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게재되는 밀리터리 뉴스들을 번역하다 보면 스스로를 ‘Island” 즉, 섬으로 설명할 때가 많습니다. 5대양 6대주에도 포함되는 호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섬으로 부른다는 것이 얼핏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섬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년 2월 20일, 저명한 해군군사전문지 Naval News는 호주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헌터급 호위함을 보완하기 위해 2선급(Tier 2) 전투함 11척을 해외에서 도입할 예정이며 독립적인 분석기관에 의뢰해 4종류의 후보를 선정했는데 대한민국의 충남급이 여기에 포함되어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해군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와 이 기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 『호주는 왜 만드는 전투함(호바트급, 헌터급)이나 잠수함(콜린스급)마다 가성비 폭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오늘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헌터급만 해도 9척 건조에 450억 호주 달러, 현재 환율로 한화 39조 2,000억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견되었습니다. 단순 계산해 봐도 1척당 건조 비용이 무려 4조 3,500억에 육박합니다. 헌터급은 우리 해군의 정조대왕급보다 한 체급 아래의 전투함임에도 불구하고 건조비는 3.5배 이상 비쌌던 것입니다.
호주 내부에서도 헌터급 선도함 취역이 원래 계획보다 16개월이나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진데다 가격마저 비정상적으로 비싸고 무장탑재력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헌터급 9척 건조 비용이 650억 호주 달러, 한화 56조 6,000억으로 폭증될 것으로 분석되자 결국 호주 정부는 헌터급 건조 숫자를 9척에서 6척으로 줄이고 대신 그 돈으로 헌터급을 보완해 줄 수 있는 2선급(Tier 2) 전투함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에 이른 것입니다.
2월 20일 Naval News 기사는 호주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주로 논의하고 있을 뿐, 서로 경쟁하게 될 4종류의 호위함 그러니까 독일의 메코(Meko) A200, 일본의 모가미급(Mogami) 30FFM, 대한민국 대구급(FFX Batch-II) 그리고 충남급(FFX Batch-III), 스페인 나반시아 ALFA 3000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과 대한민국 해군의 충남급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Naval News 기사를 먼저 번역해 보고 이 부분에 대해 해군 전문가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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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0일 시드니에서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국방부 장관이 발표한 계획에 따라 호주 왕립 해군(RAN)의 수상 전투함 숫자가 현 11척에서 26척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말스 국방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수상 전투함 함대 보고서'를 의뢰한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호주 정부는 검토 결과에 따른 대응의 일환으로 소수의 "1선급(Tier 1)" 전투함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2선급(Tier 2)" 전투함들로 구성된 새로운 함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호주 해군이 보유하게 되는 수상 전투함 함대의 규모는 2040년대 중반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스 국방장관은 말했다.
이 계획에 따라 호주는 모두 17척의 '2선급(Tier 2)' 신형 수상 전투함을 건조하게 된다. 이 수상 전투함 부대의 주력은 함대공 방어, 함대지 타격 및 호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11척의 범용 유도 미사일 호위함으로 구성될 것이다. 이 2선급 수상 전투함 11척 중 8척은 호주 서부지역에서 건조될 계획이지만, 10년 이내에 인도 받을 수 있도록 최초 3척은 스페인, 독일, 대한민국 또는 일본 같은 해외 국가들에 의해 건조될 예정이다.
말스 호주 국방장관에 따르면 스페인, 독일, 대한민국, 일본 도합 4개국의 디자인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으며 최종 선택은 내년인 2025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형 다목적 호위함 선정 과정에서 판단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 다음 4종류의 플랫폼이 독립적인 분석기관에 의해 제안되었다.
1. 독일의 메코(Meko) A200
2.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Mogami) 30FFM
3. 대한민국 해군의 대구급(FFX Batch-II) 그리고 충남급(FFX Batch-III)
4. 스페인 나반시아(Navantia) ALFA 3000
2선급 수상 전투함들 중 주력 11척을 제외한 나머지 6척은 "선택적으로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는 형태의" 대형 수상 전투함으로 건조될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대형 무인 수상 전투함을 기반으로 호주 서부 지역에서 건조될 이 선택적 유인 전투함들은 호주 해군의 장거리 타격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으로 보이며, 보고서에 따르면 선택적 유인 전투함들은 최소 32개의 수직발사대(VLS)로 무장하고 이지스(Aegis) 전투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2선급 전투함들은 헌터(Hunter)급 호위함 6척, 호바트(Hobart)급 방공 구축함 3척으로 구성된 9척의 1선급 수상 전투함들뿐만 아니라 아라푸라(Arafura)급 연안경비함(OPV) 6척과 최대 25척의 개량형 케이프(Cape)급 초계함으로 구성된 '소형 전투함(minor war vessels)' 함대에 의해 보완될 예정이다. 헌터급 선도함은 2032년에, 최종함은 2040년대 초반쯤 호주 해군(RAN)에 인도될 예정이며 이와 때를 맞추어 애들레이드 조선소는 "지체 없이" 호바트급을 대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두 척의 안잭(Anzac)급 호위함들, HMAS 안잭(Anzac)과 HMAS 아룬타(Arunta)가 조기 퇴역할 예정인데, 안잭(Anzac)은 올해 2024년, 아룬타(Arunta)는 2026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아있는 6척의 안잭급 호위함들도 더 이상 포괄적인 '전환 전투력 보증 프로그램(TransCap)'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그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향상된 해상 타격" 능력을 지니도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전환 전투력 보증 프로그램(TransCap) 업그레이드를 취소하고 안잭(Anzac) 및 아룬타(Arunta)를 퇴역시키면 중단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조 비용은 어떻게 지불되나?
