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경제전문 잡지들 중 하나인 포브즈(Forbes)가 2023년 1월 23일 대한민국이 낳은 걸출한 자주포 K9썬더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이는 미국의 밀리터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액스(David Axe)인데요. 개인적으로는 KF-21 보라매가 아직 KF-X이던 시절, 대한민국의 방산 제품들에 대해 비교적 까칠한 반응을 보였던 해외 밀리터리 전문가들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한민국 방산 제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고 실제 전장에 투입된 K-디펜스 장비들이 생각보다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까칠했던 데이비드 액스(David Axe)도 생각을 조금은 바꾸었나 봅니다.
우크라이나로 공여된 폴란드산 자주포 크라프(Krab)의 경우, 영국의 AS-90으로부터 파생된 포탑을 K9썬더의 차체에 부착시켜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폴란드산 UPG-NG 차체를 사용하려 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탑재된 155㎜ 포의 반동을 견디지 못했고 차체가 수시로 망가지는 등 문제점이 속출했었습니다. 결국 폴란드는 K9썬더의 차체를 사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요. 실제로 우크라이나로 공여된 크라프(Krab)가 대전차 지뢰를 밟았지만 승무원들은 모두 무사했다는 소식이 SNS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산 방산장비들의 품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액스 역시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자주포 K9썬더를 ‘우수한 성능의 자주포’로 소개하면서 나토(NATO)와 우크라이나에 ‘큰 은혜를 베풀었다(do a huge favor)’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배배 꼬인 심보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는지 K9썬더를 ‘미국과 독일산 부품들로 만들어진’ 자주포라는 한마디를 잊지 않고 하고 있는데요. 개발 당시였으면 팩트에 가까운 발언이 되었겠지만 현 시점에서 봤을 때는 팩트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기사 번역 중간에 역주로 설명 드렸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즈(Forbes)가 2023년 1월 23일 게재한 기사 “NATO Countries Are Giving Ukraine Hundreds Of Their Old Howitzers and Replacing Them With South Korea’s Excellent K9 (수백 문의 구형 곡사포 및 자주포들을 대한민국의 우수한 K9썬더로 교체하고 대신 남은 잉여분을 우크라이나에게 공여하고 있는 나토 국가들)”을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번역이 끝나면 별도의 사견 제시 없이 바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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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을 보다 새롭고 우수한 성능을 가진 화포들로 재무장시키고자 노력해 왔던 나토(NATO)의 중심에는 유럽 동부와 북부에 위치한 나토(NATO) 회원국들의 지대한 활약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토(NATO) 포병 연합체에는 비밀스러운 동맹이 존재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주포 K-9썬더가 많은 나토(NATO) 회원국들의 무기고에서 잠자고 있던 오래된 구형 화포들을 교체해 주고 있으며 그 덕분에 현역에서 퇴역한 나토(NATO)의 구형 화포들이 자유롭게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폴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에스토니아는 모두 대한민국 자주포 K9썬더를 조달하는 동시에 잉여분이 된 구형 자주포들을 대거 우크라이나로 기증했다. 네 번째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회원국인 덴마크 역시 이 세 나라들과 거의 비슷한 전략을 추구했지만, 대한민국의 K9썬더 대신 이스라엘의 신형 차륜형 자주포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K9썬더가 아닌 이스라엘 자주포를 선택한 덴마크 정부는 덕분에 일부 나토(NATO)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생산한 K9썬더는 독일과 미국이 만든 부품을 장착하고 155㎜ NATO 표준 포탄을 발사하는 궤도형 자주포이다. 대한민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47톤의 전투 중량을 지닌 이 자주포를 1990년대 초반에 개발했고 한국 국내 방산 기업들에게 생산을 맡겼다.
(Forbes에 기사를 제공한 저자는 미국의 밀리터리 전문가 데이비드 액스 David Axe입니다만 이 사람이 쓴 기사에는 대한민국 무기체계에 대한 묘한 편견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K9썬더는 ‘독일’과 ‘미국’이 만든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자주포다”라고 서술하는 부분에서도 그런 편견이 느껴지는데요.
국방일보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1990년대 K9썬더를 개발할 당시 필요한 기술을 7개 분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국내 기술로 개발 가능한 부분은 45.5%에 불과했었다는 기술이 나옵니다. 특히 항법 자이로시스템 같은 기술들은 5년 이상 연구해도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것들이었다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비드 액스의 편견은 30년 전이면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K9썬더에게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팩트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K9썬더를 생산하고 있는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K9썬더의 국산화율은 80% 이상이며, 마음만 먹는다면 100%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죠.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은 “무기의 성공에 있어 부품이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전체적인 체계를 조립했는지가 중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AS21 레드백에 대해서도 “그게 무슨 국산이냐?”고 비판하는 국내 네티즌들이 상당수 보인다는 점에서 손재일 사장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역주)
대한민국에게 있어 K9 자주포 개발의 필요성은 긴급하고도 절실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이 보유했던 최고의 자주포들은 미국으로부터 공여 받은 구식 M109 자주포 파생형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자주포들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타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자주포인 동시에 유일한 자주포이기도 한 M109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기이기는 하지만 짧고 뭉툭한 39구경장 포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거리가 부족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M109A7이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고폭탄을 발사한다면 그 사거리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K9은 M109보다 훨씬 긴 52구경장의 포신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155㎜ 포탄을 사용하는 두 자주포에게 있어 K9썬더의 포신이 더 길다는 것은 곧 M109가 발사하는 포탄보다 K9이 발사하는 포탄의 사거리가 더 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K9은 일반적인 재래식 포탄도 30㎞ 이상 발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한민국 자주포가 뽐내고 있는 우수한 자동장전장치는 다른 자주포들보다 더 빠른 사격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일반적으로 K9썬더는 1분에 8발을 발사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M109는 1분에 4발만 발사할 수 있다.
