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1일부터 2월 25일까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Abu Dhabi)에서 개최되었던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의 방산전시회인 국제방산전시회(IDEX)에 참가했던 대한민국의 방산업체 중에서 한화 디펜스가 거둔 수확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외신들이 언급하고 있는 사례들 중에서 한화 디펜스가 관련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 중에서 한화 디펜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KTSSM을 장착한 천무(天橆) 다연장 로켓포 판매계약이 성립되었다는 뉴스가 잠시 외신에 나타났었지만 이내 한화 디펜스가 이를 부인하면서 외신이 수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실제로 오보였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비밀유지 의무가 조건부로 달려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관련 외신들을 계속 검색하다 보니 2021년 2월 22일 불가리아의 밀리터리 전문지 Bulgarian Military.com이 짧게 전한 소식 중에 한화 디펜스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방산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K-30 비호복합의 업그레이드 형태인 비호-II를 개발 생산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난 245화 『KTSSM이 장착된 천무(天橆) 다연장로켓, 美 M142 HIMARS를 제치고 UAE의 큰 관심을 얻게 된 이유는?』 편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사이가 좋지 않은 시아파 소속 후티 반군이 일으킨 예맨(Yemen) 내전에 개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예맨(Yemen)의 후티 반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생산 시설을 무인기로 공격했죠. 후티 반군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삼마드 무인기는 전/후방 날개 길이가 1m 안팎으로 대당 1∼2천 만원 정도로 저렴하며 3∼4kg의 폭약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는 한 때 석유 생산량이 50% 감소했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연히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후 소형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대공 방어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K-30 비호복합의 탄생 배경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기존 근거리 저고도 대공 방어체계이던 발칸이 육안에 의존하는 체계인데다 기동성이 떨어져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8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2002년부터 실전배치 된 것이 바로 K-30 비호입니다.
북한이 운용하는 저속 저고도 비행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다 보니 처음에는 30mm 기관포만이 장착되어 있었고 고고도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는 전투기 등에는 전혀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비판론이 일부 군사 전문가들과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K-30 비호는 말 그대로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고 생산량도 원래 계획의 절반 이하로 감축되었습니다.
저고도에서 저속으로 비행하는 저렴한 소형 무인기가 등장하게 되면서 기존의 대공방어체계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작아서 탐지도 어렵거니와 몇 천 만원 수준의 무인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한 발에 몇 십억씩 하는 비싼 대공 미사일을 사용한다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K-30 비호가 사용하는 30mm 포탄은 만원에서 비싸도 몇 십 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가성비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대공포라는 특성상 포탄들이 거리에 비례해서 확산되기 때문에 소형 무인기들을 격추시킬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30mm 포탄이 바로 Advanced Hit Efficiency And Destruction: AHEAD라고 불리는 전방비산탄입니다. 이 포탄은 표적 전방 5~10m 거리에서 폭발해 60~150개의 텅스텐 화살을 매우 좁은 각도로 발사하는 포탄입니다. 이 포탄의 장점은 바로 확실한 파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넓은 방향으로 확산해서 파편을 방사시켰던 기존의 파편탄에 비해 전면에서 좁은 방향으로 파편이 모이기 때문에 적기의 위치만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단발 파괴력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AHEAD가 특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은 소형 비행체로써 순항 미사일과 무인 드론 그리고 헬기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덩치가 훨씬 더 크고 빠른 전투기의 경우에는 사정거리가 짧은 30mm 포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K-30 비호에 사정거리 5km의 단거리 맨패즈 대공미사일 ‘신궁’을 장착시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비호복합입니다. 보통 야전 대공 미사일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천마 미사일처럼 최소 10km 이상의 사정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거리 맨패즈 신궁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또한 K-30 비호복합은 2차원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부품 중에서도 덩치가 큰 편인 레이더를 억지로 기존 차대에 장착하려고 하다 보니 성능도 떨어지기 십상이고 레이더를 지상에서 사용할 때는 지표면에 의한 레이더파 난반사가 많아 3차원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전자광학식조준경(EOTS)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판치르(Pantsir)는 3차원 레이더를 쓰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밀리터리 리뷰 2019년 6월호 내용에 따르면 K-30 비호복합은 2018년 사우디 아라비아로 보내져 실제 후티 반군이 사용하는 수준의 무인기를 어느 정도나 요격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K-30 비호복합의 2차원 레이더는 소형 무인기를 제대로 탐지해 낼 수 없었고 전자광학식조준경(EOTS)는 소형 무인기를 어느 정도 탐색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격추 가능 거리는 K-30 비호복합에 장착된 30mm포 고유의 확산 문제 때문에 700m 정도에서 이루어졌다고 하고요.
