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20일 조선일보의 원선우 기자는 59대의 F-15K를 2034년까지 대당 627억, 총 3조 7,000억의 비용을 들여 개량하기로 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2005년 F-15K를 도입할 때 비용이 대당 1,260억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약 15년 후 개량하는데 도입비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개량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죠.
제가 KKMD 260화 『F-15K 59대 업그레이드 5조, 일본 F-15J 98대 업그레이드에도 5조? 어이없는 보잉(Boeing)의 요구가 입증해준 KF-21의 존재가치!』 편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만 보잉은 원래 F-15K 업그레이드에 4조 3,000억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이 협의를 통해 이를 3조 7,000억까지 낮췄다고 하는데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가격을 낮춘 만큼 F-15K 업그레이드 사양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도 F-15J에 장거리 공대함 미사일 AGM-158C와 일부 전자장비의 통합을 포기하고 업그레이드 비용을 30% 낮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고가의 방산무기 도입 사업은 도입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도입국이 甲이고 수출국이 乙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실전배치가 되고 나면 甲과 乙의 지위는 어느새 뒤바뀌게 됩니다. 전투기만 해도 수명주기 동안 수리, 정비 및 업그레이드 같은 운용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도입가의 50~60%를 차지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정교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에는 운용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그래도 전투기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방의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죠.
이는 방산무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공장 등에 설치되는 자동화 시스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공장주가 甲이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일단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고 나면 설치 업체의 요구에 끌려 다니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공장주가 이 방면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대체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 업체를 많이 알고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甲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겠죠.
우리가 8조가 넘는 엄청난 돈을 들여 KF-21 보라매를 개발하는 이유는 단순히 해외에 전투기를 수출하여 돈을 벌겠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현대전에서 공군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군대는 결코 승리할 수 없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어렵습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에게 강력한 국방력은 필수불가결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세금을 빨아먹는 블랙홀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FA-50이나 KF-21 같은 국산 전투기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1960년대에 개발되어 이제 그 수명이 끝나가고 있는 F-4, F-5를 대체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KF-16까지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는 존재가 바로 KF-21 보라매입니다. 만약 KF-21이 설계한 목표대로의 성능만 발휘할 수 있다고 해도 공군 전력을 건설하는데 있어 대한민국은 甲의 지위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죠. 얼마나 그 시기를 앞당기고 늦출 것이냐의 선택만이 존재할 뿐,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명제의 당위성은 그 어떤 논리로도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2021년 12월 23일 해외 항공전문잡지 Flight global의 그렉 월드론(Greg Waldron)이 쓴 기사를 읽어본 후 객관성이 떨어지고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같은 해외 거대 항공 카르텔(글로벌 항공업계)이 보는 관점에서 글이 쓰여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KF-21이 2022년에 예정된 첫 비행 테스트를 성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그 외에 다른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지난 6월 점검과 조립을 위해 점검창을 열어놓고 일부 분해되어 있었던 KF-21 보라매의 모습을 보고 엔진과 착륙 기어를 포함한 『KF-21 시제기의 대부분이 해체』되었다고 보도한 국내 ‘중앙일보’의 기사를 상세한 조사 없이 그대로 인용한 점도 그렇고 글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KF-21의 쌍발엔진과 운용 유지비를 문제 삼는 부분에서도 그런 편견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난 후 업계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쓴 기사다” “다분히 의도적인 폄하가 느껴진다” “글로벌 항공업계의 텃세와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는 KAI의 입지 및 신뢰도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기사다” 라는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2021년 12월 23일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 “Is Seoul’s KF-21 fighter an export star in waiting? (대한민국의 KF-21 전투기는 정말 수출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될 수 있을까?)”를 번역해 보겠습니다. 번역 중간중간에 역주로 설명을 하겠지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번역을 마친 이후 보충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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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고 있는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진척 상황을 가늠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F-21 보라매의 개발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항공우주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맥도넬 더글러스의 F-4와 노스롭 F-5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능동전자주사배열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첨단 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120대는 대한민국 공군에게, 그리고 협력 국가인 인도네시아 공군에게 50대를 제공할 예정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KT-1 기본 훈련기와 FA-50 경전투기의 뒤를 이어 KF-21 보라매 역시 방산 수출분야의 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1970년대에 개발되어 그 수명이 다하고 있는 록히드 마틴의 F-16을 대체할 수 있는 기종으로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이 장기간 상당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에 있을 정말 중요한 이정표는 바로 KF-21의 첫 비행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KF-21의 2022년 처녀 비행 성공에 전념해왔다. 그래야 2026년으로 예정된 실전배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2개를 탑재한 쌍발엔진 전투기 KF-21은 2021년에 상당히 좋은 결실을 거두었다. 지난 2021년 4월, KAI 사천 공장에서 첫 시제기를 계획대로 출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KF-X'로 알려졌던 이 신형 기체는 공식적으로 'KF-21 보라매'로 명명되었다.
