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트가 게재되었을 당시에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가장 큰 이슈였지만 2022년 3월 3일 현재 러시아가 아예 우크라이나를 직접 침공한 상태입니다. 이를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2020년 9월 10일 미국계 군사전문지인 Defense News.com이 전하고 있는 외신 내용을 분석해보면 핵심적인 키워드가 바로 『러시아』와 『신형 주력전차』라는 두 단어입니다. 얼마 전 191화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이야기입니다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 반도 강제합병에 따른 군사적 긴장 상황이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대립 관계를 유지해 오던 폴란드에게 있어서는 피부로 다가올 만큼 선명하게 느껴지는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러시아 육군의 주력인 전차부대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주력전차 T-14 아르마타(Armata)의 공격력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력과 T-14 아르마타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화력을 동시에 지닌 신형 전차가 필요했던 것이죠.
이런 필요를 배경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차세대 전차라고 부를 수 있는 주력지상전투시스템 MGCS 개발에 나섰고 폴란드도 함께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사실상 참여를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현대로템이 그 벌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빠져나간 자리에 엉뚱하게도 미국의 M1 에이브람스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본 영상의 제목처럼 러시아 T-14 아르마타를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을 폴란드 정부에 주지 못한다면 10조 대의 폴란드 시장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폴란드 정부는 보다 많은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현지 공동생산을 제안하고 있는 현대로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2008년 개발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특별한 개량이 없었던 K2 흑표였기 때문에 개발 당시 누리고 있었던 기술적 어드밴티지가 현재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이며 앞으로 더 많은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항목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영상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먼저 Defense News.com의 9월 10일 기사를 확인해 본 후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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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업체들에게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전차 K2 블랙팬서의 파생형인 K2PL을 공동으로 생산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폴란드와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사이가 소원해져 있다는 틈을 노려 적극적으로 K2PL의 장점을 홍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주력지상전투시스템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지만 그 이후 세 나라 사이의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 폴란드 군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폴란드 정부가 프랑스, 독일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 전차 개발 프로그램에 협력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Defense New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현대로템 방산해외영업팀을 맡고 있는 이한수 책임 매니저는 "우리는 폴란드의 유명 국영 방산그룹 PGZ와 같은 폴란드 기업과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K2PL 주력전차는 폴란드 국내에서 생산될 것이며 폴란드 업체들에게 우리의 선진 전차 제조기술을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열린 MSPO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이한수 책임 매니저는 또한 "K2 블랙팬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생산되어 실전 운용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봤을 때 보다 앞선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폴란드 육군은 독일 연방군으로부터 도입한 레오파드(Leopard)2A4와 2A5 전차 247여 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구 소련 시대에 생산된 500대의 T-72M1와 PT-91 트바르디(Twardy) 전차를 퇴역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주력전차를 긴급히 조달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입장이다. 폴란드 현지 관측통에 따르면 폴란드 육군은 최대 800대의 신형 주력전차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폴란드의 주력전차부대 현대화 계획은 이 지역의 국제역학적 상황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크림반도(Crimean peninsula)를 강제병합 시키는 등 군사적 긴장감을 유발시키자 그 여파로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수의 동유럽 동맹국들이 주력전차 현대화 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긴장을 바탕으로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제시한 K2PL을 같은 지역 내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게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그리고 주변의 여러 다른 국가들이 신형 주력전차를 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들에게 K2PL 주력전차를 판매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현대로템 방산해외영업팀장 이한수 책임 매니저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폴란드 진출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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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Defense News.com의 9월 10일 기사를 번역해 봤습니다.
러시아의 국영TV 채널인 ‘Star’ 채널을 통해 방영한 러시아 신예 주력전차 T-14 아르마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르마타와 비교 대상인 전차들을 CG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M1A2 SEP2, 독일의 레오파드2A6 그리고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마크4가 바로 그 전차들입니다. 다소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K2 블랙팬서는 컴퓨터 그래픽에서 아예 비교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불곰 사업을 통해 운 좋게 당시 최신 전차였던 T-80을 러시아군이 쓰는 사양 그대로 다운그레이드 없이 가져올 수 있었던 대한민국은 이를 철저하게 뜯어보고 분석하여 역설계를 할 수 있었고 이는 K2흑표 개발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구 소련 해체로 경제가 와해되었던 러시아였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는 가히 기분 좋을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혹시 당시 상황을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KKMD 89화 『대한민국 자주국방에 큰 도움을 준 불곰국 러시아의 T-80과 불곰 사업! 』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s://youtu.be/cyt-HE5tzG8)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인도 등지에서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에게 불의타를 맞고 있는 러시아임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질투하는 마음에 K2는 언급을 하지 않았나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것은 이미 말씀 드렸듯이 K2흑표는 2008년 개발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개량작업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T-14 아르마타는 이전의 러시아 전차들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부분이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최신예 전차인 만큼 T-14의 스펙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 위주로 K2 흑표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 나오는 설명과 자료들은 제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터넷 자료들과 군사 전문지들을 참고하여 공부하고 소화해서 정리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먼저 아르마타는 기존 러시아 전차들보다는 상당히 대형화 되어서 K2 흑표와 거의 비슷한 체적을 자랑합니다. 아르마타의 길이는 포신 제외 8.7미터이며 K2는 포신 제외 7.5미터입니다. 무게는 55톤과 56톤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최대 속도는 아르마타가 평지 시속 80km, K2가 시속 70km의 속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 전차 모두 1500마력 엔진을 사용합니다.
