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밀리터리 매체 『Military Leak』은 2023년 4월 초 사우디 국방부가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K239 천무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맹방이자 예맨 내전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가 K239 천무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도 도입할 것이 분명하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던 상황에 못을 박는 기사가 등장한 셈이었죠. 게다가 사진에 등장한 K239 천무 2문에서 '878'과 '885' 라는 번호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K239 천무 여러 대가 실전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Military Leak은 분석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우연의 일치일까요? 한국형 에이태킴스(ATACMS) KTSSM 두 발을 탑재한 K239 천무(天橆) 다연장로켓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역시 인터넷에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국내 군사 전문지들을 읽어 보면 아랍에미리트가 천무를 도입하면서 미국의 에이태킴스(ATACMS)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형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 KTSSM을 통합시켜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K239 천무에 KTSSM이 통합되어 있는 모습이 공개된 것입니다. 그것도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이 천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로 며칠 뒤에 말입니다.
K239 천무와 KTSSM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홍보자료를 보면 천무에 탑재되는 탄약 종류에서 400㎜ 그리고 600㎜ 구경을 지닌 미사일 두 종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9년에 발간된 국내기사와 군사전문지들의 취재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에는 400㎜ 구경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된 천무를 천무-II 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 매체들이 KTSSM-I과 KTSSM-II 모두 동일한 400㎜ 구경과 비슷한 사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둘 사이의 차이점은 ‘확산탄’이라고도 불리는 이중목적자탄(DPICM)의 탑재 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홍보자료에 나온 600㎜ 구경의 거대 미사일은 무엇인가? 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오늘 소개할 해외 군사전문지 Army Recognition의 기사를 읽다 보면 더 헷갈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KTSSM-I의 사거리가 200㎞로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심지어 사거리가 최대 500㎞에 달하는 단거리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을 천무에서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Army Recognition 기사 내용이 잘못된 것일까요? 사실 군사관련 정보들은 보안사안들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세세한 내용들은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획이 변경되기도 하죠. 얼핏 모순되는 듯한 이 모든 내용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폴란드라는 퍼즐을 끼워 맞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KTSSM과 K239 천무라는 무기체계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럼 2023년 4월 7일 해외 군사매체 Army Recognition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고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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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6일 'Korea Defense Blog' 페이스북 계정에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을 탑재한 대한민국 K239 천무(天橆) 다연장로켓포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최초로 공개됐다.
KTSSM의 원래 설계는 은폐된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것이었으나 대한민국육군은 견인식 고정 포드에서 발사되는 방식의 KTSSM 배치-I을 선택했고 2023년 중으로 실전 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항간에는 배치(Batch)-II로 알려진 차량 발사식 파생형 또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처음 전문가들은 KTSSM 배치-I의 사거리가 18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근에 실시된 현장발사테스트를 통해 실제 사거리가 200㎞에 가깝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과 대조해 봤을 때 Army Recognition이 언급하고 있는 ‘최근 현장발사테스트’는 2022년 12월 15일 충남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 시험장에서 시행된 K239 천무 테스트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일 K239 천무에서 발사되어 200여 킬로미터를 날아간 후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미사일이 KTSSM-I 인지 아니면 KTSSM-II 인지를 두고 국내외 언론들이 혼선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몇 가지 자료들을 교차 검증해 본 결과 해당 미사일은 Army Recognition의 기사 내용처럼 KTSSM-I이 맞는 것으로 추론됩니다.
다만, 한화는 탄두의 무게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KTSSM의 사거리를 180㎞에서 200㎞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나라 국방부 대표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흥 시험장에서 테스트 광경을 끝까지 지켜보았던 나라들 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K239 천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를 갑자기 공개한 배경에는 사거리 290㎞ 천무 II의 개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역주)
대한민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KTSSM 배치-II 라고 불리는 고성능 관통 탄두를 가진 파생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인데 KTSSM 배치-I 보다 강화된 화력과 늘어난 사거리를 자랑한다.
K239 천무와 KTSSM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열렸던 마케팅 캠페인 행사에서 K239 천무 플랫폼이 KTSSM 전술지대지미사일 2발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의 국방부 대표급 인사들을 모아놓고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실시했던 2022년 12월 15일 천무 실사격 시연 행사일까지도 K239 천무의 KTSSM 발사 능력은 입증되지 않았었다.
(예전에 번역한 적도 있지만 주력전차 수주전에서 K2흑표 대신 레오파드 2A7을 선택한 노르웨이의 경우 주력전차보다는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을 먼저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끊이질 않았습니다. 노르웨이가 KTSSM의 천무 발사 테스트 발사를 일부러 와서 참관할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소식을 기대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주)
K239 천무 다연장로켓포(MLRS)는 대한민국 국책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고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한국형 로켓포 시스템이다. 2014년에 처음 대한민국 육군(ROKA)에 도입되었고 이후 계속 실전 배치되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포는 지상군을 위한 단거리 및 장거리 화력 지원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천무 다연장로켓포는 다양한 형태의 로켓과 미사일들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표준사거리 36㎞의 130㎜ 로켓탄(K33), 표준사거리 45㎞의 230㎜ 무유도로켓탄(KM26A2) 그리고 최소 표준사거리가 80㎞를 넘는 239㎜ 유도미사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K239 천무는 또한 사정거리가 500㎞에 달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실제 기사 원문을 보면 Army Recognition의 취재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어 제가 다시 정리를 했습니다. 원래 로켓과 미사일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도기능이 없는 민간 상업용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쓰이던 용어가 로켓이고 그 중에서 유도기능이 있으며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들을 특정하여 미사일이라고 지칭했으나 최근 이런 구분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천무에 쓰이는 탄약의 경우 유도기능이 없는 130㎜ K33 일명 구룡2와 230㎜ KM26A2를 ‘로켓탄’이라 부르고 유도기능이 있는 239㎜ 탄부터는 ‘미사일’이라고 부른다고 이해하시면 얼추 맞을 것 같습니다.
