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뤄볼 내용은 한창 비행 테스트 준비 과정에 있는 대한민국 토착 세미 스텔스 전투기 KF-21을 제대로 이해하고 세계 시장에 명품 전투기로 내놓기 위한 장단점과 개선점을 생각해 보는 『제대로 된 KF-21 사용설명서』 그 첫 번째 편입니다.
먼저 『추력대중량비』와 『익면하중』라는 용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추력대중량비란 전투기의 무게를(Weight) 엔진의 추력(Thrust)으로 나눴을 때 계산되는 값을 뜻합니다. 이 추력대중량비는 전투기의 가속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로써 전투기의 중량과 엔진의 파워에서 나오는 추력 수치만 가지고도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비행 테스트도 끝나지 않은 KF-21을 가지고 무슨 수치 비교냐고 쓴 소리를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KF-21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미 성능이 입증되고 수치적으로 계산되어 있는 부품과 설계를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근사 범위의 수치는 알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1년 정도만 기다리면 실물 데이터를 가지고 확인할 수도 있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일단 ‘가정’이라는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추력대중량비가 높을수록 기동성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추력대중량비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엔진을 사용한 전투기들이라도 추력대중량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항력』과 『편향력』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익면하중』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익면하중(Wing loading)은 전투기의 무게를 날개의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즉, 날개의 단위 면적 당 얼마만큼의 부하가 걸리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할 수 있죠. 이 설명에 따르면 익면하중이 낮은 전투기일수록 기동성은 뛰어나다는 뜻이 됩니다.
날개가 생산해 낼 수 있는 양력(뜨는 힘)은 한계가 있는데 여기에 무거운 부하가 걸릴수록 충분한 양력을 낼 수 없고 이는 전투기의 조종성과 저속에서의 안정적인 비행 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날개가 부서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급격한 선회를 할 수도 없어 전투 기동에도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됩니다.
종합적으로 설명하면 추력대중량비는 높을수록, 익면하중은 낮을수록 전투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설명을 드렸듯이 전투기의 최대한 현실적인 기동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항력』과 『편향력』이라는 변수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항력』이란 물체가 유체 안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며, 저항력 혹은 끌림힘이라 정의됩니다. 사람이 센 바람 속에서나 물 속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이 항력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편향력』이란 2차원 추력편향노즐을 통해 전투기의 방향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F-22의 2차원 추력편향노즐은 위아래 20도 각도로 추력의 방향을 돌릴 수 있어 선회율을 50% 가까이 증대시킬 수 있으며 배기구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적외선 추적 및 탐지장치(IRST)를 회피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죠.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일반적으로 레이더파의 반사면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설계되는 스텔스기의 형상 자체가 일반 비 스텔스 전투기보다 더 많은 항력을 유발한다는 사실입니다. 비 스텔스 전투기들은 기체역학(aerodynamics)에 따른 최적의 형태만을 생각하면 되지만 스텔스 전투기들은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체역학을 거스르는 디자인을 선택해야만 할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라 칭송 받는 F-22도 똑같은 문제점에 봉착했었습니다. F-22 개발진들은 익면하중(W/L)을 최대로 낮추는 것과 힘으로(?) 방향을 바꾸는 2차원 추력편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F-35와 KF-21 혹은 중국의 J-31 같은 스텔스 전투기들은 대부분 F-22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레이더 반사면적(RCS) 값을 최대한 낮추는 스텔스 설계는 대개 비슷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때문에 F-35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KF-21도 역시 『항력』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F-22처럼 2차원 추력편향이 가능한 강력한 엔진은 단발엔진 전투기인 F-35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KF-21 역시 쌍발엔진이기는 해도 F-22에 비하면 엔진 자체 출력이 떨어질뿐더러 2차원 편향노즐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F-35나 KF-21에게 있어 추력대중량비를 제외하고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동성 개량 여부는 결국 익면하중을 최대한 낮추는 설계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쉽게 추론해 낼 수 있습니다.
각 전투기들의 무게와 일부 엔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투기 엔진의 추력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해서 표로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탑재한 무장의 수와 연료의 양에 따라 전투기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상에 공개된 대부분의 추력대중량비는 공대공 미사일만 장착하고 50%의 연료를 주입했을 경우의 무게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지만 인터넷상의 자료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수치임을 잊지 말고 이해를 돕는 수준으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력대중량비는 높을수록 좋고 익면하중은 낮을수록 좋다고 이미 말씀 드렸죠? 이 그래프를 보는 방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추력대중량비가 높아지고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익면하중이 낮아지기 때문에 중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오른쪽 아래 부분에 속할수록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 됩니다.
이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F-35A와 F/A-18 E/F 슈퍼 호넷이 좌측 윗부분 영역에 속해 있는데요. 이는 F-35A와 F/A-18 E/F 슈퍼 호넷의 가속 성능 및 선회 능력이 그래프 상의 다른 전투기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특히 F-35는 날개에 걸리는 부담인 익면하중이 제일 높은 전투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 해군 조종사들이 농담 삼아 F/A-18 E/F 슈퍼 호넷을 “Super Slow Hornet”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사실과 미국 내에서도 F-35A의 근접전투 기동능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이 많다는 사실은 위의 표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F-35A와 F/A-18 E/F 슈퍼호넷은 그런 기동성 부재를 상쇄시킬만한 다른 뛰어난 성능들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생각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래프에서 KF-21의 위치가 가속성과 선회 속도가 높은 영역인 오른쪽 아래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F-22와 F-15E 그리고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역시 이 영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KF-21의 추력대중량비는 F-15E를 제외하고서는 가장 우수한 편이지만 익면하중은 F-22와 F-15E 그리고 유로파이터보다 살짝 떨어집니다.