두 번째 비교 분야는 방어력입니다. 먼저 아르마타는 기존의 러시아 전차와는 달리 주조형 포탑이 아닌 용접형 포탑을 보유하고 있으며 복합장갑 모듈 위에 다시 신형 반응장갑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측은 T-14 아르마타가 독일 라인메탈사의 DM63, 미국 ATK사의 M829A4 등의 최신형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에도 끄떡없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T-14 아르마타에 Su-57PAK FA 전투기에 사용되는 X밴드 AESA 레이더를 장착시켜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을 탐지하고 이 AESA 레이더는 아프가닛(Afghanit) Hard-kill 능동방어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적 전차로부터 거리측정 및 유도를 위한 레이저를 감지하면 레이더와 가시 광선 모두를 차단하는 다영역 연막탄을 발사하는 소프트킬 능동방어시스템도 갖추고 있죠.
무엇보다도 아르마타는 무인 포탑을 적용함으로써 전차 내 수납된 탄약의 폭발 위험으로부터 승무원을 집중적으로 보호할 수 있고 스텔스 기능을 위한 형상설계(RAS) 및 스텔스 도료(RAM)가 일부 적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K2의 방어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K2도 아르마타처럼 모듈식 복합장갑 위에 반응장갑을 덧붙인 형태입니다. K2 흑표 역시 다영역 연막탄으로 적의 레이더와 시야를 교란하여 공격을 회피하는 소프트킬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통력이 1,000mm에 달하는 9K11 코넷 대전차 미사일과 관통력 600mm 이상의 신형 RPG 같은 대전차 무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Hard-kill 능동방어시스템(APS) 없이는 전차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뜻하죠.
K2 흑표를 위해 개발된 Hard-kill APS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K2 흑표의 Hard-kill APS는 피해 면적이 넓은 폭풍 파편형 요격탄을 사용하고 있어 주변의 아군 보병이나 민간인을 휘말리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명 피해에 민감한 서구 지역에 장착하여 판매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이 개발한 Hard Kill APS ‘트로피(Trophy)’를 장착하는 방법입니다.
트로피는 10도 이내의 각도로 폭발하기 때문에 상당한 정확한 조준이 가능한 다목적 폭발성형 관통자(M-EFP) 요격탄을 사용합니다. K2의 폭풍 파편형에 비해 주변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M1A2 에이브람스 전차도 이스라엘제 트로피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높은 지향성을 가진 Hard Kill APS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일단 트로피를 활용하는 해결 방안이 있습니다.
게릴라전 같은 저강도 소규모 분쟁이 일상화된 현대전에서 전차에게 강력하게 요구되는 또 다른 성능이 바로 급조폭발물(IED)에 대응이 가능한 하부 저판 방어능력입니다. 하부 저판의 방어력을 높이게 되면 하부가 바닥과 부딪쳐서 손상될 위험이 커지고 필연적으로 중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중량이 늘어나면 ISU 현수 장치를 포함한 구동 계열에 대대적인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개량이 없었던 이유는 대한민국 육군이 이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연구 개발비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방산수출을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의 지원책 덕분에 곧 해결될 문제로 보입니다.
세 번째 비교 분야는 바로 공격력입니다. T-14 아르마타를 제작한 러시아는 아르마타에 장착된 125mm 활강포가 현존 최강이라고 인정받는 독일 라인메탈사의 L55 활강포 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뿐 아니라 T-14 아르마타를 위한 신형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개발하기도 하였으며 기본 설계에서부터 152mm 포 탑재가 가능하도록 고안되었습니다. 향후 152mm로 주포가 교체된다면 최소 2km 이상의 거리에서 1,000mm 이상의 두께를 지닌 RHA 강판도 관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러시아의 주장일 뿐 실제로 입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K2흑표에 장착되어 있는 55구경장 120mm 활강포는 현존 최강이라는 독일의 L55 활강포와 동급의 성능을 자랑하며 K1A1, K1A2 그리고 K2에 쓰이는 K279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약칭 날탄(APFSDS)의 성능도 독일이 만든 최고의 날탄 DM63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즉, 날탄 제조 능력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독일에 뒤쳐지지 않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 드렸듯이 러시아는 자국의 T-14 아르마타 전차에 새로운 방식의 반응장갑을 사용함으로써 DM63급의 날탄에 대한 방어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진위 여부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에 대한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죠. 독일은 기존 120mm L55 활강포와 형상 및 규격은 동일하지만 포신과 약실, 폐쇄기에 신소재를 적용하여 보다 더 강력한 신형 날탄 KE2020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작업으로 이에 대응했습니다.
K2흑표도 마찬가지의 개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신과 약실 및 폐쇄기에 신소재를 사용하여 약실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면 더 강력한 장약을 사용하여 관통력을 높인 신형 날탄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K279 날탄의 관통력을 더욱 개선시킨 신형 날탄의 개발 여부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한 이탈피의 사용을 통해 관통력을 얼마나 증가시키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인터넷과 전문지에 따르면 XK279 날탄을 개발할 당시 탄소섬유 복합재 이탈피를 가진 날탄 개발에 대한 테스트가 성공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다면 K279의 관통력을 능가하는 신형 날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과 개념들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K2 흑표에 지향성 하드킬 능동보호시스템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스라엘의 ‘트로피’ 같은 Hard-kill APS를 장착시키고 하부 저판을 강화시켜 급조폭발물(IED)에 대응하며 포신 개량과 신형 날탄 개발을 통해 공격력을 강화시키면 러시아 T-14 아르마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K2PL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현대로템 K2는 예정된 생산수량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만 생산되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독일의 레오파드2A6보다 비싸져 버렸지만 기술 이전이라는 당근을 잘 활용하여 폴란드 시장을 뚫어낼 수 있다면 체코와 슬로바키아 같은 유럽시장 진출에도 녹색 불이 켜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더더욱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전차 K3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비도 확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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