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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무기체계/해양통제의 주춧돌 CVX

[Kevin’s 패치워크] 266화. ‘인공위성으로 항모 찾기’는 쉽다? 어렵다?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은 항모에게 어느 정도의 위협일까?

by KKMD Kevin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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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단과대학 학장으로 22년간 재직했던 허버트 E. 호크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정은 바로 주어진 사실, 팩트(Fact)부터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화요일까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면 그는 화요일까지 문제해결을 위한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오로지 문제에 관련된 사실, Fact를 확인하는데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것이죠. ‘팩트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발생한 혼란이 문제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그렇게 문제와 관련된 팩트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KKMD를 통해 객관적인 팩트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국뽕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고 식견의 부족으로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지만 객관적인 팩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군사 전문가’’란 타이틀에 대한 집착은 없으며 그것이 오히려 다양한 팩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매너에 어긋나고 인신 공격적인 지적들에게까지 호의를 베풀 생각은 단연코 없지만요.

 

KKMD 261화를 통해 약 10만 톤 정도의 배수량을 자랑하는 미 해군의 거대한 슈퍼 항모를 바다 위에서 찾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 해군사관학교 유지훈 교수의 설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바다 위 높은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얼마나 많은데 그 큰 항모를 찾을 수가 없다는 소리냐는 의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얼핏 이해하기가 힘들기는 했습니다. 요즘 정찰 위성들이 탑재하고 있는 광학장비와 합성개구레이더(SAR 레이더. 레이더 반사파를 이용해 영상으로 재구성해주는 레이더)의 뛰어난 성능을 생각해 보면 그 큰 덩치의 항모를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받은 자료를 공부해서 다시 재구성해 봤습니다. 동시에 인공위성과 항모의 관계는 곧 항모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친 김에 함께 자료를 모아 공부해 봤으니 그 결과물을 함께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인공위성으로 대양에 떠 있는 항모를 탐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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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맞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입니다. 왜 이런 애매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설명을 드릴께요.

 

군용 정찰위성은 대부분 저궤도에서 움직입니다. 지상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저궤도 우주에는 희미하지만 대기가 있고 따라서 마찰력이 발생, 속도가 떨어져 결국 중력낙하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정찰위성이다 보니 궤도를 바꿔야 할 필요도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다른 위성들과는 달리 군용 정찰위성은 추진제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곧 군용 정찰위성의 짧은 수명과도 연관이 있죠. 따라서 군용 정찰위성은 정말 자주 발사해야만 하고 이는 곧 돈으로 연결됩니다. 군용 정찰위성의 대부분을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미국의 대표적인 정찰 위성인 HK-12 600㎞ 고도에서 지상에 있는 15㎝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340m 크기의 정규 항모를 찾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비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전 세계의 바다에는 항공 모함뿐만 아니라 상선, 어선 등 수없이 많은 배들이 항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한반도 근해는 해상 교통량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죠. 화물선의 경우 바지 운반선,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유조선, 가스 운반선, 벌크선 등등 많은 종류의 배들이 있는데 이 화물선들 중 덩치가 큰 것은 30만 톤으로 미 정규항모보다 3배 더 큰 배도 있습니다. 미국의 정규 항모와 비슷한 크기를 지닌 화물선들은 그야말로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서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다 위를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죠.

 

인공위성에 아무리 최첨단 광학장비와 합성개구레이더(SAR 레이더) 등이 탑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장비들이 스스로 알아서 그 많은 선박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주지는 않습니다. 정찰 위성으로 탐색(Search)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의한 식별(Identification)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광활한 바다 위에 엄청난 크기의 배들이 수백 아니 수천 척 단위로 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사람이 일일이 식별해야 한다면 이건 보통 작업이 아닙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된다면 이 작업에 투자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합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정찰위성의 해상도를 높이면 정찰범위는 좁아지며 반대로 정찰범위를 넓히면 해상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항모의 초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상도가 떨어지더라도 넓은 범위로 탐지를 시도하고 어느 정도 모양이 일치하는 배들을 찾아서 다시 해상도를 높여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찰용 군사위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저고도 궤도를 그리며 수면과 지면을 훑으면서 지나가기 때문에 특정 지역이나 해역을 항상 감시할 수는 없습니다. , 정찰 위성이 획득한 표적정보는 시간적 오차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이러한 표적정보에 대한 시간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주공간에 더 많은 고성능 정찰위성을 배치해야만 합니다.

 

위성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총 1,994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인 러시아가 1,536개 그리고 3위인 중국이 391, 일본이 4위로 184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죠. 대한민국은 22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어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한 이 22개의 위성 중 군사용 정찰위성은 아직 없습니다.

