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9일 역사적인 KF-21의 초도 비행이 성공하기 바로 전날 인도네시아 공군이 운용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의 T-50i 한대가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KF-21의 초도 비행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내심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못했을 텐데요. 저도 인도네시아 발 외신 기사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사천에는 KF-21 보라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인도네시아 엔지니어들과 소수의 인도네시아 공군 파일럿들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얻게 되는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도 상당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사고를 만나 추락한 T-50i의 조종사였던 와유디 중위의 비행 습관과 동료들의 평가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 등이 그러한 간접적 정보의 예입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경남 사천에 체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군 소속 파일럿들은 KF-21의 초도 비행 성공과 FA-50의 폴란드 진출 성공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T-50i 추락 사건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KF-21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일부 인도네시아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이 “개발분담금 납부가 없으면 시제기 인도도 없다”는 한국 언론 기사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데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자카르타 존(Jakarta Zone: 현지어로는 Zona Jakarta)의 기사를 분석해 보면 사천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공군 파일럿들의 걱정이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T-50i가 추락하고 KF-21이 초도 비행에 성공한 직후인 7월 21일을 기준으로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라는 이름의 기자가 쓴 기사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데요. T-50i 추락과 관련하여 과거 인도네시아 특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정원 직원이 숙소에 침입했던 사건까지 들먹이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KF-21 개발 분담금 납부가 없으면 시제기 인도도 없다는 한국 언론 기사내용에 관해서도 “인도네시아 아니면 어차피 KF-21을 구매해 줄 나라도 없으니 한국 정부가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합리적 근거가 없이 노골적인 적의만 드러내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줄라이카 리즈키아가 쓴 기사들을 5개 정도 읽어 봤지만 군사 전문기자라고 불러주기에는 전문성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해도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확연하게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탄 사피트리(Intan Safitri)라는 군사 전문기자의 기사도 자카르타 존에 실리고 있었는데요. 이 사람의 기사는 냉정하게 인도네시아의 실익을 추구하고 있는 동시에 무기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풍부하게 배어 나오는 내용들이 많으며 지난 8월 3일에 게재한 FA-50의 폴란드 수출 성공을 분석한 기사에서도 FA-50의 성능을 매우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줄라이카 리즈키아가 쓴 기사와는 확연하게 방향과 분위기도 다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악담을 퍼붓던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의 기사가 FA-50이 폴란드 진출에 성공한 7월 25일 이후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만든 전술입문 훈련기 T-50i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논조로 기사를 썼는데 해외 국가에, 그것도 유럽 국가인 폴란드에 T-50i를 경전투기 형으로 파생시킨 FA-50이 48대나 팔린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당연히 자신의 논리에 모순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입니다. 줄라이카 리즈키아의 주장대로라면 결함이 있는 기종을 유럽 국가인 폴란드가 대량으로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T-50i 기체에 문제가 없었다면 결국 이를 운용하는 사람 쪽에 문제가 있다는 반대해석이 가능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T-50 계열을 160대 이상 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우 블랙이글스가 정비요원의 실수로 한차례 추락한 사고 이외에는 T/FA-50 관련 사고가 없고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나라들, 예를 들면 필리핀, 이라크, 태국 등에서도 사고 소식이 들려온 적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가 T-50을 최초로 구매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기체 연령도 제일 높고 꾸준한 정비와 부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을 것이 분명한데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군이 제일 취약한 부분이 바로 정비와 관리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Zona Jakarta에 게재된 대조적인 두 기사를 번역해 보고 간단하게 제 생각을 말씀 드린 후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T-50i 추락에 대해 한국을 맹비난하고 있는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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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이 공동 개발한 KF-21 보라매의 초도 비행이 성공하기 전날 인도네시아 공군 소속 T-50i 골든이글이 추락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역시 대한민국에 의해 만들어진 전술입문 훈련기 T-50i가 인도네시아 공군 소속 앨런 사피트라 인드라 와유디 중위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와유디 중위는 한국산 T-50i 골든이글을 이용한 야간 전술 요격 훈련에 참가하던 중 사고를 당해 추락했다.
항공기 등록번호 TT-5009가 새겨진 한국제 T-50i 골든이글은 2022년 7월 18일 18시 24분에 인도네시아 공군기지 이스와주디 마게탄(Iswahjudi Magetan)에서 이륙해서 19시 25분까지 여전히 비행 감독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연락을 마지막으로 센트럴 자바에 위치한 블로라 지역에서 잔해가 발견될 때까지 T-50i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번이 T-50i의 첫 번째 사고가 아니다. 한국 언론 연합뉴스에 따르면 T-50i는 2015년 12월 열린 에어쇼 도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고 2020년 8월 10일에는 인도네시아 공군 제15비행대대의 T-50i가 이스와주디 인도네시아 공군기지에서 정기 비행 훈련을 하던 중 활주로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이번에 추락한 T-50은 대한민국이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했던 사건과 관련이 있다. KF-21 보라매 사업을 통해 서로 협력하기 훨씬 전, 인도네시아 공군을 위해 T-50을 구매하려 방한했던 인도네시아 특사에게 한국 정부는 정보부 요원을 보내 데이터를 훔치려 했고 이 사건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현지 언론 한국일보는 2021년 11월 23일자 기사에서 "KF-21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라고 썼다.
대한민국 방위 산업과 인도네시아의 '과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이 개발한 최초의 프롭 훈련기인 KT-1 웅비와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그리고 장보고급 잠수함을 구매한 단골 방산 고객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2월에 있었던 국정원 인도네시아 숙소 침입 사건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국정원의 목표는 T-50 구매와 관련한 인도네시아의 협상 전략을 분석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외교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수준의 '결례' 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이를 무시하고 당시 우리의 라이벌이었던 러시아의 Yak-130이나 체코의 L-159B 대신 T-50을 구입했다"고 놀라워했다.
