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일 방위사업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KF-21 관련 내부자료가 담긴 USB를 외부로 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 체납 문제 때문에 인도네시아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 때 발생한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가에 따라 KF-21 인도네시아 수출에 적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번 USB 사건에 대한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의 보도 태도를 파악해보고자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를 검색해 봤는데요. 방위사업청 발표가 있었던 2월 2일 당일 관련 보도를 실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공군이 KF-21 보라매 관련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KF-21을 “인도네시아의 미래”라고 극찬했다는 내용과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보라매 관련 데이터를 USB에 저장하고 반출하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 데이터는 없고 모두 공공데이터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인도네시아 공군 수뇌부들은 KF-21 보라매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월 2일 Zona Jakarta의 기사는 실제로 인도네시아 공군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번 USB 사건의 향방에 따라 인도네시아 공군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서 인도네시아 공군의 속내를 보여주는 듯한 부분을 먼저 번역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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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보라매 개발에 대한 한국-인도네시아 협력은 단순한 전투기를 사고 파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2012년에 실시된 KFX/IFX 시장에 대한 IHS Janes의 연구에 따르면 해외 우선 순위 국가에서 흡수할 수 있는 보라매의 숫자는 최저 160대에서 최대 596대까지로, 중간 순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회는 160대에서 368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측은 2016년 1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개발비의 20%를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한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제공 받아 KF-21 보라매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경제여건의 악화로 인도네시아는 2024년 2월 기준 전체 개발 분담금 1조 2,694억 원 중 2,783억만 납부했고, 나머지 9,911억은 미납한 상태다.
인도네시아가 아직 KF-21 보라매 사업에 대한 개발 분담금 체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인도네시아 공군은 대한민국과 함께 개발한 KF-21 보라매가 향후 인도네시아 공군의 중추가 될 것이라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FX/IFX 프로젝트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KF-21 보라매가 향후 대한민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공군의 중추를 형성할 전투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2023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공군(TNI AU)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과 함께 개발한 KF-21 보라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인도네시아, 황금 시대를 맞이하다: 인도네시아 공군의 미래 전투기 KFX/IFX "
그의 비행의 매 순간에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헌신이 담겨 있다. 푸른 하늘을 우아하게 가로지르는 KFX/IFX는 인도네시아 공군력의 미래를 상징한다. 인도네시아 공군의 미래 전투기인 KFX/IFX는 애국심과 평화 유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고취시키며 단순한 전쟁 도구가 아니라 기술적 우월성과 군사적 강인함을 상징한다.
전장 16.7m, 전폭 11.2m의 KF-21은 F-35A 합동타격전투기보다 크지만 F-22 랩터보다는 작다. 공허중량 12톤, 무장탑재력 7.7톤인 KF-21의 최대이륙중량은 25톤이다. KF-21은 총 12곳의 외부 하드 포인트로 무장, 센서 포드, 연료통을 장착할 수 있으며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통합되어 있다. 이 외에도 KF-21에는 초당 100발의 발사 능력을 갖춘 GE M61A2 20㎜ 기관포도 장착되어 있으며 보잉이 생산한 F/A-18E/F 슈퍼호넷과 동일한 GE F414 엔진으로 구동된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과 첨단기술을 모두 갖춘 KFX/IFX는 인도네시아의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고 인도네시아 공군을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로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공군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KF-21 보라매의 공허중량과 무장탑재량 그리고 외부 하드 포인트 숫자를 잘못 인용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모두 수정해서 기재해 놓았습니다.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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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일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게재한 기사 내용 중 2023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공군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KF-21 보라매를 “인도네시아 공군의 미래”라고 소개하는 내용을 먼저 번역해 보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인스타그램 게시물 댓글을 살펴보면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부터 완납하자”는 반응과 “한국이 원래 약속했던 기술이전 계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록히드) 기술로 만들어진 KF-21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미국이 인도네시아에게 금수조치를 취한다면 물류지원에 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상반되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KF-21 보라매에 GE F414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들이 일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의 지적은 일견 타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이 전하고 있는 내용에 기반하면 “KAI는 KF-21 설계 단계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전 가능한 기술과 그렇지 않은 기술을 구분”하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국가의 수출승인(E/L)이 필요한 기술들은 우리가 이전해 주고 싶어도 이전해 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미국(록히드) 기술로 만들어진 KF-21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미국이 인도네시아에게 금수조치를 취한다면 물류지원에 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인도네시아 네티즌의 지적도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F-15EX를 미국에서 직도입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금수조치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직접적으로 통제 가능한 F-15EX를 수십 대씩이나 도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문제에 대해 친정부 성향의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는 어떤 식으로 서술하고 있을까요? 함께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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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보라매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으로부터 시제기 1대와 기술자료를 제공받아 현지 생산하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엔지니어를 KAI 본사에 파견하는 등 KF-21 보라매를 한국에서 개발하는 과정에 실제로 참여했고 한국의 우방인 미국도 KF-21 보라매 사업을 위해 기술진을 투입했다.
