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독일의 KF41 링스(Lynx)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화 디펜스의 보병전투장갑차 AS-21 레드백이 지금 폴란드에서도 한창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을 듯 합니다.
폴란드는 FA-50 경전투기와 K2 주력전차, K9 자주포에 이어 K239 천무 다연장 로켓포를 도입하는 굵직굵직한 계약에 서명했는데요. 이어서 AS-21 레드백 도입까지 염두에 두고 폴란드 자모시치(Zamość) 지역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며 현지 테스트 팀 멤버들이 레드백에 대해 입을 모아 격찬했다는 사실이 폴란드 언론에 알려지면서 새로운 계약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28일 폴란드의 유명 군사 전문지 Defence24는 AS-21 레드백 테스트 팀을 이끌고 있는 동시에 제3 기계화 대대 지휘관을 맡고 있는 크지슈토프 하넥(Krzysztof Hanek) 중령의 말을 인용하여 “AS-21 레드백의 도입은 폴란드 지상군이 21세기형 군대로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뜻하며 AS-21 레드백은 구소련 시대에 만들어진 보병전투장갑차 BWP-1과 비교해 봤을 때 최소한 5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은 물건”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구소련 시대에 도입되어 기대 수명이 다되어가고 있는 수륙양용 보병전투장갑차 BWP-1을 교체하기 위해 보르숙(Borsuk), 우리말로 ‘오소리’라는 이름의 국산 보병전투장갑차를 개발하고 있는 폴란드이기 때문에 AS-21 레드백에 대한 폴란드 현지 육군과 언론의 칭찬은 좀 더 의미 깊고 진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2022년 10월 28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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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산기업 한화 디펜스가 제작한 AS-21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는 현재 제18 기계화사단에 의해 테스트 받고 있는 중이다. 미국산 M1A2 에이브람스 주력전차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AS-21 레드백(Redback)이 폴란드 언론에 공개되었다.
노바 덴바의 훈련 시설에서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데이(press day)가 진행되는 동안 승무원들은 AS-21 30㎜ 주포의 화력 및 사격 성능과 관련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지 및 주행 상태에서 여러 각도로 사격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단발 및 연발로 사격할 수 있는 능력도 선보였다. 당일 사격 퍼포먼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목표물과의 거리는 2400m였다.
그러나 (보안을 위해) 대전차 유도미사일(ATGM) 발사를 시연할 계획은 없으며 일몰 후 야간 사격 역시 대중 매체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당연히 AS-21 레드백의 방어시스템 작동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AS-21 레드백의 장거리 이동 능력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기민함, 도하(wading)능력 같은 기동성 그리고 레드백의 기술적, 작전적 특성과 함께 차량과 탑승 병사 사이의 상호작용 같은 매개변수들도 점검된다.
지금까지 테스트를 담당해왔던 팀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AS-21 레드백을 칭찬하고 있다. 이들은 AS-21 레드백의 시스템들이 현대적인 네트워크 중심전을 지향하고 있으며 무기 시스템의 직관적인 작동은 물론 야간에 차량의 모든 조명을 완전히 끄고 이동해야 하는 등화관제 모드에서도 수동 열상 장비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험한 지형도 이동할 수 있는 점 등을 예로 들며 AS-21 레드백의 성능을 격찬하고 있다.
자모시치(Zamość) 지역에 위치한 제3기계화보병대대 지휘관이자 AS-21 레드백 테스트 팀을 이끌고 있는 크지슈토프 하넥(Krzysztof Hanek) 중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폴란드 기계화 부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AS-21 레드백의 도입은 21세기로의 진입을 뜻합니다. 구소련 시대에 만들어진 보병전투장갑차 BWP-1과 비교했을 때 레드백은 최소한 5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은 물건이라는 뜻이죠. 오늘날 다양한 나라의 육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보병전투장갑차들은 현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몇 가지 기본 성능들을 요구하고 있는데 AS-21 레드백은 이런 요건들을 확실히 충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계화보병 중대 및 기계화보병 대대의 관점으로 레드백을 테스트하려 노력했고 현대 전장에서 수행될 작전에 대비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레드백을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테스트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레드백 테스트에 관한 모든 세부 사항과 의견들은 기록으로 남겨질 예정입니다."
