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짧은 것은 대어봐야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기 시장에서도 ‘실전’ 능력이 입증된 무기체계는 훨씬 더 신뢰를 받는 경향이 있죠. KF-21 보라매의 비행 테스트를 이제 불과 6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서류상 보이는 스펙이 아니라 실제 KF-21의 성능이 어느 정도나 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고요.
KF-21의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긴지 짧은지를 직접 대어보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진 항공기술을 보유한 나라의 공군들은 합동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가 가진 전투기들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한미 연합군처럼 공통적인 무기체계나 교리를 사용하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합동훈련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미 공군 파일럿들이 ‘Cope India’ 합동 훈련을 통해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Su-30MKI를 일종의 공중조기경보기로 활용하는 인도 공군의 변칙적인 전술을 접하고서는 상당히 놀라워했다는 이야기는 해외 밀리터리 기사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를 상세하게 다루는 기사를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찾을 수 있다면 꼭 한번 번역해 보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고요.
미 공군 파일럿들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러시아 전투기 Su-30 플랭커를 상대로 F-15나 F-16 혹은 F-35를 운용해 보고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전력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KF-21 보라매가 훗날 우호 관계를 맺은 국가의 Su-30 플랭커 제품군과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플랭커와 겨루고 있는 KF-21 보라매의 모습을 상상만 해봐도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설사 그 과정에서 KF-21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이 드러나더라도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지 질책해야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실전에서 소중한 우리 파일럿들의 생명과 전투기라는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2021년 9월 30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The War Zone은 일본 항공자위대가 올해 연내로 인도 공군과 합동훈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인도 공군은 러시아의 Su-27을 개량한 Su-30MKI 전투기를 280여대 정도 운용하고 있는데요. 이 Su-30MKI를 일본까지 가져와서 합동훈련을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주력 전투기인 J-11 계열들을 견제하는 의미가 크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Su-27을 개량한 Su-30 MK, MK2 등을 70여대 운용하고 있는데다 이를 역설계 하여 권한 없이 카피한 기체들이 바로 J-11계열 전투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해외 기사를 통해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F-15 및 F-35가 인도 공군의 Su-30MKI와 합동훈련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왜 우리는 이런 훈련을 추진하지 않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K9 썬더의 수출 등으로 인도와의 국방관계도 매우 우호적인 상태이며 중국의 팽창하는 군사력 저지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사 내용 자체에 좋은 분석들이 많아 번역 이후 따로 제 사견을 덧붙이지는 않고 이야기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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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군이 일본 항공자위대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자신들의 Su-30MKI 플랭커(Flanker) 전투기를 일본에 파견한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이 합동 전투기 훈련은 원래 2020년과 2021년 여름에 치러지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두 번 모두 연기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인도 공군은 올해 연말까지 이를 실현하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F-15, 영국의 타이푼 그리고 여러 종류의 다른 전투기들과 함께 연합훈련을 지속해 왔던 인도 공군의 Su-30 조종사들과는 달리 일본 전투기 조종사들은 다른 기종들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가질 수가 없었다. 따라서 F-15, F-2, 그리고 최근 새로이 획득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조종하는 일본의 전투기 파일럿들에게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설계한 Su-30에 대항해 공중전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은 중국이 운용하고 있는 Su-30 전투기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Su-30 전투기들과도 자주 마주치고 있다. 이 두 나라 모두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며 각자의 공군전력에는 많은 수의 Su-30 Flanker 파생형들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 카나가와(Kanagawa) 대학에서 동아시아 안보를 강의하고 있는 코리 월리스(Corey Wallace)는 "인도 공군의 Su-30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일본 항공자위대에게 있어 상당히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고 The War Zone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본 항공자위대(JASDF)는 Su-30의 기동성, 순항거리, 연료 소비량, 유지보수를 위한 정비소요 시간 등에 대한 일본 파일럿들의 이해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 및 러시아와의 분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도의 Su-30들은 3차원 추력 벡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이 기능은 특히 전통적인 의미의 가시거리 내 근접 공중전(Dogfight) 시나리오 훈련에서 Su-30을 상당히 독특한 존재로 만든다.
하지만 아마도 이보다 더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양국간 전투기 합동훈련이 인도와 일본의 국방관계 강화를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과 라이벌 구도에 있는 중국에게는 심히 우려스러운 신호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도 군은 2020년 히말라야 지역에서 치명적인 국경 분쟁을 겪었고 남중국해에 있는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해 중국 또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남아시아 학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 아르잔 태러포어(Arzan Tarapore)는 "중국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수단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것은 바로 일본 같은 파트너 국가들과 연계하여 함께 중국 포위전선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그 누구보다 인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War Zone에게 말했다.
"인도 하나만 보면 별 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 중국이지만 대중(對中) 연합군이 구축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베이징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전투기 합동훈련 계획은 일본 항공자위대(JASDF)가 인도 공군(IAF) C-17 수송기와의 합동 훈련을 위해 인도 아그라(Agra) 공군 기지에 C-2 수송기를 파견했던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어 2019년에는 항공자위대(JASDF)의 C-130도 함께 참여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로써 인도-일본 간의 정규 합동훈련의 발판이 마련되었으며 훈련 내용의 수준을 높이고 전투기 합동훈련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Su-30은 2020년 6월 코마츠(Komatsu) 공군기지에서 일본 F-15와 함께 최초의 훈련비행을 실시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바이러스 대유행 파동으로 인해 연기되고 말았다. 그 후 2021년 7월 햐쿠리(Hyakuri)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F-2 전투기와의 합동훈련으로 전환되었지만 이 훈련 역시 델타 변종 때문에 보류되었다.
