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tvN 토크쇼 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한 국제정세 전문가 김지윤 박사가 “경제력 세계 11위, 군사력 세계 6위의 대한민국은 이제 나름 강대국의 위치에 올랐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언급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김지윤 박사의 견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부분은 확실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육해공 플랫폼을 자체 능력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극소수 나라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항공 엔진이나 기타 핵심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대한민국은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외교력이나 동맹국들을 통해 항공 엔진이나 핵심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안정적 경로를 확보하는 것도 한 나라의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침략 때문에 서방으로부터 경제제재 및 금수조치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로 인해 하이테크 무기 생산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부분에서 러시아조차도 자국 무기 생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강대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제 곧 나토(NATO)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폴란드가 K9 자주포, K2 주력전차 그리고 FA-50PL 경전투기 및 KF-21 보라매에 이어 KSS-III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도입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가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에 게재되었습니다.
2023년 11월 29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서 폴란드 언론 21곳이 모여 대한민국 방산기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주최한 ‘한화오션데이’에 참석했고 주제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질의 응답시간만 3시간이나 가졌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폴란드 언론인은 “K9, K2 그리고 FA-50이나 KF-21을 통해 ‘대한민국이 우수한 성능의 육상, 공중 플랫폼을 만드는 나라’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잠수함 수십 척을 건조 및 운용하고 있는 해상 플랫폼 강국이라는 사실은 아직 생경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직접 읽어보면 대한민국이 만든 최첨단 디젤-전기 잠수함 KSS-III 도산안창호급에 대한 폴란드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을 보다 생생하게 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 중간에 손원일급을 KSS-III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가 보였지만 수정해서 번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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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 한화오션은 폴란드 해군이 진행 중인 "오르카(Ork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체 개발한 KSS-III 잠수함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 중인 다른 회사 잠수함들과 비교해 봤을 때, 수직으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이 포함된 통합형 무장(VLS)과 공기불요체계 AIP 드라이브 및 리튬이온전지로 지원되는 추진 시스템 등이 KSS-III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2023년 11월 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이 컨퍼런스는 폴란드 언론인들에게 한화 그룹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 기업 한화오션의 역량, 특히 그 중에서도 잠수함 건조 능력에 중점을 두고 알리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한화오션은 수개월 전부터 그들이 만든 최신형 잠수함 KSS-III를 폴란드 해군에 제안하면서 "오르카"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화오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폴란드는 일반적인 잠수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중 억지력(underwater deterrence)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게 된다. 폴란드에 제안된 KSS-III 잠수함이 보유하고 있는 순항미사일 발사능력 덕분에 이러한 수중 억지력의 구축이 가능해지는데 한국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발틱 해의 안보를 강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이미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들은 1983년부터 독일 잠수함 업체 TKMS와 협력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초기에 건조된 것들은 수중 배수량 1400톤의 KSS-I 소형 잠수함들로 장보고급이라고도 불리며 독일의 209형 잠수함들을 면허 생산한 버전이었다. KSS-I 장보고급은 지금까지 12척 생산되었는데 그 중 9척은 대한민국 해군을 위해, 나머지 3척은 인도네시아 해군을 위해 건조됐다.