Aviation Week는 10월 25일자 203호를 통해 "약 60여명의 록히드 엔지니어들이 KF-21을 지원하고 있지만, KAI와의 계약은 이들을 자문 및 피드백 역할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인도네시아 언론과 네티즌들의 “KF-21 보라매는 미국 기술로 개발되는 미국 전투기”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술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Zona Jakarta가 지적하고 있듯이 KAI는 록히드 엔지니어들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자문 및 피드백 역할’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지원의 폭은 좁아지겠지만 그만큼 기술적 자율성의 폭은 커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주)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진행하고 있는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미국 록히드 마틴의 참여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만든 F-35에 적용된 기술들 중에서 KF-21 보라매가 채택한 기술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군이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F-35A 전투기 40대를 인수할 당시 핵심 내용 중 하나가 '기술 이전'이었는데, KF-21 보라매 개발에 반드시 필요했던 '4대 핵심기술'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4대 '핵심 기술'은 능동전자 주사배열 AESA 레이더, 통합 전자전 장비 EW Suite,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EOTGP,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 IRST를 뜻한다.
하지만 "너무 민감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미 의회가 반대한 탓에 한국으로의 기술 이전은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한국은 자체적으로 이 기술들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4대 핵심 기술은 매우 민감한 기술로 간주되고 있으며 한국의 지적 재산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로 수출되는 4대 핵심기술 관련 시스템은 모두 한국 엔지니어가 관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KF-21 보라매는 레이더 및 다른 민감한 하위 시스템을 유지 관리해야 할 때 인도네시아 엔지니어가 아닌 한국 엔지니어에 의해 분해, 해독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참여를 위해 한국에 주재하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기술 데이터를 훔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2024년 2월 2일자 기사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한국에서 KF-21 보라매의 기술 데이터를 훔친 혐의로 기소되었다.
연합뉴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내부 데이터를 유출하려다 적발됐다”고 설명했는데 방위사업청과 국정원은 최근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보낸 기술자들이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개발 과정이 담긴 자료를 들고 출국하려다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기소된 해당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은 현재 한국을 떠나는 것이 금지된 상태다. 국정원 요원들로 구성된 수사팀이 이들이 유출하려던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과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을 데이터 유출 혐의로 기소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다르게 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간되는 한글신문 '한인뉴스'는 "KAI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회사를 떠나던 중 보안 검색대에서 체포됐다고 설명하면서 국정원, 방위사업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KAI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사기밀이나 국방산업기술 보호법을 위반하는 데이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USB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은 대부분 공공데이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인뉴스 측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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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2024년 2월 2일 게재한 기사 내용 중 USB 데이터 유출과 관련된 부분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Zona Jakarta는 “USB에 담겨있는 데이터는 대부분 이미 알려진 공공데이터라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사천 본사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입구에서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방문이 가능합니다. 이번 USB 사태와 관련하여 KAI 소식통과 접촉해 봤는데 “(강력한 보안절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USB에 자료를 저장할 수 있었는지를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몇 번의 사건 이후 현재 KAI의 보안조치는 크게 강화된 상태입니다. 주요 시스템에는 저장매체 제어, 접근통제체계 등이 가동되어 외부 유출과 침입을 방지하고 있을 정도죠. 저장된 내용은 둘째치고 “자료가 저장될 수 있었다”는 부분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을 지적해 보자면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깊어지고 있던 한국의 불신을 되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KF-21 보라매에 여러 가지 원천 기술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의 불신도 함께 깊어질 우려도 있고요.
지난 2011년 F-15K에 탑재되어 있던 야간 저고도 침투 장비 타이거 아이(Tiger Eye)를 무단 분해했다는 이유로 조사단을 보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적이 있었던 미국이기 때문에 이번 USB 사건이 어떤 형태로 종결되는가에 따라 KF-21 보라매에도 제한을 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과 관련된 데이터 유출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큰 탈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굉장히 피곤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시아 국제정세 전문가 샤생크 파텔(Shashank Patel)은 유라시안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 계약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를 훑어 보아도 보라매가 제시하고 있는 가격대와 성능 그리고 독자적인 사용 정책보다 더 나은 옵션을 제공하는 전투기가 없다는데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오늘날 국제 안보의 틀 안에서 전략적 자유를 확보하는 열쇠가 바로 국방 능력과 기술 발전에 대한 완전한 통제에 있다는 사실을 이웃 국가의 사례들로부터 학습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유력 대선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대한민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 사이를 갈지(之)자로 오가는 행보와는 별개로 인도네시아 공군이 KF-21 보라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분석입니다. “전 세계를 훑어 보아도 보라매가 제시하고 있는 가격대와 성능 그리고 독자적인 사용 정책보다 더 나은 옵션을 제공하는 전투기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인도네시아 공군일 테니까요.
대당 2,500억이라는 돈을 주고 구입하는 라팔(Rafale)이 즉시 전력감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제 개량할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 전투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라팔(Rafale) 절반의 가격에, 시제기와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현지에서 생산까지 허용해주는』 KF-21은 ‘현재’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공군의 표현대로 ‘미래’의 중추 전력이 될 것이 분명한 전투기죠. 현명한 투자란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개발분담금 체납과 USB 기술 유출 시도는 KF-21 보라매 도입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노력에 찬물을 뿌리는 결과가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USB 데이터 유출 시도 사건은 “최소한의 분담금만 납부한 상태에서 기술만 얻어 가려 한다”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더욱 확산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향후 폴란드,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 사업에 합류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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