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6일, 폴란드에서 발간되는 신뢰성 높은 군사 전문지 Defence24는 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전격 보도했습니다.
사실 방산업계 정보통을 통해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1년 전부터 들어오고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가 차기 훈련기 겸 경전투기로 FA-50을 선택하고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는 뜻밖에도 중국 홍두 항공공사의 L-15 12대를 도입하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KF-21 보라매에서 다소 멀어지는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로 12대라는 애매한 숫자의 L-15를 구매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향후 더 많은 외신들을 통해 교차검증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KF-21 보라매와 관련된 Defence24의 보도는 꽤 높은 신뢰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소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가 폴란드 외에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인데요.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를 검색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아랍에미리트의 KF-21 보라매 참여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Zona Jakarta 기사를 검색했을 당시, 인기 1위를 달리던 기사가 바로 아랍에미리트의 KF-21 보라매 참여 소식을 다루고 있는 기사였습니다.
해당 인도네시아 기사는 다음 포스팅에서 번역해 볼 예정입니다만 Zona Jakarta의 기사를 볼 때마다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포퓰리즘, 우리 식으로 말하면 ‘대중영합주의’나 속칭 ‘국뽕’적인 성격의 내용을 전달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올해 MADEX에서 만났던 인도네시아 방산 관계자들과의 인터뷰가 생각나는 부분인데요.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체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제 질문에 “우리들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 언론들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564화 『KKMD와 함께 둘러보는 MADEX 2023』 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KF-21 개발분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KF-21 보라매의 핵심 기술은 미국 기술이기 때문에 어차피 미국이 허용하지 않으면 기술 이전을 해주지 못한다. 기술을 이전 받지 못한다면 분담금 납부도 불가하다”는 식의 설명이 Zona Jakarta의 합리적이지 못한 보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거나 “인도네시아로부터 KF-21 50대를 추가 주문 받아야 한국은 비로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전인수격 설명도 보입니다.
그러나 Zona Jakarta의 설명들은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 서로 상충됩니다. 오늘 번역할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KF-21 보라매를 도입한다는 말은 곧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잉 F-15EX를 도입할 정도로 미국과 양호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미국의 반대로 한국으로부터 예정된 기술 이전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Zona Jakarta의 기사는 모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방사청이나 KAI가 미국의 반대로 이전이 불가능한 핵심 기술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켰을 리도 없고 ‘미국의 방해로’ 계약에서 언급된 기술을 이전 받지 못한다는 명제가 팩트였다면 애초에 폴란드나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Zona Jakarta 기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 영상에서 해보도록 하고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2023년 9월 16일에 보도한 기사를 번역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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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보라매 전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의 KF-21 보라매 프로그램 참여는 이전 참여 국가 즉, 인도네시아가 연체하고 있는 개발 분담금을 대한민국 정부에 대신 지불하는 조건으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랍에미리트의 개입으로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로 배제될 것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가로 지불하기로 약속했던 개발 분담금 10억 달러의 불과 약 5분의 1 정도만 납부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KF-21 보라매 개발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대가로 KF-21 공급망에 참여하고 심지어 자국에서 KF-21 보라매의 인도네시아 버전인 IF-21을 생산해도 된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50대를 추가 주문한 인도네시아 덕분에 KF-21 보라매 생산량을 120대에서 170대로 늘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때 대한민국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에게 있어 인도네시아가 꿈의 파트너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도네시아가 약속했던 개발 분담금 지급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지금까지 KF-21 공동개발을 위해 올해 2월까지 1조 2,700억을 납부해야 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약 2,800억만 납부해 9,900억 이상의 금액을 체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인도네시아로 인해 누락된 개발비를 충당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KF-21 보라매 생산에 대한 권한과 지분 일부가 페르시아만으로 이전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탈퇴하거나 소수 지분 보유 국가로 남을 수도 있으며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수십 대의 KF-21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소수 지분 보유 국가로 남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는데, 최근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를 완전히 무시하는 구매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는 프랑스 다쏘(Dassault)의 라팔(Rafale) 36대를 주문했으며 미국 보잉이 만든 F-15EX 24대를 구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UAE)는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서 인도네시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의 재정적 능력을 고려해 본다면 심지어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의 대주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
아랍인들이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어도 올해 봄부터 거론되어 왔으며 이번 결정은 아랍에미리트와 공동으로 전투기를 제작하려 했던 러시아의 노력을 사실상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전투기 공동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아랍 국가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를 대상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줄기차게 구애를 시도해 왔으며 결국 의향서(letters of intent)에 서명을 받는 단계까지 나아갔었다. 러시아는 먼저 MiG-29를 기반으로 한 "미래형 전투기" 개발을 제시한 데 이어 아직까지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Su-75 체크메이트(Checkmate)의 목업(mock up)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들로는 아랍에미리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펠론(Felon)"의 수출 버전인 Su-57E를 제안한다는 아이디어마저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과 함께 가는 길이 훨씬 더 유망해 보인다. 우선,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둘째로 한국인들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솔루션들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약속한 인도 기한을 정확하게 지키는』 오늘날 좀처럼 보기 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음도 이미 입증했다. 