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Arsenal Ship, 우리말로는 합동화력함으로 번역되는 수상 전투함은 미 해군 참모총장이었던 제레미 마이클 보더 제독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 해군 내부 소식에 정통한 군사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미 해군에는 항모를 중시하는 항공모함 파벌과 그 대척점에 서있는 수상 전투함 파벌이 존재합니다. 수상 전투함 파벌이었던 보더 제독은 강력한 함대지 공격력을 갖춘 스텔스 함정을 개발하여 배치한다면 항모 함재기의 대지상 공격력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미 육군이 사용하고 있던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해군용으로 개조한 네이태킴스(NATACMS)를 해당 스텔스 함정에서 대량으로 발사한다면 항모 함재기를 통한 공대지 공격보다 요격이 어렵고 신속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었습니다. ATACMS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상대적으로 비행 고도가 낮아 빠른 탐지가 어렵고 설사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마하 3~4 이상의 종말 속도로 낙하하기 때문에 미처 대응할 시간이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더 제독이 주창했던 아스널 쉽은 미 해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항공모함 파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고 결국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 아스널 쉽 개념을 도입한 해군은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대한민국 해군이 세계 최초로 ‘합동화력함’이라는 이름으로 아스널 쉽을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고 프랑스의 군사 전문지 Meta Defense는 Naval News의 기사를 인용하며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자주국방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Meta Defense의 기사 “The design of the South Korean Navy's Arsenal Ships has begun (대한민국 해군의 아스널 쉽 설계가 시작되었다)”를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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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의 국방 정책은 다른 나라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고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은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형제국가로부터 끊임없는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한은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투사체에 핵 탄두를 실어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국가다.
대한민국이 만약 평범한 유럽 국가였거나 일본, 호주 같은 나라였다면 자국 영토에 주둔하고 있는 28,000명 이상의 미군들에 의한 군사적 보호에 전적으로 의존했겠지만, 이 나라는 미군에 의지하기는커녕 스스로의 군사 능력과 기술, 산업 분야에 걸친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오늘날 태평양 전구(戰區)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면서 현대적인 능력을 지닌 군대 중 하나를 보유하게 되었다.
비록 북한이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은 190개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한 국가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체적인 핵 억지력은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국의 안보 보장을 오로지 미국의 핵우산에 맡기려는 생각은 없다. 수년간 대한민국 군대가 북한으로부터의 전략적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3축 체계"를 특별하게 고안해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실시할 수 있는 3단계 대응에 근거한다.
첫 번째 단계로 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의 신뢰성이 대한민국 당국에 의해 확인되면, 대한민국 군은 북한의 핵 공격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투발 수단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련의 선제적 타격을 수행할 것이다. (킬 체인 Kill Chain)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 선제적 타격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투발 수단들을 적절한 수단에 의해 요격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대한민국 군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대공방어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KAMD)
마지막으로 핵 위협이 제거된 이후를 상정한 세 번째 단계는 지휘 벙커, 통신 수단, 물류 창고 등과 같은 북한 내부 핵심 목표물들을 전멸시켜 북한이 가진 공격 수단들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량응징보복 KMPR)
대한민국의 3축 체계는 여론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허수아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 역대 정부들은 각기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지만 3축 체계를 가능한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수단을 군 지휘부에게 제공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다.
대한민국 공군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와 4.5세대 멀티롤 전투기 KF-21 보라매 그리고 다양한 대공 방어 및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육군은 (현무 시리즈 같은) 가공할 위력을 지닌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해군도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같은 대형 수상 전투함과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지상 목표물 타격 능력과 4만 톤 이상의 중형항모를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전투함인 합동화력함에 대한 연구계약 체결이 4월 13일에 발표되었는데, 대한민국 합동화력함은 최소한 80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신형 전투함 역시 3축 체계의 테두리 안에서 개발되고 있다.
Naval News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에서 "합동화력함"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의 최초 개념설계 작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맡게 되었다. 올해 말까지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에서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바로 합동화력함에 대한 타당성 조사인데 그 이유는 새로운 유형의 전투함인 합동화력함에 요구되는 조건, 기회와 도전 그리고 비용과 작전 능력을 결정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해외 해군 전투함이 단 한 척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안에 결론 내려질 타당성 조사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 향후 5년 안에 2척 혹은 3척의 합동화력함 건조 작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로 내년부터 설계 단계가 진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무기 조달 기관인 방위사업청은 최근 합동화력함뿐만 아니라 KDX-3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무장시키려는 의도로 그에 적합한 새로운 탄도미사일 설계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합동화력함에 순항미사일 대신 탄도미사일이 탑재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타격대상 목표물들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과 파괴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적 방공망의 잠재적 효율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3축 체계의 첫 번째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북한에 의한) 타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의 확실성을 확보하는 시점과 실제 (북한의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간격을 훨씬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합동화력함(Arsenal Ship)에 적용되는 전투교리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능력 배제를 목표로 하는 북한의 예방적 선제타격 시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할 수 있는 기존 사례가 전무한) 합동화력함 분야에 있어서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발명되고 시험되고 검증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향후 몇 달, 아니 앞으로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들과 군인들은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합동화력함처럼 혁신적이면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국방 프로그램을 여럿 가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가로운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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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프랑스의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찬반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형 항모 CVX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존재가 바로 합동화력함입니다.
