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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무기체계/심해의 헌터 킬러

[Reuters ] 43년 된 독일산 인도네시아 잠수함 실종사건과 2차 잠수함사업의 향방, 러시아가 아니었으면 KSS-III도 없었다?

by KKMD Kevin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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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1일 수요일 로이터 통신은 인도네시아 해군의 209형 잠수함 KRI 낭갈라(Nanggala)가 발리 섬 근처 해역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특보로 전했습니다. 이 뉴스는 곧 세계 여러 나라 언론에 전달되었고 대한민국 국내 언론으로도 소개가 되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의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문제의 209형 잠수함 KRI 낭갈라(Nanggala)가 무려 43년 전인 1978년 건조된 굉장히 오래된 잠수함이며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에 걸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와는 2차 잠수함 계약도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해서 좀 더 자료를 모아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잠수함 건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우조선해양(DSME)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에 걸쳐 200여명의 기술팀을 독일 HDW사에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잠수함의 설계 및 건조과정을 배우게 되었는데요. 대우조선해양 기술자들의 기술습득 속도는 기술을 전수해 준 독일 HDW사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HDW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 209형 잠수함 설계기술을 전수해 줬지만 그 나라들 중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설계 및 건조하여 다른 나라로 수출까지 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독일 HDW가 대한민국에게 209형 잠수함 건조기술을 이전할 때 전반적인 기술들은 이전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전략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설계 기술과 상세설계 기술은 이전해 주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설계기술이 나와있는 209형을 다시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새로운 잠수함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209형 잠수함의 거의 두 배 정도 크기를 지닌 KSS-III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을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뿐만 아니라 한 번도 잠수함을 수출해 본 적이 없었던 대한민국의 무엇을 믿고 인도네시아는 3척의 209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제 1차 잠수함 계약을 맺었던 것일까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들은 일단 로이터가 전하고 있는 짧은 해외기사 내용을 먼저 살펴본 뒤 계속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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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군이 4월 21일 수요일 53명의 인원이 탑승한 채 실종된 잠수함을 찾고 있으며 인접 국가인 호주와 싱가포르에게 잠수함 수색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인도네시아군 고위급 인사가 로이터 통신에게 전했다.

 

인도네시아 해군 대변인의 언급에 따르면 독일이 만든 잠수함인 KRI 낭갈라(Nanggala) 402는 발리 섬 북쪽 해상에서 어뢰발사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며 정해진 시간에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지금 이 시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KRI  낭갈라 (Nanggala)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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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짜잔토(Hadi Tjahjanto)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발리 섬 96km 떨어진 해역에서 승무원 53명을 계속 수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짜잔토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은 잠수함과 실종된 선원들에 대한 수색 지원을 호주와 싱가포르에 요청했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는 수요일 새벽 4시 30분에 KRI 낭갈라(Nanggala) 402와의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주와 싱가포르 국방부 대변인들은 이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바로 답해주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내각 사무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중 배수량 1,395톤인 209급 잠수함 KRI 낭갈라(Nanggala)는 1978년 독일에서 건조됐으며 레이더, 음파 탐지기(소나), 전투체계 등의 업그레이드를 위하여 2010년부터 대한민국에서 2년간 업그레이드 처리를 받았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영해 내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군도 지역들을 순찰하기 위해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제 209형 잠수함 2척과 대한민국에서 제작한 신형 209형 3척을 포함한 5척의 잠수함만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국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왔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부 군 장비들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이며 이번 사건 외에도 특히 노후화된 군용 수송기와 관련된 치명적인 사고가 최근 몇 년에도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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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1 4 21일 수요일 로이터 통신이 게재한 인도네시아 해군의 209형 잠수함 KRI 낭갈라(Nanggala) 53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로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 뉴스를 보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바로 이번에 실종된 독일산 209형 잠수함 KRI 낭갈라(Nanggala)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에 의해서 대대적인 개량작업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인도네시아 해군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혹시라도 현지 여론이 KRI 낭갈라(Nanggala)의 사고 원인을 이 개량작업 탓으로 몰아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기 때문이죠.

 

4 21일자 인도네시아 판 BBC 뉴스기사를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해군 정보부 줄리어스 위조조노(Julius Widjojono)제독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잠수함은 40년 이상 운용되면서 엄청난 수준의 수압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왔고 그 결과 HY-80강으로 제작된 잠수함의 기골과 외판에 쌓인 금속 피로가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이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자료들을 찾아보니 KRI 낭갈라(Nanggala)의 대규모 개량작업을 담당했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언급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말이 성능개량이지 신규 건조 이상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는데요. KRI 낭갈라(Nanggala)함이 1978년에 건조된 함정이다 보니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기골과 외판 이외의 모든 구성품을 교체해야만 했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 작업에 2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신규 잠수함은 자유롭게 공간설계를 할 수 있지만 개량 작업의 경우 기존의 공간에 새로운 시스템을 배치해야만 하고 기존 부품을 새로운 전투체계 등에 연동시켜야만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의 설치 등으로 잠수함의 중량 밸런스가 변하게 되므로 납축전지와 밸러스트 탱크의 용량을 재설계하는 복잡한 과정도 빼먹을 수가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고생은 죽도록 해야 되는데 돈은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그런 이유로 KRI 낭갈라(Nanggala) 잠수함을 건조했던 독일 HDW사도 참여를 망설이고 있을 때 대우조선해양이 과감하게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무사히 KRI 낭갈라(Nanggala)의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개량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인도네시아에게 자신들의 설계역량과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개량 작업이 2012년에 끝났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실종 사고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뜻인데요. 만약 개량작업에 문제가 있었다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버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해군 측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BBC 뉴스의 다른 부분을 읽어 보면 금속피로 외에 인간의 실수에 의한 인재(人災) 사고일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해외 언론 기사 내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비록 2012년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었지만 지난 9년 동안 창정비 작업 등을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KRI 낭갈라(Nanggala) 선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최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인터뷰도 남기고 있습니다.

