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방력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좋은 무기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 및 운용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병사들을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군사력과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는 ‘교육 시스템’이 한 나라의 국방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유도 교육을 통해서 양질의 인력을 발굴해 낼 수 있고 이 양질의 인력들이 결국 경제발전과 강군(强軍) 양성의 기틀을 일구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문득, 어찌 보면 KKMD가 다루고 있는 대한민국 자주 국방의 미래 역시 궁극적으로는 ‘다음 세대의 교육’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년 11월 5일 인도계 매체 Eurasian Times는 2019년부터 지급이 중단되어왔던 인도네시아의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납부가 다시 재개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잉(Boring) F-15 전투기 36대와 관련 장비들을 약 13조 4천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장기 분할납부 방식으로 결제하겠다는 요청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로 1조 6천억 규모의 KF-21 분담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인도네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13조가 넘는 규모의 F-15 전투기들을 구매할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는 프랑스 라팔(Rafale) 전투기 42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표시도 하고 있고요.
둘째로 자국의 전투기를 해외로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입니다. Eurasian Times는 보잉 F-15ID를 인도네시아에게 판매하는 것이 왜 미국의 국익에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현대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 무기체계인 전투기를 ‘믿을 수 없는’ 나라에서 구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한번 구매하면 최소한 30년 이상 운용해야 하는 전투기의 특성상 제조 국가로부터 꾸준한 군수지원을 받아야 할 필요성도 함께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투기를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 모두 함께 ‘공동 운명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FA-50과 KF-21의 해외 수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 11월 5일 인도계 매체 Eurasian Times가 게재한 기사 “With F-15, Rafale & KF-21, IDAF Is Building A Mighty Air Force But Funding The Warplanes Is Haunting Jakarta (F-15, 라팔 그리고 KF-21과 함께 강대한 공군력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군. 그러나 예산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번역해 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
인도네시아 공군(IDAF)이 한동안 지급을 미루고 있었던 KF-21 세미 스텔스 전투기 공동개발과 관련된 분담금 일부를 대한민국에 다시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예산상 우려는 또 다른 전투기를 인수하려 했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야망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F-15 전투기 36대와 그에 따른 부수 장비들을 인도네시아에게 판매하겠다는 미국 거대 방산기업 보잉의 제안이 인도네시아 측의 예산상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월 미 국무부는 95억 달러, 현재 환율로 13조 4천억의 시장 가치를 지닌 F-15 전투기 판매를 잠정적으로 승인했다. 이 거래에는 약 44억 달러, 현재 환율로 6조 2천억 원 상당의 관련 장비 구매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보고서는 이번 주 보잉(Boeing)의 최고 경영진들이 2년 단위로 개최되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국방전시회 Indo Defence 2022와는 별도로 인도네시아 고위층과 F-15 거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항공기 제조업체는 과연 인도네시아가 F-15 전투기를 구매할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런 보잉의 우려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할부 구매를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보잉 관계자들은 아무런 결론도 끌어내지 못한 채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미팅이 끝나버렸다고 블룸버그에게 전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올해 말로 예상되던 보잉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의 계약 체결은 아마도 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보잉(Boeing)의 한 대표는 인도네시아 공군(IDAF) 및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층과 여전히 의미 있고 알찬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우 수비안토는 예산상 문제들은 해결되었으며 보잉과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재정 상태로는 F-15 전투기들을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부로 결제하겠다는 요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기 구매 보다는) 경제 개발 등의 사안을 항상 우선시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결합된 COVID 팬데믹 사태로 인해 심각한 예산상 압박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과 함께 4.5세대 세미 스텔스 전투기 KF-21 보라매를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던 인도네시아는 한동안 개발 분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사업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마침내 KF-21 보라매 멀티롤 전투기 개발 분담금을 대한민국에 다시 지불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11월 1일 660만 달러, 현재 환율로 94억 원을 지불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국내 자료를 조사해 봤습니다. 국내 언론 뉴시스는 지난 11월 3일 방위사업청이 실무협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분담금 총액을 1조 6천억 원으로 확정했으며 분담금 납부에 관한 계약을 손질해 인도네시아의 연도별 분담금 납부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분담금 체납 문제가 2~3년 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 인도네시아에 분담금의 대가로 주기로 했던 기술이전, 시제기 등을 제공하기 어렵게 된다고 못박기도 했고요.