 

일단 위성의 숫자로 봤을 때 미국 1,994 그리고 중국 391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위성의 성능 면에서도 현재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는 어렵죠. 따라서 중국 해군이 미 해군의 항모를 찾아낼 확률보다 미 해군이 중국의 항모를 먼저 찾아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으며 미 해군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해군도 만약 항모를 가진다면 마찬가지로 먼저 타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인공위성 정보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통한 항모 타격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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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으로 항모의 정확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만 남습니다. 해상 위의 표적물을 대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표적물의 현재 위치를 조준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물의 미래 위치(Aim Point: AP)에 맞추어 조준해야 합니다. 미사일이 표적물까지 비행하는 동안 걸리는 시간(Time of Flight: TOF)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중국의 군사용 정찰위성이 30노트(시속 56km)의 속도로 이동하는 미 항모를 포착했고 현재 위치가 미사일 발사대로부터 1,000km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중 실전 배치된 것으로 판단되는 CH-AS-X-13 미사일을 미 항모를 향해 발사한다고 가정하면 마하 5(초속 1,700m)의 속도로 비행할 것이고 표적물에 도달하기까지 1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중국이 미사일 사격 제원을 입력할 때 조준해야 할 위치는 현재 위치가 아닌 10분 뒤 미 항모가 도착할 위치가 되어야만 할 것이며 미 항모의 침로(방향)와 속력을 반드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조준 후 발사! 하지만 정찰위성 자산과 정보감시 및 정찰(ISR)이 중국보다 훨씬 많은 미 해군 항모는 CH-AS-X-13 발사 정보를 인지하고 전 속력으로 방향전환(변침)을 할 것입니다.

 

시속 56km로 움직이는 미 항모가 10분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9.33km이며 이는 결국 중국의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최대 9.33km의 반경을 가진 원형 오차와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370미터 크기의 항모를 명중시켜야 하는데 반경 9km가 넘는 오차범위를 가진다면 명중시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죠.

 

()초음속 대함 미사일은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데이터 링크 기능을 통해 비행 중 표적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받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미사일 자체에 장착시킨 탐색기(Seeker)의 성능을 극대화시켜 광범위한 해역을 수색하고 그 중 항모만을 선별적으로 인식하여 타격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데이터 링크를 통한 유도 방식은 전방에서 적 항모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도를 계속해줄 수 있는 ISR 즉 정보 감시 및 정찰자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이 있으며 전자전에 의한 재밍(Jamming 전파교란)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자체 시커(Seeker)를 통해 항모를 찾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전자전에 강한 면모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마하 5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커가 몇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한 해역을 수색하고 수많은 허위 표적들 속에서 항모만을 골라내서 타격한다는 것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표면에는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커(Seeker)의 성능은 큰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항모를 타격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데이터 링크를 통해 표적물의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미사일에 업데이트 시켜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위성은 이미 설명 드린 대로 정해진 궤도를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적절한 수단은 될 수 없습니다.

 

통상 공중조기경보기와 같은 항공기 또는 해상탐색기능이 있는 헬기 그리고 수상함, 잠수함, 무인항공기 등이 이런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ISR 자산들에 해당됩니다. 이들이 전방에서 항모의 위치에 대한 최신 표적 정보를 많이 보내주면 보내줄수록 항모 명중률은 올라가게 되겠죠.

 

지금까지 설명해 왔듯이 만약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나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 해군이나 대한민국 항모를 목표로 사격하여 명중시키려면 반드시 정보감시 및 정찰(ISR) 자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를 미 해군과 그 동맹국 해군전력이 그냥 놔둘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국 항모를 향해 공격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마찬가지로 중국 항모를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ISR 자산이 필요하며 중국 해군도 적군의 ISR 자산을 어떻게 해서든지 파괴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공중조기경보기, 해상탐색 헬기, 수상함, 잠수함, 무인항공기 등의 ISR 자산들 중에서 적의 레이더에 좀처럼 탐지되지 않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뛰어난 항전장치 및 센서처리능력 그리고 네트워킹 능력을 지닌 함재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F-35B입니다.

 

 

 

수직이착륙을 위한 리프트 팬(Lift fan)의 존재 때문에 운용할 수 있는 무장 탑재량이 F-35A형의 절반에 불과하고 여러 가지 결함설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격도 비싸다는 F-35B가 퀸 엘리자베스급과 일본 이즈모급 그리고 이탈리아의 카보우르급에 채용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ISR 자산으로써의 기능과 공격기로써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방에서 ISR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적의 비스텔스 항공기나 전투기들에 은밀하게 접근해서 격추시키거나 대함 미사일 정도의 타격은 주지 못해도 폭탄과 미사일로 전투함들을 공격하는 임무들은 얼마든지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F-35B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F-35B가 가진 장점을 파악하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팩트(Fact)의 수집절차라는 뜻이지요. 최대한 팩트들을 수집한 다음이라면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인공위성만으로 바다에서 항모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제아무리 빠른 속도를 지닌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이라고 해도 인공위성 정보만으로 항모를 타격시키기란 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찰위성의 성능이 대폭 개량된다면 또 모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해군과 지상 공격자산들의 첫 번째 공격목표는 아마 저궤도를 돌고 있는 정찰위성들이 될 것입니다. 정찰위성들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메우게 되는 것은 다시 전통적인 정보감시 및 정찰(ISR) 자산들이 되겠죠. 결국 정찰위성과 전통적인 의미의 ISR 자산들은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jSI6qbA1C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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