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국제 방송사 도이치 벨레(Deutsche Welle) 이하 DW는 2022년 8월 7일 “How South Korea is ramping up its weapons exports (대한민국이 무기 수출을 증대시키고 있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KKMD 시청자 한 분께서 알려주셔서 읽어보게 된 기사인데요.
독일 언론으로 하여금 이런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도록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폴란드와 대한민국이 체결한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계약이라는 사실은 기사를 읽으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독일에게는 ‘의외의 사건’으로 다가왔다는 뜻일 것입니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충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정로도 말이죠.
폴란드의 군사적 성장을 독일과 러시아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분할되어 통치되었던 대한민국처럼 폴란드 역시 독일 나치와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을 겪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기도 했고 무자비한 소련군에 유린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폴란드가 군사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독일과 러시아에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 유럽 대 러시아의 무력 대립 구도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폴란드는 같은 유럽국가인 독일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 대한민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아직 미국이나 독일 같은 최상위권 방산 선진국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무시할 수 없는 품질을 갖춘 대한민국의 방산 제품들이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더 큰 활약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독일의 국제 방송국 DW가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2022년 8월 7일 독일 언론 도이치 벨레(DW)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이후 간단하게 제 생각을 말씀 드린 후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
대한민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군용장비의 해외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로부터 얻어진 수익은 더욱 발전된 무기 시스템 개발에 재투자 될 것이다.
지난 주(2022년 8월 7일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 시킨 대한민국은 거의 1,000대의 K2 주력전차를 648대의 K9 자주포 그리고 48대의 FA-50 경전투기와 함께 폴란드에 판매하기로 합의했으며 대한민국과 폴란드 양국 정부는 안보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7월 27일 확정되었으며 20조 원(153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K2 주력전차와 K9 자주포를 폴란드 현지에서 라이센스로 생산하는 방안에 대한 세부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어 아직 정확한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대 K2 주력전차 중 최초의 180대가 올해 폴란드군에 인도될 예정인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막기 위해 폴란드가 제공한 240대의 전차를 보상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쟁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폴란드 군은 침략자가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군이 되어야만 합니다."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 장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는 계약 서명식에서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때문에 폴란드는 육군 및 공군 전력에 공백이 발생했으며 이를 메울 필요가 있었다고 브와슈차크는 덧붙였다. "기술력과 가격, 도입 시기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계약이 "한국-폴란드 양국 협력 관계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방산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작년에 70억 달러, 현재 환율로 9조 3천 억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는데 이는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고 심지어 올해 방산 수출액은 100억 달러, 현재 환율로 13조 3천 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군사장비 수출증가에는 국내 견인 요인과 해외 압력 요인 모두가 작용하고 있다.
동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 정부와 방위 산업체들은 보다 발전된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무기 제조 국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군사용 장비의 해외 판매를 늘리는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 정부들 역시 대한민국의 군사 장비들을 신뢰성 높고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무기체계라고 여기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서방 방산 선진국들이 개발한 군사 장비들만큼 비싸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하는 FA-50 전투기의 가격은 약 3,000만 달러로, 기본 모델의 경우에도 최소 7,700만 달러인 미국 F-35 전투기보다 상당히 저렴하다.
대한민국이 폴란드와 체결한 계약의 재정적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량 구매라면 폴란드 정부가 최종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약에는 또한 폴란드에서 K2 주력전차와 K9 자주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수익성 높은 라이센스도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유럽연합EU 소속국가인 폴란드에 FA-50 정비 및 수리를 위한 MRO센터의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거기 더해 KAI는 조종사들을 위한 비행 훈련 학교를 개설하여 유럽의 더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FA-50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무기 거래 역사
특히 핵 무기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1인당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 같은 호전적인 나라와 이웃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 무수한 안보 도전이 상존하는 지역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방산업체 개발자들은 그들이 생산하고 있는 군용 장비의 품질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K2 "흑표(Black Panther)" 주력전차는 전투중량 54톤으로 자동으로 장전되는 120㎜ 주포와 복합장갑(composite armor), 통합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험난한 야지에서도 시속 50㎞에 달하는 속력을 낼 수 있으며 450㎞의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노르웨이와 이집트 모두 한국 육군의 대들보인 K2 주력전차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K9 '썬더'는 분당 최대 8발의 발사 속도로 40km 밖의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는 포를 장착한 자주포이다. 전투중량 47톤인 K9 썬더 자주포는 이미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폴란드, 터키, 핀란드, 호주 그리고 인도에 팔렸다.