(2027년 이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K9A2 버전의 경우 분당 발사속도는 9~10발로 늘어나고 2020년대 말부터 개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K9A3 버전의 경우 분당 발사속도를 10~12발 정도로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주)
대한민국 K9썬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자주포로 떠오른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육군과 해병대에 공급하기 위해 약 1,300문의 K9썬더가 제작된 덕분에 대한민국은 K9썬더 자주포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었고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미국산 M109A7보다 100만 달러 더 적은 310만 달러, 현재 환율로 38억 원이라는 저렴하면서도 매력적인 단가를 달성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 육군이 58구경장으로 연장시킨 포신을 달고 70km 밖의 적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연장시킨 로켓보조탄(RAP)을 사용할 수 있도록 M109A7을 꾸준히 개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고객들은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이 K9썬더를 만들어내는 족족 덥석덥석 구매하고 있다.
K9썬더를 구매한 유럽 국가들에는 폴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에스토니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각각 292문, 48문 그리고 18문의 K9을 구매했다. 폴란드가 최초로 주문한 80문의 K9 자주포에는 폴란드산 부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덕분에 "크라프(Krab)"라는 새로운 이름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폴란드로 수출되는 K9 자주포 수량에 대한 국내 자료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에서 직도입 되는 K9A1 사양 물량이 48문, K9PL이라고도 불리는 K9A2 사양의 현지 생산 물량이 624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방금 전 말씀 드린 대로 K9A2는 2027년부터 전력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폴란드가 현재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K9 자주포는 A1 사양의 48문이 전부입니다. 데이비드 액스가 폴란드의 K9 수입물량을 292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크라프Krab 이야기까지 꺼내는 것을 보면 혼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주)
이렇게 조달된 수백 문의 K9썬더들은 오래된 M109와 다른 자주포 및 견인포들을 대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기 시작한 2022년 2월부터 폴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에스토니아는 남아돌던 잉여분의 화포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폴란드는 구소련 시대에 만들어진 2S1 그보즈디카 자주포 22문과 구형 크라프(Krab) 18문을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무상으로 공여했을 뿐만 아니라 신형 크라프 54문을 추가로 판매하기까지 했다. 노르웨이는 M109 자주포 잉여분 23문을 우크라이나로 넘겨주었다.
나라 크기에 비례하여 살펴봤을 때, 우크라이나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나라는 다름 아닌 에스토니아였다. 발트해에 자리한 이 자그마한 나라는 보유하고 있던 D-30, FH-70 견인곡사포 60대 모두를 우크라이나에게 공여했다. 카자 칼라스 (Kaja Kallas) 에스토니아 총리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금액을 계산해보면 에스토니아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도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제 시저(Cesar) 차륜형 자주포 19문 모두를 기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제공되는 시저(Cesar) 차륜형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이스라엘제 아트모스(Atmos) 차륜형 자주포를 주문했다.
그러나 덴마크 안보 업체 리스크 인텔리전스(Risk Intelligence)의 설립자인 한스 티노 한센(Hans Tino Hansen)은 덴마크 역시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가 그랬던 것처럼 궤도형 자주포인 K9썬더를 구매하고 구형 화포들을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퀴가 달려있는 차륜형 자주포는 도로망이 깔려있는 곳에 배치 및 전개하기에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무한궤도가 장착된 궤도형 자주포는 포장된 도로뿐만 아니라 비포장인 야지에서도 훌륭한 기동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센은 트위터를 통해 "나토(NATO)가 보유하고 있는 중무장 기갑여단들은 두터운 장갑으로 보호되면서도 무한궤도를 장착하여 포장/비포장 지역을 불문하고 뛰어난 기동성을 보여주는 자주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곧 나토(NATO) 기갑여단에 차륜형 자주포를 배치하겠다는 덴마크 정부의 결정이 상당히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덴마크 정부가 이스라엘 아트모스(Atmos) 차륜형 자주포 구매 결정을 재고하고 대한민국 K9썬더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생각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와는 상관 없이 폴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에스토니아 3개 나라로 하여금 거의 200문에 가까운 구형 견인포와 자주포를 공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낳은 걸출한 자주포 K9 썬더는 이미 나토(NATO)와 우크라이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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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즈(Forbes)가 2023년 1월 23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서두에서 미리 공지한 대로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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