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의 유력 군사 전문지 Max defense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월 23일 필리핀 정부는 2015년에 시작했던 필리핀 경전차 사업 수주자로 이스라엘 방산업체인 Elbit systems의 사브르(SABRAH)를 선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부터 틈틈이 한화 디펜스가 제작한 K-21 105 경전차에 대한 소식을 전해왔었던 제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일 듯 합니다. 그리고 현지 군사 전문매체를 통해 알게 된 한화 디펜스의 패배 이유는 다소 의외기도 하고 나름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성능상 문제는 전혀 아니었고요. 국내 언론들은 ‘호환성’의 문제라고 하는데 또 다른 중요 원인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KMD 댓글을 통해 이번 수주전 패배의 원인이 포탑을 제조한 벨기에 방산회사인 CMI Defense (현 코케릴 Cockerill)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CMI Defense가 필리핀에 포탑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그런 정보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외신을 통해 살펴본 바로는 CMI Defense와 필리핀 경전차 수주전에서의 한화 디펜스의 패배 사이의 연관 관계는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CMI Defense 포탑의 필리핀 수출금지 언급은 더군다나 찾아볼 수 없었고요.
저는 해외 군사 전문지인 Army Recognition.com의 기사와 필리핀 군사 전문지 Max Defense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필리핀 경전차 수주전에서 한화 디펜스의 패배 원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필리핀 군사 전문지 Max Defense는 다소 필리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성격이 강하고 대한민국 무기체계보다는 유럽 무기체계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 매체이긴 합니다.
2015년 필리핀 경전차 사업이 발표된 이후 Max Defense는 꾸준히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이 합작해서 만든 경전차 ASCOD가 선정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해 왔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한 이스라엘 Elbit systems의 사브르(SABRAH) 경전차는 ASCOD의 차체에 Elbit systems의 포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직접 읽어 본 Max Defense의 분석 글은 한화 디펜스 K-21 105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으며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아~ 이래서 필리핀이 사브르(SABRAH)를 선택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먼저 2020년 10월 25일 Army Recognition.com에 올라온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본 후 Max Defense의 관련 글을 번역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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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는 2020년 10월 24일 이스라엘 기업 Elbit Systems와 필리핀 육군이 사용할 경전차 및 차륜형 보병수송장갑차(APC)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필리핀 소재 군사 전문지 Max Defense가 페이스 북 계정에 공개했다.
2020년 10월 4일 본지는 이스라엘 기업 Elbit Systems가 필리핀 육군 경전차 인수 프로젝트에 사브라(Sabrah) 경전차를 새로이 제안했다는 소식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대한민국 한화 디펜스의 K21-105, 터키 오토카르(Otokar)의 아르마(Arma)105 그리고 인도네시아 핀다드(Pindad)의 하리마우(Harimau) 경전차가 경쟁하고 있었다.
필리핀 예산집행국(DBM)은 필리핀 군(AFP) 현대화 계획에 따라 필리핀 육군에 궤도형 경전차와 차륜형 병력수송 장갑차(APC)를 도입하는 사업에 대한 자금 지출을 승인했다.
개정된 필리핀 군 현대화 프로그램(the Revised Armed Forces of the Philippines Modernization Program)규정에 따른 육군 경전차(Light Tank) 획득 사업으로 발생한 계약 총액의 15% 선지급금 지불의무에 대한 자금지원 요건을 충당하기 위해 2020년 10월 21일 제1차 특별할당 해제명령(Special Allotment Release Order: SARO)이 승인되었다. 같은 날 병력수송장갑차(APC) 획득을 위한 15% 선지급금을 확보하기 위해 2차 특별할당 해제명령(SARO) 역시 필리핀 예산집행국에 의해 승인되었다.
이스라엘 기업 Elbit Systems는 GDELS(General Dynamics European Land Systems)가 개발한 아스코드(ASCOD)2 경전차에 기반한 궤도형 버전과 역시 GDELS에 의해 생산된 판두르(Pandur)2 8륜형 장갑차에 기반한 차륜형 버전 등 두 가지 구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전차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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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 군사 전문지 Army Recognition.com이 2020년 10월 25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대한민국의 한화 디펜스가 터키의 오토카르(Otokar)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실제 마지막까지 한화 디펜스의 K-21 105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것은 터키의 오토카르가 아닌 터키/인도네시아 합작 하리마우 경전차였습니다.
Max Defense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잘 정리해 놓고 있어 사실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해 보면 한화 디펜스와 터키의 오토카르는 나중에 합작투자를 결정합니다. 필리핀 경전차 사업은 궤도형 경전차와 차륜형 경전차 두 가지 형태로 도입하므로 한화 디펜스의 K-21 105는 궤도형 경전차를, 터키 오토카르의 아르마(Arma) 105는 차륜형을 공급하는 합작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죠.
