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항공전문지 Flight Global은 지난 2023년 12월 27일,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개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국내 언론과 군사전문지 등에서 한국형 전투기엔진 개발 가능성을 비치는 기사들이 등장했던 적은 있었지만 제 기억으로 권위 있는 해외 항공전문지에서 한국형 전투기엔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은 Flight Global이 처음입니다.
Flight Global의 기사를 읽어보면 한국형 전투기엔진을 만들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적어도 15년이라는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시켜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사실과 KF-21 보라매 그리고 FA-50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Flight Global은 한국형 전투기엔진이 현재 FA-50계열에 탑재된 F404-GE-102급 엔진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개인적 분석으로는 방위사업청이 1만 5,000 파운드급이라고 소개한 Dry Thrust를 Flight Global이 AB Thrust로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국내 군사전문지 등을 통해 방위사업청이 제시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애프터버너 작동 이후 추력(AB Thrust)이 2만 2,000파운드라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FA-50에 탑재된 F404가 아닌 KF-21 보라매에 탑재된 F414급 엔진이 맞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기사 번역 중 역주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2023년 12월 27일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 “South Korea embarks on quest to develop fighter engine (대한민국, 전투기 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다)”를 번역해 본 뒤, FA-50과 KF-21 보라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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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개발 및 전투기 수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드디어 대한민국이 국산 전투기엔진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새로운 신형 국산엔진은 2030년대 하반기부터 FA-50, KF-21 같은 국산 전투기들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은 정부 관계자 및 군 관계자 그리고 전투기엔진 개발 작업에 참여할 20개 기업들과 함께 한 회의를 마치고 이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신형 엔진은 1만 5,000파운드(66.8kN)급의 추력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산 전투기와 무인 시스템에 동력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1만 5,000파운드라는 추력 덕분에 이 신형 엔진은 해외 수출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T-50/FA-50 계열 고등제트훈련기 및 경전투기에 탑재된 GE 에어로스페이스의 F404-GE-102와 거의 같은 등급의 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E 에어로스페이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면 F404-GE-102의 추력은 1만 7,700파운드다.
https://youtu.be/8MW61AjbmJQ?si=w_MS955kDAHfx21x
(국내 군사전문지들이 보도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등급은 KF-21 보라매에 탑재된 F414급입니다. 그런데 해외 항공전문지 Flight Global은 이보다 한 등급 낮은 F404 엔진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어 어느 쪽 보도가 맞는 것인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방위사업청이 언급하고 있는 “1만 5,000파운드”의 추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1만 5,000파운드급 추력을 애프터 버너를 작동시키지 않은 Dry Thrust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애프터 버너를 작동시킨 AB Thrust로 이해할 것인가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애프터 버너를 작동시키지 않은 Dry Thrust가 1만 5,000파운드라면 F414급 엔진이 되지만, 애프터 버너를 작동시킨 AB Thrust가 1만 5,000파운드라면 그보다 성능이 한 단계 떨어지는 F404급 엔진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군사전문지들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생각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AB Thrust는 2만 2,000파운드로 F414급 엔진이 맞습니다. 역주)
게다가, 대한민국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무인 협동 전투기(UCCA)에 대한 개념을 연구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무인 전투기에는 고성능 엔진이 필요할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한국이 오랫동안 항공기 엔진을 면허 생산하면서 상당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독자적으로 항공기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지 연구기관과 항공관련 업체들은 한국형 전투기엔진의 설계와 내열 소재 개발 그리고 공정 등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은 앞으로도 계속 전투기 엔진과 핵심부품의 확보를 해외 제조업체에 의존한다면 "자체적 능력으로 전투기 성능을 개량시키는 작업"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들은 대한민국의 방산수출, 특히 무인 전투기 수출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군사용, 민간용 항공 엔진 시장 모두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현재 항공기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미국과 영국을 언급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 한경호씨의 발언은 한국형 전투기 엔진을 개발하려는 대한민국의 노력이 "항공엔진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는 꽤나 절박한 인식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우리(대한민국)이 항공엔진 전문가 및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모든 국가적 역량을 모아 최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착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 한경호씨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개념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첨단 항공기엔진 개발을 성공시킨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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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12월 27일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뒤에 F414급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나?”라는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항공 선진국들이 더 좋은 엔진을 만들어 낼 텐데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방위사업청과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KF-21 보라매에 탑재되고 있는 F414 엔진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에 개발된 엔진이며 FA-50에 탑재되고 있는 F404 엔진은 무려 46년 전인 1978년에 개발이 완료된 엔진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개량이 되어오고 있고요.
