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이 B-21 Raider 출시에 관해 게재한 기사 후반부 번역을 끝내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 노스럽 그루먼이 B-21 Raider를 세계 최초의 진정한 『6세대 항공기』라고 언급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미 공군이 6세대 전투기 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NGAD라고 불리는 차세대 공중 우세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 개념도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은 『6세대 항공기』라는 용어를 B-21 Raider에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글링을 통해 미국의 6세대 전투기 NGAD의 컨셉 아트를 찾아봤고 흥미롭게도 NGAD의 외형과 B-21 Raider의 외형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록히드 마틴이 공개했던 NGAD 디지털 렌더링에는 B-21 Raider처럼 꼬리날개가 없는 전익기 형태와 V자 형태로 생긴 비스듬한 꼬리날개(미익)가 달려있는 2가지 형태가 있었는데요. 전익기 형태의 NGAD는 B-21 Raider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전문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기 더해, B-21 Raider 출시를 다룬 503화에서 상당수 사람들이 ‘양자 레이더(Quantum radar)’의 출현을 언급하며 “스텔스의 시대는 저물었다. B-21 Raider는 시대 착오적인 물건이다”라고 지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제 겨우 개념이 잡히기 시작한 ‘양자 레이더’가 실용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양자 레이더가 먼 훗날 혹시 실용화되더라도 군사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 까다로운 조건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고요.
실제로 ‘양자 레이더’처럼 양자를 활용하는 ‘양자 컴퓨터’의 경우에도 핵심 부품인 ‘초전도체’를 유지하기 위해 우주 공간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영도에 근접한 극저온에 진공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를 제작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며 이는 ‘양자 레이더’도 피해가기 힘든 함정이 되겠죠.
그에 반해 스텔스 기술은 이제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비용마저도 양자기술에 비한다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기 위해 방대한 인적, 물적 자원의 소모를 감수할 수 밖에 없으며 그런다고 해도 스텔스기를 탐지해 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즉, 소수의 스텔스 전투기라도 운용할 수 있는 국가들은 상대방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게 되고 보다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게 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너도 나도 F-35를 구매하려고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KF-21 설계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전투기 전문가에게 두 가지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첫째. B-21 Raider를 6세대 기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둘째. 양자 레이더 등의 등장으로 머지 않아 스텔스 전투기의 효용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해 보았습니다.
먼저 2022년 12월 2일에 War Zone이 게재한 기사 “This Is The B-21 Raider Stealth Bomber (이것이 바로 B-21 Raider 스텔스 전폭기다)”의 나머지 후반부를 번역해 보고 전투기 전문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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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캘리포니아 팜데일에 있는 미 공군 제 42 공장의 노스럽 그루먼 시설에서 출고식이 있기 전 지금까지 극비로 취급되었던 B-21 Raider의 모든 것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2015년 이 스텔스 전략 폭격기의 개발 계약이 처음 체결된 이후 몇 안 되는 디지털 렌더링만이 배포되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렌더링들은 노스럽 그루먼이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직계 후속기로 제작한 B-21 Raider가 전작인 B-2보다 전반적으로 더 작은 크기의 기체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오랜 추측을 뒷받침해 주었다.
동시에 이러한 렌더링들은 B-21 Raider가 B-2 스피릿(Spirit) 선진 기술 폭격기(Advanced Technology Bomber) 등장 이전의 기체들과 동일한 컨셉으로 제작되어 훨씬 더 높은 고도의 비행에 최적화된 모습이 될 것이라는 War Zone의 분석 역시 뒷받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컨셉 아트는 기이하게 생긴 전방 유리를 장착하고 있는 B-21 조종석 구성도 보여주었다.
