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전인 2020년 12월 23일, 미국의 국방 전문매체 National Interest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K2 흑표 주력전차에 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마도 2020년 11월 25일, 서욱 국방장관이 주최한 방위산업추진위원회에서 54대 규모의 K2 전차 3차 양산이 전격적으로 결정된데다가 폴란드에 800여대의 K2 수출계약 성사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해외언론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 이 기사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이 가능한데요.
이번 National Interest 기사는 K2 흑표전차의 장점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색다릅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컴퓨터로 자동 통제되는 현수장치 덕분에 자유로운 자세변형이 가능한 전차라는 점과 일종의 클러스터 밤(Cluster Bomb)이라고 할 수 있는 상부장갑 공격지능탄(KSTAM-II)을 사용할 수 있는 전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공할, 무시무시한’ 이라는 의미를 지닌 형용사 ‘Formidable’이라는 수식어까지 써가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K2 흑표를 칭찬하고 있습니다. 보통 칭찬을 하면서도 비판할 내용들을 찾아내는 것이 미 국방매체 National Interest의 스타일인데 적응이 안될 정도로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사 중간에 K2 흑표가 미국의 주력전차인 M1A2 에이브람스보다 덩치와 무게가 작은 ‘소형 전차’라는 점을 강조하는 나름 귀여운(?) 억지를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요.
사실 전차의 경우 중량과 방호력은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National Interest의 지적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K2 흑표는 기동성과 한반도의 산악지형을 중시해서 설계된 전차이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죠. 해외로 수출할 때는 또 그에 맞게 설계를 변형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력을 현대로템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해외 기사 번역을 마치고 K2 흑표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제안하고 있는 K2PL이 기존의 K2 흑표에서 어떻게 개량되고 있는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영상을 마쳐볼까 합니다.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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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육군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대 방산기업 현대로템으로부터 이제 막 만들어져 나온 최신형 주력 전차들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한반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개발한 K2 블랙팬서의 최신형 버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주력 전차들 중 하나이며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 육군의 K2 Black Panther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주요 전차강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력 전차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120mm 주포를 뽐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능동방어시스템(APS)가 포함된 뛰어난 복합장갑 패키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대표적 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만든 K2 Black Panther가 다른 나라의 주력 전차들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부분은 바로 이 전차가 발사할 수 있는 특별한 포탄에 있다.
K2 Black Panther는 표준 고폭탄(HE)과 운동 에너지가 강화된 날개안정식 분리철갑탄(APFSDS) 외에도 상부장갑 공격지능탄(KSTAM-II)라는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강력한 포탄으로 전장을 지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차에서 방호력이 가장 높은 부분으로 알려지고 있는 경사진 전면장갑 대신 전차의 상부장갑을 노리는 KSTAM-II 포탄은 약 8km 떨어진 거리에서 마치 곡사포 같은 궤도를 그리며 전차 위쪽으로 발사된다.
대한민국이 만든 상부장갑 공격지능탄(KSTAM-II)은 움직일 수 있는 날개를 장착하고 있고 그 덕분에 대형을 이루며 이동하고 있는 적 전차 병력 머리 위로 정확하게 방향을 틀 수 있다. 일단 타격 목표물 위 상공에 도착하면, 상부장갑 공격지능탄(KSTAM-II)은 낙하산을 펼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춘 다음, 다른 부분 보다 장갑이 약한 전차 포탑부를 향해 폭발성형 관통자를 발사하여 최대의 파괴 효과를 낸다.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K2 Black Panther의 중량은 약 55톤으로 미국의 주력전차들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에 속한다. 이러한 낮은 차량 전 중량(車輛全重量: Curb Weight)덕분에 K2는 폭발적인 기동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 결과 다른 나라의 주력전차들에 비해 상당히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차량 전 중량-車輛全重量-이란 차량 자체의 무게에 연료, 윤활유, 냉각액, 적재 장비, 운용 인원 등의 유효 적재량을 모두 포함시킨 무게를 뜻합니다. 미국의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람스의 경우 1986년부터 등장한 M1A1 버전부터 이미 57톤으로 K2 흑표의 55톤 무게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량된 버전인 M1A2C 버전의 무게는 무려 67톤에 가깝죠. 보통 전차의 무게는 방호력과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M1A2C가 육중한 만큼 방호력은 K2 흑표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역주)
K2 Black Panther를 나머지 경쟁자들과 차별화시키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한반도 지형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현수장치(suspension)이다. 한반도에는 많은 수의 크지 않은 산들로 구성된 여러 산맥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백두 산맥은 마치 앙상하게 드러난 척추 뼈처럼 남북을 관통하고 있다.