사실 터키의 오토카르는 알타이 주력전차의 시제품을 만든 회사이기도 하기에 오토카르와 한화 디펜스의 합작투자는 마치 춘추전국 시대의 합종연횡을 연상하게 하는데요.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맹이 되는 식입니다. 뭔가 아이러니 한데 더 극적인 부분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인도네시아의 하리마우 경전차도 터키 FNSS와 인도네시아의 핀다드(Pindad)가 합작투자 한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회사가 선정되면서 터키도 결국 헛물을 켜진 했지만 터키의 방산업 수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Max Defense가 정리한 한화 디펜스의 K-21 105가 GDELS의 아스코드(ASCOD)2 장갑차보다 유리한 조건이라고 열거된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K-21 105의 CMI Defense (현 코케릴 Cockerill) 포탑은 상하 -6도에서 36도 각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데 반해 아스코드(ASCOD)2의 포탑은 상하 -7도에서 16도까지만 움직일 수 있어 2017년 말라위 반군 소탕전에서도 보였던 빌딩 등 높은 곳에 숨어서 공격하는 적들을 공격할 수 없지만 K-21 105는 높은 빌딩을 공격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점.
2. 자동 장전장치를 사용하는 K-21 105는 최초 1분에 6발 발사라는 놀라운 연사속도를 자랑하고 승무원도 3명만 필요하지만 오토 멜라라(Oto Melara)의 Hitfact 105 포탑을 사용하는 아스코드 2는 수동 장전장치를 사용하기에 발사 속도도 느리고 승무원도 4명이 필요하다는 점.
3. K-21 105의 경우 차체를 구성하는 K-21 장갑차가 본국인 대한민국 육군에 실전 배치되어 상당 기간 운용되어 왔지만 인도네시아 하리마우는 아직 실전 배치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개정된 필리핀 군 현대화 프로그램 (the Revised Armed Forces of the Philippines Modernization Program) RA9184 항목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
4. 대한민국의 한화 디펜스는 K-21 105가 선정된다면 필리핀 정부에게 경무장 공격헬기 MD-500 여분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터키의 오토카르는 Cobra 경 전술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Max Defense의 설명에 따르면 한화 디펜스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퇴역하고 있는 MD-500 경 무장헬기를 필리핀에 공여하고 합작한 터키 오토카르도 경 무장전술차량 코브라(Cobra)를 무상으로 공여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리핀 정부 내부 분위기는 한화 디펜스&오토카르를 선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인도네시아 핀다드(Pindad)는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 했습니다. 같은 가격에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숫자의 하리마우를 인도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만약 하리마우를 선택한다면 가격을 더 깎아주고 핀다드가 제작하는 장갑차 아노아(Anoa)도 같이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스라엘 기업 Elbit systems도 승부수를 던집니다. 먼저 이스라엘국방부 메르카바(Merkava) 전차 개발부의 도움을 받아 신형 포탑을 개발하여 발사 각도와 수동 장전장치가 문제가 되었던 사브르(SABRAH)의 오토 멜라라 Hitfact 포탑을 교체했습니다. 이로써 K-21 105와 같은 각도로 발사가 가능해졌고 자동장전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결국 기능적으로는 K-21 105와 대등해졌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필리핀 육군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도입한 구형 병력수송장갑차(APC) M113을 업그레이드 시킨 M113A2 장갑차와 ATMOS 155mm 자주포 등이 모두 이스라엘 Elbit systems의 Torch-X 전장관리시스템(BMS), 지휘통제, 사격통제 및 통신 시스템(통칭 C4I)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었습니다. 만약 필리핀 육군이 사브르(SABRAH) 경전차를 선택한다면 별다른 작업 없이도 바로 이들과 연동이 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한화 디펜스가 제안한 K-21 105는 독자적인 C4I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에 만약 필리핀 육군이 K-21 105를 선택한다면 이를 전량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고 당연히 추가 비용도 발생하게 됩니다. 거기다 Max Defense의 추측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밝힌 바는 없지만 Elbit systems가 경전차나 자주포에 사용할 포탄의 상당수를 무상으로 공여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Max Defense에서 제시한 자료로 계산을 해보면 이스라엘 사브르(SABRAH) 경전차 대당 가격은 약 75억 내외로 추측됩니다. K-21 105는 55억 내외로 추정이 되고 있는데요.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봤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필리핀 경전차 수주전 패배를 분석해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하드웨어 부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파워도 함께 올려야 하는 수준으로 접어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Elbit systems의 사브르 경전차도 성능상으로는 K-21 105와 거의 동급이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원래는 성능상으로 K-21 105가 더 우수했지만) 결국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성능 및 설치 비용이 승패를 결정지었던 것처럼 말이죠.
Philippines awards contract for light tanks and wheeled APCs to Elbit Systems of Israel | Defense News October 2020 Global Sec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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