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27일 아시아 지역 각 나라의 국방 소식을 전하고 있는 인터넷 국방전문매체 Asia Pacific Region Defence News.com은 30년 넘게 대한민국 육군에서 사용되어 온 K-136A1 구룡 다연장 로켓포 (Multiple Rocket Launch System: MLRS)이 곧 필리핀에 도입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유명 군사전문 블로거(Blogger)인 “rhk 111”의 블로그에는 지난 2019년 10월 27일 우리나라 K-136A1 구룡 다연장 로켓포가 필리핀에 이미 도입되어 운용 중이라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이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번역해볼 예정입니다.
70년대에 개발되고 80년대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인(MLRS) K-136A1 구룡은 30년 이상 운용되어 왔지만 시스템의 노후화에 따라 더 이상의 개량은 포기하고 더욱 강력한 신형K-239 천무(天武)로 교체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퇴역하는 K-136A1 구룡 다연장 로켓포의 일부를 우리 정부가 필리핀 육군에 무상 공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공여를 통해 150대 이상 대량 생산된 K-136A1 구룡 뿐만 아니라 이에 사용되는 K-30, K-33 로켓탄도 함께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기사 내용 중간 중간에 역주로 설명을 드리고 기사 번역이 끝난 이후 추가적인 의견을 덧붙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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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필리핀 육군은 필리핀 해병대와 함께 대한민국으로부터 K-136A1 구룡 다연장로켓 발사시스템(MLRS)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4개의 발사 포대를 인수할 예정인데 그 중 세 개는 필리핀 육군으로, 나머지 한 개는 필리핀 해병대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두 달 뒤인 2019년 10월 필리핀 육군은 두 번째 K-136A1 구룡 다연장로켓 포대를 가동시켰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실은 대한민국이 지난 2018년 10월 두 개의 로켓포 포대를 이미 기증했었다는 구체적인 인수 내용도 같이 공개했다.
필리핀 육군은 이미 예전에 한국으로부터 공여 받은 첫 번째 K-136A1 구룡 다연장로켓 포대를 꽤 빠른 속도로 전력화시켰지만 이를 외부에는 숨기고 있었다.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연하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필리핀 육군에 도입된 K-136A1 다연장 로켓포는 이미 자신만의 유닛 로고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더 치명적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Longe Mortiferum"을 구호로 가지고 있기도 했다.
K-136A1'아홉 마리의 용'
K-136A1구룡에 대해 찾을 수 있는 서구 자료와 한국 자료들은 세부사항에 있어 약간 불일치 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이 글을 써 나가려 한다.
K-136A1구룡은 바퀴 달린 차체에 장착된 이동식 다연장 로켓포(MLRS)로, 보통 길이 2.4~2.5m, 무게 54~64kg이 나가는 130mm 구경장 로켓을 발사한다. 각 발사대는 가로 9행, 세로 4열로 배치해 총 36개의 발사관을 장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최소 150대 이상이 생산되었다.
K-136A1구룡 발사대는 처음에는 KM809A1 트럭에 탑재됐으나 나중에 K711 트럭으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전하는 바에 따르면 구룡의 발사대는 그 외 모든 종류의 바퀴 달린(차륜형) 차량과 무한궤도 차량에도 장착이 가능하다고 한다.
각 발사관은 로켓을 발사할 때 목표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비행시키기 위해 로켓에 회전을 주게 되며, 로켓 발사 전에 차량에 부착된 Stabilizing Jacks (차량 고정장치)을 내려서 차체를 고정시켜야 한다. 별도로 운용되는 로켓 재장전 트럭은 K-136A1구룡을 위해 72발의 로켓을 별도로 적재하고 있거나 이미 36개의 로켓들이 풀(Full) 장전되어 있는 발사대를 2개씩 싣고 이동한다.
K-136A1구룡(九龍)의 운용 ‘역사’
구룡(九龍)은 북한의 러시아제 BM-21 122mm 구경 다연장 로켓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역설적이게도 그 BM-21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회사인 대우 중공업에 의해 제작되었다.
(하지만 국방일보 기자를 역임하고 2편의 무기체계 저서를 저술한 신인호 기자가 쓴 글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1974년 미국의 115mm 45연장 로켓 체계를 연구했으며 이것이 국내 다연장로켓 연구의 시초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주).
1980년대 초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 모델은 K-136으로 명명되었다. 개량형인 K-136 A1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이전에 생산된 모든 구형 모델들도 K-136A1표준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한다.