합동화력함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은 크게 “최대한 많은 수의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탐지 및 방공, 대잠 작전능력을 거의 포기하고 있어 생존성이 낮고 만에 하나 격침된다면 손실이 너무 크다”라는 내용으로 요약됩니다. 이에 대해 합동화력함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장거리 탐지 및 타격 능력이 부족한 북한이 움직이는 미사일 기지인 합동화력함을 정확하게 타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이지스 구축함이나 잠수함 그리고 강력한 대공 방어망으로 보호가 가능한 안전해역에서 작전을 실시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의 기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3축 체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써 합동화력함이 논의되고 있으며 3축 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이 합동화력함 건조에 대해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변경하여 이에 찬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육군의 태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합동화력함 프로그램이 개념설계 단계로 이행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육군은 어떤 이유로 합동화력함에 대해 반대하던 태도를 바꾸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습니다.
3축 체계의 첫 단계인 킬 체인(Kill Chain)을 주도하는 곳은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입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려 2,500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대만으로는 급증하고 있는 미사일을 빠른 시간 안에 전개하고 투사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건설 비용이 들어가는 미사일 기지와 고가이지만 1~2발의 탄도미사일만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의 숫자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는 지상 미사일 기지는 적의 선제 타격에 의해 개전 초기 무력화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편이고요.
여기 더해 2021년 한미 미사일 협정이 개정되면서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 미사일 시리즈가 더욱 대형화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추가되었습니다. 최근 그 존재가 드러나고 있는 현무-5 탄도미사일의 경우, 길이가 15미터 이상이고 무려 8톤에 달하는 관통 탄두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무게가 36톤이 넘어가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합니다. 이는 미 공군이 운용 중인 사거리 14,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미닛맨(Minuteman) III와 거의 비슷한 크기입니다.
이러한 현무-5는 강력한 추진체를 지니고 있는 만큼, 발사 시 주변에 강력한 후폭풍과 화염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박격포처럼 상공으로 밀어 올린 후 점화시키는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현무-5 발사대의 경우, 고압가스 등을 이용하여 36톤 무게의 미사일을 지상 10미터 높이까지 밀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고 이는 곧 미사일을 보관하고 사출하는 원통형 케이스의 내구성이 엄청나게 높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국내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리뷰 기사 내용에 따르면 현무-5 이동식 발사대의 전투중량은 70톤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토가 넓은 미국이나 러시아라면 거의 20미터 길이에 70톤 무게의 이동식 발사대를 어디서나 전개할 수 있겠지만 땅덩이가 좁은 대한민국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지상이라면 현무-5 이동식 발사대는 극히 제한적인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더구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이렇게 덩치 큰 이동식 발사대를 지상에서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일반 시민들에게 포착되지 않을 수가 없고 이는 곧 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로 발전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합동화력함을 도입하게 되면 현무-5 운용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이동식 미사일 기지인 합동화력함은 36톤 무게의 탄도미사일도 큰 부담 없이 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콜드 런치 방식이기 때문에 갑판을 보강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무-5를 이동 배치할 때도 시민들의 눈에 포착될 일이 없으니 불안심리를 자극할 일도 없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수는 급증하는데 발사 플랫폼이 부족한 것이 고민이었던 육군 입장에서 본다면 해군의 합동화력함 건조 주장에 반대할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여담이기는 합니다만 해군이 합동화력함을 3척 도입하여 킬 체인에서 지분을 높인다면 이번에는 공군이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이 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현재 공군이 킬 체인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주로 59대의 F-15K 슬램이글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 350K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동화력함은 1척당 80대의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이 중에는 이미 말씀 드렸던 현무-5같은 고위력 대형 탄도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도 신형 탄도미사일들이 탑재되어 킬 체인에 합류할 예정이니 공군의 조바심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로 KF-21 보라매에서 운용이 가능한 천룡(天龍) 장공지를 개발 중이지만 KF-21 보라매도 도입 수량이 120대 정도라서 당장은 충분한 숫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KF-16이나 FA-50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타우러스 350K2 같은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일명 중공지 개발이 공군 주도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되는데요. 공군 입장에서 봤을 때, 수 백대에 이르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의 찬반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합동화력함 프로젝트가 출항을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성공한다면 K-방산의 또 다른 강자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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