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8일 오후 방위사업청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여를 원하고 있다는 일부 외신을 인용한 보도는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양국간 외교 관계를 감안하여 무분별한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외신을 찾아보니 폴란드 Defence24, 프랑스 Meta Defense, 미국 Forbes, 인도 Eurasian Times, 말레이시아 DSA, 일본 항공만능론GF 등 방사청의 요청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해외 매체들과 군사전문지들이 UAE의 KF-21 보라매 참여 희망을 기정 사실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방위사업청이 “사실 무근”이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으니 지금부터 KKMD에서 다루게 될 아랍에미리트 KF-21 보라매 참여와 관련된 외신들은 어디까지나 ‘만약(If)’이라는 가정 아래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이 아니라 ‘팩트’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요.
604화 『KF-21 보라매 참여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UAE: 아랍 국가들의 대안으로 떠오른 KF-21과 향후 폴란드의 입지는? 』 편에 달린 댓글을 읽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말씀 드립니다만, 저는 인도네시아를 강제적으로 퇴출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제 발로 걸어나간다면 또 모르지만 일단 2026년으로 약정되어 있는 계약 기간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쪽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Zona Jakarta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 기반한 기사를 읽으면 무척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 정보통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방부에도 친한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프랑스 통으로 알려져 있는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전투기에서 잠수함까지 한국의 색은 지워지고 대신 프랑스 색이 덧칠되고 있습니다. Zona Jakarta의 기사는 이러한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죠.
비록 방위사업청은 “UAE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소동은 KF-21 보라매가 세계 전투기 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흥행성과 파급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의 언론들이 앞다투어 이 소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노이즈(noise) 마케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프랑스, 인도, 일본 등의 군사 전문지들이 UAE의 KF-21 보라매 참여 희망에 대해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분석했다는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KF-21 보라매를 흠집 내는 기사를 게재하기에 바빴던 Zona Jakarta 기자들이 머쓱해질(?) 정도로 많은 해외 군사 전문지들이 KF-21 보라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뜻이죠.
마치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의 ‘입’을 대신하는 것처럼 Zona Jakarta는 KF-21 보라매를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기사들을 많이 실었는데요. 중국발 기사를 인용하며 KF-21 보라매를 “쓰레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중국의 5세대 전투기 J-20에 탑재되는 중국산 AESA 레이더를 터키 칸(Kaan)에 장착하면 KF-21 보라매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아랍에미리트가 Zona Jakarta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그렇게 칭찬하고 있는 터키 칸(Kaan)은 본체만체 외면하고 그들이 “쓰레기”라고 불렀던 KF-21 보라매를 선택했다는데 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터키와 같은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는 같은 조건이라면 터키 칸(Kaan)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KF-21 보라매를 선택했다는 것은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요?
Zona Jakarta 기자들 중에서도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라는 인물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객관성을 담보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UAE의 KF-21 보라매 참여를 보도한 기사들 중에 줄라이카 리즈키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골라봤습니다. 번역을 마치면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 드린 후 포스팅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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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여전히 체납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개발 분담금을 대신 지불하고 대한민국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최종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를 통치하고 있는 7명의) 술탄들이 보여준 선의는 (난항에 부딪쳐 있는) KF-21 보라매 개발 프로젝트에 확실한 탈출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개입하기 전 KF-21 보라매 개발비의 20%를 부담했던 인도네시아는 실제로 대한민국에 개발비를 지급하고 싶었지만 현금으로 지급할 형편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언론 News1이 2023년 9월 9일자 기사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KF-21 보라매 프로젝트 개발 분담비의 30%를 현물, 즉 다른 상품으로 지불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한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이전 받는 조건으로 2026년 6월까지 KF-21 보라매 개발비의 20%인 약 1조 7,000억(이후 1조 6,245억으로 감액)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은 사업 첫해인 2016년 분담금 500억 원을 납부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7년 동안 분담금을 계획대로 납부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2018년, 2020년 그리고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자국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내세우며 단 한 푼의 개발 분담금도 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측은 2021년 11월 대한민국 방사청과 실무협의를 통해 KF-21 보라매 개발 사업 분담금의 30%인 약 4,800억을 현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후속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94억 원, 올해 2월 417억 원을 납부한 인도네시아는 2023년 6월 말까지 개발 분담금 미납 부분에 대한 납부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현지 언론은 설명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인도네시아는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 미납분을 대한민국에 지불하기 위해 연계무역(counter-trade) 제도를 다시 한번 활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연체되어 있는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을 팜유(CPO), 생고무, 기타 농산물 등 원자재로 지급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개발 분담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그 중 30%를 현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한민국이 어떤 물품을 요청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위사업청이 인도네시아 관계부처와 별도로 회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양국은 별도의 처리 절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한국 소유 창고로 가게 되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인도네시아 소유 창고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한국 언론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은 군사장비, 일반제품, 지하자원 등 다양하다. 해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품목의 종류와 수량 등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가 천연자원으로 개발 분담금을 지불하기로 결정되더라도 대한민국 국내 수입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협정은 일체 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팜유를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으로 납부하는 경우, 대한민국 국내에 들여올 필요 없이 해외에서 바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을 원자재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현물로 지급하는 방식도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아랍에미리트(UAE)가 체납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몫의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을 대신 납부하기 위해 즉각 개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인도네시아가 납부하지 못한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 미납분을 지불하기 위해 대행기관을 설치했다.
한국 언론 파이낸셜 뉴스가 2023년 9월 14일 게재한 기사 “UAE: 한국형 전투기 인도네시아 투자분 우리가 내겠다" 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직접 협력하겠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국가안보실에 보낸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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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9월 18일 인도네시아 매체 Zona Jakarta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9월 18일 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랍에미리트의 KF-21 보라매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랍에미리트를 통치하는 일곱 술탄들의 ‘선의’라고 표현하는 부분도 그렇지만 심지어 아랍에미리트의 참여에 대해 ‘다행스럽다’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폴란드가 참여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개인적으로 같은 이슬람 국가로서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아랍에미리트가 참여하여 인도네시아가 체납하고 있는 개발 분담금을 책임져 준다면 KF-21 보라매 개발은 일정대로 순항을 계속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가 내심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계약상 분담금 납부 기한 연장을 좀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6년으로 정해져 있는 분담금 납부 기한을 2030년대 초반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Zona Jakarta 기자 줄라이카 리즈키아는 역시 같은 날 게재한 다른 기사를 통해 아랍에미리트가 왜 KF-21 보라매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다른 나라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도 전하고 있는데요.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조달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들 중 미국을 제외하면 대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데 더해 후속지원 부실로 악명이 높은 러시아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러시아나 중국 옵션은 제외해야 합니다. 그 다음 고려해 볼 수 있는 옵션이 바로 대한민국이 개발 중인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와 터키가 5세대라고 주장하는 국가 전투기 칸(Kaan)이 있습니다. 줄라이카 리즈키아는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 그리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의 진화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따져봤을 때 KF-21 보라매가 아랍에미리트에게 보다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에 KF-21 보라매를 수출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정치적 난관이 풀어야 할 숙제로 등장하겠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 GCAP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지 몇 주 되지 않아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GCAP는 개념도 정립되어 있지 않은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개념 설계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KF-21 보라매는 이미 구체적인 실물이 등장해 있는 상태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의 개량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를 통해 4.5세대 혹은 5세대급 전투기 개발과 관련된 노하우 및 기술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혹시 GCAP가 성공하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기술적 격차를 최소로 좁혀 놓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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