KF-21과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뉴시스는 KAI 강구영 사장의 말을 인용해 인도네시아가 소형무장헬기 LAH의 최초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올해 연말부터 LAH가 실전 배치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LAH가 머지 않은 미래에 해외로 수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역주)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과의 계약 조항에 따라 KF-21 전투기에 붙어있는 가격표의 20%를 공여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 동남 아시아 국가는 2028년까지 개발 분담금 납부를 완료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2019년부터 분담금 납부를 중단했었다. 3년 만에 인도네시아로부터 대한민국으로 다시 지급되고 있는 KF-21 개발 분담금은 2021년 11월에 끝난 수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양국간 협상의 결과물이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F-15 판매가 미국에게 중요한 이유는?
미국산 전투기 F-15를 도입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도는 미국산 록히드 마틴 F-16과 러시아 수호이(Sukhoi)로 구성된 자국 공군의 전술기들의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이들을 교체하려는 야망에서부터 출발한다.
지정학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F-15 판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국들 중 하나와의 관계를 강화시켜 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국익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거래는 또한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 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8년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Su-35 전투기 11대를 인수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14억 달러, 한화 1조 9천억 규모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미국의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중단되었고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핵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스스로의 지위를 지렛대 삼아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군사장비 거래를 저지하기 위한 법으로 2017년 8월 제정되었다. 따라서 러시아와 상당한 규모의 무기를 거래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의 강력한 (금융)제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2022년 2월, 펜타곤은 미 국무부가 인도네시아에게 최대 36대까지의 F-15ID 전투기와 관련 군수 물품들을 판매하는 거래를 잠정적으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프라보우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자카르타에서 열린 회의에서 프랑스로부터 다쏘 라팔(Dassault Rafale) 전투기 42대와 스콜펜(Scorpene)급 잠수함 2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같이 결정했다. 이러한 프랑스 전투기 및 잠수함의 판매 역시 프랑스 방위산업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러시아 방위산업에 타격을 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마저도 미국에게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2022년 11월 5일 인도계 매체 Eurasian Times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방산물품 구매 루트를 다변화시키고 그 결과 업체들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가격적, 기술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점하는 동시에 구매 루트를 소수 국가로 고정시킬 때 발생할 수 있는 군수 지원상의 위험을 회피(hedge)하려는 인도네시아의 방산물품 구매전략에 대해 분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노후화된 공군 전술기들을 미국의 F-15, 프랑스의 라팔 그리고 대한민국의 KF-21 보라매로 구성하려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구상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의 단점으로는 군수지원체계가 통일되지 못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고 장기적인 운용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급증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전투기처럼 고도로 숙련된 정비 인력과 정밀한 부품이 필요한 무기체계의 경우에는 잦은 정비 인력 부족과 예비 부품 부족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폴란드가 대한민국으로부터 K2 주력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 총 148억 달러, 한화 20조 8천억 규모의 무기를 발주하면서 과연 폴란드가 예산상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가 2022년 8월 4일에 게재한 “Why Poland Passed On F-16s For New FA-50 Fighter Jets (왜 폴란드는 FA-50 경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F-16을 패스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폴란드 군사 전문가 크지슈토프 쿠스카(Krzyzstof Kuska)를 통해 폴란드의 절실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사에서 “대한민국으로부터 20조가 넘는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은 재정적인 면에서 분명 벅찬 결정이었지만 이 미쳐 돌아가는 시대에 국가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빚을 지더라도 충분한 군사장비를 보유하는 편이 낫다”고 역설하고 있죠.
거기 더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 EU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는 대한민국에서 무기 시스템을 대규모로 일괄 구매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시키는 동시에 기술이전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싹쓸이 쇼핑을 하는 고객과 찔끔찔끔 물건을 사는 고객을 같은 눈높이로 바라볼 업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폴란드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취하고 있는 서로 상반되는 방산물품 구매전략이 향후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를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국의 방산물품들을 해외로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명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미국의 유명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지난 11월 1일 유럽을 향한 대한민국의 방산수출이 급증하자 미국의 방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대한민국 방산수출 내용은 첨단 무기 시스템들보다는 재래식 무기 시스템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그렇지만 폴리티코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이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에도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의 약진이 미국에게 오히려 유리한 면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정한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국제역학관계에서 동맹이라고 다 같은 동맹일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미국산) 무기와 호환되는 핵심 무기들을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공급하는 대한민국의 미국 내 입지가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벌집을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 심정으로 미국도 되도록이면 건드리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eNL_LoE5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