셋째로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라이트닝 II 구매에 실패했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판매를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F-35A의 판매를 거부했기 때문인데 (공대공/공대지/공대함 공격능력을 모두 갖춘) 블록 2 혹은 (내부 무장창 등으로 우수한 스텔스 능력을 지닌) 블록 3 버전의 KF-21 보라매가 F-35A의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F-35 판매가 거부된 국가가 다른 대안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례는 터키가 F-35 합동 타격 전투기(JSF)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이후 칸(Kaan)이라고 명명된 자체 5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TF-X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10년 전 대한민국과 터키는 KF-X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했던 적이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당시 터키가 KF-X 프로그램에 한국과 동등한 지분을 요구하는 동시에 주요 의사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대한민국은 프로그램 자금의 60%를 조달하고 나머지 자금은 해외 파트너가 제공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터키에게 6:4의 비율로 지분을 분할하자고 제안하였지만 터키는 이 안에 반대하며 5:5의 비율을 고집했다.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은 2010년 가을까지 지속되었지만 도중에 대한민국이 소수 지분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다른 파트너를 찾았기 때문에 터키와의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 소수 지분 참가자가 바로 인도네시아였으며 2010년 7월 15일 관련 계약서에 서명했다.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부분은 인도네시아형 전투기 IF-X라고 명명되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20%를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터키는 40%의 지분에 훨씬 못 미치는 20%의 지분만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불만을 품고 있던 터키 정부는 KF-X 프로그램에서 탈퇴하고 유사한 컨셉을 가진 자체 프로그램 TF-X를 출범시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아랍에미리트(UAE)도 KF-21 보라매에 대해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문제는 아랍에미리트가 한때 터키에 제안되었던 수준인 40%로 지분을 늘리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다.
터키 및 인도네시아와 협상을 진행했던 2010년과는 달리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심지어 폴란드를 포함해 KF-21 보라매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 여럿 등장했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만약 아랍에미리트가 보유 지분을 40%로 늘리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대한민국이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여러 아랍 국가들에게 "누락된" 20%의 지분을 제공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카타르와 사우디 아라비아도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보이며 보라매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나라들 중 적어도 사우디 아라비아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자국 내에서 첨단 무기를 생산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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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9월 16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보도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Defence24 기사 내용 중에 아랍에미리트가 왜 러시아가 아닌 대한민국을 보다 더 전도 유망한 파트너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둘째로 한국인들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솔루션들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약속한 인도 기한을 정확하게 지키는』 오늘날 좀처럼 보기 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음도 입증했다. 셋째로 블록2 혹은 블록3 버전으로 진화된 KF-21 보라매는 F-35A의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죠.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F-35A의 훌륭한 대안”으로써 KF-21 보라매를 언급한 것은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는 분석입니다. KF-21 보라매가 F-35의 대안으로 떠오른다면 미국이 싫어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의 국제정세 전문지 Foreign Policy의 기사를 번역한 590화 『다극화된 전투기시장에서 F-35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KF-21에 기술이전 및 암람통합을 거부했던 미국, 후회하기 시작하다』 편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미국은 핵심 4대 기술을 KF-21 보라매로 이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 4대 핵심 기술을 자체 역량으로 개발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KF-21 보라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은 그만큼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Foreign Policy는 만약 미국 정부가 KF-21 보라매에 대한 4대 핵심 기술 이전과 AIM-120 암람 통합에 동의했다면 지금 더 큰 영향력과 산업적 이익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의 심장이자 운용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항공엔진이 미국산 GE F-414일뿐만 아니라 미국이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소소한 기술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KF-21 보라매에 대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KAI 관계자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F-35를 판매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의 영향력 안에 계속 묶어둬야 할 필요가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오늘 기사의 주인공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F-35를 제외하고 나면 미국이 해외에 제공할 수 있는 전투기는 F-16과 F-15 정도 밖에 없습니다. 두 기종 모두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전투기들이고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기술로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되어 왔지만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F-16과 F-15 모두 단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생산 라인이 급감한 탓에 도입 가격 및 운용 유지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현지생산이나 기술이전 같은 절충교역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고요.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중동의 아랍 국가들이 스텔스를 염두에 둔 설계를 바탕으로 2020년대 항공우주기술로 탄생한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를 능히 짐작하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현지생산을 통한 고용 창출 및 관련 엔지니어의 양성,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술 이전을 통한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이라는 메리트에 더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개량될 수 있는 여지를 지닌 KF-21 보라매의 도입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투자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이미 살펴본 이유로 미국 입장에서도 KF-21 보라매가 ‘최선’은 아니겠지만 ‘차선의 선택’이 되어줄 개연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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