사우디 아라비아의 요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K-30 비호복합에서 좀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첫째. 레이더 성능의 강화 둘째. 30mm 포탄의 확산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비호(Flying Tiger) II였는데요. 기반 기술은 이미 모두 개발이 끝나 있었지만 비용문제로 페이퍼 플랜(Paper Plan)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우디 아라비아가 그 비용을 대겠다고 나섰다는 이야기죠. 짤막한 해외기사지만 이 부분을 살펴보고 나머지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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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전, 자주 대공포 시스템 분야에서 대한민국과 사우디 아라비아 사이의 군사 협력이 실현됐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대한민국은 도면상으로만 존재했던 K-30 비호복합의 업그레이드판 비호-II(Biho-II) 자주 대공포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 및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대한민국의 방산기업 한화 디펜스는 이 자주 대공포 시스템 비호-II를 실제로 생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며 사우디 아라비아의 기업 Science Technology는 이 프로젝트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사전에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이 신형 자주 대공포 시스템비호-II는 30mm포가 탑재된 포탑과 지대공 미사일 4기를 장착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기업 Science Technology는 세계 유명 방산기업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법을 통해 국제 방산시장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Science Technology는 이러한 파트너십 협정을 통해 미국, 우크라이나,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 노하우와 방산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었다. Science Technology는 또한 사우디 아라비아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를 다각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투자하고 있는 프로그램인Vision 2030의 참여 기업 중 하나이다.
강력한 차세대 대공포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비호-II
비호-II 자주 대공포 시스템을 공동 개발 생산할 예정인 한화 디펜스와 Science Technology 두 회사는 비호-II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성능을 기대하고 있다. 먼저 비호-II 자주 대공포는 크기가 1~2미터에 불과한 작은 무인기부터 덩치가 큰 유인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항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되어야 한다. 둘째, 비호-II 자주 대공포 시스템은 고도의 기동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평지를 가로지르거나 사막 횡단에 도전하는 경우 등 그 어떤 지형에서도 고도의 기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한화 디펜스는 비호-II 이전에 만들어낸 K-30 비호복합으로 국제 방산업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K-30 비호복합은 하이브리드 방공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판인 비호-II와 마찬가지로 포탑과 30mm 포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디펜스는 K-30 비호복합이 지금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실시한 몇 차례의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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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1년 2월 22일 불가리아의 밀리터리 전문지 Bulgarian Military.com이 전한 대한민국 한화 디펜스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비호-II 공동개발에 대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비호-II가 작은 무인기부터 덩치 큰 유인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항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어 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한화 디펜스는 비호-II를 철저하게 모듈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2018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단거리 대공무기 체계개발 발전방향연구』에 게재되어 있는 비호-II의 스펙을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비호-II의 무게는 30톤 이하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100km, 항속거리는 800km입니다. 무인포탑이 설치되어 있으며 승무원은 비호복합보다 1명 줄어든 3명이 필요합니다. 센서 체계로는 원거리 표적 및 전투기를 상대하기 위한 3차원 대공 레이더와 헬기 및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한 전용 레이더 그리고 신형 차륜형 대공포(AAGW)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신형 전자광학식조준경(EOTS)-II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전자광학식조준경(EOTS)는 일체의 레이더파를 방사하지 않고 빛을 이용한 광학장치만으로 적기를 식별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적기에 장착된 레이더경보수신기(RWR)을 작동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죠.
비호-II의 무장체계는 대공포/대공 유도탄/대전차 유도탄 그리고 옵션 사항으로 레이저 무기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공포로 쓰이는 30mm 포에서 중요한 내용은 바로 아까도 말씀 드렸던 전방비산탄 AHEAD입니다. 현재 풍산에서 개발이 완료되어 있는 상태죠. 그리고 대공 유도탄은 신궁 같은 단거리 미사일과 1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지니는 중거리 미사일까지 포함되며 모듈에 따라서는 대전차 미사일까지 탑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즉, 수입하는 나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기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체계만 잡아두고 수입국과 협의하여 옵션으로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를 한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Bulgarian Military.com 외에도 다른 곳에서도 이 기사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사들이 나오겠습니다만 일단 전문지들이 비호-II의 공동 개발 이슈를 다루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거의 다 된 밥에 러시아가 재를 뿌리는 바람에 K-30 비호복합이 수출계약 성사 직전에 눈물을 머금고 물러나고 말았는데요.
사우디 아라비아와 한화 디펜스 간의 비호-II 공동개발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비호-II입니다. 미국도 단거리 방공시스템(M-SHORAD)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만큼 저고도에서 저속으로 날아오는 순항 미사일, 헬기, 무인 드론 등에 대한 방어체계 수요가 전 세계 도처에서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비호-II보다 전반적인 성능은 떨어지고 고고도에서 고속으로 기동하는 대형 유인 전투기에 대한 저지력도 거의 없지만 비호의 절반 이하의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육군의 신형 차륜형 대공포(AAGW)에 대한 간접적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고요.
비호-II의 해외수출이 성사 된 이후 성능이 검증되면 실전배치 되어 있는 K-30 비호복합을 기반으로 기존 부품을 최대한 부품을 활용하여 개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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