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를 하다가 눈에 들어온 국내기사 제목 하나가 있었습니다. 제목도 자극적이었지만 후반부 내용은 더 놀라웠습니다. 미국 군사전문지 Defense One.com의 9월 25일자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였는데요. 미국이 최근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활용하여 차세대 제공전투기 NGAD를 디지털 설계했고 실물 시제기를 만들어서 시험비행을 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이는 획기적인 소식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기사를 읽고 놀랐던 이유는 Defense One.com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전반부와 중반부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본·영국·러시아·중국도 6세대 전투기 개발 중. 한국, 4.5세대 만든다 자랑』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기사 후반부 내용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 내용의 일부를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한편 한국은 4.5세대 전투기 시제기 만드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 등은 지난 9월 3일 “KFX 전투기 시제기 제작에 들어간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KFX는 스텔스기도 아니고 탐지 체계도 4.5세대 수준이다. 무기도 이미 사용 중인 것들 위주다. 한국은 이런 KFX를 2026년부터 수십 년 간 운용할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17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에 문의한 결과 “6세대 전투기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생각을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존중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 기사도 그리고 그 기사에 대한 제 생각도 모두 이러한 테두리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다 읽고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그리고 방위사업청이 기자의 질문에 대해 왜 “6세대 전투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왜 KF-21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이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기사가 KF-21를 스텔스기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는 부분도 저와는 생각이 다르며 KF-21 블록1을 계획대로 성공적인 4.5세대 전투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다릅니다. 4.5세대 KF-21 블록 1은 F-35와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함께 쓰일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 특히 이 국내 기사가 언급하고 있는 일본 및 영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 상황에 대해 저는 상당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6세대 전투기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았기에 이런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기도 하지만 일본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F-3 또한 6세대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5.5세대라고 구분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을 정도죠. 영국의 템페스트(Tempest)도 아직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며 실제 생산이 될지 안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는 2035년 F-3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일본 국내에서도 이는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분석하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KKMD 167화. 『기술적, 비용적 난제에 부딪친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F 3, 그 미래는?』 편에서 이를 상세하게 설명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https://youtu.be/0lMO0G_Qm_Y)
그 외에도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F-3 개발에 있어 존재하는 많은 난제들, 예를 들면 미국이 특허를 가진 기술을 어떻게 이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와 한 대당 2250억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 문제 등을 모두 언급하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이 국내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미국 군사 전문지 Defense One.com의 기사 내용 전체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국내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내용은 전체 기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 해외기사의 주요 논점은 미국의 6세대 제공 전투기 NGAD에 있지 않습니다.
미국 역시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이며 외신 내에서 직접 NGAD 소식을 전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게 디지털 기술에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만큼 이 기사의 주요 논점은 오히려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에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발전시켜야 할 기술 분야죠.
그런데 이런 주제의 해외기사를 가져와서 엉뚱하게 한국은 겨우 4.5세대 비 스텔스 전투기 KF-21의 시제기를 만들면서 이를 자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작성된 이유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서 직접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막연하게 6세대 전투기와 4.5세대 전투기를 비교하면서 생기기 쉬운 오류들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Defense One.com의 9월 25일자 외신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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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의 시제품을 비밀리에 제작해 왔으며 이를 시험 비행했다고 공개한 이번 사건은 군 당국이 무기를 구입하는 방식과 그 무기들을 만드는 주체들에 대한 일대혁신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미 공군 전력획득을 담당하는 윌 로퍼(Will Roper) 차관보는 신형 전투기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이 전투기는 미 공군의 차세대 제공 전투기(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NGAD)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밝혔다.
로퍼 차관보는 지난 화요일 개최된 미 공군협회의 가상 항공우주 & 사이버 영상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투기 NGAD는 현재 제조 비용과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디지털 기법으로 설계, 조립 및 테스트되고 있다고 말했다.