K2 Black Panther의 현수 장치는 이 전차를 최고의 산악 전투 플랫폼으로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이 현수 장치를 통해 K2 전차는 차체를 앞으로 혹은 뒤로 젖힐 수 있도록 자유롭게 제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위치는 가깝지만 산악 지형 높은 곳에 있어 타격이 어려운 목표물을 상대할 때는 차체를 뒤로 기울여 주포를 더 높은 각도로 발사할 수 있고 반대로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차체를 앞으로 기울여 발사 각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아예 차체를 납작하게 낮춰 적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먼저 생산되었던 K2 Black Panther는 원하던 파워팩을 국내에서 찾을 수 없었던 관계로 독일제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최근에 생산된 신형 K2 전차들은 비록 변속기는 여전히 독일산을 쓰게 되겠지만 엔진은 대한민국 방산기업 두산 인프라코어가 개발한 DV27K 엔진으로 바꿔 장착하게 될 예정이다.
한국인들은 K2 Black Panther를 한반도 전쟁에 최적화시켜 만들기는 했지만, 이 덩치 작은 한국의 주력전차는 뜻밖에도 해외의 몇몇 나라들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2020년 초, 폴란드는 노후화 되어가고 있는 국내 전차들을 대신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부터 약 800대의 K2 Black Panther를 도입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폴란드의 전차부대는 구소련 시대의 T-72 전차와 자체 기술로 제작한 PT-91 전차 그리고 독일제 레오파드 II 전차 등이 잡다하게 섞인 채로 노후화 되어가고 있어 유지 및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서두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National Interest의 폴란드 K2 흑표 구매계약 확정 소식은 교차 검증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아도 아직 계약이 유력하다고만 서술하고 있지 계약이 확정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폴란드 역시 전차기술 강국이기 때문에 K2 흑표를 완제품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개발 형태로 기술이전이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공동개발 형태가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기술이전이라는 측면에서 폴란드 정부가 더 선호하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주)
터키 또한 그들 자신의 토착 전차 알타이(Altay)를 설계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차 K2 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터키인들은 K2 Black Panther가 지니고 있는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현수 장치(suspension system)와 차체(chassis) 및 복합장갑의 고유한 특징을 알타이(Altay) 전차설계에 반영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컴퓨터로 자동 통제되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발전된 현수장치, 독특하고도 강력한 상부장갑 공격지능탄은 뛰어난 중량 대 출력비와 하나로 결합되어 K2 Black Panther를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전차들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 사나운 검은 야수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적이 내미는 것이라면 다진 고기덩어리로 만들어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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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12월 23일, 미국의 국방 전문매체 National Interest가 게재한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2007년 개발이 끝난 K2 흑표는 세계 최정상 급의 성능을 지닌 전차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당대 최고 기술이 집약된 전차였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큰 개량이 없었다는 점이 K2 흑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혹자는 미래 전장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같은 항공전력을 충분하게 갖추는 나라가 지상전을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차전력을 과감하게 줄여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육군들은 전차전력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이며 우리 육군도 차세대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인 AH-X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원래 390대로 예정되어 있던 K2 흑표 도입 숫자를 200대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죠.