레드백(Redback)이라는 이름은 호주에서 발견된 라트로덱투스 하셀티(Latrodectus hasselti)라는 학명을 지닌 독거미에서 유래했다. 유명하기 이를 데 없는 독거미 블랙 위도우(Black Widow)의 가까운 사촌인 레드백은 다 자란 성체도 크기가 매우 작은데 암컷의 몸길이는 보통 1с㎝를 넘지 않으며 수컷의 경우 더 작아서 4㎜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백은 강력한 신경 독성 물질을 품고 있어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레드백(Redback)은 또한 AS-21 보병전투장갑차에 통합되어 있는 포탑 시스템의 이름이기도 하다. 레드백의 포탑은 이스라엘 MT-30 포탑을 베이스로 삼아 호주 기업 EOS에서 만든 것으로 독일 보병전투장갑차 링스(Lynx)와 경쟁하고 있는 Land 400 Phase 3 사업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레드백의 포탑은 부시마스터(Bushmaster) Mk. 44S 30㎜ 포로 무장되어 있으며 프로그램 작동이 가능한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원격무기시스템 RWS로 작동하는 12.7㎜ 기관총과 스파이크(Spike) LR2 대전차 유도미사일(ATGM) 발사대도 함께 장착되어 있다.
AS-21 레드백은 포탄 및 대전차 미사일로부터 차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이스라엘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호시스템(APS)과 장갑차 안에서 외부를 볼 수 있는 아이언 비전(Iron Vision) 영상 시스템 등을 쉽게 통합 및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EOS의 T-2000 포탑 시스템 역시 레드백 차체와 용이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에 두터운 장갑 바로 아래에서 안전하게 재장전이 가능해졌고 차량 내부 공간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Defence24 기사 원문에서는 AS-21 레드백에 탑재된 능동방호체계가 트로피 Trophy라고 잘못 소개되어 있는데요. 해외 군사 전문지 Army technology에서도 레드백에는 아이언 피스트 Iron Fist APS가 장착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주)
앞서 Defence24가 보도한 바와 같이 한화 디펜스 이부환 해외사업 본부장은 폴란드에 제안된 레드백은 두 종류로 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통합을 완료하고 테스트까지 마친 유인 포탑을 탑재한 호주형 레드백 구성이 제안될 수도 있고 폴란드 보병수송장갑차(APC) 로소막(Rosomak)과 폴란드 보병전투장갑차(IFV) 보르숙(Borsuk)에 장착될 예정인 폴란드산 무인포탑 ZSSW-30을 탑재한 구성이 제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디펜스는 이 부분과 관련해 폴란드 방산업체 후타 스탈로바 볼라(Huta Stalowa Wola)와 발 빠르게 협의를 시작했다.
시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동석하고 있던 한화 디펜스 대표단은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AS-21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발표했다. 한화 디펜스 대표단은 AS-21 레드백의 전투 중량은 42톤에 달하며 그 중 33톤은 차체의 무게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AS-21 레드백에 사용되는 파워팩은 크라프(Krab) 및 K9 썬더 자주포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지금 현재로서는 독일 MTU 엔진과 미국 앨리슨(Allison) 기어박스를 탑재하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형 엔진과 변속기로 교체하기 위한 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레드백은 3명의 승무원과 최대 8명의 기계화 보병을 수송할 수 있다. 레드백의 기준 치수는 길이 7.9m, 폭 3.64m 그리고 높이 3.67m이다. 한화 대표단은 또한 레드백이 모듈식 장갑과 능동방호시스템에 의해 지원되는 높은 수준의 내부 보호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 디펜스는 폴란드 방산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며 폴란드 방산업계에게 주어질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브리핑을 통해 한화 디펜스는 이미 폴란드 방산업계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노력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 외 폴란드 크라프(Krab) 자주포 프로그램과 관련된 경험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최근에 시작된 WB 일렉트로닉스와의 협력 사안도 강조되었다. WB 일렉트로닉스는 K9A1 자주포와 K239 천무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에 폴란드산 전투관리시스템 C2/BMS를 통합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당면 핵심 과제는 폴란드산 ZSSW-30 포탑을 AS-21 레드백에 통합시키는 일이 되겠지만 폴란드 육군이 AS-21 레드백을 보다 빠르게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AS-21 레드백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양국의 협력 아래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해당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2024년이 되기 전에 인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 육군은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를 미국산 전차 M1A1 SA와 M1A2 SEPv3 에이브람스를 장비하게 될 제18 기계화사단에 배치하려 생각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 상원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구형 버전인 M1A1 SA의 1차 인도분은 내년 여름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폴란드 지상군이 (AS-21 레드백)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존재는 후타 스탈로바 볼라가 NCBR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수륙양용 보병전투장갑차 보르숙(Borsuk)이다. 