700대 가까이 생산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Su-27 플랭커 제품군의 개량형 후속기인 Su-30은 흥미롭게도 중국과 인도 양쪽에서 운용되고 있어 분쟁이 발생한다면 같은 기종 간 대결을 볼 수도 있다.
97대의 Su-30MK와 Su-30MK2로 이루어진 러시아 플랭커(Flanker) 제품군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과 해군 항공단의 중추를 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00대 이상의 J-11, J-15 그리고 J-16 전투기의 모체가 된 기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플랭커(Flanker)를 중국이 면허생산을 했거나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 동의 없이 역설계 하여 중국 자체 기술로 복제한 전투기들이다.
인도에는 272대의 Su-30MKI 전투기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에게 면허를 받아 인도 항공 제조업체 HAL이 현지에서 조립하였다. 인도의 Su-30MKI는 이스라엘과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항공전자 장치 및 전자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에 반해 중국이 운용하고 있는 Su-30MK와 MK2는 Su-35의 특성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Su-35는 플랭커 제품군의 또 다른 파생형이지만 Su-30보다 훨씬 더 진보되어 있으며 중국 및 러시아 공군에 의해 한정된 숫자로 운용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면허 생산(licensed production)’과 ‘면허 조립 (licensed assemble)’ 사이에는 실제로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면허 생산의 경우에는 리버스(reverse) 엔지니어링을 통해 설계기술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면허 조립의 경우에는 역설계가 어렵습니다. 즉, 면허 조립(licensed assemble)으로는 기술 습득이 어렵다는 뜻이죠. 인도는 Su-30MKI를 면허 조립했지만 중국은 Su-30MK를 면허 생산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이를 역설계 하고 무허가로 복제하여 J-11, J-15, J-16 전투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역주)
인도와 일본이 함께 실시하는 합동 전투기 훈련은 눈에 보이는 군사적 이익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도와 일본은 미국, 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비공식 안보 동맹인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the Quad)'를 구성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남서쪽을, 일본은 중국의 북동쪽을 그리고 미국과 호주 대만이 중국의 동쪽과 남쪽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포위되었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와 일본 사이의 더 긴밀해지고 있는 방위 협력은 중국의 그런 '느낌'을 더 강한 '확신'으로 강화시켜 줄 뿐이다.
"이번 (합동 전투기 훈련) 결정은 많은 것들을 천명해 왔지만 지금까지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보여왔던 두 쿼드(Quad) 파트너 사이에서 오고 간 매우 명쾌한 외교적 신호"라고 월리스는 말했다.
일본에 도착한 인도 공군의 Su-30은 더 원대한 계획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도군과 일본 자위대가 서로의 군사기지를 공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월리스는 2020년 9월 인도와 일본이 합동 전투기 훈련뿐만 아니라 양국 군대가 서비스와 물자를 공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cession and Cross Service Agreement: ACSA)또한 체결했음을 지적했다.
“이 협정이 지닌 보다 더 광범위한 전략적 중요성은 인도군이 이제 일본 본토에 있는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핵심 해상 교통로에 위치한 일본의 지부티(Djibouti) 군사기지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있습니다.”라고 월리스는 말했다.
"그 대가로 인도는 벵골만 안에 있는 안다만(Andaman) 지역과 니코바르(Nicobar) 제도에 만들어져 있는 군사기지들 즉, 말라카 해협 서부 접근로에 걸쳐 자리잡고 있는 군사기지들을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일본에게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를 해상 교통로로 중국까지 수송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역이 바로 말라카 해협입니다. 안다만(Andaman) 지역과 니코바르(Nicobar) 제도는 말라카 해협을 들어가고 나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지요. 이 지역에 만들어져 있는 인도 군사기지들을 일본과 공유하겠다는 뜻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차하면 중국의 에너지 수입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죠. 역주)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일본은 1945년 패전한 이후 해외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행동을 자제해왔다. 이러한 일본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전쟁 수행 능력과 타국 침략 능력을 일체 포기한다고 선언한 전후(戰後) 헌법 9조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받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커져만 가는 중국의 힘에 직면하면서 전후 헌법 9조의 영향력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인도의 군사기지에서 일본 자위대가 작전을 펼치는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일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해상 무역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의 해외 군사기지 주둔 전략을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로 일관되게 운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어쩌면 위기 상황에 한정되어 운용될 지도 모르는 일이거니와 종국적으로는 일본 해군력을 해외로 투사하려는 노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성사될 지도 모른다.
스탠포드 대학의 태러포어는 또한 인도가 이러한 군사기지 공유에 영구적으로 동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태러포어는 이를 "인도가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다른 나라와 구속력 있는 안보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각해 보세요. 다른 나라의 영토에 자국 병력을 배치하거나, 자국 영토에 다른 나라 병력을 배치하는 것보다 더 헌신적인 '안보상 약속'이 있겠습니까?"
어쨌든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국적 훈련 그 자체가 병사들에게 있어 최고의 훈련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미 공군 파일럿들은 과거 Cope India 합동 훈련에서 인도의 Su-30에 맞서 연습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해외 장비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교활하기 짝이 없는 다른 나라의 전술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이번 합동훈련을 통해 중국 같은 잠재적 적성국가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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