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해외 외신은 미국의 항공전문지 Aviation Week이 지난 10월 4일 게재한 기사입니다.
“South Korean KF-21 Fighter Performs Well In Flight Tests (비행 테스트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 대한민국 KF-21 전투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KF-21 시제기가 초도 비행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실시해 왔던 테스트 비행을 통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상으로만 짐작할 수 있었던 KF-21의 설계상 요구 성능이 실제로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 지상파 방송국의 ‘국방 전문기자’가 보도했던 KF-21 보라매에 결함이 넘쳐난다는 내용의 기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Aviation Week는 얼마 전 개최되었던 국제 테스트 파일럿 협회(Society of Experimental Test Pilots) 심포지엄에서 만난 대한민국 공군 제52 시험평가전대 소속 KF-21 파일럿들과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를 번역해보니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딱딱한 편이라 시청자 여러분들께 쉽게 다가가기 어렵겠다는 걱정도 들었지만 조회수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KF-21 개발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번역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직접 Aviation Week의 기사 내용을 살펴 보시고 모 지상파 ‘국방 전문기자’가 보도했던 내용 중 어느 쪽이 더 팩트에 가까운 이야기일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Aviation Week 기사를 번역해 보고 제 생각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견은 되도록 줄이고 기사 번역만 해달라는 요청을 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별도로 표시하고 있으니 사견이 마뜩지 않는 분들은 노란색 자막 부분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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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KAI KF-21 보라매 다목적 전투기는 초기 비행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모형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것과 일치하는 조종성(handling qualities)을 보여주었다고 대한민국 공군 평가단이 밝혔다.
쌍발 전투기 KF-21 보라매는 7월 19일 대한민국 사천에서 초도 비행을 실시했고 2026년에 최초 공대공 운용 능력(IOC)을 갖출 예정이다. 보잉이 제작한 F/A-18E/F 슈퍼 호넷과 동일한 제너럴 일렉트릭 F414-400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그보다 약간 크기가 작고 중량이 가벼운 KF-21은 덕분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필적하는 추력 대 중량비를 자랑한다.
소리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음속과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인 천음속 범위에서 우수한 기동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KF-21은 록히드 마틴의 F-35와 동등한 추력을 지니고 있지만 익면하중(wing loading)은 오히려 F-35보다 더 낮다. 따라서 비행 제어(flight control) 시스템과 이와 관련된 조종 안정성 증강(stability and control augmentation)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은 KF-21 블록 1 테스트 및 평가(이하 T&E) 프로그램 초반부에 있어 중요한 핵심 영역을 차지한다.
2026년 초까지 이어지는 KF-21 보라매 테스트 및 평가(T&E) 과정은 주요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그 중 첫 번째 단계는 다시 ‘운용 테스트 및 평가(이하 OT&E)’와 ‘개발 테스트 및 평가(이하 DT&E)’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거의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최초의 개발 테스트 및 평가(DT&E) 단계는 초도 비행 1년 전인 2021년 3월에 시작되었고 2023년 8월에 종료될 예정이며 역시 2021년 6월에 시작된 운용 테스트 및 평가(OT&E) 단계는 27개월 동안 진행된 뒤 개발 테스트 및 평가(DT&E)가 끝나는 2023년 8월에 동시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3년 여름까지 테스트 및 운용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이후 KF-21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공군이 소위 "full-up" 비행 테스트라고 묘사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2026년 초까지 계속될 이 집중적인 후속 T&E(테스트 및 평가) 비행 테스트 활동은 다시 한번 OT&E(운용 테스트 및 평가)와 DT&E (개발 테스트 및 평가) 과정으로 구성되어 30개월 동안 병행 진행되며 2026년 2월에 "full-up" 비행 테스트 역시 완료될 예정이다.
