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을 통해 놓치지 말아야 할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먼저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지난 11월 15일 우크라이나와 멀지 않은 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불의의 미사일 오폭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자극 받은 폴란드가 미사일 방어체계를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는데요.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는 대한민국이 개발한 L-SAM이 미사일 요격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미국의 Missile Defense 일명 MD와 미국으로부터 기술 및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이 있습니다. “뛰어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는 나라”라는 말은 곧 “미사일 때문에 높은 수준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됩니다. 오늘날 탄도미사일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쏴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며 덕분에 대한민국은 정교한 수준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세 번째. 폴란드가 다급하게 미사일 방어체계를 고려하는 이유는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폴란드가 KAMD를 굳이 선택할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는데요. L-SAM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Defence24의 기사에서도 어느 정도 추론은 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폴란드 밀리터리 매니아 타데우즈 젤레즈니(Tadeusz Żelezny)가 기사에 길게 적어놓은 댓글을 읽어보면 폴란드가 대한민국의 KAMD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폴란드뿐만 아니라 ‘미쳐버린 불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이라면 모두 대한민국의 미사일방어체계 KAMD에 관심을 가지게 될 개연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말은 곧 L-SAM과 천궁 2(KM-SAM) 등 KAMD 요격체계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한화와 LIG 넥스원 같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 되겠죠.
일단 2022년 11월 22일 Defence24에서 소개한 기사를 번역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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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매체인 연합뉴스는 지난 목요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 시스템을 이용한 미사일 요격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보도했다. L-SAM 시스템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일부를 구성하게 된다.
한국형 사드(THAAD)라고 불리고 있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은 미국의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체계 사드(THAAD)처럼 50~60㎞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L-SAM의 요격 고도는 대외비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한국 언론에 소개된 바로는 40㎞이상 80㎞이하 정도로 판단됩니다.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가 보도하고 있는 50~60㎞ 보다는 높은 고도죠.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L-SAM 관련 논문에서는 요격 고도가 최대 100㎞, 사거리 150㎞라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의 사드가 40~150㎞의 요격 고도를 커버하며 사거리가 200㎞ 정도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L-SAM의 성능이 상당히 우수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죠. 참고로 2022년 2월 28일 국내 언론 뉴시스는 미국의 사드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L-SAM II가 2024년까지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L-SAM이 사드 THAAD를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주)
대한민국의 무기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책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4년까지 L-SAM 시스템 개발 작업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해서 이르면 2027년에 실전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드(THAAD)가 방어할 수 있는 존(zone)을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자력으로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대한민국에게 있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100㎞ 고도 미만을 날아다니는 단거리 미사일들이지 고도 100㎞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들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대한민국은 자체적으로 습득한 기술과 미국에서 이전 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고유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KAMD에 관한 흥미롭지만 다소 씁쓸한 내용은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관련 기술들 중에는 폴란드의 숙적 러시아로부터 습득한 것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최대 15~20㎞ 고도의 목표물과 교전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II(KM-SAM) 시스템이 이미 실전 배치되어 있으며 미국산 호크(HAWK) 지대공 미사일을 대신하여 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은 독일 연방군이 잉여분으로 넘겨준 PAC-2 버전의 패트리어트 시스템 8 포대를 PAC-3 버전으로 현대화시켜 10여 년 넘게 보유해왔으며 이들은 지금 PAC-3 MSE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PAC-3 플러스(+) 버전으로 개량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상부층 방어'는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급에서 발사되는 스탠다드 SM-3 미사일이 담당할 예정이다.
최근 몇 주 동안, 북한은 미사일 테스트와 핵을 동원해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 정도를 강화시켜 왔다. 지난주 북한 정권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으며 화성-17형일 가능성이 농후한 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다.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의 미사일 요격 테스트 성공 소식과는 별개로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최전방에서 북한 드론의 영공 진입을 막는 전자전 장비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형무인기대응체계 (블록-I)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약 244억 원을 투입해 2022년 11월부터 시작해서 2026년 1월까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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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11월 22일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 “불을 뿜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미사일 방어체계는 일반적으로 항공기와 미사일 두 종류의 목표물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L-SAM의 경우에도 Anti Ballistic Missile: ABM이라고 불리는 대탄도탄 유도탄과 Anti Aircraft Missile: AAM이라고 불리는 대공 유도탄 두 종류로 구성되죠.
항공기의 경우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가능하다고 해도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투기 기체와 조종사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공 유도탄 AAM의 스펙들을 살펴보면 요격 목표물의 속도가 마하 2 정도로 고정되어 있고 동시 추적 가능한 숫자도 100개 단위로 표시가 됩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의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은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으며 낙하 가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종말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의 경우에도 종말 속도는 마하 4~5 정도에 이르며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의 경우에는 무려 마하 20의 종말 속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즉, 총알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또 다른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은 총알을 총알로 맞춰서 떨어트린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따라서 탄도미사일을 요격 대상으로 하는 ABM 대탄도탄 유도미사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도로 정밀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탐지거리 310㎞ 범위 내에서 고도 40~80㎞, 마하 9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L-SAM 개발과 테스트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탐지거리 600㎞, 요격 고도 40~150㎞까지 커버하는 미국의 사드(THAAD)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성능이지만 국방과학연구소는 2030년이 되기 전까지 사드(THAAD)와 동급 성능을 지닌 L-SAM 2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이 정도 역량을 지닌 국가는 제가 아는 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은 사실상 미국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언급을 했고요.
『종말 고고도 지역방어체계(THAAD)』 및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대표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엄청난 비용도 문제거니와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체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탄생한 시스템이 바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KAMD』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싶지 않고 이스라엘 역시 상대하고 싶지 않은 나라들이라면 KAMD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폴란드가 KAMD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이 기술 이전 측면에 있어서 미국이나 이스라엘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현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는 미국 정보 감시 및 정찰(ISR) 자산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지스(Aegis) 방공체계에 정통한 한 국내 전문가는 “현재 한국 KAMD는 사실상 미국 MD에 종속되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자주국방 분야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가 게재한 L-SAM 관련 기사에 폴란드 밀리터리 매니아 타데우즈 젤레즈니(Tadeusz Żelezny)가 적어놓은 장문의 댓글을 번역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본인을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타데우즈의 글은 상당히 전문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Gl_I_cvhx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