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제가 해군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대한민국과 일본의 해군력에 어느 정도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전문가는 “일본의 해군력을 100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의 해군력은 30 정도”라는 답변을 들려 준 적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은 이즈모급 다용도 운용모함 2척을 경항모로 개조하여 80년 만에 다시 항모 보유 국가가 되었습니다. “초음속 대함 유도탄 시대에 항모는 덩치 큰 표적일 뿐이다”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해전에서 항모는 ‘대체가 불가능한 전략 자산’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침 프랑스의 유명 군사전문지 Meta Defense도 지난 2024년 3월 3일에 “Why does the aircraft carrier remain the most powerful tool of a modern navy? (항공모함이 현대 해군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요. 이 기사도 기회가 닿는 다면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항모를 2척이나 보유하면서 항모 1척당 14대, 최대 28대의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함재기로 운용할 수 있게 된 일본의 해군력이 급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항모’처럼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들 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쌓아 올려온 해군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들은 여럿 있습니다.
일본은 8척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이지스(Aegis)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고 P-3C 대잠초계기를 44대, P-1 대잠초계기는 30대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훈련함까지 포함하여 24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11척을 추가 건조하여 총 35척의 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입니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P-3C 대잠초계기 16대와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6대를 도입할 예정이고 잠수함 21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3척을 추가 건조 중에 있습니다.
전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지스 구축함이나 잠수함 숫자에서는 한일간 격차가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전투를 지원하는 ‘지원함’ 숫자에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함들 중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해양정보함’도 중요하지만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자산입니다.
따라서 Naval News의 기사를 소개하기 전에 ‘해양정보함’에 대해 먼저 간단하게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수한 성능의 소나를 탑재한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전투함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탐지된 잠수함이 어느 나라의 어떤 잠수함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잠수함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평소 잠수함 각각이 지닌 특징적인 음문 데이터를 대량으로 축적하고 분석하여 이를 표준화시킨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세계 해군들은 다른 나라의 잠수함들이 발산하는 음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원함이 바로 ‘해양정보함’입니다. 대잠전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1976년부터 해양정보함 AGS-5104 와카사(Wakasa)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6척이나 되는 해양정보함을 운용하며 구소련 시대 잠수함에서부터 중국 잠수함 그리고 대한민국의 잠수함에 대한 광범위한 음문 데이터를 수집해 왔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당연히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대잠전 작전을 수립했을 것입니다.
그럼 2024년 2월 21일 해군 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보도한 기사를 함께 살펴본 뒤 해양정보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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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업체 쉬벨(Schiebel)이 대한민국 방산기업 한화시스템 및 UI 헬리콥터와 함께 방위사업청(DAPA)으로부터 수직이착륙(VTOL) 캠콥터 S-300 무인항공기(UAS)를 개발하여 납품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S-300 무인항공기는 대한민국 국방부에 의해 운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해군 및 해병대가 수행하는 정보수집, 감시, 표적획득 및 정찰(ISTAR) 임무를 위해 한화시스템이 S-300을 공급하는 내용으로 체결되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10년 넘게 쉬벨의 고객이었으며 S-100 무인기들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해상 정보 감시 및 정찰(ISR) 작전을 수행해 왔다.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과 북한의 위협은 대한민국 해군으로 하여금 무인 항공기(UAS) 운용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 더해 보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더 크고 무거운 무인 항공기의 도입 또한 요구하고 있다.