캐시 워든 노스롭 그루먼 CEO는 출고식에 앞서 Breaking Defense와 가진 인터뷰에서 B-21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항속거리와 스텔스 능력은 "미 공군의 요구했던 수준 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B-21의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는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필요한 개량 작업뿐만 아니라 B-21의 제작 공정 자체를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 부분은 B-2와 비교해 봤을 때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며 (스텔스 성능을 좌우하는) 플랫폼의 외부 부품과 내장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B-2 스피릿보다 훨씬 더 지속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체로 노스럽 그루먼은 B-21 Raider를 세계 최초의 진정한 6세대 스텔스 항공기라고 홍보해 왔다. B-21의 레이더 반사면적 그리고 적외선처럼 (스텔스 성능을 결정 짓는) 다른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들은 모두 B-21의 외부 형상과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피복에 적용되어 있는 첨단 특성과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유지 보수가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기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B-21을 설계한 엔지니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이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B-2 스피릿과 같은 스텔스 항공기의 피복과 구조는 유지하는 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유지 보수가 복잡했으며 종종 낮은 가동률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B-21 Raider는 스텔스 항공기에 대한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21 Raider의 전(全)방위적 작전운용능력과 관련하여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B-2 스피릿보다) 뛰어난 수준의 새로운 스텔스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 실제 기체가 인도되는 시점에서 무인화가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등을 포함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무인 모드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미 공군이 장거리 폭격기(Long Range Strike Bomber: LRS-B)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요구했던 핵심 기능 중의 하나였으며 B-21 Raider는 이 장거리 폭격기 프로그램 아래에서 개발된 물건이다.
오랫동안 B-21 Raider는 단순한 폭격기라기보다는 다목적 플랫폼에 더 가까운 존재가 될 것으로 보였고 놀라운 수준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EW)기능과 정보, 감시 및 정찰(ISR)기능 그리고 통신중계 및 기타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 보였다.
국내 전투기 전문가는 이 부분 서술에 대해 전파 신호를 흡수하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스텔스기의 특성상 그라울러Growler처럼 전파 에너지 발신을 무기로 삼는 전자전 공격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스텔스 능력과 전자전 능력은 서로 상반된 설계 개념이라 체계통합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죠. 따라서 전자전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강력한 출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적군의 정보신호체계의 분석이나 통신 및 전자감청기로 사용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역주
https://youtube.com/shorts/W8ciMqRz6rk?feature=share
심지어 방어적 제공 작전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B-21 Raider에 공대공(Air-to-air) 전투 능력을 부여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B-21 Raider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지니고 있으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군집 드론들의 '공격 지휘 사령부(quarterback)'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일부는 완성 단계라고 알려져 있는 B-21 Raider의 수많은 부품들 또한 신비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다른 전투기, 예를 들면 F-35 같은 기종을 통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개발된 다양한 항전 장비들을 도입했을 것이라고 과거부터 추측되어 왔다. 레이저 혹은 다른 유형에 기반을 둔 능동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초도 성능 여부와는 관계없이 향후 예단할 수 없는 시점에서 B-21 Raider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투기 전문가는 인터뷰에서 레이저나 기타 다른 수단을 활용하여 공대공 미사일을 중도에서 무력화시킨다는 상상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아직 구현이 요원한 반쪽자리 기술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역주