보르숙은 폴란드 북동부에 위치한 제16 기계화사단을 시작으로 나머지 사단들에 인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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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10월 28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 “폴란드, 대한민국 보병전투장갑차 AS-21 레드백을 테스트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Defence24의 기사 마무리 부분에서 ‘그래도 폴란드 육군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존재는 폴란드 국산 플랫폼 보르숙(Borsuk)’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문득 보르숙(Borsuk)은 어떤 보병전투장갑차일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Defence24의 해당 기사 아래에 달려 있는 폴란드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어보면 자국 플랫폼 보르숙(Borsuk)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는 동시에 보르숙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보르숙(Borsuk)과 AS-21 레드백의 장갑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강이 많은 폴란드 지형을 고려하여 도하 기능이 있는 보르숙(Borsuk)은 마찬가지로 도하 기능을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의 K-21처럼 가벼운 알루미늄 등을 활용한 복합장갑을 쓰고 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르숙(Borsuk)의 기본 전투 중량은 K-21과 동일한 25톤입니다. 보르숙(Borsuk)이 비록 모듈식으로 장갑을 추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방호 성능을 높이기 위해 복합장갑을 버리고 대신 강철장갑을 선택한 AS-21 레드백을 따라잡기에는 방어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레드백의 경우 기본 전투 중량이 42톤이며 차체 무게만 33톤에 달하죠. 댓글을 읽어보면 폴란드 네티즌들 역시 보르숙(Borsuk)의 장갑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두 번째는 전투관리시스템(BMS)의 호환성 문제입니다. 폴란드 네티즌들은 미국산 주력전차 M1A2 에이브람스와 대한민국 주력전차 K2 흑표 그리고 AS-21 레드백의 경우 전장관리시스템(BMS)가 서로 호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폴란드산 전투관리시스템 C2/BMS를 사용하는 로소막(Rosomak)과 보르숙(Borsuk)과는 호환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Defence24가 기사 내용 중에 “폴란드 육군은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를 미국산 전차 M1A1 SA와 M1A2 SEPv3 에이브람스를 장비하게 될 제18 기계화사단에 배치하려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이 떠올랐는데요. 전투관리시스템의 호환 문제도 이런 결정에 한몫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전투관리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세 번째로는 폴란드산 무인포탑 ZSSW-30이 아직 완전하게 개발이 끝난 상태가 아니며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의 실제 성능도 검증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Defence24의 기사에도 언급되지만 호주에 제안된 AS-21 레드백에 장착된 EOS의 T-2000 포탑은 개발이 완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전 테스트까지 끝난 상태입니다. 신뢰성이 높다는 뜻이죠. 더구나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호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레드백과는 달리 보르숙(Borsuk)은 포탑과 차체를 보호해줘야 할 능동방호시스템(APS)의 탑재가 옵션 사항일 뿐만 아니라 자슬론 능동방호시스템이 AS-21 레드백에 탑재되어 있는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보다 구형이어서 성능이 확연하게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KKMD 400화 『재블린(Javelin)의 상부공격을 막아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능동방호시스템!』 편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자슬론과 비슷한 방식의 능동방호시스템을 개발했던 대한민국도 그 한계를 절감하고 국방과학연구소를 통해 이스라엘 트로피(Trophy) APS를 추종한 차세대 능동방호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폴란드 네티즌들 역시 능동방호시스템 측면에서 봤을 때 보르숙(Borsuk)은 AS-21 레드백에 비견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언 비전(Iron Vision)이나 네트워크 중심전 능력 같은 최첨단 기술의 접목 정도까지 따져본다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클라쓰(class)’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Military-today 같은 일부 해외 군사 전문지들에 의해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가 K9 썬더의 차체를 사용한다고 ‘잘못’ 서술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때 국내 밀리터리 커뮤니티에서도 보르숙(Borsuk)에 K9 차체가 사용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보르숙(Borsuk)의 개발을 담당한 폴란드 업체였던 HSW는 10여 년을 질질 끌고 있는 크라프(Krab) 자주포 차체 개발 때문에 진절머리를 내다가 결국 K9 썬더의 차체를 수입해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화 디펜스의 도움을 받아 생산공장을 현대화하고 차체 생산과 관련된 기술들을 이전 받으면서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는 자료를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앞으로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향후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유추가 가능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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