K-136A1모델에서 개선된 점으로는 로켓 발사관을 부식에 보다 내성이 강한 스테인리스 강철로 교체하는 동시에 유압 제어 장치를 사용하고 있고 차량 내부에서 발사대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 아홉 마리의 용(九龍)은 대한민국 육군 내부에서 새롭게 개발된 신형 다연장 로켓포 K239 천무(天武) MLRS로 대체되고 있는 중인데, 그 덕분에 필리핀 육군은 대한민국 육군에게서 구형이 된 K-136A1구룡 중 일부를 공여 받을 수 있었다.
필리핀 육군(PA)은 장거리 포격을 위한 곡사포를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곡사포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K-136A1구룡과 같은 다연장 로켓포(MLRS)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세계 여러 군사 강국의 군대들은 이들 중 하나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곡사포와 다연장 로켓포를 둘 다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K-136A1구룡의 ‘발사 속도’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MLRS)의 주요 강점은 매우 신속하게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런 신속함은 목표 지점 내에 있는 그 어떤 존재에게도 포격으로부터 엄폐를 하거나 도망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K-136 A1은 초당 2발의 속도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 총 36발의 로켓이 장전되어 있는 로켓 발사대를 전체 발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8초에 불과하다.
반면에 곡사포는 훨씬 느린 속도로 발사되는데, 예를 들어 필리핀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M-71 솔탐(Soltam) 곡사포는 분당 5발의 발사 속도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M-71이 K-136A1구룡과 같은 수의 36발의 포탄을 쏘기 위해서는 최소 7분(420초)은 필요하게 되며 이는 구룡보다 23배나 느린 속도이다.
(부연 설명을 해보자면 대한민국의 K-9 자주포의 경우 급속사격 모드에서는 15초 동안 3발의 발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36발을 쏘기 위해서는 지속사격 모드로 이행해야 하는데 지속사격 모드에서는 분당 6발 발사가 가능합니다. 즉, K-9 자주포라고 해도 발사 속도에 있어서는 구룡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역주)
그러나 K-136 A1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재장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재장전 탄약 차량에서 발사대로 36발의 로켓을 수동으로 장전하는데 4명의 병사를 기준으로 약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재장전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면 생존성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구룡 이후 개발된 K-239 천무의 경우 재장전에 걸리는 시간은 2분 40초 가량으로 미군이 운용하는 M270 MLRS의 4분 20초보다 100초 가까이 빠릅니다. K-136 구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죠. 역주)
K-136A1구룡 ‘사정거리’
구룡은 두 가지 종류의 로켓탄을 사용하는데, 구형 K30 로켓탄의 경우 사정거리는 23km이고 신형 K33 로켓탄의 사정거리는 36km에 이른다. 이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사용하는 표준적인 155mm 구경장 포탄보다 더 우수한 사정거리이다.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포탄인 일반목적탄(the General Purpose)이나 M107 고폭탄의 경우 사정거리는 약 18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정거리가 40km까지 확장된 특수한 155mm 구경장 포탄도 있기는 하다. 이러한 특수 포탄들은 보조 로켓을 사용하여 훨씬 더 먼 곳을 타격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 회사인 레오나르도(Leonardo)는 심지어 80km까지 날아가는 오토 볼케노 장거리 유도 포탄(GLR)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수한 155mm 구경장 포탄은 성능에 걸맞게 일반적인 표준 포탄보다 훨씬 비싸다.
K-136A1구룡의 ‘탄두’
구룡의 K-30 로켓탄의 K-37 탄두는 20kg인데 그 중 6.5kg은 폭발성 충전제인 반면 나머지 13.5kg은 파편화 외피로 구성되어 있다. K-33 로켓탄의 K-38 탄두의 무게는 20kg으로 동일하지만 폭발성 충전제는 2.8kg에 불과하다. 하지만 폭발 시 파편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16,000개의 성형 파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구룡의 두 로켓탄 탄두는 M107 자주포 같은 155 mm 구경장 포탄의 그것보다는 가볍다. 예를 들어 43 kg 무게의 155 mm 구경장 포탄의 탄두는 6.6 kg의 폭발성 충전제와 36.4 kg의 파편화 외피로 구성되어 있다.
K-136A1구룡의 ‘정확성’
구룡의 K-30이나 K-33과 같은 비유도 로켓은 곡사포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지는데 대략 사정거리의 2%에 가까운 원형 공산(公算) 오차(CEP)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정거리가 36km에 이르는 구룡의 K-33 로켓탄의 경우 원형 공산 오차는 720미터 정도가 된다.
