이 먼저 일정 기간 운용해보고 평가함으로써 제조업체에게 아주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군이 먼저 운용해보는 과정을 통해 해당 수출형 무기의 실질적 성능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고 잠재적 고객들에게 그 성능을 인정받음으로써 해당 무기체계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는 보다 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방사청은 덧붙였다.
대한민국 육군이 먼저 수출형 무기체계를 운용하여 점검해 보는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들이 바로 한화 디펜스(Hanwha Defense), 코비코(KOVICO), 다산기공 (Dasan Machineries)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대한민국 육군은 6륜 구동 병력수송장갑차인 한화 디펜스의 TIGON과 KOVICO에서 제작한 4륜 구동 병력수송장갑차 그리고 다산에서 제작한 12종의 소형 화기를 인도받게 된다.
"이들 무기 시스템에 대한 시험 운행과 평가과정 이후에 평가 기록에 대한 정식 인증서가 발급될 것이며 이 인증서는 미래의 잠재적 고객 국가들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방사청은 말했다.
TIGON은 201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무기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 수출 지향형 병력수송장갑차(APC)이다.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Black Fox 장갑차의 후속작인 TIGON은 서로 다른 4가지 타입의 무기체계로 무장되는데 30mm자동포와 12.7mm기관총으로 구성된 원격사격 통제체계(RCWS)와 90mm포 그리고 부 무장으로 7.62mm 기관총을 장착할 수 있다.
전방에 탑승한 2명의 승무원들이 이 21톤 무게의 장갑차를 조종하고, 후방 칸에 9명의 기계화 보병을 탑승시킬 수 있다. 도로에서 TIGON은 시속 100km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물속에서는 시속 8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TIGON의 항속거리는 800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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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군사 전문지 Defense News에서 10월 9일 기사로 게재한 기사 “South Korea to replace German howitzer engine with homemade motor (대한민국은 K9 자주포의 독일산 엔진을 국산 엔진으로 교체할 예정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첫째. K9 자주포의 “파워팩”이 아니라 “엔진”만을 국산으로 교체한다고 표현한 점.
둘째. 이제부터 수출형 무기들은 우리 군에서 직접 시범 운용을 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하여 수치로 남기고 이를 인증 제도로 활용하겠다는 언급한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 둘 중에서 K9 자주포의 파워팩에 대한 자료를 상세하게 찾아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나라 파워팩의 역사는 K2 흑표 개발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2005년 4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하여 두산 인프라코어가 엔진을, S&T 중공업이 변속기를 맡아 개발을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잘 진행되질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두산 인프라코어의 DV27K 엔진은 우여곡절 끝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지만 S&T 중공업의 EST15K 변속기는 개정된 국방규격에 따라 재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2020년 연말까지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만약 S&T 중공업의 EST15K 변속기가 개정된 규격에 합격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결정된다면 대한민국은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파워팩을 자체 기술로 개발, 생산하는 나라가 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방사청이 “엔진”에 대해서만 국산화 언급을 하고 있을 뿐, 변속기까지 포함된 “파워팩” 국산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020년 7월 변속기 국방규격을 개정한 부분에 대해 S&T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를 의식한 결과인 듯 합니다.
파워팩 국산화에 대해서는 워낙 의견이 분분해서 제가 한 마디 거들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1,500마력을 요구하는 K2 흑표 파워팩에 비해 K9 썬더 자주포의 파워팩은 1,000마력 파워팩이면 되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파워팩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게다가 두산 인프라코어의 DV27K 엔진은 독일 MT 880 시리즈 엔진처럼 “모듈화” 설계가 되어 있어 실린더 개수 조정만으로도 출력이 손쉽게 조정된다고 합니다. 즉, 실린더가 12개일 때 1,500마력이지만 실린더를 8개로 줄이면 1,000마력으로 조정된다는 것이며 엔진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다는 뜻이죠.
변속기만 해결되면 되는데요. S&T 중공업의 EST15K 변속기의 경우 국방부가 요구한 주행거리는 9,600km였습니다. 9,600km까지 무 고장으로 운행이 되어야 하고 이후 창 정비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ST15K 변속기는 7,110km에서 고장이 났었죠. 분명 국방부가 요구한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7,110km까지 무 고장으로 운행할 수 있는 변속기 개발도 나름 대단한 성과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방부가 설정한 9,600km의 요구사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공인 받고 있는 독일 파워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허들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입니다.
파워팩이 없어서 알타이 전차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터키가 우리나라의 DV27K 엔진과 EST15K 변속기 조합의 국산 파워팩을 언제라도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도 이런 사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또한 2019년 7월 서울 신문에서 변속기 불량의 원인이 밝혀졌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중요 부위를 체결하는 볼트가 끼워지는 부분 위아래 볼트 구멍의 이가 맞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살짝 비틀려 끼워진 볼트가 오랫동안 가해지는 응력에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변속기 내부의 파손을 불러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설계제도를 전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로는 “공차”를 맞추지 못해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는 것인데 설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에서 이런 결함이 생긴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지만 한편으론 허무하기조차 한 실수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라도 기본 설계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어쨌든 방위사업청이 K9 썬더의 엔진을 국산화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결국 변속기도 국산화 하겠다는 의지가 같이 표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속기도 국산이 되어야 독일의 무기수출금지 조항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속기의 결함이 무엇인지도 파악된 지금 우리 기술진들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자체 기술로 K2 흑표와 K9 썬더의 파워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서방에서 3번째로 파워팩을 국산화시킨 나라가 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GNQlOZhXC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