나중에 역시 독일 TKMS의 도움을 받아 독일 214형 잠수함의 면허 생산 버전이며 수중 배수량이 1,830톤으로 늘어난 KSS-II 손원일급 잠수함 9척이 건조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들은 잠수함 설계 및 건조와 관련된 기술 전반을 습득했고 덕분에 그들은 자국 해군에 필요한 잠수함을 자체적으로 설계 및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KSS-III 도산안창호급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KSS-III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초도함과 2번함은 이미 대한민국 해군에 취역하였고, 나머지 한 척은 현재 해상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폴란드에 제안된 잠수함들이 바로 이 KSS-III 도산안창호급이다. KSS-III는 2004년 개념설계 개발로 시작된 한 프로그램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2008년에 기본 프로젝트가 완성되었고 이후 리튬이온전지, 수직발사대(VLS), 전투정보센터(CIC) 등에 대한 병행 작업이 시작되었다. KSS-III 1번함은 2021년에, 2번함은 2023년에 취역이 최종 확정 되었으며 마지막 5번함은 2028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KSS-III 도산안창호급은 비교적 큰 덩치를 자랑한다. 대략 3,600톤의 배수량을 지니고 있으며 길이는 약 90m이다. 그러나 한화오션의 설명에 따르면 발트해에서도 문제없이 운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한반도 서쪽이 서해로 둘러싸여 있으며 서해의 평균 수심은 42m로 발트해 평균 수심 54m에 비해 훨씬 더 얕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북한 및 대한민국 잠수함들은 서해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에 제안된 KSS-III 도산안창호급은 매우 중요한 3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손꼽을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은 연료 전지와 첨단 리튬이온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공기불요추진시스템(AIP)이 포함된 혁신적인 수중 추진 동력 시스템이다. 한국인들은 연료 전지와 첨단 리튬이온전지를 기반으로 구성된 공기불요추진시스템을 통해 재래식 잠수함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믿고 있다. 이 놀라운 조합 덕분에 KSS-III 도산안창호급은 3주 이상 수면에 떠오르지 않은 채 잠항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운용 시간의 대폭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운용 비용 절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표준적인 납 축전지의 경우, 약 2,000회 정도 충전하면 수명이 끝나는 반면,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약 4,000회 정도 충전이 가능해 수명이 두 배 가까이 길어진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를 실용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납 축전지는 선내 전력연결망에서 250V의 전압을 사용하지만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사용하는 전압은 이미 700V를 넘어서고 있다.
KSS-III 도산안창호급의 두 번째 장점은 첨단 무기 시스템이다. 한국인들은 대(對) 잠수함용 표준 어뢰와 기뢰 외에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까지 KSS-III에 통합시켰다. 게다가, 이 미사일들은 수직발사대(VLS)로부터 발사되는데, 재래식 디젤-전기 잠수함들 중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매우 특별한 능력이다. (잠항 중인 KSS-III에 탑재된 수직발사대를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테스트를 멋들어지게 성공시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인들은 수직발사대(VLS) 시스템을 운용할 준비가 끝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KSS-III 도산안창호급의 세 번째 특징은 줄어든 음향 신호, 즉 향상된 스텔스 성능에 있다. KSS-III는 선체 형태를 최적화하고 비공동(non cavitation) 스크류를 사용하는 동시에 내부 장비를 적절하게 선택, 탑재하여 배출되는 소음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억제된 채 배출되는 소음도 자체 소나로 제어할 수 있는데 KSS-III 도산안창호급에는 측면배열소나와 TB-270K TASS 예인소나 등을 포함해 총 8개의 소나가 탑재되어 있다.
(비공동non cavitation 스크류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함이나 잠수함에서 사용되는 스크류들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끝부분과 안쪽 부분의 속도 차이 때문에 많은 기포를 포함한 회오리 모양을 발생시킵니다. 이것을 공동화cavitation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포함된 기포들이 터지면서 큰 소음을 만들어내고 잠수함이나 전투함의 정숙성에 엄청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화 현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비공동non cavitation 스크류가 탑재되어 있는지 여부가 잠수함 전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되는데요. KSS-III 도산안창호급에 이 비공동 스크류가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Defence24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주)
https://youtu.be/1DsidGXXW4A?si=RffvFk9lKvRuhIO4
물론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과 동맹국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반복적으로 입증했음을 폴란드 언론에게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에는 단순한 작전 활동뿐만 아니라 합동 잠수함 구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도움으로 발전해 온 대한민국 잠수함들은 나토(NATO) 해군과 호환된다는 장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폴란드에게 현대적 잠수함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승무원 훈련 과정도 함께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훈련 과정은 기본적인 잠수함 운용과정, 장비 운용훈련,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전술훈련 그리고 해상에서 실제로 잠수함에 탑승하여 실시하는 훈련 등 4단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민국 잠수함은 표준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 문제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 역시 "해상 시험 운항과 작전훈련을 지원하고, 폴란드 해군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폴란드 해군이 독자적으로 KSS-III 잠수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KSS-III는 대한민국에서 건조될 예정이지만 한화오션은 폴란드에 MRO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측은 "폴란드 MRO 센터에 파견되는 현장 팀을 통한 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예비부품을 시기 적절하게 인도하고 시스템 노후방지관리 및 광범위한 MRO 관련 전문지식을 제공해 폴란드가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잠수함 함대를 운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 "이라고 강조했다.