NGAD의 실물 크기 시제기가 제작되어 실제 시험 비행을 마쳤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기존 기록들을 갱신했다고 한다. 로퍼 차관보는 이 신형 전투기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더 이상 밝히지 않았으나 미 국방부가 5세대 F-22와 F-35 전투기에 이어 처음으로 '6세대' 전술기를 제작하려는 시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심지어 NGAD 시제기를 만든 회사의 이름조차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신형 전투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 디지털 설계 기술이 미국 군용기 제조 업체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업체들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퍼 차관보는 주제 발표 이후 기자들과 가진 화상전화 회담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생산과 조립에 필요한 간접비용을 낮추고 있으며 거대한 설비와 엄청난 수의 인력 그리고 값비싼 공작기계들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공학 기술 덕택에 미국은 미 공군을 위한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회사가 10개 이상의 있던 197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엔지니어와 실력 있는 정비사로 구성된 팀과 함께라면 비행기 격납고 같은 시설에서라도 우수한 전투기의 설계와 조립 테스트를 디지털 세계에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전투기 제조업체가 활약하던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로퍼 차관보는 덧붙였다. 현재 전투기를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은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유일하다.
NGAD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또 다른 이유:
로퍼 차관보는 기업들이 디지털 설계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펜타곤은 군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상업적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군은 지난 7월 유인 전투기와 편대를 이루어 비행이 가능한 신형 무인기(Drone)에 대해 18건의 입찰을 받았다고 밝혔다. Boeing, Northrop Grumman, General Atomics 같은 대기업들이 계약을 따냈지만 기업 인수 투기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던 훨씬 작은 규모의 Kratos도 계약을 따냈다.
"이번 무인기 도입 공고에 입찰 회사가 18개나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코웬&컴퍼니(Cowen&Company)의 애널리스트인 로만 슈바이저(Roman Schweizer)는 7월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 썼다. "대부분의 플랫폼과 무기 혹은 시스템 도입 공고에 보통 3개 이하 회사가 입찰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중간 정도 규모인 이 프로그램에 5개 회사가 입찰하는 것도 꽤 빡빡한 경쟁이 될 터인 데 무려 18개 회사가 입찰을 했으니 놀랄 만도 하죠."
로퍼 차관보는 NGAD 프로젝트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부 사항들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시험 초기단계에 불과한 이 전투기의 존재를 대중에 공개한 이유 중 한가지는 디지털 공학기술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만들어지기 전 단계라도 얼마든지 전투기를 컴퓨터상으로 설계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는 보잉과 사브가 최근 몇 년 동안 T-7A 훈련기를 만들었던 방식과 유사하다.
그는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T-7A와 같은 훈련기에 적용할 수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지만, 훈련기가 아닌 최첨단 전투 시스템을 그런 식으로 구축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펜타곤과 그 외 장소에서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만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이미 차세대 전투기 NGAD가 이루어 놓은 결과물 덕택에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밀유지 의무 때문에 지금까지 그런 말을 들으면 모르는 척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글쎄, 당신이 한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해야만 했습니다."
차세대 제공 전투기 NGAD와 고등훈련기 T-7A 레드호크 외에 Northrop Grumman이 제작하고 있는 새로운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설계 및 테스트가 적용되고 있으며 두 개의 신형 인공위성 프로젝트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로퍼 차관보는 말했다.
"제 희망은 적어도 우리 팀 안에서라도 NGAD에 정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큰 신뢰성과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엔지니어링이 우리의 사업방식으로 확립될 때까지 이 방식으로 계속해서 훈련시킬 예정이며 우리 기술진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이 기술을 보다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며 그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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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Defense One.com의 9월 25일자 외신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원래 해외 기사를 다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외신에서는 6세대 전투기의 개념조차 제대로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디지털 엔지니어링(Digital Engineering)이죠. 디지털 세계에서 전투기를 설계하고 조립하고 테스트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사실 전투기 무장체계를 개발하면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바로 전투기를 실제로 비행시켜서 테스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합니다. 수 백 번 이상의 비행을 통해 데이터를 뽑아내야 하는데 전투기를 한 시간 이상 비행시키는 데는 예상외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F-35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면 그 비용은 시간당 5만 달러, 약 5천 만원을 훌쩍 넘기는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 테스트를 컴퓨터 내에서 가상으로 대신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혁신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기사가 “겨우 4.5세대이며 스텔스 기능도 없으면서도 한국이 떠들썩하게 자랑하는 KF-21”로 연결되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외신링크 https://www.defenseone.com/technology/2020/09/usaf-jet/168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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