게다가 F-22는 내부 무장창에 공대공 미사일을 수납하기 때문에 『항력』을 가장 작게 받는 전투기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F-15E는 무장을 외부에 장착해야 하며 그 때문에 공기에 의한 저항을 훨씬 더 많이 받게 됩니다. 따라서 실제 비행 데이터에서 F-22는 유로파이터나 F-15E에 비해 월등한 기동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F-22는 2차원 추력 편향 노즐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되겠죠.
한가지 더 보충설명을 드리면 F-15E의 경우 수치상으로는 기동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F-15E는 높은 고도에서 안정적으로 고속 기동하도록 설계된 전투기이기 때문에 고받음각으로 비행하는 경우 기동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받음각』이란 불어오는 바람과 기체 날개 중심선과의 각도를 뜻하는 용어로 고받음각이 되면 기체 앞부분이 들려지게 되므로 그 결과 기체가 빠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받음각이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면 불어오는 바람의 흐름이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므로 실속 하여 추락하게 되는 것이죠. 즉, F-15E의 고받음각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급격한 상승기동이 어렵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되고 이는 곧 공중전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KF-21은 나머지 4.5세대 전투기들과 F-35A보다는 꽤 우수한 기동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내부 무장창까지 장착해서 F-22처럼 『항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기동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게다가 내부 무장창을 장착할 수 있게 되면 현재 0.5㎡로 측정되는 KF-21의 레이더 반사면적(RCS) 값이 더욱 줄어드는 부가적인 장점도 생기게 됩니다. F-35A급의 스텔스 전투기로 인정받는 RCS 기준은 0.01㎡부터 입니다.
따라서 KF-21의 해외수출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우수한 기동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입니다. 스텔스 기능은 분명 무서운 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며 안티(Anti) 스텔스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라도 선제 공격이 끝난 이후에는 위치가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혹시 만에 하나라도 적의 공대공 미사일에 조준 되거나 근접 공중전을 강요 받는 경우 생존 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바로 전투기 자체가 가진 기동성밖에 없습니다.
세미 스텔스 4.5세대 전투기인 KF-21 블록 1이 해외로 수출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게 될까요? 선진국들에게 있어서는 미들급 포지션으로 생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동남아나 공군에 투자할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는 하이 엔드급으로, 자본으 풍부하지만 해외기술에 의존해야만 하는 중동 국가들에게는 미들 하이급 포지션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F-35A 같은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 운용하기에는 예산도 부족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아예 구매 자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스텔스 전투기들은 초음속 비행을 하고 나면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도료들이 손상을 입기 때문에 반드시 재정비를 해줘야 하고 이러한 재정비에도 007 작전 뺨치는 미국의 삼엄한 통제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고요. 20만 개가 넘는 F-35 부품 중에 국내에서 정비가 가능한 품목은 400개를 넘지 못합니다. 나머지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호주로 보내던지 미국 본토로 보내서 수리해야만 합니다. 다른 말로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에 수출하는 F-35A는 언제든지 “셧 다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가끔 동남아나 중동 국가들이 비싸더라도 F-35를 사지 뭐 때문에 KF-21을 사겠느냐고 반론을 펼치는 분들이 계신데요. 오일머니가 많은 중동 국가들은 돈이 있어도 이런 문제들 때문에 F-35를 구매하기 어려우며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도입비와 운영비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UAE가 "기체의 주권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F-35A의 도입을 포기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 틈새를 파고 들고 있는 것이 바로 내구성과 군수 지원은 많이 떨어지지만 고성능 전투기를 제공하고 있는 러시아와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는 중국입니다. 사실 KF-21의 가장 큰 라이벌은 하이 엔드급의 미국 전투기들이라기 보다는 바로 이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들일지도 모릅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합작해서 만든 JF-17이 그 좋은 예이고 인도네시아가 러시아로부터 구매하고 싶어하는 Su-35가 또 다른 좋은 예입니다.
따라서 KF-21의 해외 수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가격”을 들 수 있습니다. 관련 국방TV 뉴스 내용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KF-21의 적정 가격을 700~800억 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KKMD 180화에서 소개해 드렸지만 한 때 900억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F-35의 가격은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생산 감소 때문에 오히려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이고 F-16의 최신형인 F-16V 같은 경우는 1대 당 가격이 거의 1억 달러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KF-21의 가격이 예상대로 책정된다면 미국산 전투기들에 비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JF-17 블록3 같은 경우 가격이 500억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JF-17 블록3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적외선 추적장치(IRST)와 함께 제작된 AESA 레이더를 갖추고 있고 헬멧장착 영상표시기 및 조준장치(HMD/S)도 통합되어 있습니다. 또한 최고속도가 마하2까지 나오는 것으로 발표되어 JF-17 블록 3에 대한 제 3세계 국가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의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지는 아직 검증되지 못했죠.
성능 검증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KF-21도 마찬가지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나마 핵심 항전장치와 엔진은 이미 검증이 끝난 서구 제품들을 상당수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신뢰성 구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러시아 Su-35 플랭커의 경우 가격은 한화 980억 내외로 KF-21의 목표 수출가격과 비교해 볼 때 꽤 비싼 편입니다.
정리해 보면 현재 계산상 수치로 살펴 본 KF-21의 전투기로써의 기동성은 우수한 편에 속하며 내부 무장창이 장착되는 블록 3가 현실화 된다면 기동성과 스텔스 성능이 더 한층 좋아질 것이라는 점과 KF-21 블록 1이라고 해도 가격이 700억 이하로 억제될 수 있다면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전투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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