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이나 안개 등으로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도로를 달리며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이런 생각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운전대 앞에 보이는 차 유리가 컴퓨터 화면처럼 바뀌어서 보이지 않는 중앙선이나 보행자 혹은 위험물 등을 그래픽이나 기호로 표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길을 찾을 때도 작은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을 눈을 찡그려 노려볼 필요 없이 커다란 차창 유리 그 자체에 길을 표시해 주면 편리하기 그지 없겠죠.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기술인데요. 군사 항공 분야에서 이러한 증강현실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체의 고도 및 속도 그리고 외부 지형 같은 다양한 정보들은 물론이고 아군 전투기와 적대적 전투기를 다른 색깔로 표시해주거나 목표물을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게 지정해줌으로써 생존성과 임무 수행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가 바로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입니다.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도 전투기 조종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종사와 무기 시스템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데 있습니다. 예전에도 설명 드린 적이 있지만, 적기나 목표물과 조우하는 경우 먼저 사격통제 레이더나 전자광학추적장비 EOTS 같은 센서를 통해 적절한 사격지점을 산정하고 임무 컴퓨터는 해당 정보를 무기체계에 전달하여 발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센서가 최초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면 무기체계를 발사할 수 없게 되는데요. HMD가 통합되어 있지 않은 전투기는 기수를 돌리지 않는 한, 후방이나 측면에 있는 적기에 대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가 통합되어 있는 전투기는 기수를 돌릴 필요 없이 조종사가 고개만 돌려서 후방의 적기를 포착할 수 있고 무기체계까지 발사할 수 있습니다. AIM-9X나 IRIS-T처럼 엄청난 기동성으로 심지어 뒤를 향해 날아갈 수 있게 설계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들이 우수한 성능의 HMD와 연계되어 언급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미국산 열추적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X와 유럽산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의 통합이 결정된 FA-50 블록20에 스콜피온 HMD 통합이 결정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외신 기사 본문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완전 디지털화된 조종석과 우수한 항전장비 그리고 AIM-9X나 IRIS-T 같은 다양한 정밀유도무기들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FA-50이기 때문에 스콜피온 HMD도 본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셔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스콜피온과 함께 HMD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JHMCS는 최근 예비부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모습니다.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의 끝판왕은 F-35에 탑재된 HMDS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해외 군사전문매체 Military Leak이 2023년 10월 20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이 부분에 대해 잠깐 말씀 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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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Thales)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폴란드로 수출하게 될 FA-50PL 전투기에 스콜피온(Scorpion)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를 통합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탈레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PL 파이팅 이글에 맞춰 스콜피온 HMD를 개조 및 통합하여 최종 검증 단계까지 책임지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과 폴란드 사이에 체결된 FA-50PL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 시스템을 설치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완전 디지털화된 조종석과 전자식 비행제어 시스템 그리고 인상적인 일련의 정밀 유도 무기들을 탑재하고 있는 FA-50PL은 그야말로 주야간과 기후 조건을 불문하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스콜피온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는 보다 향상된 상황인식능력을 조종사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우수한 항전장비를 갖춘 FA-50PL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현대적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Thales Defense & Security에서 Visionix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Jim Geraghty는 이번 계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는 스콜피온 HMD를 탑재하고 있는 고성능 전투기 목록에 FA-50을 새로이 추가하게 되어 상당히 들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하고 있는 소형무장헬기 LAH와 해병대 공격헬기에 사용할 회전익 버전의 스콜피온 HMD를 공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고요. 플랫폼 통합에 대한 보다 단순화된 접근 방식, 우수한 상황인식 능력, 높은 신뢰성 및 한층 더 강화된 파일럿 편의성 등으로 스콜피온 시스템은 HMD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스콜피온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는 모든 기호 및 표시들이 실시간 풀 컬러로 제시되고 주간 및 야간 작전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단일 디스플레이 모듈을 갖추고 있어 수명 주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밀 하이브리드 광학기반 관성추적기(HOBIT)를 사용한 스콜피온의 모션 추적 정확도 역시 JHMCS 같은 경쟁 시스템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
탈레스(Thales)는 FA-50 파이팅 이글이 전 세계 고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이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는 대부분의 현대 전투기 및 미래 전투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스콜피온 HMD는 FA-50뿐만 아니라 T-50 고등제트훈련기 그리고 TA-50 전술입문훈련기에 통합시키기에도 적합하다.