방위사업청이 지적하고 있듯이 “항공기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항공엔진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는 ‘내열 소재’를 만들어내는데 있습니다. 중국이 과거 역설계를 통해 러시아 엔진의 기계적 구조는 복제할 수 있었지만 강력한 내열 소재를 만들어내는 방법까지 알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열 소재의 수준은 그 나라가 지니고 있는 총체적 기술력 수준과 비례하게 되어있죠.
1994년부터 KF-16을 면허 생산하면서 항공엔진에 대한 노하우를 꾸준하게 쌓아온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과 관련 기업들이 “아직 독자적으로 항공기 엔진을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항공엔진의 개발 및 생산은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소수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이런 독점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형 F414 엔진이 개발되는 15년 뒤에도 항공엔진 시장은 여전히 독점적일 것이고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원하는 항공 선진국들은 지금보다 강력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천문학적 수준으로 비싼 고급 항공엔진 위주로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중소 규모 공군들을 보유한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필요한 전투기는 고성능이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싼 6세대 전투기가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한국형 F414 엔진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 시장이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마치 30년 전에 개발된 F414 엔진이 지금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요.
머지 않아 “로열윙맨”으로 대표되는 무인 전투기(UCAV)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한국형 F414 엔진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KKMD 632화 『찢었다! KF-21 로열윙맨을 보호하는 다목적 소형드론(AAP)개발에 나선 한국: 과연 그들이 해낼 수 있을까?』 편에서 설명 드렸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개발하고 있는 무인 전투기(UCAV)는 FA-50 정도의 덩치를 자랑합니다. 당연히 무인 전투기(UCAV)에는 F404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엔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무인 전투기(UCAV)에 탑재되는 엔진을 수입해야만 한다면 생산비가 비싸지는 것은 물론 수출에도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15년 뒤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형 전투기엔진이 등장하게 될 때쯤이면 국산 비행 OS도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개발자의 설명도 들을 수가 있었는데요. 지금 FA-50이나 KF-21에 적용되고 있는 비행 OS는 미국에서 수입한 것입니다. 우리가 PC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먼저 깔아 놓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그렇다면 15년 뒤에 FA-50과 KF-21 보라매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하게 될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KF-21 보라매 및 FA-50에 정통한 소식통에게 각각 문의해 보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KF-21은 양산이 종료되는 시점이 2032년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FA-50의 경우 단좌형과 중간수명연장(MLU)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답변이었죠. 그러나 한국형 F414 엔진이 개발되는 15년 이후면 2001년 시제기가 출고된 T-50/FA-50 계열 일부 전투기들의 수명주기가 40년에 달하게 됩니다.
FA-50의 성공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단좌화나 수명연장(MLU)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형 F414 엔진과 국산 비행 OS를 탑재하고, 훈련기 역할을 할 수 있으면서도 KF-21보다 저렴한 도입비와 운용유지비를 지닌 로우급 단발엔진 전투기로 사용할 수 있는 후속 기종의 개발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제 생각을 소식통에게 전달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향후 KF-21 보라매가 5세대 혹은 6세대 전투기로 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대형화된 기체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FA-50의 뒤를 이어 차세대 훈련기 겸 경전투기로 활용될 수 있는 기종을 개발한다면 향후 업그레이드의 용이성이나 무장탑재력, 작전행동반경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F-16급으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물론 이런 경우 ‘가격 상승’이라는 반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FA-50 플랫폼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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