국제 테스트 파일럿 협회(Society of Experimental Test Pilots)가 올해 이곳 대한민국에서 개최한 연례 심포지엄에 참석한 대한민국 공군 제52 시험평가전대 파일럿들은 KF-21 테스트 프로그램이 조기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블록 1 프로그램 전체를 통해 2,000회 이상의 테스트 비행이 수반될 것이며 이들 중 85%를 차지하는 대략 1,700회의 테스트 비행이 후속 T&E 단계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테스트 비행은 2026년 초 2차 운용평가와 함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KF-21의 삼중 디지털 비행 제어 시스템은 비선형 다이나믹 인버전(NDI) 제어 법칙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F-35용으로 개발된 비행제어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NDI 제어 결합(control combination)은 명령된 궤도에 대한 예측 가능한 반응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제어 루프(control loop)는 파일럿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비행 테스트를 앞두고 KF-21 보라매에 탑재된 제어 시스템과 부품들은 "아이언 버드(Iron bird)" 지상 테스트 장비 및 기동성 분석 시뮬레이터(HQS)의 조합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검증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평가 및 검증 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2016년 초부터 하나 둘씩 조립되어 온 아이언 버드 지상 테스트 장비와 기동성 분석 시뮬레이터(HQS)는 초기 비행 시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제52 시험평가전대 소속 281 비행시험중대 지휘관 박성빈 중령은 말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동성 분석 시뮬레이터(HQS)가 초도 비행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온통 HQS에 쏠려 있었죠" KF-21이 이륙에 성공한 이후 보여준 실제 초기 기동 성능은 HQS가 예측했던 내용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KF-21에 탑승하고 있던) 테스트 파일럿과 상의 끝에 미리 계획되어 있던 5,000피트 상공에서의 착륙 연습은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누구보다도 환호하며 기뻐했던 사람들은 바로 HQS 엔지니어들이었는데 그 이유는 HQS를 통해 예상했던 KF-21의 기동성이 실제 결과와 매우 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체 아래쪽에 위치한 반매립형 무장창에 MBDA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4발을 장착한 채 초도 비행을 시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성빈 중령은 "처음 우리가 세웠던 계획은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순항 형태(clean configuration) 구성으로 테스트 비행에 임하는 것이었지만 한정된 예산과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고 있던 대한민국 공군에게 있어 시간 절약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고 대답했다.
그는 (반매립형 무장창에) 미사일을 설치한 결과 항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순항 형태와 다를 바 없었기에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초도 비행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결과와 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미사일을 장착한 채로 테스트 비행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KF-21 보라매의 초기 버전인 Block I 비행 테스트는 기본 비행 제어 모드뿐만 아니라 한계비행성능(envelope)을 확장하는데 계속 주안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이며 공대공 전투시 필요한 "업 & 어웨이(up and away)" 모드와 착륙을 위한 강행접근(power approach) 모드 그리고 공중급유 모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비행 제어 모드에는 저속 경고 및 받음각 제한(angle-of-attack limiter)기능과 함께 한계비행성능(envelope) 보호 기능 등이 통합되어 있다. KF-21 비행 제어 시스템은 항공기 운항에 있어 필수 요소인 제어면 액추에이터(control surface actuators)나 엔진 또는 에어 데이터 센서(air data sensor)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비행이 가능하도록 재구성이 가능한(reconfigurable) 제어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Block I은 또한 Block II에서 등장할 자동지상충돌회피시스템(GCAS)의 테스트와 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써 자동자세회복시스템(PARS)의 테스트도 포함하게 될 것이다. "Block II 단계의 목표는 완전한 공대공 및 공대지 전투 작전 능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281 시험비행중대 최윤재 소령은 말했다. 자동지형추적시스템(ATFS)의 테스트도 포함된 Block II 테스트 계획이 이제 완료된 상태라고 그는 덧붙였다.
테스트 과정 전체를 통틀어 지상에서 구조 테스트를 하는 2대의 기체를 포함한 8대의 KF-21 시제기 모두가 활용될 예정인데 비행 시제기 6대 중 4대는 단좌형이고 2대는 복좌형이다.
