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간되고 있는 영자 국제정세 전문지 The Diplomat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돕겠다고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뉴욕주립대 에릭 프렌치(Erik French) 교수와 해군 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유지훈 소령이 공동으로 집필한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이 칼럼은 두 사람이 미국 Naval WarCollege Review에 게재했던 24페이지의 논문 중 핵심적인 내용만을 요약해 놓은 것입니다.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해군 사관학교 교수라는 이유로 이 칼럼의 중립적인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의 저자는 미국 뉴욕 주립대에서 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을 가르치고 있는 브레인이며 무엇보다도 이 칼럼을 게재한 The Diplomat 자체가 일본에 근거하고 있는 영자 전문지라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큽니다. 개인적으로 The Diplomat이 대한민국의 국방 정책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입장은 일본의 시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본 극우 단체들의 편향된 시각보다는 훨씬 가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먼저 The Diplomat.com에 게재된 칼럼 내용을 번역해 보고 간단한 제 의견을 말씀 드린 후 이야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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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과 영국은 호주가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AUKUS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협정은 호주-영국-미국 세 국가 사이의 협력 관계를 더 한층 두텁게 하고, 인도-태평양 전역에 전력투사를 계획하고 있는 호주의 능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은 또한 미국의 중요한 또 다른 인도-태평양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보유 열망에 대한 입장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을 해외에서 도입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은밀하게 핵추진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한 적도 있으며 현직 문재인 대통령도 대한민국에 핵추진 잠수함 함대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플랫폼에 대한 대한민국의 오랜 열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확산 금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원을 꺼려왔다 동아일보는 2020년 대한민국이 해군용 원자로에 쓰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저농축 우라늄을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그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보다 유능한 동맹국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 왔듯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A2/AD) 능력과 신흥 전력투사 능력은 역내 군사적 균형과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영국, 호주 외교안보 3자 협의체 AUKUS 협정을 통해 개발될 호주의 신형 핵추진 공격 잠수함이 중국의 새로운 도전과 맞서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도 이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을 통해 미국의 역내 핵심 파트너인 대한민국의 역량이 강화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전역에서 펼쳐지는 동맹군 해군 작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은 디젤-전기(SSK) 잠수함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더 빠르고, 더 튼튼하며,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또는 인도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은 보다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은 대잠전 및 대수상함전 모두에 있어 디젤-전기 잠수함(SSK)보다 뛰어난 성능의 전투 시스템을 더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으며 동시에 보다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 번에 몇 달 동안 수면 아래 깊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는 핵추진 공격 잠수함의 능력을 감안해 봤을 때, 중국의 대함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 배치로 수상 전투함에 대한 위협 정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해역에 가장 이상적으로 적합한 무기체계가 바로 핵추진 공격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 보류는 부분적으로 핵확산 금지에 대한 우려에 기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혹시 대한민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핵무기 추구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심지어 미국의 지원이나 승인이 없더라도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을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결연하게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이 대한민국과 협력하여 핵추진 공격 잠수함 개발에 나선다면 적절한 안전조치를 확보하고 다양한 회계상 수단들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성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게 될 것이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 공격 능력 증대,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 그리고 미국이 보여준 내부 분열과 정치적 혼란상에 대한 우려 등은 모두 동맹으로서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성에 상당한 불안을 야기시켰다.
잠수함 기술을 공유하겠다는 내용의 새로운 협정은 혈맹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고 의심할 여지 없이 굳건한 한미(韓美) 친선관계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해(公海)를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곳으로 유지하려 하는 미국의 노력에 더 많은 협조를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한 후에도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열망에 대해서는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동맹국 미국의 헌신과 신뢰에 대한 대한민국의 확신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물론, 한국형 핵추진 공격 잠수함(Korean SSN)의 공동제작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한국의 합의는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한미간에 체결되어 있는 원자력 관련 123 협정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원자로에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핵 확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정당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 프로그램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다른 역내 동맹국들, 특히 일본과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한국형 핵추진 공격 잠수함 프로그램을 지원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에 대처하는 동맹국들의 대응 능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줄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은 오랫동안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게 군사력 강화를 통한 역내 안보 증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달라고 촉구해 왔었다. 이제 대한민국이 이러한 요구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환영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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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에서 발행되는 영자 국제정세 전문지 The Diplomat.com이 2021년 9월 20일에 게재한 칼럼 “The US Should Support South Korea’s Nuclear Submarine Aspirations (미국은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열망을 지지해야만 한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칼럼을 다 읽고 제가 생각해 본 한국형 핵추진 공격 잠수함(Korean SSN) 건조를 미국이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3가지로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유능한 역내 동맹국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둘째. 대한민국은 미국의 승인이나 지지가 없어도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을 만들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미국의 관여 없이 SSN을 만들게 된다면 KF-21 보라매처럼 미국의 통제를 벗어난 또 다른 핵심 무기체계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셋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미국이 지지와 협조를 보내 준다면 한국인들의 큰 호의를 사게 될 것이며 예전보다 약해져 있는 한미(韓美) 동맹의 연결 고리를 훨씬 더 굳건하게 재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 롱 대통령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협조를 공언한 미국과 영국의 AUKUS 협정이 발표된 이후 이를 “앵글로 섹슨 족의 폭거”라고 부르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죠.
일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러 채널을 통해 “호주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강조하며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韓美간의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완전 폐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지침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전격적으로 폐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국제사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곳이며 약육강식의 냉정한 논리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한반도 주한미군 철수는 결코 상상이나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실제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의 아비규환을 지켜보며 힘 없는 나라가 걸어가야 하는 가시밭길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쟁의 위험이 있는 나라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투자한 돈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위험이 있는 나라에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분단국가이며 휴전상태인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 정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미국의 군사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우리의 안전을 냉엄한 국제사회 논리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죠. 앞으로 어떻게 “전쟁 없는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KF-21 보라매, 항모 전단, 핵추진 공격 잠수함 등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속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일을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쳐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현명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기대해 봅니다.
The US Should Support South Korea’s Nuclear Submarine Aspirations
After offering SSNs to Australia, it’s time to extend similar support to South Korea.
thediplomat.com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MYPMHpyyw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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