보라매, 조각조각으로 해체되다?
4월에 있었던 드라마틱한 시제기 출고 행사 동안 등장한 KF-21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로부터 두 달 이후인 6월, 한국 현지 언론인 '중앙일보'는 엔진과 착륙 기어를 포함한 KF-21 시제기의 대부분이 해체되었다고 보도했다.
KF-21 시제기 분해 보도가 있은 당시, 방위사업청(DAPA)은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미 사전에 계획된 분해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의 폭로 기사는 대한민국 내부에서 KF-21 개발 진척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정도로 광범위한 분해가 필요했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 ‘중앙일보’ 기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276화 『출고식 후 KF-21 분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국내언론. KF-21 분해는 정상적인 절차라는 KAI. 그 내막은?』 편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드렸고 ‘중앙일보’ 기사를 근거로 KF-21 보라매를 폄하하는 보도를 내보내는 해외 언론들에게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자는 의미에서 276화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하는 해외기사들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하기 어렵습니다. Flight Global 정도의 항공전문지라면 좀 더 상세하고 깊이 있는 취재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기사를 끝까지 읽고 난 후 작성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고 그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근거로 ‘중앙일보’의 기사를 인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었었습니다. 역주)
KAI 측은 현재 KF-21의 지상 테스트가 "정확히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시제 6호기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KF-21 보라매 전투기의 개발 완성도에 대한 의문뿐만 아니라 약속한 개발비 지불을 연체하고 있었던 협력국 인도네시아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비용 분담과 사업 타당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일한 해외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해 왔고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대한민국과의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지난 2월, 파자르 프라세티오(Fadjar Prasetyo) 공군참모총장이 인도네시아 언론을 통해 2024년까지 프랑스 다쏘 라팔(Dassault Rafale) 36대와 미국 보잉의 F-15EX 8대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이후 압박감을 느낀 대한민국 방사청(DAPA)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KF-21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고 밝혀야만 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 프라보우 수비안토가 KF-21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하면서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 프로그램에서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종식된 것으로 보였다.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간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었다. 양국은 기존의 비용 분담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합의했고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KF-21 전투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8조 8천억 원 중 20%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비용의 일부를 현물로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원하는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였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우주항공이 반둥(Bandung) 지역에 면허를 받아 생산하고 있는 CN-235 전술 수송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인 2018년 한 정통한 소식통이 Flight Global에게 자카르타가 이런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은 2020년 초 전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잠시 본국으로 철수했었지만 지금은 프로그램 작업을 위해 다시 한국 사천으로 돌아와 있다.
만약 별다른 문제없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2년 지상주행 테스트가 시작될 것이고 이는 곧 첫 번째 시험 비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첨단 항공기 개발 프로그램에서 흔히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첫 비행이 연기될 수도 있다.
게다가 2022년이 되면 인도네시아가 다시 KF-21 개발 비용에 대한 논쟁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가 라팔(Rafale)이나 F-15EX 같은 값비싼 신형 전투기의 조달을 고려하며 많은 종류의 다른 전투기들과 저울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Flight Global의 이런 분석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라팔이나 F-15EX 도입설은 KF-21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좀 더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으며 ‘국가 대 국가간 계약’으로 이미 여러 번 확인한 사항을 번복하려면 높은 수준의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한국 방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신뢰도 역시 낮은 편은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고요.
만에 하나, 인도네시아가 라팔이나 F-15EX 도입계약까지 체결하더라도 프랑스나 미국의 업무처리 문화나 임금 구조에서 KF-21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미 T-50을 도입해봤기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업무처리나 후속지원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는 뜻이죠.
게다가 라팔이나 F-15EX는 순수한 유닛 코스트가 대당 1,400억대를 오가는 고가의 기체입니다. 기타 부대비용까지 합쳐지는 프로그램 코스트가 되면 대당 몇 천억은 가볍게 오가는 전투기들이기 때문에 설사 도입한다 하더라도 극히 소수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전술기 물량 확보도 중요한 인도네시아 공군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상황은 아니겠죠.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모종의 이유로 라팔이나 F-15EX를 도입하겠다고 결정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난관들을 모두 이겨낼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역주)
여기 더해 대한민국 현지 언론들은 성에 차지 않는 기술이전 수준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뼈아픈 부분이 되었다고 보도해 왔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만약 KF-21이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첫 비행이 지연된다면, 한국산 보라매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열기도 시들해질 수 있다.