호주 정부는 향후 10년에 걸쳐 해군 함대 강화에 110억 호주 달러(AUD), 한화 9조 6,000억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며, 초기 3년 동안 미화 17억 달러, 한화 2조 6,000억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함대 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비용절감 요소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발견되었다.
호주 정부는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계획된 헌터급 호위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450억 호주 달러, 한화 39조 2,000억에서 650억 호주 달러, 한화 56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결국 호주 남부에서 건조되고 있는 헌터급 호위함의 수를 9척에서 6척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마침내 2번함을 진수시켰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39억 6천만 호주 달러, 한화 3조 4,500억 규모의 아라푸라(Arafura)급 연안 경비함(OPV) 프로그램 역시 애초에 계획된 숫자 12척에서 6척으로 축소되며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
헌터급과 아라푸라급 두 프로그램을 모두 삭감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어느 정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이렇게 절감된 비용들이 시기 적절하게 "2선급" 함대 건설이라는 당장의 우선 순위에 재투자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더구나 헌터급 프로그램의 경우 계획된 총 9척들 중 초기 1~6번함이 아닌 후기 7~9번 함들만 취소되었다. 이는 곧 장기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에게 있어 대규모 비용 절감에 따른 실질적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이 문제다!
호주 방산업계와 호주 해군 모두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함대가 출발하기도 전에 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2선급" 소형 전투함 8척이 건조될 서부 호주 지역에서는 군용 조선소들이 광산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여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여러 프로그램에 걸쳐 장황한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고 호주 국가감사원은 언급했다.
호주 남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헌터급 프로그램 또한 인력 문제 때문에 과거부터 줄곧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곧 민간 부문뿐만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 AUKUS를 건조하기 위해 선택된 업체와 인력 확보를 두고 경쟁해야 할 입장에 처해있다.
국방 측면에서 호주 해군(RAN)은 전력 자체가 약하고 지속적으로 신병 보충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 현역 병력 및 군무원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마크 해먼드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 주 상원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설상가상으로 해군을 떠나고 있는 인력들의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숙련된 기술 인력들이어서 호주 해군의 인력난을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신형 "2선급" 전투함들이 안잭(Anzac)급보다 더 적은 수의 승무원을 요구한다고는 하지만 머지 않아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의 2선급 전투함들이 도입될 것이며 이는 곧 함대 전체적으로 핵심 기술 능력을 지닌 인력에 대한 높은 수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호주 해군은 2선급 전투함 건조와 동시에 핵추진 잠수함 AUKUS 건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열악해지는 해군 인력난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호주 앞에 놓인 어려운 길
보고서에 대한 호주 정부의 대응은 이론상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다. 스콧 모리슨 정부의 뒤를 이은 앤서니 앨버니지 정부는 개혁과 변화를 약속했지만 거의 실현되지 않은 채 전투함 건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날 해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호주를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호주 해군은 역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 낡아빠진 전투함들로 구성된 노후 함대를 운용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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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2월 20일 유명 해군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게재한 기사 “Australia To Double Fleet Size With Small Warships (호주 해군, 소형 전투함으로 함대 크기를 두 배로 확장한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해군에 정통한 군사 전문가는 무엇보다 독일이나 스페인 호위함들에 비해 최근에 설계되어 탑재되는 전자장비들의 성능이 뛰어나고 확장성 및 거주공간 편의성도 우수하며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워 물류지원 및 사후 관리가 쉽다는 점에서 일본 모가미급과 대한민국 충남급이 유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더구나 Naval News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주 해군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대한민국 해군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인력으로 전투함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함정 자동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함정의 자동화’는 호주 해군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Mogami) 30FFM과 대한민국 해군의 충남급(FFX Batch-III)은 각각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을까요? Naval News는 대구급(FFX Batch-II)도 호주 해군의 고려 대상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모가미급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2023년 11월 17일 Naval Technology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해상 자위대 모가미급의 건조 비용은 4억 5,270만 달러, 한화 6,000억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이지만 탑재하고 있는 전자장비 및 센서 그리고 무장 수준은 동급 호위함 중에서는 최고 수준입니다. 따라서 모가미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구급보다는 충남급이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눈 해군 전문가도 마찬가지 의견이었고요.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구축함급 호위함 충남급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KKMD 547화 『(Naval News 번역) ‘준이지스’급 전투함 충남급(FFX Batch-III)의 등장: 국산 이지스(Aegis) 전투체계 어느 정도 성능일까?』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충남급이 일본 해상자위대 모가미급보다 앞서는 장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해군 전문가는 ‘방산계약에 있어’ 일본 정부보다 현격하게 앞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협상력을 첫 번째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소류급 잠수함을 호주에 판매하려다 실패했던 경험처럼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 같은 요소에 일본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충남급의 두 번째 장점은 바로 “도입국의 요구대로 설계를 변경해주는 유연함”과 “칼 같은 납기일 엄수”라고 전문가는 언급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호세 리잘급 등을 판매하면서 도입국인 필리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는데요. 현재 충남급에 탑재된 무장들이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와 해궁, 해성 같은 국산 무기체계들이기 때문에 호주 정부가 Mk. 41같은 미국산 수직발사체계 및 무장 그리고 미국산 전투체계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남급을 비롯한 대한민국 전투함들은 모듈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도입국의 다양한 요구에 어렵지 않게 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군 전문가는 대한민국이 과거 호주와 같은 영연방 국가인 영국과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을 판매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 수주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도입하는 나라 입장에서 봤을 때, 카탈로그상 스펙보다는 실제 운용해본 운용자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영연방 국가의 의견이라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요.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입니다. 게다가 Naval News는 “호주 방산업계와 호주 해군 모두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2선급 함대가 출발하기도 전에 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K9 자주포와 AS21 레드백에 이어 충남급이 호주에 진출할 수 있을지 한동안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AOxpqCbKW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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