여기 더해 KAI는 공대공 임무와 제한된 공대지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하는 KF-21 보라매 Block I 1차 생산분 40대를 2026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KAI는 공대공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공대지, 공대함 공격 능력 또한 완전하게 갖춘 Block II를 2028년부터 80대 생산하여 대한민국 공군에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공군은 Block II에 만족하지 않고 5세대+급 능력을 지닌 Block III로의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며 KAI는 최근 국제방산전시회 DX Korea 2022에서 KF-21을 항모 함재기로 파생시킨 KF-21N 개발 의사를 밝히며 축소 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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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항공전문지 Aviation Week가 지난 10월 4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인도계 매체 Eurasian Times는 2022년 9월 26일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대한민국 KF-21을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Irony Or What? After ‘Dumping’ Aircraft Carrier, South Korea Plans To Develop A Naval Version Of KF-21 Fighters (항모를 포기해 놓고 KF-21을 함재기로 개발하겠다는 대한민국? 코미디가 따로 없네)”라는 제목의 이 기사를 반쯤 번역하다 말았는데요.
인도의 국민적 자긍심 테자스Tejas가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연일 KAI FA-50에 밀리고 있으니 저 정도 자극적인 제목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최근 대한민국 전투기에 대해 심사가 좋지 않은 Eurasian Times이지만 KF-21의 예상 성능에 대해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F-16의 최신 사양인 F-16V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고 칭찬을 한 것이죠. 4.5세대 동급 전투기들 중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거침없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5세대 전투기 F-35가 날아다니는 시대에 F-16V보다 뛰어난 성능이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타박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가 번역했던 많은 외신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많은 나라들이 F-16의 최신 버전인 F-16 블록 70/72 소위 F-16V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F-16V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공급은 절대적으로 딸리고 있는 상황이죠. 80대 이상의 F-16 C/D를 F-16V로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하는 그리스의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원하는 물건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폴란드는 결국 F-16V를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성비가 우수한 KAI FA-50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교훈 중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재래식 무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이마스(HIMARS)같은 하이테크 무기체계들이 전황을 일시에 바꿀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밀고 밀리는 장기전이 되면 천문학적인 조달 및 운용비용 그리고 정비상의 어려움 때문에 소수에 불과할 수 밖에 없는 하이테크 무기체계들은 그 효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정말 중요한 대목에만 사용해야 하는 무기체계가 됩니다.
F-16같은 전투기들은 F-35에 비한다면 모든 면에서 생존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모든 나라가 F-35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문학적인 운용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과 미국의 일선 동맹국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외교력도 갖추고 있어야 하죠. 사실상 러시아나 중국 정도를 상대할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F-16으로도 충분히 제공권 경쟁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저렴한 비용의 F-16은 F-35보다 쉽게 수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으며 유지 보수가 어려운 F-35가 한 번 출격할 수 있을 때 상대적으로 유지보수가 손쉬운 F-16은 두 번, 세 번 출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장에서 F-16의 수적 우위는 더욱더 두드러지게 됩니다. 즉,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자주 작전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또한 아무리 스텔스 전투기라도 일단 공격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위치가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 역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미 공군이 F-15EX를 F-35와 함께 운용해야 그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부터 출발한 것입니다. F-35가 은밀하게 침투하여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거나 선제 공격을 가하면 위치가 노출된 F-35를 향해 적의 제공 전투기들이 몰려오게 될 것입니다. 이 때 뒤따라 오던 미사일 트럭 F-15EX가 막강한 화력으로 적의 제공 전투기들을 제압하고 그 사이 F-35는 전장을 이탈한다는 전술입니다.
제가 늘 강조해 왔지만 마찬가지 논리로 5세대 아니 6세대 전투기들이 등장하더라도 소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이들과 조합을 이루어 궂은 일을 도맡아 해줄 다수의 4.5세대 전투기들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입니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KF-21 보라매가 노려야 할 포지션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KF-21이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들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F-16에, 그것도 최신버전인 F-16V와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KF-21 보라매가 걸어가야 할 일정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출발이 좋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스럽지만 남아있는 기간 동안 어떤 어려운 문제점들과 맞부딪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반드시 어려운 난관들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죠.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투기 자체 개발’이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치 처음으로 자기 힘으로 일어서 걷는 어린아이처럼 비틀거리고 넘어지기도 할 것이며 무릎이 깨져 피가 날지도 모릅니다. 필요한 지적은 해야 되겠지만 그런 아이에게 “넌 왜 처음부터 똑바로 걷지 못하느냐?”고 신랄하게 야단칠 부모는 아마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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