KF-21 보라매의 불안한 미래?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KAI가 주장하는 KF-21의 수출 전망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원래 KAI는 비용과 단순함이라는 측면에서 단발엔진 전투기를 만드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이 의견을 기각하고 쌍발엔진 전투기를 고집한 것이다.
운영 유지비에 주목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이 과연 정말로 단발엔진 전투기 KF-16을 쌍발엔진 전투기 KF-21로 교체하길 원할까? 게다가 KF-21은 생산라인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해외 거대 항공 카르텔과의 치열한 경쟁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대목이 기사의 신뢰성을 가장 떨어트리는 부분이며 작성자가 항공우주분야 전문가가 맞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까지 불러 일으키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세한 설명은 기사 번역이 끝난 이후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주)
무엇보다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그들이 희망하고 있는 KF-21의 수출 대박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2022년에 있을 KF-21 전투기의 비행 테스트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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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1년 12월 23일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KF-21의 수출 전망에 대해서 전문가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 유지비 때문에 단발엔진 전투기 KF-16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주장은 솔직히 비전문가인 제가 봐도 이해가 안될 만큼 논리적 근거가 희박합니다.
이 부분의 서술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도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쌍발엔진 전투기로 결정이 되었을 당시 경제성에 대해서 이미 수 차례의 검토를 거친 이후였고 그럼에도 쌍발엔진으로 결정하게 된 기저에는 ‘추력한계’를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있었다. 추력한계는 전투기의 크기나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군, 방사청, KAI 등 여러 기관에서 공동으로 검토했고 안전성과 미래 확장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플랫폼에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했던 것이다. 여기서 미래 확장성이란 국산 무장과 국산 항전장비, 스텔스를 위한 내부무장창 장착 등을 뜻하며 함재기 버전인 KF-21 Navy나 KF-21을 기본으로 한 전자전기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FA-50같은 단발엔진 기체를 선택했다면 개발과 생산은 쉬울 수 있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죠. KAI 인력들 중에 일부 Flight Global 기사처럼 단발엔진 기체를 선호한 사람들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KAI 전체 의견으로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부연 설명도 있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 유지비 측면에서 KF-16을 KF-21로 대체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렉 월드론(Greg Waldron)의 주장인데요. 여기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KF-21이 부품 운용유지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4, F-5의 노후도가 너무 심각해 KF-21 Block 1을 제때 납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국방 안보상의 필요가 더 절실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군사 강국으로 둘러싸여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동북아 지역에서 4.5세대 이상의 능력을 지닌 전투기의 수급은 국방력과 직결되며 이는 곧 생존의 문제이다. 수출이 되고 안 되고는 그 이후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그렉 월드론은 이런 대한민국의 절박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Flight Global은 KF-21의 운용 유지비가 KF-16의 그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하고 있는데 KF-21은 처음 설계 단계에서부터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비용이 낮은 것이 아니라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F-16과 F-15의 성능차이를 고려했을 때 F-15의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 유지비를 비난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무엇보다도 40년에 가까운 전투기 수명주기 동안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보잉이 F-15K를 업그레이드하며 보이는 행태를 봤을 때 KF-16을 생산한 록히드 마틴이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얼마를 부를지 그 누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공군참모총장이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운용 유지비 때문에 KF-16을 KF-21로 교체하기 싫어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투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한 역사가 이제 겨우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 KAI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신생업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후발업체이기 때문에 겪는 설움도 많고 거대 항공카르텔에게 무시 받는 경우도 많죠.
이런 KAI가 KF-21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은 Flight Global 같은 선진국 항공잡지나 거대 항공카르텔에게 마치 동남아 신생 전기자동차 회사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 통하는 중형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도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할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겪는 텃세도 심하며 입지나 신뢰도도 낮습니다.
하지만 KF-21이 창공을 날아오르는 순간 항공 선진국들과 거대 항공카르텔들도 한반도 위의 작은 분단국가가 그 어려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주도할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KF-21의 개발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번뿐인 기회일지도 모르며 이 기회를 살려 주력 전투기 개발기술을 획득해야만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알아주셔야 할 부분은 전투기 개발 엔지니어의 열정과 에너지는 국민과 국가의 정책적 지원 위에서만 꽃 피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멋진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에 다 담겨 있네요.
외신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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