우리는 B-21 Raider의 기체와 하위 시스템이 수십 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명 주기 동안 축적될 미래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B-21 Raider가 현재 35년째 운용되고 있는 B-2 스피릿의 직접적인 후계자가 될 것이며 B-2 스피릿이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모든 노하우와 기술 발전 또한 B-21 Raider에게 통합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노스럽 그루먼은 B-2 스피릿 '2.0'이라고 봐도 무방할 설계 이념을 지닌 기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실제로 B-21 Raider를 통해 B-2 스피릿 '2.0'의 설계 이념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노스럽 그루먼은 이번 주 초 보도자료를 통해 B-21 Raider는 "차세대 스텔스 기술, 첨단 네트워킹 능력 그리고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와 함께 개발됐다"며 "데이터, 센서, 무장의 첨단 통합을 통해 새로운 능력과 유연성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롭 그루먼 Aeronautics Systems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톰 존스(Tom Jones) 사장은 별도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추구하고 있는 광범위한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 비전(vision)을 지원할 수 있는 B-21 Raider의 능력을 특별한 장점으로 내세웠다.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는 미래 전장에서 펼쳐질 작전 활동에 첨단 네트워킹과 그와 관련된 기능들을 통합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공군은 또한 B-21 Raider가 장거리 타격(Long Range Strike)시스템 군(群)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음을 분명히 선언했다. 실제 사정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특급 기밀로 보호하고 있는 장거리 타격 시스템에는 향후 B-21 Raider와 B-52 폭격기에 탑재될 예정인 핵무장 스텔스 장거리 스탠드 오프(LRSO) 순항미사일 같은 새로운 무기와 센서 그리고 기타 임무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심지어 B-21 Raider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유인, 무인 스텔스 항공기를 활용한 임무도 장거리 타격 시스템에 직접 포함될 수 있다. 다만 B-21 Raider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제법 긴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러한 계획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억지력과 재래식 타격 능력 양쪽 모두를 제공할 수 있는 B-21 Raider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거나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B-52 폭격기들과 함께 향후 수십 년 동안 미(美) 전략 폭격기 전력의 핵심 요소가 될 예정이다. 과거 미 공군 관계자들은 점차 그 숫자가 증대되고 있는 중국의 전략 무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전쟁 억제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B-21 Raider의 보유가 특히 필수적이라고 명확하게 못박았다.
B-21 Raider는 또한 중국의 군사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먼 거리에서 치명적 일격을 가한다는 미국의 전통적 무기 전략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래 태평양 전쟁에서 이러한 장거리 타격 전력이 필요한 전투 환경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궁극적으로 기존의 모든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뿐만 아니라 가변후퇴익(swing-wing)을 지닌 죽음의 백조 B-1 폭격기들을 B-21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공군은 2020년대 중반부터 운용 가능한 B-21 Raider를 인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B-21 Raider 첫 번째 편대는 사우스다코타 엘스워스(Ellsworth) 공군기지에 주둔시킬 예정이다. 추가되는 B-21 Raider들은 미주리 화이트맨(Whiteman) 공군기지와 텍사스 다이스(Dyess) 공군기지에 배치될 것이다.
현재 총 몇 대의 B-21로 비행대가 구성될지, 프로그램 전체 비용이 얼마가 될지, B-21 한대당 비용이 얼마가 될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오늘(12월 2일) 오전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은 연구 및 개발(R&D)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B-21의 추정 평균 유닛 가격이 현재 목표 금액인 5억 5천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7,100억 원 이하로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격은 장거리 폭격기(LRS-B) 프로그램의 요구 사항의 일부로 설정된 것으로 2010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곧 20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B-21 Raider의 평균 예상 유닛 가격이 6억 92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9천억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 공군이 블룸버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프로그램의 총 추정 비용은 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약 2,030억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264조 3천억 원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개발비로 251억 달러, 생산비로 640억 달러 그리고 100대의 B-21을 30년 동안 유지 및 운영하는 데 1,140억 달러"로 언급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2022 회계연도 기준이라면, 이 총 추정 비용은 거의 2,404억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313조에 달한다.
