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7년 사이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점유율 48%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바로 한화 디펜스와 대한민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동으로 개발한 K9썬더 자주포였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지상무기 체계로는 최대 액수인 2조원 규모이자(호주 수출 분은 제외) 대수로는 572대의 K9이 수출되었죠. 189대를 수출한 독일 PzH-2000이 2위, 175대의 프랑스 카이사르가 3위 그리고 중국의 PLZ-45가 128대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인 K9썬더와 2위인 PzH-2000 판매량은 거의 3배 정도로 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K9썬더의 가성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개발된 지 20년이 지난 K9썬더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다 현재 미 육군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주포 XM1229가 2020년대 중반에 등장하면 K9썬더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 육군이 개발 중인 XM1229 자주포는 M109 차체에 M2A3 브래들리에 사용된 900마력 V903 엔진과 HMPT-800 변속기가 사용되어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XM1229를 위한 신형 포탄과 포탑까지 생산될 것으로 알려져 있죠.
뿐만 아니라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영국 육군의 차기 자주포 도입사업 Mobile Fires Program(MFP)에 대한민국 한화 디펜스의 K9A2와 미 육군의 차기 자주포 XM1229가 유력한 후보자로 용호상박의 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K9썬더를 개량해야만 할 당위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정도 설명을 드린 후 먼저 미국 국방전문지 Defense News 가 2020년 11월 20일 게재한 기사 내용을 살펴본 뒤 K9썬더의 업그레이드 내용을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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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베스트 셀러 자주포 K9 썬더의 제작사인 한화 디펜스의 제보에 따르면 현재 이 대한민국 방산기업은 완전 무인화된 K9 썬더 자주포(self-propelled howitzer)의 파생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155㎜ 52구경 포신을 지닌 K9은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나중에 삼성 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꾼 삼성 항공우주산업에 의해 개발되었고 이후 2017년 한화 디펜스가 삼성 테크윈을 인수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남북으로 분리된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비무장지대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Long Range Artillery, 長射程砲)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역시 육군과 해병대에 약 1,100여대의 K9 자주포를 배치해 왔다.
한화 디펜스의 대변인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K9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K9을 좀 더 현대식으로 개량한 K9A1을 개발하여 2018년부터 육군과 해병대에 납품하고 있다"고 디펜스뉴스에게 밝혔다.
K9A1의 표준적인 사양을 통해 살펴본 주요 개선사항으로는 자동 사격통제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장치(GPS)의 추가 등을 들 수 있다. 조종수를 위한 열상 잠망경과 새로운 보조 동력 장치 그리고 후방 카메라 등도 새롭게 추가된 장치들이다.
"K9A1는 이전 버전보다 훨씬 개선된 생존성과 기동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포탑에 더 많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업그레이드도 계획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한화 디펜스의 수석 홍보 담당관인 제프 정(Jeff Jeong)이 11월 19일 말했다.
K9A2로 불리고 있는 다음 업그레이드에는 100% 자동화된 탄약장전 및 조작 시스템을 갖춘 무인 포탑이 포함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완전 자동화된 무인 포탑을 도입함으로써 발사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되고 반면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영국 육군의 차기 자주포 도입사업인 Mobile Fires Program(MFP)에 한화 디펜스의 야심작 K9A2도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육군은 노후화된 AS90 자주포들을 대체할 수 있는 신형 자주포 획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인 기동이 가능하고 원격으로 제어되는 자동포탑을 장착하도록 업그레이드 된 K9 자주포가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시점은 204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인으로 움직이는 K9 자주포 파생형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는 2020년대 중반까지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목표 아래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K9 썬더 자주포와 그 핵심 기술은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었다. 또한 K9 썬더는 지난 2020년 9월 호주 육군의 자주포 도입사업인 Land 8116 프로그램에 우선 공급자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K9 썬더는 분당 최대 6발을 발사할 수 있으며 '동시 탄착 사격'(multiple rounds simultaneous impact)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로켓 보조탄을 이용한 최대 사거리는 약 40km이다. K9 썬더는 독일 MTU사의 MT 881 Ka-500 디젤 엔진으로 구동되며 앨리슨 자동변속기(Allison automatic transmission)와 함께 쓰이면 100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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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11월 20일 미국의 국방 전문지 Defense News가 게재한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K9의 개량 파생형 K9A2의 업그레이드 내용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고반응 화포 자동화 기술이고 두 번째가 화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현재 52구경장인 K9의 155mm 포신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보다 더 우수한 지속사격 능력의 획득을 위한 둔감형 모듈장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원래 국내 자료에 따르면 K9의 개량형인 K9A2는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에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영국의 차기 자주포 도입사업 Mobile Fires Program이 결정되는 시기가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화 디펜스는 K9A2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영상 앞부분에서도 설명 드렸지만 미 육군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주포 XM1229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이 지금까지 견고했던 K9썬더의 아성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독일도 차세대 자주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차륜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독일산답게 가격대도 상당히 높아 세계시장에서 K9썬더와 직접적으로 맞부딪칠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K9A2의 첫 번째 업그레이드 사항인 고반응 화포 자동화 기술은 포탄 장전시스템과 포 그리고 포탑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전기구동 시스템을 만들어 자주포 운용인원을 2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분당 12발의 속도로 탄약 및 장약을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게 되는데요. 기존 K9썬더보다 2배 더 빠른 속도이며 초탄을 30초 이내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도 얻게 됩니다.
