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7일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 통신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언급했습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게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고 한동안 국내 언론들은 이를 인용하며 “푸틴이 직접 한국을 지목해 경고장을 날렸다”고 대서특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약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며 이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주권 문제라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해외 정치군사 전문지 Eurasian Times는 “Ukraine-Russia War Draws Both The Koreas Into The Conflict; South To Arm Kyiv While North Assisting Moscow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한을 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대한민국과 러시아를 돕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번역할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가 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막연하게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지만 최근 외신에서 북한과 대한민국을 관련 지어 이야기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어 왔던 한국과 북한이었기에 상당한 양의 군수 장비들이 비축되어 있을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도 곁들여져 있고요.
그럼 2022년 11월 11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가 게재한 기사 “Putin Will Be So Mad: South Korea Is Sending Artillery ‘Bullets’ To Ukraine (푸틴은 엄청 열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곡사포 ‘포탄’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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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에 무기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한민국 사이의 체결된 새로운 협정은 대한민국 방산업체들로 하여금 미국에 10만 발의 곡사포 포탄을 판매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 포탄들은 향후 우크라이나 군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우크라이나 구출에 나서다
한미 양국 사이에서 한동안 논의되고 있었던 이번 계약의 성립은 러시아군이 주로 드론과 미사일에 의존하여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망과 포병 전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지속적으로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다 보니 미국 자체 무기 비축량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 뉴스는 미군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수 밖에 없다.
비록 대한민국 국방부가 해당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아직 이 거래는 공식화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말에 따르면 양국간 협상은 주로 155㎜ 포탄의 제조와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방부는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거래의 대상을 미국에 한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자체 무기 비축량이 우려를 받을 정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거래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내내 많은 국가들에 의해 사용되어 왔다. (러시아에 적대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나라들이) 직접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서도 우크라이나의 항전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미(韓美) 양국간 합의된 사항
지난 금요일,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과의 협정이 미국 군수품 비축률에 대한 압박, 그 중에서도 특히 155㎜ 대구경 포탄 비축률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엄청난 양의 곡사포탄을 사용해 왔지만 향후 러시아 및 이란에서 만들어진 카미카제 드론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양의 곡사포 포탄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매일 2만발의 포탄을 쏟아 붓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하루 4,000~7,000발의 포탄을 소비하여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계속 상당한 수준의 포병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군수물품 소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군수품 소진 압력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하루에 4,000~7,000발의 포탄 소진율이라면 10만 발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공급하는 10만 발의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시기가 언제가 되든 짧으면 14일, 길어도 25일 안에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대한민국과 러시아를 돕는 북한
11월 초순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크라이나에 주둔해 있는 러시아 군에게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탄약을 실은 북한 상선들 중 일부가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것처럼 위장했었다. 그러나 이후 이 북한 상선들은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속속 입항하고 있었던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인 존 커비(John Kirby)는 "지난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할 의도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확보한 정보들은 북한이 상당한 양의 포탄을 은밀하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탄을 선적한 화물 수송선의 목적지가 마치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인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함으로써 실제 목적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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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11월 11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눈 여겨 살펴 보았던 점은 “우리가 수출하는 군수품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까지나 미국일 뿐 우크라이나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155㎜ 포탄을 수출하면서도 최종 목적지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이라고 강변하고 있죠.
불과 100여 년 전만해도 일제에 강제합병 당한 채 나라를 잃고 중국 상하이에 임시 정부를 세워야 했던 대한민국이 머나먼 이국 땅에 군사 원조를 해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지만 역시 머나먼 이국 땅에서 같은 민족이 둘로 나뉘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군 소식통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대한민국 육해공 3군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영관급 장교들이 개인적으로 모여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쟁 시뮬레이션에 대해 토론해 볼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이 북한을 압도한다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중국의 참전으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되는 케이스였다고 합니다.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미국과 중국의 참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그 결과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었죠. 전력상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예상했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일종의 대리전 양상을 띄면서 9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우려는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남과 북 사이에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만큼 사회 기반 시설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장기간 서로 죽고 죽이는 비인간적 행동들을 통해 고착화된 증오심 때문에 설사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국가 통합에 엄청난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내용은 무엇보다 남북한 통일은 결코 전쟁을 실행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되겠다는 것과 전력 구상에 있어 북한도 북한이지만 그 위에 있는 권위주의 국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이 소위 “독침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득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 최고의 전쟁”이라는 격언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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