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 영국계 국제정세 전문지 The Diplomat.com은 지난 2020년 4월 3일 인도네시아가 대한민국 대우조선해양과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고 터키의 잠수함을 구매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KF-X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라팔 전투기 구매를 고려 중이라는 발표를 하고, 프랑스의 스콜펜급 잠수함을 구매할 지도 모른다며 갈지자 행보를 펼치던 인도네시아가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대한민국과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고 터키산 잠수함을 구매하겠다는 속내를 언론에 흘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이야기인지 먼저 The Diplomat.com의 기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속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sHleV/btrrAdlRbfx/ARgZSFe2TOZ5XuvCv7j9H0/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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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방산 전문지 Jane's의 2020년 4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대한민국의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했던 9억 달러, 한화 1조 1천억 규모의 209-1400형 나가파사급(Nagapasa-class) 디젤-전기 공격 잠수함 3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이러한 디젤-전기 잠수함 건조계약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생겨난 주된 이유는 향후 인도네시아의 국방 예산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방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Jane's와 연결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국방부 및 인도네시아 해군의 소식통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 중에는 2019년 4월에 발표된 대한민국과의 디젤-전기 잠수함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인도네시아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재정적 영향에 대한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배치(Batch)2로 명명되었던 이 계약은 그 이전에 있었던 배치1의 나가파사급(Nagapasa-class) 잠수함 3대의 마지막 잠수함인 KRI Alugoro가 2019년 4월에 진수된 이후 발주된 후속 주문으로 4월 12일 서부 자바 지역의 반둥(Bandung)에서 체결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대우조선해양(DSME)은 지난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2024 국방전략계획(2024 Defense Strategic Plan)』에 따라 나가파사급 디젤-전기 공격 잠수함 3대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었다.
당시 본 기자가 보도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 보자.
“『2024 국방전략계획(2024 Defense Strategic Plan)』 은 인도네시아 해군을 위한 10대의 새로운 디젤-전기 공격형 잠수함을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치 2의 잠수함들은 2026년까지 건조가 완료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신규 잠수함을 마지막으로 도입한 것은 1980년대로써 독일의 209-1300형 카크라급(Cakra–class) 디젤-전기 공격 잠수함 3척 인수가 끝이었다.”
(이에 대한 보충설명을 해보자면 2차 세계대전 후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잠수함을 운용하던 나라였습니다. 1959년 소련의 위스키(Whiskey)급 잠수함을 12척, 위에서 언급한 1980년대에 독일의 209-1300형 카크라(Cakra)급 공격 잠수함 2척을 도입했죠. 하지만, 1960년대 인도네시아 정권을 잡고 있던 수하르토 정부는 군 근대화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 결과 1990년대 초 인도네시아가 운용하는 잠수함은 독일의 209-1300형 두 척으로 줄어들고 맙니다. 결국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 각국들의 잠수함 전력이 크게 강화되고 중국 잠수함들이 인도네시아 근해에 자주 등장하면서 인도네시아가 크게 자극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작전상 운용할 수 있는 디젤-전기 공격용 잠수함이 적어도 12척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요구는 거부당하고 오히려 8척으로 제한 당했다.
이 1400톤의 209-1400 디젤-전기 잠수함은 대한민국의 대우조선해양(DSME)이 독일의 209형 잠수함의 파생형을 면허 생산한 것으로, 운용 가능한 작전 범위는 대략 11,000 해리이며 약 50일 동안 잠항이 가능하다.
본 기자가 작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2019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이루어진 계약서는 새로운 디젤-전기 공격 잠수함의 부품들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 모두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이 부분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업체 PT PAL은 배치 2로 만들어질 나가파사급 디젤-전기 잠수함들 중 1번함에 필요한 6개 모듈 중 2개를 인도네시아에서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조립은 대한민국의 대우 옥포 조선소에서 진행될 것이다.