Army Recognition 은 동시에 사정거리가 최대 500㎞에 달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K239 천무에서 발사 가능하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KTSSM-II의 사정거리를 290㎞ 정도라고 알고 계실 텐데요. 갑자기 왜 Army Recognition이 사거리 5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언급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기사 번역이 끝난 이후 좀 더 상세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주)
K239 천무 발사대는 8륜형 차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차량에 비해 더 우수한 기동성과 빠른 전개 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천무는 위성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하는 내비게이션 및 조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높은 정확도와 빠른 반응 시간을 보장한다.
K239 천무 다연장로켓포는 한국군에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화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포병 전력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존재이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KTSSM은 대한민국에 의해 개발된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매우 정확한 명중률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북한에 의해 개발이 진행 중인 사거리 400㎞의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북한 장사정포 전력에 의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처할 목적으로 설계된 물건이 바로 한국형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 KTSSM이며 북한의 지휘센터, 포병 부대 그리고 방공 시스템 같은 주요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 KTSSM의 사거리는 파생형에 따라 180~290㎞를 오가는 정도이지만 위성항법 시스템(GPS) 및 관성항법 시스템(INS) 그리고 지형대조유도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는 덕분에 KTSSM은 목표물에서 2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원형공산오차(CEP)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정밀한 타격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KTSSM 미사일은 차륜형 이동식 발사대(TEL)에 탑재되어 신속한 이동과 배치가 가능하다. KTSSM용 이동식 발사대는 어떤 미사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일반적으로 2발에서 4발의 미사일을 탑재하게 된다.
한국형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 KTSSM은 2017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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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4월 7일 해외 군사매체 Army Recognition이 게재한 기사 “Chunmoo MLRS rocket launcher systems is also able to fire KTSSM tactical ballistic missiles (천무 다연장 로켓포가 이제는 KTSSM 전술탄도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게 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베르단스크항에 입항해 있던 러시아 앨리게이터급 상륙함 사라토프(Saratov)를 수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역작업 중이던 탄약 및 유류 저장고까지 함께 유폭시킨 주인공은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시대부터 보유해 오던 소량의 토치카-U 전술탄도미사일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략 미사일부대들은 토치카-U 미사일로 많은 전과를 올렸는데요. 전술탄도미사일 토치카-U에 누구보다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인 나라가 바로 폴란드였습니다.
러시아는 폴란드 북부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9K720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2016년부터 배치해 왔고 북한의 핵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처럼 폴란드인들 역시 불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 이스칸데르에 대응하고자 패트리어트 PAC-3MSE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는 동시에 이스칸데르 발사지점을 타격할 수 있는 수단, 즉 에이태킴스(ATACMS)같은 지대지전술탄도미사일 및 관련기술을 도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이중목적자탄(DPICM)탄두 일명 ‘집속탄’ 기술이 포함된 ATACMS의 수출과 면허생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면서 이러한 폴란드의 노력은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이때 폴란드 눈에 포착된 것이 바로 한국형 에이태킴스(ATACMS), KTSSM이었고 K239 천무 다연장로켓포에 탑재가 가능한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된 것입니다. 폴란드는 천무 도입을 결정하면서 한국형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 KTSSM에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하게 됩니다. 국내 군사전문지가 보도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본격적인 투자자를 찾은 대한민국 육군은 기존의 400㎜ KTSSM-I을 개량하여 KTSSM-II를 만드는 대신 600㎜ 구경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을 별도로 개발하는 쪽으로 KTSSM-II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에이태킴스(ATACMS)와 동일한 600㎜ 구경으로 개발되는 KTSSM-II의 사거리를 생각해 봅시다. 2022년 12월 15일 국방과학연구소는 400㎜ KTSSM-I을 200㎞까지 비행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단순한 방정식으로 계산해보면 600㎜ 구경의 KTSSM-II는 300㎞까지 사거리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 에이태킴스(ATACMS)와 동일한 사거리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K239 천무가 사거리 최대 500㎞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술한 Army Recognition의 기사 내용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현재 K239 천무에서 발사되는 KTSSM-I은 사거리 200㎞의 400㎜ 구경 미사일이고 향후 등장할 KTSSM-II는 사거리 300㎞ 이상의 600㎜ 구경 탄도미사일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KTSSM-II의 폴란드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존재입니다. MTCR은 사거리 300㎞ 이상, 탄두중량 500㎏ 이상 되는 모든 미사일과 무인기의 ‘수출 및 기술이전’을 통제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KTSSM-II는 MTCR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어 폴란드에 수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나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요령 있게 일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은 생기겠지요.
그러나 MTCR은 ‘미사일 수출 및 기술이전’을 통제한다는 내용일 뿐 대한민국이 자체 기술로 사거리 300㎞ 이상,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추가로 말씀 드립니다. 현무 IV(4)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만 해도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 2.5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물론 현무 IV(4)를 수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MTCR에 위배되겠지만요.
폴란드와 ‘공동개발’하고 ‘현지생산’하는 방식으로 MTCR을 회피할 것으로 보이는 수출형 KTSSM-II는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에서 실전 배치될 KTSSM-I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모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KTSSM-II에 사용되는 고체 로켓모터와 유도체계, 탄두기술 등은 동일하게 적용되겠죠.
폴란드의 강력한 요구로 원래 계획보다 4년 앞당겨져 2030년이면 등장할 KTSSM-II는 미국 에이태킴스(ATACMS)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KTSSM-II는 무엇을 무기로 에이태킴스(ATACMS)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이 흥미로운 주제 역시 미래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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