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의 편집자이자 군용기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써낸 항공기 전문가 토마스 뉴딕(Thomas Newdick)은 초도 비행이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 KF-21에 대해 주권 자산(sovereign assets)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주권 자산(sovereign assets)이라는 용어를 찾아보면 원래 경제적 의미로 쓰이는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좀더 쉽게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주권 (전략)자산』이라고 번역하기도 했었는데요. 결국 한 나라의 주권을 외부의 군사적 침략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녔으면서도 외부의 간섭 없이 주체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주권 자산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육지라는 세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권 자산은 육상 기반 무기체계들 속에서 가장 빨리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K9 자주포와 K2 주력전차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파워팩 논란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이고요. 그리고 KF-21의 등장으로 하늘에서의 주권 자산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대한민국이 보유하게 될 바다 위 주권 자산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는데요. 해군 전문가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를 바로 그런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KDDX는 역사상 처음으로 선체부터 전투관리체계(CMS),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는 물론 탑재되는 무기체계까지 전부 국내기술로 만들어지는 구축함입니다. 뛰어난 대공 방어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으로 불리기도 하죠. 세계적인 해군 전문지 Naval News는 지난 2022년 7월 9일 드디어 대한민국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에 돌입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사 내용부터 확인하고 간단하게 대한민국 해양 주권자산 KDDX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본 뒤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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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프로그램 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연락을 취한 Naval News에게 대한민국 방위사업청 DAPA는 2020년 말 현대중공업(HHI)이 계약업체로 선정되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대한민국 해군(ROKN)이 사용하게 될 차세대 구축함 KDDX의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KDDX의 기본설계 업체로는 현대중공업이 선정되었지만 전투관리체계는 한화 시스템이, 소나 체계는 LIG 넥스원이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역주)
내년인 2023년이 되면 KDDX 기본 설계 개발이 끝날 것이다. 그리고 오는 2024년부터 KDDX 1번함 세부 설계 및 건조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조선업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Naval News에게 "현재 현대중공업이 설계하고 있는 KDDX는 지금까지의 그림 이미지와 축소 모형을 통해 선보였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Naval News는 현대중공업(HHI)측과 접촉하여 이 소식통이 언급한 KDDX 설계 변경에 대해 문의해 봤지만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계약 내용 중에 민감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비밀 엄수 조항'이 있다며 KDDX와 KDDX의 기본 설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방위사업청은 현대중공업(HHI)에게 기본 설계 계약을 발주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KDDX 프로젝트 진행 현황과 개발 일정 그리고 세부 사양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거부했다. Naval News와 연락이 닿은 대한민국 국방부 관계자 역시 KDDX 조달 사업은 현재 방위사업청과 현대중공업(HHI)이 전담하고 있어 말해 줄 것이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경하 배수량 6,500톤인 KDDX는 경하 배수량 7,600톤인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보다는 크기가 작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는 각종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지스 전투함의 임무 역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미니 이지스 전투함'으로 불리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전투함의 배수량을 ‘경하’로 축소하여 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서방 해군들은 ‘만재 배수량’으로 표시를 하죠. 세종대왕급의 경우 경하 배수량은 7,600톤이지만 만재 배수량으로는 1만 600톤이며 세종대왕급의 후속함인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만재 배수량이 무려 1만 2,000톤에 달합니다. 사실 이 정도 크기면 ‘순양함’으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인데요. KDDX의 경우 세종대왕급과 불과 1,100톤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경하 배수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상당히 큰 전투함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결코 ‘미니’가 아니라는 소리죠. 역주)
KDDX의 크기는 충무공이순신급 KDX 구축함과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사이이며 길이 156 미터에 폭 19 미터이다. 이 전투함에는 127㎜ 주포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초음속 대함미사일 해성(海星)이 16발 탑재되며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KVLS-I/KVLS-II 64셀 그리고 지대공 미사일이자 탄도탄 요격미사일인 L-SAM을 해군 형으로 파생시킨 '함대공 유도탄-II도 탑재될 예정이다. 근접 방어를 위해 KDDX는 향후 LIG Nex1에 의해 개발될 예정인 CIWS-II를 장착할 계획이다.
차세대 구축함 KDDX에는 신형 전투관리시스템과 S밴드, X밴드 레이더 2개가 동시에 운용되는 듀얼밴드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MFR)가 장착된 통합마스트(I-Mast)도 설치된다. 두 시스템 모두 지난 2020년 9월 LIG 넥스원과의 경쟁 입찰에서 승리한 한화 시스템이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S밴드 레이더는 장거리 대공 표적과 탄도미사일을 탐지 및 추적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X밴드 레이더는 단거리 대공 표적과 해수면 위의 표적을 탐지 및 추적하는데 쓰이게 됩니다. 역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DSME)은 방위사업청이 주최한 KDDX 기본설계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기술 80점, 원가 20점 이렇게 총 100점으로 구성된 방위사업청의 기본설계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은 소수점 단위 차이의 근소한 점수차로 대우조선해양을 이겼었다.
