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기(屈起)라는 단어는 몸을 일으킨다는 뜻과 보잘것없는 신분으로 성공하여 널리 이름을 떨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 ‘굴기’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벌써 십 수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중국 칭따오(청도)에 우리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을 때, 그 자녀들에게 공인영어시험인 TEPS를 가르치기 위해 모두 합쳐 2달 정도 칭따오에 체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칭따오에 있는 유명 백화점에 전시되어 있었던 아주 생소한 모습을 지닌 거대한 크기의 첨단 전투기를 목격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군사무기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미래 전쟁에서 등장할 만한 전투기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본 전투기가 바로 J-20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J-20의 실물크기 모형, 목업(mock up)을 볼 수 있다면 나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펴봤을 텐데 아쉽습니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중국 전문가가 기고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요즘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 쓰이고 있는 은어들 중에 ‘서조선’이라는 은어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혹시 서조선이 어느 곳을 지칭하는 말인지 짐작이 되십니까? 퀴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잠깐 영상을 멈추고 답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에서 북조선은 북한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남조선은 대한민국이겠죠? 그렇다면 서조선은 어디에 있는 나라일까요? 그렇습니다. 북한의 서쪽에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날이 갈수록 장기집권, 개인숭배, 언론통제 등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현상을 북한에 빗대어 자조하는 단어입니다.
한때, 중국 지식인들은 북한 김씨 일가의 대를 이어가는 세습 통치와 군사력에만모든 역량을 집중한 나머지 날로 궁핍해져만 가는 북한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국이 거대한 북한이 되어가고 있더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모든 감정이 ‘서조선’이라는 단어 하나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중국 정부는 힘을 앞세운 전랑 외교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제가 평소 알고 지내는 항공우주산업계 소식통은 중국의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무엇보다도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유튜브 등에서 ‘중국 공군력은 종이 호랑이’라거나 ‘엔진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미국보다 20년 이상 뒤처진다’라는 내용의 영상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항공 엔진 등을 포함한 중국의 군사 기술력이 아직 미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여 그 차이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은 2023년 6월 29일 “China’s J-20 Fighter With Long-Awaited WS-15 Engines May Have Flown (오랫동안 기다려온 WS-15 엔진을 장착한 중국 J-20 전투기가 비행에 성공한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럼 기사 내용을 살펴본 뒤 간단하게 제 생각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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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15 엔진 두 개를 장착한 스텔스 전투기 J-20의 테스트 비행 성공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면서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발전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신형 엔진 WS-15을 장착한 채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징후가 포착되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번 테스트 비행 성공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어온 J-20 설계 및 WS-15 터보팬 개발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테스트 비행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사진과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점점 더 많이 유포되고 있다. 이번 테스트 비행은 어제(6월 28일) 이루어졌으며 J-20의 제조업체인 청두(Chengdu)의 메인 테스트 비행장에서 수행된 것으로 보인다.
유포된 이미지들의 화질이 좋지 못해 이것 하나만 보고 문제의 J-20에 탑재된 엔진이 정말 신형 WS-15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사용되어 오던 WS-10 시리즈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J-20 시제기 및 최초로 양산되었던 1차 생산분에는 러시아제 AL-31 터보팬이 장착되어 동력을 공급했다. 엔진을 교체하여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J-20에 신형 엔진 WS-15가 장착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기 노즐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J-20 테스트 비행 영상을 보았을 때 느꼈던 첫 인상들 중에서, 유독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때 엔진 소리가 WS-10C와 달랐다는 것이다. 뭐랄까, 이번 J-20의 엔진음은 보다 둔탁해졌고 깊은 울림이 생겼다."
중국 군용 항공기 전문가이자 War Zone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러프레흐트(Andreas Rupprecht)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J-20의 테스트 비행 영상을 본 후 트위터에 이렇게 감상을 남겼다.
WS-15 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J-20 전투기의 테스트 비행이 끝난 후 업로드 된 여러 사진들은 해당 J-20이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진들 중 하나는 숫자 15가 적힌 현수막을 보여주기도 한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진 WS-15 엔진에 대한 세부 사항은 대부분 극비로 취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시제품의 이미지나 실물 크기의 목업(mockup) 등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WS-15 엔진의 시제품은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여 최소 36,000 파운드의 추력을 생성할 수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40,000 파운드의 추력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WS-10 파생형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애프터버너 기능을 가진 종류는 32,000에서 35,000 파운드의 최대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력편향노즐을 갖춘 WS-10 파생형도 개발된 바 있으며 추력편향노즐은 향후 등장할 WS-15 개량 버전에서 다시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한동안 WS-15 엔진으로 구동되는 J-20이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동시에 지난 1년 동안 이 소문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들도 다수 있었다.
2022년 3월, 언론들은 WS-15 엔진을 탑재한 J-20이 비행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두 엔진 중 하나만 WS-15였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2월, 좀 더 개량된 J-20으로 보이는 파생형의 모습이 온라인에 등장했다. 이 때 등장한 개량형 J-20이 지니고 있는 새로운 기능들 중에 업그레이드된 엔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J-20의 새로운 파생형은 종종 J-20B라고 불리고 있지만 완전하게 공식적인 명칭으로 굳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2021년에 처음으로 공개된 복좌형 J-20도 종종 J-20B라고 불리고 있어 혼동되지 않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세계 유명 군사 전문지 Janes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항공엔진집단공사(AECC)의 계열사인 베이징 항공자재연구소 소속 장용(Zhang Yong) 사업 감독관은 2023년 3월 한 행사에서 "WS-10과 WS-15 엔진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장용 사업 감독관은 베이징 항공자재연구소가 "기술적 관점"에서 “모든 애로사항을 해결한" 이후에 비로소 WS-15 엔진의 양산이 시작되었다고 덧붙였다.
