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7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3일간 진행되는 국제해양방위사업전에 다녀왔습니다.
KKMD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말씀 드리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견문을 좀더 넓히기 위해 국내 방산전시회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방산전시회에도 참여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방산전시회라면 훨씬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MADEX 전시장에서 동남아시아 방산업체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남녀 직원 두 명을 눈 여겨 지켜보다가 양해를 구했습니다. KKMD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제 소개를 먼저 하고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대답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성 직원이 히잡(Hijab)을 쓰고 있어서 말레이시아 아니면 인도네시아 사람일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요. 말레이시아 업체 사람이면 이번에 도입한 FA-50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인도네시아 업체 쪽이라면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과 관련하여 인도네시아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미리 제 신분을 정확하게 밝혔고 최대한 예의를 지켜 인터뷰를 요청했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다행스럽게도 두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제 인터뷰 요청에 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질문은 두 가지였는데요. 먼저 인도네시아 정부가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8,000억을 체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팔 42대를 10조가 넘는 금액으로 구매한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질문해 보았습니다.
가성비나 기술이전 등 여러 측면에서 라팔보다 훨씬 더 비용 효과적인 KF-21 보라매개발 사업을 일방통행으로 몰고 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태도를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두 인도네시아 방산업체 직원들도 꽤 곤혹스러운 얼굴로 “한국인들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들은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와 맺은 KF-21 보라매 개발사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 상당수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현지 언론 대다수가 1년 남짓 남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체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왜 인도네시아 매체에서 KF-21 보라매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나가파사(Nagapasa)급 수출계약이 완료된 이후 한화 오션(구 대우조선해양)과 다시 체결한 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프랑스 스콜펜급 도입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기들도 답답하다며 어깨를 한번 으쓱거린 이들은 맡은 업무가 바로 인도네시아 해군을 위해 나가파사(Nagapasa)급 잠수함에 필요한 대한민국 방산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relatively affordable) 신뢰성 높은(reliable) 대한민국 잠수함을 놔두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왜 갈팡질팡 하고 있는지 자기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문제 아니냐는 제 말에 ‘노코멘트 하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년 2024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 Indo Defence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명함을 교환했습니다. 해외 방산전시회를 방문하면 이런 기회를 좀 더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만남이었습니다.
전시 부스 첫 번째: 한화시스템의 한국형 이지스(Aegis) 함정전투체계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공간을 차지한 업체들이 바로 한화시스템과 LIG 넥스원입니다. 한화시스템에서 제가 취재하고 싶었던 내용은 FFX 배치-III 충남급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한국형 이지스(Aegis) 함정전투체계였습니다. LIG 넥스원에서는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함대공 미사일 ‘해궁’을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개량하자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을지 여부를 취재하고 싶었고요.
한화시스템 함정전투체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침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관계자 한 분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신의 방패 ‘Aegis’와 견줄 수 있는 한국형 이지스(Aegis) 함정전투체계는 언제쯤 만나 볼 수 있겠느냐는 제 질문에 관계자는 주저 없이 “이제 곧 만날 수 있다”는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얼마 전 방위사업청이 FFX 배치-III 충남급을 진수하며 제작한 방송에 출연한 한화시스템 연구원도 한국형 이지스(Aegis) 전투체계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고 주저 없이 대답했었죠. 그 자신감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전투체계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프트웨어, 즉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느새 대한민국이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일까요?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지적하신 내용은 맞습니다. 다만, 최근 하드웨어의 성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알고리즘의 성능 여부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현재 KDX-III 배치 2 정조대왕급이나 FFX 배치-III 충남급에 탑재된 베이스라인(Baseline) 4 다음으로 등장하게 될 함정전투체계(CMS)는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Aegis) 통합전투체계와 대등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취역할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최신형 호위함 충남급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수한 데이터 링크 기술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합동교전 CEC체계와 해군 대공통합화력통제 NIFC-CA도 국산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문의해 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관계자는 미국식 CEC, NIFC-CA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미 개발된 지 오래된 개념이라며 인공위성을 통해 직접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 중이라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미 해군과 연합작전을 자주 펼쳐야 하는 우리 해군 입장에서 호환성의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문제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차후 L-SAM에 기반하여 개발되는 국산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세종대왕급 및 정조대왕급에 탑재된 록히드 마틴 이지스(Aegis) 전투체계에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았는데요. 미국에서 개발된 연결장치가 필요하겠지만 통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국산 하드웨어의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한 덕분이라는 것이죠.