충무공이순신급 KDX-II 6척,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그리고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 KDDX 6척. 대한민국 해군은 2030년이 되기 전까지 이렇게 총 18척의 구축함을 조달하여 『제7기동함대』라는 이름의 대규모 함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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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7월 9일 해군 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보도한 기사 “South Korea’s HHI Working On KDDX Basic Design (대한민국 현대중공업 KDDX 기본설계에 돌입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개발비만 1조 6천억, 척당 건조비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KDDX를 논하려면 대한민국 해군 내에서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는 집단인 제7기동전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의 직할 전단 중 하나인 제7기동전단은 세종대왕급(DDG) 이지스 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급(DDH-II) 구축함 그리고 군수지원함(AOE)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제7기동전단을 구성하는 전투함과 잠수함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력을 살펴보면 SM-2 중거리 함대공미사일을 432발, 해성 대함미사일을 96발, 중국과 러시아 일부, 일본 및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는 현무3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192발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역 방어를 맡고 있는 1함대, 2함대, 3함대의 전력을 모두 모아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해상 무력집단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해군은 2030년대 중반까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후속함인 정조대왕급(KDX-III Batch-II) 3척 및 KDDX 6척을 완성시켜 제7기동전단을 3개의 기동전대를 보유한 『제7기동함대』로 새롭게 재편할 구상을 하고 있는데요.
제7기동함대를 구성하는 각 기동전대의 기함은 경항모 CVX 그리고 독도함과 마라도함이 맡게 되며 충무공이순신급 2척, KDDX 2척,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2척 이렇게 총 6척의 구축함들이 각 기동전대에 배속됩니다. 소위 말하는 66기동함대를 3번 완편할 수 있는 숫자의 전력을 보유한 곳이 제7기동함대인 것이죠. 단, 6척이라는 숫자와 함형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때에 따라서는 1.5개 혹은 2개의 기동전대가 합쳐질 수도 있고 해역함대의 FFG도 합류할 수 있습니다. 임무의 목적에 따라 이지스함 숫자를 늘리는 등 구성을 바꿀 수도 있고요.
제7기동함대의 주 임무는 3개 해역함대의 대비태세를 지원하고 작전영역을 원해(遠海)까지 확대하는데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제7기동함대는 한반도 주변뿐만 아니라 원해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대양함대’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1945년 11월 11일 독립운동가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에 의해 제대로 된 전투함 한 척 없이 불과 70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해군은 80년 만에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을 지닌 선진 해군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자랑스러워 할 만큼 든든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안보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가 않습니다. 이미 미 해군을 양적으로 능가한 중국 해군과 배수량 6천 톤 이상의 이지스 및 준이지스 능력을 갖춘 전투함을 50척 넘게 보유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대한민국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 미 해군 7함대가 버티고 있는 현 상황보다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끝난 이후의 상황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적인 해군력 증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정도를 넘어선 국방비 지출은 국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평소 알고 지내는 해군 군사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이며 해군력을 증강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가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해본 것입니다.
먼저 전문가는 현재 대한민국의 해군력은 일본 해군력의 30% 정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수치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우리가 제7기동함대 창설을 위해 갖추려 노력하고 있는 18척의 구축함들과 대등한 능력을 지닌 구축함들을 일본은 50척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되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전투함들은 미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합동교전능력 CEC를 일본화시킨 FC 네트워크를 장착하고 있어 뛰어난 대공 방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대조적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경우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조차도 네트워크를 통한 합동교전능력 CEC는 보유하지 못하고 있죠.
쉽게 말하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투함들은 모든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A함이 획득한 목표물 데이터링크를 기반으로 C함이 빠르게 정보를 전달받아 미사일을 타격하는 전술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전투함들은 데이터링크 수준이 낮아 일본에 비해 전투함들과 항공기 간의 협동/합동 작전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현대전에서 그렇게 강조되는 네트워크 중심전의 중요성에 대해 해군 수뇌부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냐고 질문해 봤더니 현재 해군 교리에서 『대북 작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중대형 전투함 대신 소형 침투정이나 잠수함으로 공격해 오는 북한을 상대할 때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함포 사격이 강조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대북 작전』을 조금이라도 잘못했을 경우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가혹하게 질책을 받아왔던 경험 때문에 네트워크 중심전에 소극적인 해군 수뇌부의 태도는 앞으로도 쉽사리 바뀌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동시에 해군 전문가는 독일 빌헬름 2세 때 활약했던 티르피츠 제독이 주장한 『위험함대이론(Risk Fleet Theory)』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군이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력 수준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7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제7기동함대에 대응되는 일본의 대양함대인 『호위함대』의 경우 제1부터 제4까지 4개의 호위함대가 존재하며 각 호위함대에는 7척의 구축함들이 배속됩니다. F-35B를 함재기로 운용하는 경항모 이즈모급이 기함으로 추가되고요. 최근 일본은 방공/대함/대잠 작전능력을 모두 갖춘 다목적 전투함인 동시에 네트워크 중심전 CEC 능력까지 갖춘 만재 배수량 5,500톤의 모가미급 호위함을 20척 이상 찍어내며 동남아 시장에 수출까지 시도해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군사 전문가는 일본이 6만 톤 이상의 배수량을 지닌 중형항모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대한민국의 제7기동함대가 완성되는 시점이면 일본 해상자위대도 그만큼 전력을 강화시킨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준 30%와 목표 수준 70%. 이 차이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 정책 입안자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본의 해상자위대 전력마저도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해군 앞에서는 그야말로 왜소해 보일 정도이니 미래 어느 시점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한 이후 남중국해에서 영해 주권을 내세우는 중국과 해상 교통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다면 해상 교통로에 국가 경제를 의지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를 힘만 믿고 우격다짐으로 침공하는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를 보고 있으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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