그러나 미 공군은 과거부터 145대나 되는 B-21을 보유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왔는데 실현된다면 이는 전체 프로그램 비용과 평균적인 유닛 가격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회 의원들뿐만 아니라 공군 관계자들 역시 기술적 문제 및 다른 명백한 지연 사유가 몇 차례 발생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21 Raider 프로그램을 (무기 체계) 조달 프로그램들 중 모범적인 사례라고 여러 번 반복 언급한 바 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B-21 Raider가 출시된 오늘은 미 공군, 노스롭 그루먼 그리고 전 세계 항공 및 밀리터리 테크놀로지 매니아들에게 진정으로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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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첫째. B-21 Raider를 6세대 기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둘째. 양자 레이더 등의 등장으로 머지 않아 스텔스 전투기의 효용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해 보았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제가 각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분석한 내용부터 전달을 하고 제 생각에 오류가 있으면 짚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War Zone의 기사 내용을 접하고 B-21 Raider와 NGAD의 외형이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사실에 착안한 저는 B-21 Raider도 충분히 6세대 항공기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전문가는 제 생각에 이렇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B-21 Raider의 형상이 보여주고 있는 정체성(Identity)은 고비용 B-2를 대체하기 위한 보다 저렴하고 선진적인 기술이 구현된 스텔스 폭격기라는데 있습니다. 일부 미국 내 사업 팀에서 B-21 Raider를 무인공격기 플랫폼이나 방어적 측면에서 ‘6세대 전투기’로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의미는 좀더 발전된 네트워크, 센서, 임무 컴퓨터를 탑재한 B-21이 네트워크 중심전의 핵심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근본적으로 B-21은 가오리처럼 생긴 전익기 형태의 아음속 전폭기라는 점입니다. 전익기 형상은 민첩성이 낮으며 꼬리날개(미익)가 없어 Spin stall에 빠지기 쉽습니다. B-2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덩치가 상당히 큰 ‘전폭기’라는 점도 B-21의 근본 정체성과 한계를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저(국내 전투기 전문가)는 개인적으로 B-21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X47 무인기 비행 컴퓨터를 토대로 개발한, 무인상태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미군 최초의 진보된 스텔스 전폭기라는 점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저고도 인공위성 실시간 네트워크 및 F35에 탑재된 것과 비슷한 MADL 데이터 링크 기술이 B-21에 구현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6세대 전투기보다 먼저 구현된 인류 최초의 고가치 무인 전략 플랫폼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B-21은 매우 진보된 설계를 갖추고 있고 개방형 아키텍처 구조까지 갖춘 폭격기이기 때문에 미래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잠재력도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B-21 Raider를 ‘6세대 전투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데요. ‘6세대 전투기’는 민첩성과 고기동성을 실현하기 위해 꼬리날개(미익)가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의 상황을 살펴 봅시다.
첫째. 공대공 미사일은 전투기가 비행하는 방향으로 쏘면 사거리가 약 2배 정도 늘어나지만 뒤쪽 방향으로 선회해 쏘면 에너지 손실이 커서 사거리는 오히려 반으로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마하 1.5에서 쏘는 미사일과 마하 0.8에서 쏘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공대공 미사일을 모두 소모한 이후 10km이하 근접전에서 기총 소사는 아직까지도 유효한 수단입니다.
둘째. AESA 레이더나 EOTS 광학 추적 장비는 전투기 전방에 장착되는 편이 탐지 거리나 각도에서 유리합니다. 민첩한 기동성으로 재빨리 목표물 쪽으로 기수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러한 이유로 6세대 ‘전투기’는 10~50km이하 중단거리 근접 공중전뿐만 아니라 50~100km 이상 중장거리 시계 외 공중전(BVR)에 응해야만 할 때에도 재빠르게 기수를 상대 전투기로 향하게 할 수 있는 물리적 선회 능력이나 민첩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꼬리날개가 없는 전익기이자 아음속기인 B-21을 6세대 ‘항공기’라고 부르는 것은 상관없지만 6세대 ‘전투기’라고 부르는 것은 과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답변을 확인한 뒤에 비로소 NGAD의 디지털 렌더링이 꼬리날개가 있는 V미익 형태와 전익기 형태 두 가지로 제시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문가의 지적대로 적진에 침투하여 제공권을 장악해야 하는 임무를 맡을 NGAD라면 V미익이 탑재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논리적이겠죠. 전익기 형태의 NGAD라면 B-21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저나 하드 킬(Hard Kill) 방식의 공대공 미사일 방어수단도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전투기 전문가는 ‘양자 레이더’나 ‘스텔스 무용론’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는데요. “스텔스가 가까운 미래에 무력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제 논리에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으니 논리적 오류는 없다고 봤다는 뜻이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마도 전문가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 공군 역시 스텔스가 가까운 미래에 무력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B-21은 고사하고 F-35도 생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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