 

https://youtu.be/WF3g6oRQrG0

KRI  낭갈라 (Nanggala) 402 사고관련 인도네시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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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도네시아가 수출실적도 없던 대우조선해양(DSME)의 무엇을 보고 1 3천억 규모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요.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랬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행된 214급 잠수함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에게 패한 대우조선해양은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를 위해 이미 1,000억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 세계 수준급으로 알려진 잠수함 건조설비를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200여명의 잠수함 기술 인력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214급 잠수함 수주전에 패하면서 위기가 닥쳐온 것입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해외 수출로 돌릴 필요가 있었죠.

 

이 때 대우조선해양(DSME)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 해군이 2003년에 발주한 209급 잠수함 KRI 카크라(CAKRA)의 창정비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KRI 카크라(CAKRA), KRI 낭갈라(Nanggala) 두 대의 독일산 209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던 인도네시아는 창정비를 할 때 마다 먼 바다를 거쳐 인건비가 비싼 독일까지 가서 정비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해군이 사용하는 209형 잠수함 9척을 직접 건조했고 창정비도 계속 수행해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독일보다 훨씬 가까워 수송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물론 독일보다 저렴한 인건비도 한 몫을 했지요. 결국 독일 HDW의 잠수함 창정비 먹거리는 대우조선해양의 몫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RI 낭갈라(Nanggala)의 대대적인 개량사업도 성공적으로 마쳤던 대우조선해양(DSME)이 독일 HDW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립니다. 자신들이 설계한 잠수함을 못 믿겠으면 독일 HDW사가 만드는 209형과 동일한 설계를 지닌 잠수함을 독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죠. 이 무렵에는 독일 HDW사의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도 없었습니다.

 

독일 HDW사 입장에서는 호랑이를 키운 셈이 되었지만 이렇게 해서 결국 1차 잠수함 사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 3천억이란 돈을 받고 3척의 나가파사(Nagapasa)급 잠수함을 수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전인 3 17 1차 잠수함 사업의 마지막 3번함인 KRI 알루고로(Alugoro)가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되었죠.

 

KKMD 252화에서도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해군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잠수함 사업은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각 블록을 현지에서 조립하는 알루고로(Alugoro)로 마무리, 2차 잠수함 사업을 통해 총 5개의 블록들 중 가장 높은 기술적 성숙도를 요구하는 선수부를 제외한 나머지 블록들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하고 조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며 3차 사업에서는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가진 신형 공격 잠수함을 해외에서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가 독일 HDW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209 잠수함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면서 HDW에게 어퍼컷을 날렸듯이 인도네시아도 우리에게 이전 받은 기술로 경쟁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 말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인도네시아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해준 기술과 설계도를 통해 209형 잠수함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자체적으로 새로운 잠수함을 설계할 능력은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가 영상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도 러시아가 없었더라면 KSS-III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HDW사가 209 잠수함 건조기술을 전수해 주기는 했지만 설계에 관한 전략적 기술은 당연히 전수해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절실하게 원했던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관련 기술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번번히 높은 벽에 부딪쳐야만 했죠. 그 때, 구소련이 붕괴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중요한 첨단 방산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러시아가 극도로 혼란했던 시기인 1994년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라주리트(lazurit) 잠수함 중앙설계국에 설계인원을 파견합니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 잠수함 설계국이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잠수함 건조기술을 공개한 것이죠. 마지못해 기술을 공개한 러시아 잠수함 설계국이었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있었던지 7개월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특유의 학습력으로 3천 톤급 중형 잠수함 설계를 위한 기술들을 터득해 올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대우조선해양 기술진들에 대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들의 사명감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AESA레이더, 각종 미사일 관련 기술, K2 흑표 등등 구소련의 붕괴는 대한민국이 방산 테크놀로지 수준을 한꺼번에 몇 단계 레벨 업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도산 안창호급 KSS-III도 그런 비약적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진 프로젝트였으며 인도네시아가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러시아 급 방산기술을 지닌 국가들 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한 말이죠.

 

이번 KRI 낭갈라(Nanggala) 실종 사건으로 인도네시아는 보유 잠수함 숫자가 4척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한때 12척의 잠수함을 보유하면서 동남아의 해군강국으로 군림했던 인도네시아였지만 꾸준한 투자를 등한시했던 탓이죠.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인도네시아로써는 대우조선해양과의 2차 잠수함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차 사업으로 대한민국에서 도입한 3척의 잠수함과의 전투체계 및 훈련 연계성, 물류지원 그리고 창정비의 일원화라는 측면에서도 2차 사업은 대한민국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죠.

 

글을 마무리 짓기에 앞서 인도네시아의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지난 몇 년간 이 사람의 행적을 살펴보면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책임자에게 있어 통찰력과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KRI 낭갈라(Nanggala) 실종 사고에 관련된 많은 장병 그리고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외신기사 링크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indonesian-navy-checking-submarine-after-failure-report-back-exercise-2021-04-21/

 

Search for missing Indonesian submarine reveals oil spill

Indonesian rescuers searching for a submarine that went missing with 53 people on board found an oil spill on Wednesday near where the vessel dived, authorities said.

www.reuters.com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BmLN6oWaT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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