한국일보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대한민국 정보요원이었던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소공동 롯데호텔 VIP룸에 침입하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혔다. USB로 무장한 이 절도범들은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소지한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복사한 뒤 도주했고 인도네시아 대표단 중 한 명이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 사고가 있었던 이후였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에서 T-50을 구매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국영 통신인 안타라(Antara)에 따르면 2011년 2월 21일 당시 정치, 법률, 안보 조정 장관인 조코 수얀토는 T-50 관련 데이터가 담겨 있던 노트북이 도난 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한 것은 산업부 직원의 노트북"이고 인도네시아 군사 데이터가 한국 정보요원에게 도난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인도네시아 군사 데이터가 도난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많은 정당들에 의해 '한국의 체면을 손상시킨 사건'으로 여겨진다.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당들과 주요 언론들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씨는 해당 사건에 국정원이 연루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연합뉴스는 국정원 직원들이 CCTV 영상을 포함한 모든 증거를 가져갔다고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국정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수 조원대 방산 거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다면 국정원을 위한 지도부 개편을 단행하거나 국익을 위해 침묵할 것을 국정원에게 요청해야 한다"고도 썼다. 동아일보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노트북 절도 미수 사건에 대해 "국가적이고 외교적인 차원의 수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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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T-50i 추락에 대해 한국을 맹비난하고 있는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의 기사 번역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8월 3일에 게재된 인탄 사피트리(Intan Safitri)의 FA-50 폴란드 수출 성공을 분석한 내용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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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FA-50의 전망이 밝아 보인다. 폴란드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FA-50이 구매 되기 시작한 과정을 살펴 보면 FA-50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폴란드는 FA-50의 최신 파생형인 이른바 FA-50 블록 20를 인수할 계획이며 이는 말레이시아 경전투기(LCA) 수주전에 제공된 것과 동일한 사양이다. FA-50 블록 20는 AIM-120 암람(AMRAAM) 공대공 미사일 같은 장거리 시계 외 공중전(BVR)용 무기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된 버전이다.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지 Defense Security Asia에 따르면 폴란드는 대한민국으로부터 도입한 FA-50 경전투기를 고등 전술입문 훈련기로 사용하는 동시에 주력 전투기인 F-16 파이팅 팰컨을 보조하여 함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보조 전투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한국산 경전투기 FA-50을 선택한 이유를 상세하게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FA-50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전투기들에 실제 탑승해 본 폴란드 공군 조종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FA-50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한 FA-50은 F-16 전투기와 상호운용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폴란드 국방장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는 대한민국이 만든 전투기를 선택한 주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F-16과 뿌리를 같이 하는) FA-50은 더 우수한 성능의 항전 시스템과 현대적인 무기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FA-50 파이팅 이글은 전투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F-16 파일럿 양성을 위한) 탁월한 훈련기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여기 더해 도입국가들의 어떠한 요구 사항에도 대응할 수 있는 FA-50의 유연성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한국산 경전투기 FA-50은 이후 NATO 규격에 통합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 폴란드와는 별도로 동남 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도 FA-50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군사 전문지 The Defense Post는 지난 7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왕립 말레이시아 공군(RMAF)이 인도의 경전투기 테자스(Tejas) 대신 대한민국의 FA-50 파이팅 이글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경전투기(LCA)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제안하고 있는 경전투기들을 입찰 경쟁시키고 있는데 The Defense Post의 보도는 이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아자르 칸 고리만 칸 말레이시아 공군 사령관은 대한민국의 FA-50에 대해 경쟁 중인 다른 나라의 전투기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초음속 첨단 경전투기 플랫폼"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또한 2023년 말레이시아 총선 이후 현재 정부가 다시 집권할 수 있다면 FA-50 구매에 관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왕립 말레이시아 공군(RMAF)은 전술기 전력 강화를 위해 고등 전술입문훈련기의 역할을 해주면서도 경전투기로 사용할 수 있는 기체들을 2~3회로 나누어 도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인도 힌두스탄 항공유한공사(HAL)의 테자스(Tejas) 외에도 중국과 파키스탄이 합작해서 만든 JF-17, 러시아의 MiG-35와 야크(Yak)-130, 터키항공우주산업 TAI의 휴르젯 등이 말레이시아 경전투기(LCA) 수주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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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Zona Jakarta에 게재된 줄라이카 리즈키아(Zulaika Rizkia)의 7월 21일 기사와 인탄 사피트리(Intan Safitri)의 8월 3일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줄라이카 리즈키아의 기사에는 T-50i가 인도네시아에서 운용되면 안 되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이 이끄는 국정원이 말도 안 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도네시아 T-50i가 여러 번 추락한 것과는 아무런 인과 관계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에 비해 인탄 사피트리의 기사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며 FA-50이 지닌 성능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훈련기이면서도 F-16을 훌륭하게 보조할 수 있는 FA-50을 말레이시아도 탐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죠.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줄라이카 리즈키아는 다른 기사에서 말레이시아 경전투기(LCA) 수주전에서 인도의 HAL Tejas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인탄 사피트리는 미국의 군사 전문지 The Defense Post의 기사를 인용하며 KAI FA-50의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인도의 군사 전문지 Eurasian Times와 미국의 군사 전문지 The Defense Post의 기사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언론인과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국익을 추구하는 언론인 중 어느 쪽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겠죠. 이는 대한민국 언론인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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