원형 공산 오차(CEP)란 발사된 포탄의 50%가 착탄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추정하는 정확성의 척도를 의미한다. 이와는 비교되는 것이 155mm 곡사포 포탄인데 일반적으로 30km의 사정거리라면 273m의 CEP를 가진다.
K-136A1구룡은 가로 250m, 세로 250m로 추정되는 넓은 "화력격멸구역"을 가지고 있는데, 36발의 로켓탄을 장전한 발사대 하나를 최대 사거리인 36km로 발사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가로 250m, 세로 250m의 면적은 축구장보다 더 큰 크기입니다. 게다가 신형 K-38 탄두에 포함된 16,000개의 성형 파편은 향상된 대인 살상력과 경장갑 표적 제압 능력을 가져왔습니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K-136A1구룡은 18초 만에 36발의 K-38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데요. 일제 발사를 한다면 타격 목표지에 1만 6천 곱하기 36 즉, 총 57만 6천 개의 성형 파편으로 이루어진 무시무시한 죽음의 비가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위력 덕분에 K-38탄두로 만들어진 K-33 로켓탄은 1982년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군사전문지 Jane’s 연감에 등극하게 됩니다. 이 연감에 게재되는 군사무기는 각 나라의 독자적 무기들로 한정되며 K-33 로켓탄은 국산무기 최초로 Jane’s 무기 연감에 게재되었습니다. 역주)
K-136A1구룡의 ‘유도 로켓탄 발사 가능 여부’
K-136 A1은 현재 비유도 로켓탄인 K-30과 K-33만 발사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인 Lig 넥스1은 K-30, K-33과 동일한 구경의 유도 로켓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K-136A1발사관 길이인 3.5 m보다 0.95 m 이상 더 길고 더 무겁다. 그리고 Lig Nex1이 만든 유도 로켓탄 자체가 K-136 A1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룡에 장전하여 발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K-136A1구룡을 대체하고 있는 K-239 천무의 경우에는 기존 구룡의 로켓탄인 K-30과 K-33을 발사하는 것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유도 로켓탄을 발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역주)
여담이지만, 앞서 언급한 155mm 구경장 곡사포에는 장거리 유도 포탄(GLR)과 같은 가격이 매우 비싼 유도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도 포탄 중에서 방향 조정 및 유도 기능이 있는 신관으로만 구성된 정밀 유도 키트(PGK)라는 훨씬 저렴한 버전도 존재하는데 이 포탄의 GPS 유도 시스템은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표적에만 사용이 제한된다.
'그 외의 다른 사항들'
K-136 구룡의 탄약까지 적재한 총 무게인 ‘전투 중량’은 19톤 정도로 견인차량 무게까지 포함한 M-71 야포의 무게와 거의 같다. M-71 야포 자체 무게가 약 9톤이며 견인차 무게 10톤을 더하면 총 무게가 19톤이 된다. 사실 K-136 구룡 다연장 로켓포의 가격도 알고 싶었지만, 아무리 검색하고 찾아봐도 알 방법이 없었다.
K-136A1구룡의 ’쏘고 빠져 나가기’
나는 필리핀 육군(PA)에게 미치게 될 구룡의 가장 큰 영향력은 바로 훨씬 개선된 "쏘고 빠져 나가기(Shoot and Scoot)"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포병 전술은 목표물을 향해 포를 발사한 다음 (Shoot. 쏘는 부분) 적 포대의 대응 사격을 회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발사 위치에서 멀어지는(Scoot. 빠져 나가기)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물론 필리핀 육군은 견인차로 움직이는 포병대로 쏘고 빠져나가는 전술을 실행할 수 있으며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필리핀 육군은 심지어 자주포(Self Propelled Howitzers)까지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견인차로 움직이는 곡사포든 스스로 움직이는 자주포든 간에 그 어느 쪽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K-136 구룡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처럼 엄청난 양의 화력을 퍼붓는 것은 불가능하다.
K-136A1구룡에 대한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필리핀 육군(PA)이 공식적으로 로켓 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한민국의 K-136A1구룡은 필리핀 육군을 "로켓포의 시대"로 안내할 것이다.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군대들은 이미 꽤 오래 전에 로켓 무기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우리는(필리핀은) 이 게임에서 한참 뒤쳐지고 있다. 하지만 속담에도 있듯이 아예 손 놓고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법이다.
대한민국에서 온 아홉 마리의 용들은 필리핀이 드디어 로켓 포병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바라건대 필리핀이 빠른 시간 내에 대한민국에서 공여 받은 K-136A1구룡을 졸업하고 더 긴 사정거리와 유도 능력을 지닌 더 나은 로켓 시스템을 획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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