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부터 충격적입니다. 방산 분야에 있어 더 이상 ‘Made in China’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영국의 싱크탱크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이하 RUSI)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약 1년 전 항공 전문지 Flight Global에 게재된 이 기사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문득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서로의 두 손을 굳게 맞잡고 있던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은 “나토 확장 반대”를 부르짖으며 반미연대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더 긴밀한 정치적, 군사적 밀월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암시했는데요.
2020년대 이후부터는 러시아가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항전장비와 센서 그리고 미사일 기술을 수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RUSI의 진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더 한층 험난해지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유럽 연합 EU가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본 터키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사퇴한 이후 EU에는 현 상황을 타개할 리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의 안보를 미국에게 내맡겼던 유럽 국가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유럽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보도들도 보이고요.
2020년 11월 10일 항공 전문지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한 후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린 후 영상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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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방위전략 싱크탱크 RUSI는 최근 전투기 관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곧 러시아를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RUS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센서, 데이터 링크, 탑재 무장, 스텔스 관련 기술 같은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전투기 개발에 있어 서로 다른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기 엔진만이 현재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저스틴 브롱크(Justin Bronk) 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러시아, 중국 양국 모두 수호이(Sukhoi)사가 설계한 Su-27의 파생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레이더 피탐성이 낮은 스텔스기 개발에 집중해 왔을 뿐 아니라 전투기들의 다목적 임무수행 역량(multi-role capability)을 향상시켜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투기들의 첨단 개량형들이 인민해방군 공군(PLAAF)과 인민해방군 해군 항공대(PLANAF)에 먼저 도입되면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RUSI는 "중국은 전투기 개발 분야 대부분에서 러시아를 넘어서는 명백한 기술 우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더구나 러시아 산업계는 중국 산업계보다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에게 한 번 잃어버린 경쟁우위 영역을 다시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RUSI는 경량 전투기들 중에서 중국 청두 J-10 계열이 노후화된 RAC MiG-29/35 시리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공군이 보유한 하이 엔드급 전투기 청두 J-20은 록히드 마틴의 F-35와 F-22를 제외하고서는 유일하게 실전 배치된 스텔스 전투기이기도 하다. "J-20 계열은 향후 10년간 수백 대가 생산될 예정이며 서구의 공중우세기(Air superiority)들에 대한 현존하는 가장 중대한 위협 요소"라고 RUSI는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Su-57은 아직 최전방 전투기(Frontline system)가 되지 못했으며, "진정한 의미의 스텔스 전투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설계상 특징"이 결여되어 있다.
(여기서 스텔스 성능을 구분 짓는 저피탐성(Low-Observable) 개념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KKMD 179화 『스텔스 전쟁! KF-X의 스텔스 성능 및 미(美), 중(中), 러(露) 주력 전투기의 레이더 단면적(RCS) 비교』편에서 설명 드린 적이 있지만 레이더 단면적 RCS가 0.01㎡ 이하로 측정되는 단계부터 엄밀한 의미의 스텔스 전투기(Low-Observable: LO)로 표시됩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대명사인 미국의 F-35는 겨우 골프 공 크기만한 0.005㎡의 레이더 단면적(RCS)을 지니고 있는데요. J-20의 RCS는 0.1㎡ 내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러시아 Su-57 PAK-FA는 0.5㎡ 내외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스텔스 전투기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KF-21 보라매의 경우 외부 무장을 제외한 상태에서 KAI가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는 RCS가 0.5㎡로서 러시아 Su-57 PAK-FA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시면 곤란한 부분은 KF-21 Block 1 및 Block 2는 내부 무장창이 없기 때문에 외부 무장을 장착해야 하고 외부로 돌출된 무장과 센서 및 항전장비 때문에 실제 RCS는 미 해군의 F/A-18E/F 슈퍼호넷과 비슷한 1~2㎡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역주)
RUSI 보고서는 또한 러시아가 효율적인 AESA 레이더를 실전 배치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폭로했다.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는 파일럿에게 긴 탐지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기에 의해 탐지되고 요격될 수 있는 확률을 극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중국판 Su-27인 선양 J-11만 살펴보더라도 중국은 러시아가 설계한 이 전투기 플랫폼을 현대화시킬 목적으로 첨단 복합소재를 사용하여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를 개선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RUSI는 AESA 레이더와 내장형 전자전 장비를 갖추고 보다 우수한 무장 탑재량을 자랑하는 최신형 버전 J-11D가 Su-27 계열들 중 가장 진보된 모델인 Su-35보다도 우수할 것으로 믿고 있다.