2022년 7월 22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폴란드가 48대의 FA-50 전투기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7월 28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폴란드 정부와 블록 10버전의 FA-50GF 12대와 블록 20버전의 FA-50PL 36대에 대한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FA-50GF 12대 납품은 2023년에 이미 완료되었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신속한 납품 능력이 FA-50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한 결과 폴란드 공군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구 소련 시대 전투기 MiG-29 및 Su-22 공격기의 교체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고 미국에 F-16의 추가 판매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F-16을 추가로 공급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이번 FA-50 판매 계약과 함께 2026년까지 현지 방산업계와 협력해 폴란드에 항공기 운용유지 및 보수(MRO)센터를 설립하는 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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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FA-50 블록 20에 스콜피온 HMD가 통합된다는 내용으로 해외 군사전문매체 Military Leak이 2023년 10월 20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해외 군사전문지 Key Aero가 2022년 6월 21일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오랫동안 JHMCS를 사용해 왔던 벨기에 공군 제1전투비행대 소속 F-16AM/BM들이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상승한 예비부품 가격 때문에 스콜피온 HMD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알 수 있는데요.
Key Aero는 해당 기사에서 JHMCS에 대비되는 스콜피온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째. JHMCS는 화면에 표시되는 기호에 녹색 하나만 지원하지만 스콜피온은 풀 컬러를 지원한다. 둘째. 스콜피온이 훨씬 더 간편하게 야간 투시경(NGV)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때도 풀 컬러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셋째. 소음 감소 및 3D 오디오를 제공하는 스콜피온은 훨씬 더 조용하고 선명한 통신이 가능하다.”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벨기에 공군은 예비부품 비용이 나날이 비싸지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JHMCS를 스콜피온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 중인 F-15K와 KF-16U에는 JHMCS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벨기에 공군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스팅을 마무리 하기에 앞서 F-35에 탑재된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의 끝판왕 HMDS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스텔스 기능을 위해 전파 침묵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F-35는 필요하다면 AESA 레이더 대신 특유의 최첨단 센서인 전자광학분산개구적외선시스템(EODAS)과 연동된 HMDS를 통해 주변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전자광학추적장비(EOTS)의 강화판이라고 할 수 있는 EODAS는 EOTS와 유사하지만 전투기 주변 360도 화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복합센서시스템으로 센서들은 F-35 기체의 여러 곳에 분산 설치되어 있습니다. EODAS는 목표물까지의 거리,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탐지할 뿐만 아니라 공중 및 지상 목표물로부터 발사되는 미사일과 같은 위협도 탐지 및 추적할 수 있습니다. 여기 더해 EODAS는 다른 아군 전투기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기능도 보유하고 있죠.
https://youtu.be/ra1_aF-ygiA?si=FjjI-N9vxTyLc9mh
F-35의 HMDS는 AESA 레이더나 EODAS 시스템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들을 헬멧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F-35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전방 시현장치(Head Up Display) 없이 비행하는 최초의 전술기가 되었습니다. F-35 조종사는 HMDS를 통해 마치 기체를 뚫고 투시하듯이 위아래 그리고 후방에 대한 상황인식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FA-50에 탑재되기로 결정된 스콜피온의 경우 F-35의 HMDS에 비하면 기능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5세대 전투기 F-35와 4세대 전투기 FA-50을 비교한다면 전제 자체가 잘못된 출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완전 디지털화된 조종석과 우수한 항전장비 그리고 AIM-9X나 KEPD 350K-2 같은 다양한 첨단 정밀유도무기들을 운용할 수 있는 FA-50 블록 20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핵심 장비”로서 스콜피온 HMD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득 FA-50 개발진들 중 한 분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는데요. ‘항전장비의 성능’으로만 본다면 FA-50 블록20를 4.5세대 전투기로 분류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FA-50 블록20에 스콜피온 HMD가 통합된다는 외신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VP5acooi8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