폴란드가 구매하고 있는 세 번째 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미국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한 경전투기인 FA-50 파이팅 이글(Fighting Eagle)이다. 비록 실전 배치된 전투기들 중 가장 진보된 형태는 아니지만 최고 속도 시속 1,837㎞로 전투 임무와 정찰 임무 그리고 파일럿 훈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
국방부 장관 브와슈차크는 FA-50이 현재 예비 부품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폴란드 공군의 러시아제 MiG 전투기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1차분 FA-50 전투기 12대가 내년 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단국대 법학과 박정원 교수는 대한민국 방산 업체들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이례적일 정도로 우수하며 폴란드 정부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나라(대한민국)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군사적 도전에 직면해 왔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의 품질이 우수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폴란드는 대한민국의 모든 군사 장비들이 본질적으로 실전 테스트를 거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역경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역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황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위력을 가진 무기를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차선책은 두 팔 걷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이웃 나라 폴란드의 무기고를 보충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돕는 것이다.
"국방 분야는 매우 전략적인 동시에 국가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방위 산업의 성장은 경제 성장에 큰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종류의 거래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박정원 교수는 말했다.
방산 물품 수출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용 항공기는 고정익과 회전익을 모두 포함하여 필리핀, 이라크,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세네갈 그리고 페루에 판매되었고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그리고 인도가 일부 시스템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 왔다.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진수된 전투함과 잠수함들이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의 해군에 인도되어 실전 배치되었고 영국 해군과 노르웨이 해군을 위한 군수지원함들도 한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
K9 썬더 자주포는 대한민국이 생산하고 있는 방산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지상 플랫폼으로 인도, 호주, 이집트 그리고 노르웨이 등에 판매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 UAE, 루마니아, 영국을 포함한 많은 다른 나라들이 K9 자주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K2 주력전차는 터키 알타이(Altay) 전차의 기반이 되었고 오만에도 판매되어 계약 대기 상태로 있다. 그 사이 노후화된 병력수송장갑차(APC)를 대체하기 위해 450대 이상의 보병전투장갑차를 구매하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호주는 대한민국 육군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파생형 AS21 레드백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FA-50과 마찬가지로 AS21 레드백 역시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수준의 제품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품질도 우수하다.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을 것을 끊임없이 요구 받는 중진국들에게 있어 대한민국이 만든 군사 장비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트로이 대학 서울 캠퍼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댄 핑스턴(Dan Pinkston) 교수는 첨단 무기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 정책상 목표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댄 핑스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첨단 무기 수출을 장려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산업 정책상 목표는 1960년대에 장기적 안목으로 제시했던 수출주도형 산업 정책 목표와 완전히 일치한다.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자동차, 선박, 반도체 등의 개발과 수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는 점에서 지금과 굉장히 유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은 틀림없이 (K2주력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같은) 군사 장비에 적용되어 있는 진보된 기술적 요소들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폴란드와의) 이번 거래를 바탕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로 판매 경로를 확대하려 할 것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2022년 8월 7일 독일 언론 도이치 벨레(DW)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 기사를 번역하면서 어쩌면 “국뽕”이라는 단어 하나로, 또 어쩌면 폴란드가 대한민국과 체결한 방산계약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의 문제를 화두로 삼으며 이 기사의 내용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국제 방송사인 DW가 이유 없이 한국인의 민족적 자긍심을 충족시켜줄 기사를 게재할 이유가 없고 2022년 8월 4일 폴란드의 군사전문가 크지슈토프 쿠스카(Krzyzstof Kuska)가 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말을 통해 폴란드의 계약 이행 능력과 의지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합니다.
쿠스카(Kuska)는 19fortyfive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대한민국과의 계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조달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국방부 예산만 가지고 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약속 받은 물품들을 모두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마도 특별 예산 프로그램이 편성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죠.
결과적으로 특별 예산도 모두 우리들이 갚아야 할 빚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조국을 지킬 수 있는 군사 장비 하나 없거나 아예 나라 없는 국민이 되는 상황보다는 갚아야 할 빚을 지더라도 제대로 된 군사 장비를 갖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습니까? (러시아가 유발시킨) 이 미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말입니다."
폴란드 군사전문가 쿠스카(Kuska)가 전하는 말을 통해 폴란드가 어떤 심정으로 대한민국과 방산계약을 맺었는지 알 수 있으며 일부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폴란드가 물건을 인도받고도 제대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직접 판단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zvBF-iBa4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