KSS-III를 통한 한국-폴란드 군사협력: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한화오션이 폴란드 산업계를 위해 제시한 투자는 MRO 센터 건립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폴란드에 경제적, 산업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강력한 산업적 동반자 관계의 구축 가능성을 매우 진지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1973년 창립된 이래 경상도에 위치한 거제 조선소에서 민간상업용 선박 1,256척, 시추 플랫폼을 비롯한 해양시설물 108곳, 잠수함과 구축함 등을 포함한 군용 선박 88척을 건조하여 인도한 세계 최대 조선회사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폴란드 오르카(Ork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최고의 잠수함 중 하나인 KSS-III 잠수함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우리는 폴란드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성균 한화오션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 선박부장)
대한민국-폴란드 간 협력은 지금까지 언급했던 모든 분야와 더불어 폭넓게 생태학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여러 활동들까지도 함께 포괄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추진시스템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들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인들은 또한 해당 분야에 대한 폴란드 공공 기관 및 대학들과의 협력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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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2023년 11월 30일에 게재한 기사 “Korean submarine with cruise missiles for Poland (폴란드를 위해 제안된 순항미사일이 탑재된 대한민국 잠수함)”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폴란드 매체들이 경쟁사 기종 대비 KSS-III 도산안창호급에 주목하고 있는 3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직발사대(VLS)를 통해 발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같은 강력한 무기 시스템의 탑재
둘째. 재래식 디젤-전기 잠수함들 중 가장 오랜 잠항 시간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기불요 추진체계(AIP) 및 리튬이온전지의 보유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폴란드가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MRO 센터의 건립 등입니다. 읽고 있는 제가 “야~ 이거 안 사면 바보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Defence24의 해당 기사 댓글을 읽어보면 대한민국 기업들이 K9썬더와 K2흑표 그리고 FA-50GF를 미리 제시한 기간 안에 정확하게 인도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FA-50GF에 대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48대에 불과한 F-16C/D 임무의 70~80%를 소화해 줄 수 있는 가성비 우수한 전투기”라는 평가가 높아지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FA-50GF가 폴란드 파일럿에 의해 단독 비행하는 모습 등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서 FA-50PL에 대해 ‘우리 전투기’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대한민국 기업들이 심어놓은 좋은 인상들이 KSS-III 도산안창호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폴란드 오르카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는 KSS-III의 향후 진로도 유심히 추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DSME)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프랑스 스콜펜급을 도입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매체 Zona Jakarta를 읽어보면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스콜펜급에 대해 “너무 비싸고 기술이전도 받을 수 없는 잠수함”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하는 형국입니다. 그러더니 한동안 잠잠했던 터키 214형 잠수함 도입설이 최근 다시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손원일급으로 도입된 214형 잠수함은 설계상 결함을 여러 방면으로 노출시켰고 프랑스 스콜펜급이 그 틈을 노려 시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터키는 자신들이 면허 생산하는 214형에는 그런 설계상 결함들이 수정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법입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판을 뒤엎지만 않았다면 폴란드 사례처럼 재래식 디젤-전기 잠수함의 끝판왕 KSS-III에 기반한 잠수함을 제안 받을 수 있었을 텐데요. 다 차려진 밥상을 제 발로 걷어찬 형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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