그렇다면 이제 미래 전장에서 전차의 효용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어떤 대답을 하고 있을까요?
먼저 살펴봐야 할 사례는 1990년에 발발된 걸프 전쟁입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은 이라크군 전차를 목표로 무려 2만 3,430회의 폭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군 전차들의 60%는 여전히 건재했고 그 결과 미 육군이 쿠웨이트 해방을 위해 지상전을 펼쳤을 때 남은 60%의 이라크 전차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여야만 했습니다.
지난 228화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게릴라전에서는 전투기와 공격헬기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투기가 작전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0여분 정도이고 공격헬기도 길어봐야 30분이기 때문에 게릴라들은 제공권이 장악된 상태에서는 쥐 죽은 듯이 숨어있다 항공지원이 사라지는 순간을 노려 반격을 해옵니다. 이 때 지상군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며 강력한 화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전차라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게릴라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시가전에서도 전차의 위력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제로 미군은 건물 하나를 지정해 놓고 그 주변을 M1A2 에이브람스로 빙 둘러싸서 아군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전차는 정치적 무기이기도 합니다. 전차의 강력한 방호력과 공격력은 적의 사기를 꺾는 동시에 아군과 동맹국 시민들에게는 반대로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규모 정규전보다는 소규모 게릴라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 전장에서도 우수한 성능의 주력전차란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우리 군 수뇌부가 상정하고 있는 북한과의 전투도 게릴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살펴봐야 할 사례는 오늘 이야기할 폴란드 수출형 K2PL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존재이지요. 전통적인 기갑강국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힘으로 병합시켰습니다. 러시아는 지상군을 활용해 제한된 국지전을 승리로 이끌고 충격과 공포에 빠진 상대국을 힘으로 겁박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최신형 T-14 아르마타를 개발한 것도 이런 지정학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죠.
러시아 지상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 또한 전차 전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차기 전차 개발사업 MGCS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국가인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에스토니아에 우리나라 자주포 K9 썬더가 수출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폴란드에 수출될 K2PL 역시 러시아의 강력한 기갑부대를 상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호력과 공격력에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K2PL은 더 커지고, 더 무거워졌죠.
K2PL의 기본 스펙을 살펴보면, 전장 10.8m, 전폭 3.6m, 전고 2.4m로 기존 K2 흑표 전차보다 차체가 3m 이상 길어지고 무한궤도에 달려있는 로드휠의 숫지도 6개에서 7개로 늘어났습니다. 로드휠이 늘어나면서 차체의 중량을 감당하는 현수 장치도 그만큼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K2PL은 K2 흑표보다 10톤 가까이 늘어난 65톤 정도의 전투중량까지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호력 강화를 위해 포탑의 전면과 측면 장갑이 상당히 두꺼워졌으며, 차체 측면에도 상당히 두께의 복합장갑 모듈이 장착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전차 로켓포를 대비해 엔진실 부분에도 RPG 펜스가 장착되었죠.
포탑 전면 좌우에는 레이더 경보기가 달려 있으며 그 아래에는 360도로 회전하며 외부를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 모듈의 일부가 있습니다. 포탑의 전면 측면에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의 능동방어시스템을 위한 360도 감시 레이더가 장착되며 포탑 후면에는 2연장 요격탄 발사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무장으로는 12.7mm 중기관총을 탑재한 원격사격 통제체계(RCWS)가 포탑 상부에 장착되며, 40발의 포탄을 수납할 수 있는 55구경장 120mm 전차포를 사용합니다. 대 게릴라전을 상정하여 탈/부착이 가능한 레벨 4급 지뢰방호 키트를 장착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도 K2PL 전차의 국산화율은 90% 이상 된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사태로 사업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K2 흑표의 폴란드 수출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에 K2PL 수출이 성공한다면 유럽 전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도 분야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는 바람에 제대로 된 기술투자마저 마음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있는 현대로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