6개 모듈 중 4개의 모듈이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소 PT PAL에 의해 건조되는 4번째 나가파사급 디젤-전기 잠수함이 될 2번함의 경우에도 최종 조립은 역시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3번함과 마지막 4번함의 6개 모듈은 모두 인도네시아에 건설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조립이 인도네시아서 진행될지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진행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의 209-1400형을 포기하고 최근 터키가 독일의 티센크루프와 합작하여 제작하고 있는 레리스 214형(The Reis Type 214) 디젤-전기 잠수함과의 계약을 재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당초 이 214형 잠수함을 공급하겠다는 제의를 2017년 터키의 골주크 (Golcük) 조선소로부터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의 209-1400형 디젤-전기 잠수함을 채택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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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4월 3일 일본에 소재하고 있는 영국계 국제정세 전문지 The Diplomat.com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에는 인도네시아가 국방예산 감소에 따른 재정적 문제로 대한민국과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려 한다고 설명되고 있지만 그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터키의 214형 잠수함의 도입을 다시 고려 중이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돈이 없으면 잠수함 도입을 중지해야 하는 것이 앞뒤가 맞는 태도인데 엉뚱하게도 또 다른 잠수함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돈이면 대우조선해양의 구형 209급을 개량한 모델보다 신형인 터키 214급을 도입해 더 우수한 기술을 이전 받겠다는 속내겠지요.
대한민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나가파사급 디젤-전기 잠수함은 독일 209형을 모델로 한 잠수함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장보고급으로 알려져 있죠. 장보고급 다음으로 만들어진 잠수함이 바로 독일 214형을 모델로 한 손원일급 잠수함입니다.
손원일급 잠수함(214형)은 장보고급보다 많은 면에서 진보된 잠수함입니다. 어뢰 재장전과 어뢰 적재 시간이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함 미사일 및 순항 미사일 탑재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적 기지봉쇄 및 공격기뢰부설 임무 등을 수행 할 수 있고 수중에서 300개의 표적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214형은 영구자석 추진모터와 함께 공기 없이도 추진할 수 있는 장치인 공기불요추진체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최고 속력 20노트(시속37km)로 승조원 40여명을 태우고 미국 하와이까지 연료 재충전 없이 왕복 항해 할 수 있으며, 특히, 공기불요추진장치(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 덕택에 수면에 올라오지 않고 2주간 수중에서 작전수행이 가능해 디젤 잠수함으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장보고급 때보다 3~4배 넓어진 작전반경을 자랑하죠.
한때 214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해결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터키가 2009년 독일의 방산업체인 티센크루프와 손잡고 이 214형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계약을 했었는데요. 재정 문제로 계속 지연되어 오다가 2019년 12월에 1번함이 완성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바로 이 시점에 대우와의 잠수함 계약 파기 움직임을 보이면서 터키의 214형 잠수함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 의도가 명백합니다. 기술적으로 더 앞선 잠수함을 가지고 싶다는 뜻이겠죠.
2017년에도 터키가 214형 잠수함을 제안했음에도 인도네시아가 채택하지 않은 상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당시 터키가 재정 문제로 꽤 오랜 기간 동안 잠수함을 제대로 건조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 반영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터키가 1번함을 무사히 건조해 냈으니 생각이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쩌면 터키가 더 많은 기술 이전을 약속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찌되었든 인도네시아가 대한민국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지난 번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과 그 권력투쟁이 KF-X 및 잠수함 계약에 대해 미치고 있는 내용을 다루었던 126화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현재 인도네시아의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무기구매 다변화를 통한 균형외교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국제관계는 냉혹한 이해관계와 힘으로 조정되는 세계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려 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당황스러운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때로는 눈 앞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더 먼 곳에 있는 큰 이익을 봐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2021년 4월 21일, 인도네시아가 1980년대 초 독일에서 도입한 구형 209급 중 하나인 낭갈라함이 훈련 도중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가 전해주는 소식에 따르면 낭갈라함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에서 구입해 간 나가파사급 잠수함도 인도네시아 해군의 관리 소홀과 부주의한 운행으로 여기 저기 파손된 부분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이를 무상으로 수리해 주지 않으면 차기 잠수함 계약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고는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당장 눈 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지금까지 대한민국과 쌓아온 신뢰 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Indonesia Is Reconsidering Contract With South Korea for 3 Diesel-Electric Submarines
The Indonesian government is considering cancelling a contract with South Korea for three Nagapasa-class diesel-electric attack subs.
thediplom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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