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올해 초, 주력전차의 두터운 전면장갑과 능동방어시스템(APS)을 무력화시키는 탑 어택(Top attack) 방식의 재블린 미사일이 러시아의 주력전차들을 유린하면서 많은 국내, 해외 군사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주력전차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들을 내놓았습니다. KKMD도 400화 『재블린(Javelin)의 상부공격을 막아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능동방어시스템! 』편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관마저도 3일이면 대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러시아의 졸전 탓도 있지만 우방국들의 군사적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원조를 하고 있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미친 불곰’ 러시아를 상대할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중인데요.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바로 폴란드가 대한민국 주력전차 K2 흑표와 이를 폴란드화시킨 K2PL을 도합 1,000대 가량 보유하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전차 무용론’이 무색하게도 폴란드는 이미 미국 M1A2 SEPv3를 250대 발주해 놓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며 향후 전장에서도 ‘주력전차’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라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흥미를 느낀 저는 해외 밀리터리 뉴스와 군사 전문지 등을 통해 상황 분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폴란드가 현대로템 K808 보병전투장갑차와 한화 디펜스 K239 천무 다연장 로켓포를 도입하려 한다는 폴란드 현지 언론 ISBiznes의 2022년 9월 8일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이 모든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전쟁에서 공격하는 측은 방어하는 측보다 더 많은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됩니다. 방어선이 예상보다 튼튼하다면 더 많은 병력과 화력을 집중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만 적진을 통과하며 길어진 보급선은 언제든지 끊어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역사를 살펴봤을 때, 대규모 전쟁을 일으켰던 나라들이 병참문제 때문에 되려 패망의 길을 걸었던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기계화보병의 엄호를 받지 못하는 주력전차나 보병전투장갑차는 재블린(Javelin)같은 대전차 미사일의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주력전차나 보병전투장갑차(IFV) 이외에 병력을 투입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계화보병을 하차시켜 주력전차나 장갑차에 대한 휴대용 대전차 무기 사용을 막아왔지만 그 덕분에 기계화보병 전력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최근 들어 돈바스 지역 탈환을 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바로 전차 전력입니다. 지상군이 펼치는 공세적 작전에서 주력전차와 보병전투장갑차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알 수 있죠. 사실 러시아가 제공권을 장악해서 정보감시 및 정찰(ISR) 비행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그에 따른 근접항공지원(CAS)만 제대로 해줬더라도 러시아 기계화보병들이 휴대용 대전차 무기를 걱정할 필요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이는 폴란드가 ISR과 CAS에 특화된 FA-50 Block 20의 도입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여전히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지 못한 러시아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떠올립니다. 주력전차나 보병전투장갑차를 진격시킬 때 포병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보병에 대한 제압사격을 실시한다는 전략이죠. 러시아군이 하루 6만발의 포탄을 우크라이나 보병들에게 쏟아 부으면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몸과 마음은 극도로 소모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렇게 막대한 포병 전력으로 군 시설, 민간 시설 구분 없이 타격하며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군이 중대 규모 이상으로 집결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포격 때문에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동안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 군은 결국 돈바스 지역의 90% 이상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폴란드가 대한민국의 K2 흑표 주력전차를 1,000대, K9 자주포를 672대나 도입하려 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줍니다. 폴란드는 기동성과 화력이 우수한 K9 자주포로 전방에 대한 제압사격을 실시하여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위협을 최소화 한 다음 K2PL과 K808을 기반으로 한 보병전투장갑차로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찰(ISR)임무와 근접항공지원(CAS)임무에 특화된 FA-50 PL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죠.
그렇다면 K239 천무 도입 이야기는 왜 나오는 것일까요? 한동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위세를 떨치던 러시아 포병이 8월 들어 잠잠해진 이유는 미국에서 도입된 하이마스(HIMARS) 이동식 다연장 로켓포가 러시아 포병의 사정거리 밖에서 핵심 탄약 저장고들을 정밀 타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포탄이 부족해진 러시아는 재정비를 마친 우크라이나 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하고 있으며 북한 등지에서 모자라는 포탄을 수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비록 소수라고는 하나 하이마스(HIMARS)가 얼마나 효과적인 위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놀라운 위력에 주목한 폴란드는 하이마스(HIMARS)를 500 포대나 자국 지상군에 도입하고 싶어했지만 생산국인 미국도 현재 보유 대수가 380대에 불과하고 신규 생산분도 미군 소요가 우선이라는 난관에 부딪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형 하이마스 K239 천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K239 천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개량 계획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KKMD 434화 『램젯(Ramjet) 기술로 두 배 이상 늘어난 사거리를 지니게 된 K239 천무(天橆): 세계 시장에서 미 육군 HIMARS를 긴장시키다』 편을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 배경설명이면 2022년 9월 8일 폴란드 매체 ISBiznes가 게재한 기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사 번역이 끝나면 포스팅은 바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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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iznes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한국에서 개발된 K808 차륜형 보병전투장갑차뿐만 아니라 한국판 하이마스(HIMARS) K239 천무의 신속한 인수에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K808은 핀란드 방산업체 파트리아(Patria)의 허가 아래 라이센스로 제작된 로소막(Rosomak) 병력수송장갑차(APC)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 K808의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되는 장갑차를 기반으로 폴란드 지상군이 사용할 특수목적 차륜형 장갑차 대부분이 제작될 예정인데 현대로템 K808 보병전투장갑차는 8륜형으로 전투중량은 20톤이며 40㎜ 자동유탄발사기와 7.62㎜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2022년 9월 7일, K808 보병전투장갑차와 K2 주력전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그룹 폴스카 그루파 즈브로예니오바(이하 PGZ)와의 제휴각서에 서명했다. 이 제휴각서는 주력전차, 육상 무인 시스템 그리고 병력수송장갑차의 생산과 개발에 대한 양국간 대규모 협력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 제휴각서는 현재 폴란드 남부 도시 키엘체(Kielce)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 MSPO 2022에서 체결됐다.