사실 이 자동 포탄장전 시스템은 K10 탄약운반장갑차에 이미 구현되어 있는 기술입니다.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이 시스템은 자동제어장치에 의해 탄약 재고를 관리하고 자체적으로 고장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K9이 사용했던 기존 장전 시스템은 유압식이었지만 이는 피격 시 대규모 화재를 수반할 위험도 있는데다 관리가 어렵고 속도도 느렸죠. 지금까지 K9에 적용시키지 못했던 이유는 포탑이 회전하기 때문에 포탑의 회전각도에 맞추어 탄을 이송시키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현재 이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K9A2에서 등장하게 될 두 번째 업그레이드 내용은 K9의 52구경장 155mm 포신을 개량하는 것입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XM1229가 58구경장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고 강력한 탄을 사용할수록 포신의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K9A2는 60구경장으로 포신을 개량하고 현재 약실에만 실시되고 있는 크롬 도금을 포강 전체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약실에서 장약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부식성이 강한 가스가 발생하고 이 가스 때문에 포신의 수명이 짧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크롬 도금을 포강 전체로 확대하면 부식성 가스의 영향을 훨씬 적게 받게 되고 포신의 마모 정도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포신의 수명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탄착 지점의 정확성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그 외에도 포신 내에서 탄이 발사될 때 회전을 걸어주는 강선의 형태를 가변적으로 바꾼 가변형 강선율 기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고정된 강선율은 포탄이 발사될수록 마모되는 정도가 심해지는데 이를 최소화시키는 기술이 바로 가변형 강선율 기술입니다. 포강 전체 크롬 도금기술과 가변형 강선율 기술 덕택에 K9A2는 기존 K9에 비해 2배 빠른 발사속도와 보다 더 무겁고 강력한 포탄 사용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둔감형 모듈장약 개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장약은 탄을 추진시키는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런 장약이 둔감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지? 저도 처음엔 잘 이해가 안되었는데요. 이렇게 설명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약실에서 장약이 폭발하고 그 폭발력을 추진력 삼아 탄이 날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앞의 폭발의 영향이 남아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된 약실에 다음 포탄이 장약과 함께 들어오게 되면 뇌관을 거치지 않고서도 장약이 폭발할 위험성이 생기게 됩니다. 잘못하면 자주포 차체 자체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통제하기 어려운 폭발이 일어나게 되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물을 통해 강제로 약실의 온도를 낮추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과 장약 자체를 열에 둔감하게 만든 둔감형 장약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랭식 냉각 시스템은 기술적 가능성만을 보여준 채 현재 개발이 포기된 상태입니다. 반면에 독일이 만든 자주포 PzH2000은 둔감형 장약을 개발하여 분당 최대 12발을 발사할 수 있고 지속 사격모드에서는 분당 6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기존 K9 자주포의 경우 최초 3분이 지난 이후부터는 분당 2발의 발사속도만 낼 수 있는데 둔감형 모듈장약을 개발한 덕분에 K9A2부터는 독일의 PzH2000과 마찬가지로 분당 최대 12발 발사가 가능하고 지속사격 모드에서도 분당 6발 발사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현재 한화가 개발한 둔감형 장약은 12.7mm 중기관총과 RPG-7 대전차 로켓에 피탄 되어도 천천히 연소될 뿐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기존 장약인 K676 장약의 경우에는 같은 상황으로 피탄 되면 대폭발을 일으킨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기존 장약인 K676도 보관기간 내에는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랭식 냉각 시스템 도입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 본문에서는 K9의 최대 사정거리가 로켓보조탄을 사용해도 40km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만 미국의 차기 자주포 XM1229가 사용하는 장거리탄과 경쟁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미국의 XM1113 사거리 연장탄과 동일한 작동방식과 사거리를 갖춘 K315 복합추진탄을 개발해냈고 현재 실전배치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K315 복합추진탄은 52구경장에서 발사되면 53km, 60구경장에서 발사되면 60km 이상 비행이 가능하며 미국이 개발 중인 XM1155 사거리 연장탄과 통일한 활공기술을 사용해 100km 너머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한국형 155mm 초장거리 활공유도탄이 개발되고 있기도 합니다,
미리 말씀 드렸듯이 K9A2 개량형 자주포가 등장하게 될 시기는 원래 2028년 정도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영국의 Mobile Fires Program 때문에 등장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자료에 의하면 늦어도 2020년 후반까지는 국내에 배치된 모든 K9썬더가 K9A2 사양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하네요.
합참은 궁극적으로 K9 자주포를 무인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격통제차량(FDCV)에 의해서 원격으로 기동하고 사격통제를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미국의 Defense News는 2040년은 되어야 무인화된 K9썬더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국내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에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지만 문제는 기술적 장벽이 아니라 야전 운용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상의 어려움이라는 분석이죠.
적어도 지상 무기체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물론 국산 파워팩 생산이나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및 정보(C4I) 같은 네트워크 중심전에 있어 핵심적인 전투체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의 확보라는 큰 산이 하나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외신링크 https://www.defensenews.com/unmanned/2020/11/19/south-korea-to-deploy-unmanned-k9-howitzer-in-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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