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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무기체계/신이 내린 방패 이지스 및 구축함

이지스(Aegis)를 빙자한 합동화력함이라 비판 받는 정조대왕급이 남긴 숙제: 시대에 뒤처진 육군 중심의 ‘포방부’?

by KKMD Kevin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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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최근 활발한 군사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과 폴란드는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국가입니다. 폴란드 육해공군의 구성을 보면 육군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는데요. 불과 48대의 F-16들로 폴란드 영공을 방어하고 있는 폴란드 공군의 전력은 ‘NATO 지상군의 중추라고 불리는 육군 전력에 비한다면 꽤나 초라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폴란드 군의 구성이 이렇게 기형적인 형태를 가지게 된 이유는 강력한 러시아 지상군이 유럽으로 진격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맡았다는데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과 미국도 중국과 북한 연합군이 휴전선을 넘지 못하도록 육군 전력을 증강시키는데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지금은 폐기된 작전계획 5027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적의 진격을 저지하며 미군이 한반도에 병력을 전개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대한민국 육군이 맡은 역할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한민국 국방부는 육군 중심의 시각을 가진화력덕후혹은포방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죠. ,

 

4년 넘게 KKMD를 진행하면서 군이나 방산업에 몸담고 있는 분들과 자연스레 교류하게 되었고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들과 접하게 되었는데요. 역대 국방부 장관들이 대부분 육군 출신이라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국방부는 상당히 육군으로 치우친 냉전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공군과 해군은 미래 전력을 건설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급에 이어 탄생한, 세계 최강의 구축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이지스(Aegis) 구축함 정조대왕급도 얼핏 보면 발견하기 어려운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게 된 원인을 분석해보면 현재 대한민국 군 수뇌부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도 함께 보입니다. 그럼 함께 이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조대왕급 이지스(Aegis) 구축함, 어떤 전투함인가?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를 통해 데미지 컨트롤 등에 필요한 인력을 크게 절감시킨 대신 생존성은 강화된 전투함입니다. 대잠전 수행능력의 향상을 위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한국형 통합 음파탐지기가 탑재되어있으며 추진 및 발전체계도 개량되어 있죠. 하지만 정조대왕급 구축함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최신 이지스(Aegis) 전투 시스템의 탑재를 들 수 있습니다. 이지스(Aegis) 전투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 해군 전투력의 핵심을 이루는 항모전단(Carrier Strike Group)의 존재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미 해군이 초음속 함재기를 탑재한 항모를 운용하게 되면서 기존 함포 위주의 전투함들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속도나 사정거리라는 측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미 항모전단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항모를 사용하거나 미사일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냉전 시대를 미국과 양분하고 있었던 러시아가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대함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고 미 해군도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수단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미 해군은 다수의 항공기와 미사일들을 멀리서부터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AN/SPY-1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과 스탠다드 미사일(이하 SM) 시리즈를 유도해 줄 수 있는 전투체계를 개발했고 이를 하나로 통합시키고자 노력한 결과 탄생한 존재가 바로 이지스(Aegis) 전투 시스템입니다. 이지스(Aegis) 구축함을 방공구축함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https://youtu.be/hb4yP8d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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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구축함을 세분하면 함대방공구축함과 개함방공구축함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함대방공구축함은 항모를 포함한 함대 전체를 적대적인 항공기 및 미사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구축함을 뜻합니다. 그에 비해 개함방공구축함은 대공방어 범위가 자기자신에게 한정되어 있는 구축함이죠. ‘함대방공구축함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종대왕급이나 정조대왕급 같은 이지스(Aegis) 구축함인데요. 이들에 탑재된 AN/SPY-1D(V) 레이더의 경우 450 이상의 탐지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최대 9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탐지하고 그 중 18~24개의 목표물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습니다.

 

AN/SPY-1D(V) 레이더가 이지스(Aegis)이라면 직접 타격하는 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SM 미사일 시리즈입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산 Mk. 41 수직발사관(이하 VLS)에서만 발사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Aegis) 구축함의 경우 총 128셀의 VLS 중 미국산 Mk. 41이 차지하고 있는 숫자는 80셀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세종대왕급은 함대공 미사일 SM-2MR BlockIIIB를 최대 80발 장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세종대왕급의 경우 탄도미사일방어 BMD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아 탄도미사일을 탐지 및 추적할 수는 있어도 요격할 수 없었다는데 있었습니다. 해군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1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이지스(Aegis) 전투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해군의 의견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던 결과였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결과였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어쨌든 이 때문에 세종대왕급은 두고두고 국내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비판 받게 됩니다.

 

정조대왕급 이지스(Aegis) 구축함은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한 전투함입니다. 이지스(Aegis) 전투 시스템 중 최신 사양인 베이스라인 9가 적용되었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탄도미사일방어 BMD 시스템도 탑재되었습니다. 따라서 정조대왕급은 제대로 된 의미의 함대방공구축함이자 이지스(Aegis) 구축함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대왕급에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데서 오늘 포스팅의 주제가 도출됩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지스(Aegis)의 가면을 쓴 정조대왕급, 실체는 합동화력함이다?