RUSI는 또한 Su-30의 중국 버전인 J-16 역시 원래 설계보다 월등하게 개량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의 J-16은 AESA 레이더를 장착한 동시에 중량을 줄이기 위해 복합 소재의 사용을 늘렸고 탑승하는 두 명의 파일럿을 위해 완전하게 디지털화된 '글래스(glass)' 복좌식 조종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만든 각종 정밀 유도 무기와 호환되며 미국 록히드 마틴의 스나이퍼 타게팅 포드와 얼추 비슷한 YINGS-III 신형 타게팅 포드도 장착하고 있다"고 RUSI는 설명한다.
2015년 실전 배치된 J-16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공군과 해군 항공대에서 운용 중인 Su-30MKK와 MK2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 중국에서 운용 중인 전투기들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지닌 다목적 전폭기이다. RUSI 보고서는 2020년대가 되면 심지어 러시아가 중국산 센서와 미사일 기술을 수입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Su-27을 기본 모델로 만든 공중 우세기가 J-11이고 이 J-11의 공대지 공격 능력을 강화시킨 다목적 전투기가 J-16입니다. Su-27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두 기종 모두 대형 기체에 속합니다. 역주)
"그러나 실제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센서 및 미사일을 수입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군사적인 면에서 존재하고 있는 상당한 수준의 양국 간 불신을 극복해야 할 것이고, 자주적인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러시아의 뿌리 깊은 자부심과 애착을 극복해야만 할 것"이라고 RUSI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산 AESA 레이더와 공대공 미사일 그리고 타게팅 포드의 성능은 서구권 국가들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과 직면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중국산 센서와 미사일 수입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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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11월 10일 항공 전문지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 “China surpassing Russia in airpower technology (중국, 전투기 기술력에서 러시아를 추월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산업 구조적 결함과 예산 부족 때문에 러시아 항공우주산업이 중국에게 빼앗긴 우위를 다시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누차 말씀 드렸지만 항공우주산업 분야는 그 나라가 가진 최첨단 테크놀로지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 분야입니다.
대한민국은 우여곡절 끝에 항공우주산업 강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막차를 탈 수 있었으며 FA-50을 거쳐 KF-21 보라매를 개발, 이제 역사적인 첫 비행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KF-21 보라매 개발 성공 이후를 대비하여 우리가 어떤 전략을 짜놓느냐에 따라 향후 50년, 아니 향후 100년의 한반도 정세가 결정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K9 자주포 이집트 판매에 있어 “그렇게 기술을 막 퍼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스티브 존슨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읽어보면 (개인적으로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기술혁신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전구” 하나만 예를 들어봐도 전력을 생산하여 각 가정으로 보급할 수 있는 기술과 유리를 투명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 필라멘트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 자동화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전기를 통해 빛을 얻을 수 있다는 과학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전구는 탄생하지 못했죠.
K9 자주포 기술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법칙이 적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을 이전해준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쪽의 전반적 산업 및 기술 수준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K9의 기술을 이전 받아 터키가 만든 자주포 T-155 프르트나의 경우 기술 이전 이후 거의 20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의 업그레이드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이 되어서야 터키 기술로 첫 번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는데요. 개량된 T-155 프르트나 2도 성능에 있어서 K9의 첫 번째 업그레이드 형인 K9A1보다 확연하게 떨어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9이 전 세계에 팔려나가는 동안 T-155 프르트나는 단 한 곳에도 판매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K9은 K9A1, K9A2 무려 두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치게 되죠. 아시아 경제신문이 2020년 4월 4일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늦어도 2020년대 말까지는 전량 K9A2로 개량될 예정입니다.
터키가 기술 이전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프르트나를 개량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제반 산업적, 기술적 여건을 성숙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9년에 첫 번째 업그레이드를 그들 힘으로 이루어냈습니다. 터키는 제반 여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그 동안 엄청난 투자를 했고 그 결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K2 흑표의 한국형 파워팩 기술을 터키에 판매하려 했던 방사청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부터 터키에 넘어가는 기술들은 바로 우리 숨통을 눌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게 있어 KF-21 보라매가 가지는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국산화율 65%에 중요 핵심 부품들은 수입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산화율은 높아질 것이며 관련 기술 습득수준 및 기술 인력의 질도 높아져 갈 것입니다. 정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수입 전투기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항공우주기술 자립의 꿈을 KF-21을 통해 이루어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FA-50과 KF-21 보라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게 “KAI 추종자”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지하는 것은 KAI라는 회사가 아니라 그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전투기 생산라인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 인력들입니다. 러시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한번 잃어버린 성장의 기회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지금보다 더 성장시켜야 할 당위성이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범국민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파이 짓과 불법적인 역설계, 해킹마저 서슴지 않았던 중국의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는 약과가 아닐까요?
해외 기사 원문 링크 https://www.flightglobal.com/defence/china-surpassing-russia-in-airpower-technology-rusi/141053.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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