항공전문지 Flight Global 또한 당시 장용 사업 감독관의 발언은 WS-15 엔진을 J-20에 통합하는 데 큰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별도로 보도했다.
J-20에 장착된 기존 WS-10 엔진보다 4,000 파운드 이상, 어쩌면 엔진 하나마다 4,000 파운드 더 높은 추력을 낼 수 있는 WS-15 엔진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J-20에게 한 단계 더 높은 성능 향상을 제공할 수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오늘날 실전배치 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두 종류의 5세대 전투기, 즉 미국의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 II보다 더 강력한 추력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F-22에 탑재된 2개의 Pratt & Whitney F119 엔진은 애프터버너를 통해 각각 최대 35,000 파운드의 추력을 낼 수 있다. F-35A와 F-35C에 탑재된 Pratt & Whitney F135 엔진은 최대 43,000 파운드의 추력을 낼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이들은 모두 엔진이 하나뿐인 단발 전투기이다. 특히 F-22는 애프터버너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초음속을 유지할 수 있는 '슈퍼크루징' 기능을 갖추고 있어 빠른 속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신형 WS-15 엔진의 연비가 구형 WS-10 시리즈와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날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신형 엔진 WS-15가 연료 효율 측면에서 개량된 부분이 있다면 장거리 임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분명한 J-20에게 또 다른 이점을 줄 수 있다.
적어도 오늘날 미군이 미래 공중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최고로 위협적인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J-20이다. 물론 미국 고위 관리들은 (미 공군 전력을) 현대화시키려는 노력이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고 있는 한, J-20의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 전투 능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공군과 미 해군 모두 각각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차세대 공중 우세기 NGAD 개발 계획을 통해 새로운 6세대 스텔스 전투기뿐만 아니라 다수의 첨단 공중전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 케네스 윌즈바흐(Kenneth Wilsbach)는 중국 J-20이 크게 걱정할 만한 존재는 아니라고 2022년 9월 기자들에게 말했다. "단언컨대, 우리는 J-20들을 면밀하게 관찰해 왔으며 중국인들이 J-20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의 발언이 있은 직후, 이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군참모총장 찰스 Q. 브라운은 "지금 우리가 J-20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우리가 향후 공군 전력을 보다 더 현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땐 아마도 심각하게 걱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에게 있어 WS-15 엔진의 발전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항공산업은 스텔스 전투기와 다른 첨단 유인, 무인 항공기를 생산하는 분야에서 인상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들에 탑재시킬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지닌 현대적 제트엔진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계속 서구에 뒤처져 왔다.
최근 개량된 Y-20 화물기 파생형에 중국 자체 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고(高)바이패스 WS-20 터보팬 엔진이 통합된 것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항공엔진 굴기의 또 다른 예라고 할 수 있다. WS-10을 기반으로 개량된 여러 파생 엔진들과 스텔시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2차원 추력편향노즐 등을 포함한 신형 제트 엔진 개발은 2022년 중국 주하이(Zhuhai) 에어쇼 전시물의 주요 테마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아직 최종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지만 WS-15 엔진을 장착한 J-20의 테스트 비행 성공은 중국 공군과 중국 항공산업에 있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대한 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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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이 2023년 6월 29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적어도 ‘항공 엔진에 있어서 만큼은 중국이 미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무색해지는 기사 내용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구독한 해외 군사 전문지 중에서도 War Zone은 신뢰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주는 매체입니다. War Zone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동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는 존재가 바로 중국의 J-20이죠.
한때 인도 레이더 기지에서 J-20을 포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J-20의 스텔스 성능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지난 5년간 해외 군사전문지들을 읽어본 개인적 생각으로는 J-20의 스텔스 성능을 결코 얕잡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KF-21 보라매 설계에도 참여했던 국내 전투기 전문가에게 “J-20의 성능을 폄하하는 국내 네티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J-20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고 서면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저 역시도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바로 중국 J-20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북한과 분쟁 상태로 접어들게 되었을 때, 중국이 지상군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공군 지원, 특히 스텔스 형상인 J-20을 한반도에 침투시켜 북한을 지원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중국의 J-20은 아직도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으며 최근 결과물로 봤을 때 신형엔진개발에도 거의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J-20의 돌출 형상적 장비를 통해 분석해 본다면 5세대 전투기 항전장비의 특징인 전자광학추적장비 EOTS를 내부에 수납하고, 전자광학분산개구적외선시스템 EODAS 및 편대간 데이터 링크까지 존재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이 스텔스에 대해 연구해온 역사 또한 결코 짧지 않기 때문에 F35보다는 떨어지지만 0.01㎡인 LO급 스텔스 성능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대한민국 영공 안보에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종은 중국의 J-20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WvRJ-l3eS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