현재 현대로템과 PGZ의 협력은 폴란드의 K2 주력전차 구매와 이를 폴란드형 K2PL로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체결된 제휴각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차세대 신형 주력전차 K3의 설계, K2 주력전차를 폴란드 상황에 맞게 적응시킨 K2PL의 개발, 지상무인시스템과 병력수송장갑차 등이 폴란드 국방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3가지 주요 협력 분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제휴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대한민국과 폴란드에 의해 사용되는데 그치지 않고 나토(NATO) 회원국을 포함하여 관심을 보이는 제3국에도 공동으로 제안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템과 PGZ는 또한 공동으로 개발한 신형 주력전차, 병력수송장갑차 그리고 지상 시스템을 수명 주기 동안 현대적으로 개량하고 관리하는 작업도 함께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및 개발(R&D)에서부터 완성 후 수명 주기 동안 비용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발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양국 파트너십의 핵심이다. 폴란드 기업과 대한민국 기업이 맺은 산업동맹의 결실은 우리 조국 폴란드 안보 능력의 비약적인 증진이라는 형태뿐만 아니라 다른 미래 고객 국가들의 안보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의 출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 로드맵의 다음 단계는 K2 생산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지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곧 알려드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고 세바스찬 파웨크 PGZ 사장은 말했다.
현대로템의 K2 흑표는 폴란드 군의 주력 전차가 될 것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궁극적으로 현대로템 & PGZ 합작회사에 의해 제작, 수리 및 유지 관리되는 K2 흑표 타입의 주력전차를 1,000대 가량 조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이미 K2 흑표의 후속작이 될 K3 주력전차의 컨셉 아트와 첫 모형을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한화 디펜스와 K9 자주포의 최신 사양인 K9A2와 완전히 똑같거나 이에 준하는 사양으로 제작되는 총 672대의 K9PL을 조달 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 국방부는 한화 디펜스의 또 다른 제품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되도록 빠른 시일 내로 폴란드 군에 실전배치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형 하이마스(HIMARS) K239 천무(天橆) 다연장 로켓포이다.
ISBiznes가 비공식적으로 접수한 정보에 따르면, 한국형 하이마스 K239 플랫폼에 대한 폴란드 국방부의 비상한 관심은 지상군을 500대의 미국산 하이마스(HIMARS) 이동식 다연장 로켓포로 무장시키려 했던 계획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의 주력 포병이자 미사일 무기로 활약 중인 하이마스(HIMARS)는 종종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술적 우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지상군을 미국산 하이마스(HIMARS)포대 500세트로 무장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해병대까지 포함해서 미군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스 포대 수량은 380대에 불과하며 새로 생산되는 분량도 미군 수요를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규로 생산되는 하이마스 중 수십 대는 우크라이나로 이전될 가능성 역시 높다.
신규 생산분의 일부는 폴란드에 판매될 수도 있겠지만 장전되는 미사일과 지휘 차량까지 포함한 하이마스 포대 500세트를 폴란드가 구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형 하이마스(K-HIMARS) 또는 한국형 다연장 로켓포(K-MLRS)로 알려진 K239 천무로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이다.
K239 천무 포대 차량 한 대는 표준 사거리 36km인 131㎜ 구경 K33 무유도 로켓 20발을 2포드 탑재할 수 있고, 표준 사거리 45km인 230㎜ 구경 KM26A2 무유도 로켓 6발이나 미국 M227 무유도 로켓 6발도 2포드 탑재할 수 있다. 또한 표준 사거리 80㎞인 239㎜ 정밀 유도 로켓 6발을 2포드 탑재할 수 있으며 현재 사거리를 200㎞까지 연장시키는 작업이 완료되고 있다. 하지만 이 한국형 하이마스(HINARS)는 최대 사거리 170㎞인 미국 ATACMS 지대지 탄도 미사일 시스템은 사용할 수 없다.
(K239 천무에 사용되는 로켓들의 제원에 대한 ISBiznes의 설명 부분에 오류가 많아서 제가 자료를 찾아 다시 정리를 해놨습니다. ISBiznes는 K239 천무에 미국 에이태킴스ATACMS를 장착할 수 없다고 설명한 부분은 정확하지만 미국 에이태킴스의 사정거리는 170㎞가 아닌 300㎞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ISBiznes도 언급하고 있듯이 K239 천무는 239㎜ 정밀 유도 로켓의 사거리를 200㎞대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사거리 290km의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KTSSM-II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K239 천무는 다양한 업그레이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인 화력에 있어 미국 하이마스에 뒤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역주)
K239 천무 포대는 발사대 18대와 역시 같은 수의 K239T 탄약운송차량(ASV) 그리고 K200A1 지휘차량 한 대로 구성된다. K239T 탄약운송차량 1대당 4개의 미사일 포드를 운송할 수 있으며 재장전 시간은 10분이다.
현재, 대한민국 육군이 218대의 K239 천무를 운용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가 12대를 운용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폴란드가 K239 천무를 선택한다면 세 번째 사용국이 될 예정이며 운용하는 숫자로 따진다면 대한민국에 이어 두 번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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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9월 8일 폴란드 매체 ISBiznes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미리 말씀 드린 대로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1lDFD4Byb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