 

정조대왕급이 지닌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탑재된 수직발사체계(VL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세종대왕급이 지닌 128셀의 수직발사대 중 미국산 Mk. 41이 차지하고 있는 숫자는 80셀이라고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지스(Aegis) 전투체계가 사용하는 함대공 미사일 SM 시리즈는 오로지 Mk. 41 VLS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요.

 

그런데 정조대왕급의 경우 탑재된 미국산 Mk. 41 VLS의 숫자는 세종대왕급의 절반 정도인 48셀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이는 정조대왕급의 이지스(Aegis) 전투체계가 사용할 수 있는 SM 시리즈 함대공 요격 미사일의 숫자 역시 세종대왕급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조대왕급 이지스(Aegis) 구축함에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BMD가 탑재되기는 했지만 과연 함대방공구축함으로써의 기능이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정조대왕급의 만재 배수량이 세종대왕급보다 1,500톤 정도 더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무장 탑재력은 더 확장되었다는 뜻인데 왜 Mk. 41 VLS의 숫자는 줄어들었을까요? 새로이 적용된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KVLS-2에 그 대답이 있습니다. 정조대왕급에 탑재되는 KVLS-2는 차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이나 L-SAM에 기반한 중장거리 함대공 유도탄-2에 할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KVLS-2는 미국의 스텔스 순양함줌왈트급에 탑재된 Mk. 57 VLS보다도 더 큰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수직발사시스템입니다. KVLS-2가 얼마나 큰 수직발사체계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면 KVLS-1 셀 하나에 한발만 탑재할 수 있는 현무-3 순항미사일이 KVLS-2 셀 하나당 4발이 탑재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KVLS-2 셀 하나가 KVLS-1 4개에 해당한다는 뜻이죠.

 

정조대왕급의 무장을 살펴보면 미국산 Mk. 41 VLS 48, KVLS-1 16, KVLS-2 24셀 탑재되어 있습니다. Mk. 41 KVLS-1의 크기는 거의 비슷하고 KVLS-2 KVLS-1 4배 크기라는 점을 감안해서 계산해본다면 Mk. 41 VLS를 기준으로 정조대왕급에는 160(48+16+24x4)의 수직발사대가 탑재된 격입니다. 세종대왕급은 Mk. 41 VLS를 기준으로 128셀의 수직발사대가 탑재된 셈이고요. 참고로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최신형이 Mk. 41 VLS 96셀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KVLS-2를 정조대왕급에 24셀이나 설치하려다 보니 정작 이지스(Aegis) 전투체계가 사용해야 하는 함대방공용 SM 요격 미사일의 숫자(, Mk. 41 VLS 숫자) 세종대왕급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KVLS-2에 탑재되는 미사일들은 대부분 함대함, 함대지 무기체계입니다. 그러니 이게 합동화력함(Arsenal ship)이지 무슨 이지스(Aegis) 구축함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해군 관계자에게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는데, 해군 관계자도 타당한 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군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https://youtu.be/ZZzx4ZIFO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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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강국의 근간이 되어야 할 이지스(Aegis) 구축함을 대북결전용 합동화력함으로 만들어버린 대한민국 국방부?

 

향후 KVLS-2에는 L-SAM에 기반한 중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이른바 한국형 SM-2가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조대왕급을 이지스(Aegis) 구축함이 아닌 합동화력함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반론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L-SAM에 기반한 함대공 유도탄-II, 소위 한국형 SM-2 미사일이 이지스(Aegis) 전투체계에 통합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허락하지 않는 한 함대공 유도탄-II는 이지스(Aegis) 전투체계에 통합될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지스(Aegis) 전투체계에 함대공 유도탄-II를 통합해주겠다는 그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산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해궁'도 아직 이지스(Aegis)에 통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함대공 유도탄-II를 운용할 수 있는 국산 전투체계를 별도로 만들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도 이지스(Aegis)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숱한 시행 착오를 겪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국산 전투체계가 등장할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이지스(Aegis) 전투체계와 비교해 봤을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정조대왕급은 함대방공 및 지역방공을 목적으로 하는 이지스(Aegis) 구축함입니다. 먼 곳에서 다가오는 적 항공기 혹은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배제하여 아군 함대 또는 특정 지역을 보호하는 것이 정조대왕급이 맡아야 할 임무입니다. 해당 임무 수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거액을 들여 AN/SPY-1D(v) 레이더와 이지스(Aegis) 전투체계 그리고 SM 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것입니다. 또한 이지스(Aegis) 구축함이 제대로 방패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합동화력함은 단지 바다에 떠있는 화약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3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폴란드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입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육군이 길목을 지키고 있어도 해군이 바다를 지켜주지 못하면 인천상륙작전에 맥없이 당한 북한처럼 뒤를 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수출과 수입에 없어서는 안될 핏줄과도 같은 바다 길을 지키지 못해도 갇힌 채 말라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개발 시대를 맞아 우주발사체를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로 발사할 수 있게 해주는 적도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해군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그리고 일본의 해군력이 나날이 증강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육군 중심의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지스(Aegis) 구축함을 바다 위의 포병 부대, 소위 합동화력함으로 만들어 놓았고 덕분에 이지스(Aegis) 구축함 본연의 기능인 함대지역방공능력은 반쪽 짜리 불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정조대왕급에 대한 비판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제가 보기에도 그 비판은 상당한 합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gNz-LLQi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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