전시 부스 두 번째: LIG 넥스원 ‘해궁’을 기반으로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이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해군 위주의 MADEX 전시회이다 보니 LIG 넥스원 공군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팀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해줄 수 있는 분을 만나지는 못했는데요. 일단 현장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국산 단거리,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팀은 있지만 ‘해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는 않으며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AIM-120 암람에 구애 받지 않고 KF-21과 FA-50의 보다 원활한 해외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바로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데요. 개발도 개발이지만 테스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을 알기에 걱정이 앞서네요. 올해 10월 17일에 개최될 서울 ADEX LIG 넥스원 부스에서 다시 질문해 볼 생각입니다.
전시 부스 세 번째: 결코 주목 받고 싶지 않았지만 관심을 한 몸에 받아 버린 현대중공업 CVX
아침에 MADEX를 향해 가면서 KKMD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어제 찍어 놓았던 현대중공업 7만 톤급 중형 항모 CVX 사진을 올려 놨었습니다. 그에 관련된 일부 원색적인 댓글을 읽으면서 현대중공업 항모 관련 담당자가 제게 푸념처럼 했던 말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말 주목 받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었습니다.
한 때 물 건너 갔다고 생각되었던 한국형 항모가 오히려 중형 항모로 되살아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매일경제신문은 1면에 대문짝만한 사진을 실어 놨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대중공업 측은 중형 항모 모형을 중앙이 아닌 한쪽 구석으로 배치하고 있었는데요. 항모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거친 의견들이 워낙 많아서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CVX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자사출(EMALS) 방식의 CATOBAR 시스템과 KF-21N(네이비) 그리고 공중조기경보기 E-2D였는데요. 해외에서 참관하러 온 해군 장교들도 눈을 반짝이며 CVX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EMALS 방식의 CATOBAR를 운용하려면 강력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는데요. 통합전기추진 방식으로도 EMALS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존재가 바로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입니다. 2023년 6월 3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War Zone은 영국 해군이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를 최종적으로는 EMALS를 사용하는 CATOBAR 방식으로 개량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통합전기추진 방식으로 기동하는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를 예로 들며 미국 제너럴 아토믹(GA)사로부터 EMALS 관련 기술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중형 항모 CVX는 8개 비행 편대를 편제할 수 있는 분량, 즉 32대의 KF-21 네이비를 탑재하는 컨셉이며 CATOBAR가 확보되는 만큼 E-2D같은 공중조기경보기 운용도 가능한 컨셉입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만큼 컨셉을 컨셉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시 부스 네 번째: 돌부처 같던 대한민국 공군의 마음도 되돌린 KAI FA-50 블록 20!
2023 MADEX KAI 부스에 입장하는 순간 느낀 것 하나. 이번 주인공은 KF-21 보라매가 아닌 FA-50과 수리온에 기반하여 개발된 여러 헬기들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2013년 전력화된 수리온의 경우, 해외 협력업체의 부실부품 납품으로 인한 사고 같은 대형 악재가 몇 번 터지긴 했었지만 2023년 현재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상당 수준의 기술력이 축적되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고정익 파트와는 달리 기반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축적된 기술들의 결실이 하나 둘씩 나타날 시점이 되었고 최근 1~2년 동안 수리온에 대한 해외 수출 문의도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직 상세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이 계약 건이 확정되면 KKMD를 통해 빠르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며칠 전 폴란드로 수출되는 FA-50GF 초도기 출고 행사가 있었습니다.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도 이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는데요. 해당 기사 번역은 다음 영상을 통해 전달해 드릴 생각이며 상세한 내용은 이 때 소개해 드릴 생각이지만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FA-50 개량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대한민국 공군 수뇌부의 태도에 마침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F-16과 FA-50 모두를 조종해 봤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파일럿 출신의 관계자로부터 들었던 FA-50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과 Defence24 기사 번역 내용을 함께 소개할 예정인 다음 영상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명찰을 달고 있기는 했지만 제 목소리만 듣고서도 KKMD임을 알아봐 주시고 성심 성의껏 질문에 대답해 주신 여러 방산업체 부스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뻐해주신 여러분들만큼이나 저도 즐거운 시간 보냈다는 사실,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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