쉬벨 그룹 회장인 한스 게오르그 쉬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대가 S-100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폭넓은 경험과 성공을 바탕으로 장기 체공은 물론 무거운 물건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무인 항공기 S-300을 도입하는 계약을 한화에게 발주한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S-300은 쉬벨(Schiebel)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토(NATO) 표준화 협정 STANAG를 준수하고 인증 과정도 완벽하게 거친 S-300은 최대 21,000 피트의 고도에서 최대 24시간 운용될 수 있으며 정보수집, 감시, 표적획득 및 정찰(ISTAR) 작전에 필요한 지속적 배회기능(loiter capability)도 제공한다. 이 중형(重型) 무인 항공기는 최대 250kg 무게의 적재물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고도가 높은 지형에서 장거리 화물 운송을 맡기기에 안성맞춤인 솔루션이 된다. 이렇게 유연하고 다재다능한 능력 덕분에 S-300은 대 잠수함 작전(ASW)에 필요한 다수의 음파 탐지 부표 같은 적재물들을 먼 바다로 운반하여 투하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임무 범용성과 비용 효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무거운 적재물의 운반이 가능한 중형 무인항공기 S-300은 이미 검증이 끝난 S-100과 동일한 지상 통제 스테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강력하고 신뢰성 높은 수직이착륙 무인기(VTOL) 핵심 시스템을 20년 이상 제작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립된 쉬벨(Schiebel)의 '시스템 복합 체계적' 접근 방식은 앞으로 등장할 미래 무인 항공기들 간의 상호 운용성도 확실하게 보장한다.
쉬벨은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시설 확장을 발표하며 S-300의 국제적 입지를 광범위하게 늘렸다. 그러나 이 새로운 플랫폼 S-300이 지니고 있는 개방형 구조는 도입 국가의 주권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요구 사항뿐만 아니라 절충교역 성립에 필요한 요구 사항들도 충족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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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2월 21일 해군 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보도한 기사 “Schiebel Wins Camcopter S-300 Contract For ROK Navy (쉬벨, 대한민국 해군을 위한 캠콥터 S-300 계약을 수주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해당 기사는 지난 2월 24일 KKMD 시청자 한 분께서 이메일로 제보해 주셔서 알게 된 기사입니다. 이메일을 보내주신 시청자 분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정보함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기사 링크 및 관련 자료를 함께 보내 주셨는데요. 사실 저도 이 자료를 보고서야 ‘해양정보함’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대잠전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구글링을 하며 주요 군사 강국들의 해양정보함 운용 현황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 결과 중국 12척, 러시아 7척, 일본 6척 그리고 대한민국은 신세기함, 신기원함 2척의 해양정보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습니다.
미리 말씀 드렸다시피 일본은 이미 1976년부터 해양정보함 JS Wakasa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총 6척의 해양정보함을 동원해가며 동북아 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잠수함들의 음문 데이터를 축적해왔습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199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1,000톤급 해양정보함 신천지함(AGS-11)을 보유할 수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신천지함에 탑재된 장비들은 너무 구형이었고 정보분석 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신천지함은 2013년 조기 퇴역이라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주요 해양 정보들, 예를 들면 저류, 수온 등 해군 작전에 필요한 기초적인 해양관련 정보와 주변국의 전투함들이 발산하는 각종 전파와 음향 정보 같은 핵심 해양 정보들의 대부분을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해상형 전구지휘통제시스템(GCCSM)의 하부 체계인 K-OED를 통해서 제공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 해군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가공하여 선택적으로 제공했고 이에 한계를 느낀 우리 해군은 독자적인 해양 정보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 결과 탄생한 부대가 바로 2012년 2월 창설된 ‘해양정보단’입니다.
현재 해양정보단은 두 번째 해양정보함 신세기함(AGS-12)을 2003년에, 세 번째 해양정보함 신기원함(AGS-13)을 2013년에 취역시켰고 2021년부터는 네 번째 해양정보함 AGX-III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아직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숫자 6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척의 해양정보함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직접적 전투를 담당하는 수상 전투함 전력을 확충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군수지원함이나 해양정보함 같은 전투지원함을 양성하는 사업도 내실 있게 진행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양정보함의 경우 최소 4척 이상을 보유하여 음문 데이터를 축적해야 미래의 대잠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군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중국은 12척, 일본은 6척 보유하고 있는 해양정보함을 우리는 2척만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 작은 숫자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는 “미래 해전에서 해양정보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해양정보함의 숫자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해군 사령부도 알고 있다. 다만 인력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라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쉬벨(Schiebel)사가 새롭게 개발한 중형(重型) 무인 항공기 S-300을 도입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해양정보함 분야에서 중국이나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무인 항공기, 무인 잠수정 같은 기술들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늦어진 출발로 생긴 공백을 빠르게 메워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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